흥이항이(興伊恒伊)
누가 흥이야 항이야 하랴는 뜻으로, 아무 관계 없는 남의 일에 쓸 데 없이 참견하여 이래라 저래라 함을 이르는 말이다.
興 : 일 흥(臼/9)
伊 : 저 이(亻/4)
恒 : 항상 항(⺖/6)
伊 : 저 이(亻/4)
출전 : 송남잡지(宋南雜識)
음률이 비슷한 이 성어를 보면 먼저 흥청망청(興淸亡淸)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듯하나 거리가 멀다.
흥청망청은 황음에 빠진 조선 연산군(燕山君)이 채홍사(採紅使)를 두고 전국에서 뽑아 올린 미인을 가리켜 흥청이라 했고 그로 인해 망했다고 망청이라 했다.
여기에서 앞을 생각하지 않고 멋대로 즐기거나 돈과 물건을 마구 낭비하는 것을 뜻하게 됐다.
흥이(興伊)와 항이(恒伊)는 형제의 이름으로 누가 흥이야, 항이야 할까 라는 말이다.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남의 일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사돈집 잔치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한다는 왈리왈시(曰梨曰柿)와 상통한다. 흥이 항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형제가 상이한 뜻으로 이 성어가 유래했다고 전한다.
먼저 조선 후기의 학자 조재삼(趙在三)의 송남잡지(松南雜識)에 실린 내용을 보자. 천문(天文)에서 동식물까지 33개 부문을 기술한 백과사전인 이 책의 방언(方言) 편에 속담을 한역한 부분이 나온다.
숙종(肅宗)대 조선 후기 여흥(驪興) 민씨(閔氏) 가문에 민백흥(閔百興)과 민백항(閔百恒)이란 형제 문신이 있었다.
이들이 나란히 강원감사를 지냈는데 모두 선정을 베풀어 형인 흥이 낫다, 동생인 항이 낫다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론이 분분했다.
兄弟相繼爲江原監司, 有善政, 至今稱, 興伊恒伊.
다른 이야기는 중기의 문신이자 모두 영의정을 지낸 김수흥(金壽興), 김수항(金壽恒) 형제가 등장한다.
이들은 높은 자리에서 국사를 처리하면서 독단이 심했는지 세간의 평판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러자 이들 형제가 ‘우리들이 힘써서 잡은 권세를 행하는데 누가 감히 흥이야 항이야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민씨 흥이 항이 형제와 김씨 흥이 항이 형제가 각각 다른 의미로 쓰이게 된 연유다.
자신이 맡은 바를 묵묵히 잘 처리하는 사람은 남이 뭐라 해도 갈 길을 간다. 자신의 임무도 신통찮게 하는 사람이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은 잘한다.
사람마다 저 잘난 맛에 산다는 말대로 설사 잘못 처리한 일이라도 남이 지적하면 좋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물다. 남의 흉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먼저 자기 자신을 먼저 살펴볼 일이다.
▶️ 興(일 흥, 피 바를 흔)은 ❶회의문자로 同(동)과 舁(여)의 합자(合字)이다. 여럿이 들어 돌리다, 일으키다, 일어나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興자는 ‘일으키다’나 ‘창성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興자는 舁(마주들 여)자와 同(한 가지 동)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舁자는 위아래로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마주 들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興자는 이렇게 무언가를 마주 드는 모습을 그린 舁자와 ‘함께’라는 뜻을 가진 同자를 결합한 것으로 ‘함께 마주 들다’라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興자의 갑골문을 보면 큰 그릇을 맞잡고 옮기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고대에는 나라의 부흥과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제사를 지냈다. 興자는 그러한 의미가 담긴 것으로 ‘일으키다’나 ‘창성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興(흥, 흔)은 (1)재미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감정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일다 ②일으키다 ③시작하다 ④창성(昌盛)하다⑤흥겹다 ⑥기뻐하다 ⑦성공하다 ⑧등용하다 ⑨다스리다 ⑩징발(徵發)하다 ⑪느끼다 ⑫유행하다 ⑬흥(興), 흥취(興趣) ⑭흥미(興味) ⑮취미(趣味) ⑯시(詩)의 한 체(體) ⑰혹시(或是: 그러할 리는 없지만 만일에) ⑱어조사(語助辭) 그리고 ⓐ희생의 피를 바르다(흔) ⓑ다툴 기미, 실마리(흔)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세울 건(建), 왕성할 왕(旺), 창성할 창(昌), 우거질 번(蕃), 필 발(發), 성할 성(盛), 설 립(立), 세울 수(竪), 일어날 기(起),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망할 망(亡), 폐할 폐(廢), 빠질 몰(沒), 패할 패(敗)이다. 용례로는 어떤 자극으로 감정이 북받쳐 일어남 또는 그 감정을 흥분(興奮), 어떠한 사물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감정을 흥미(興味), 잘 되어 일어남과 못 되어 없어짐이나 흥함과 망함을 흥망(興亡), 왕성하게 행해짐을 흥행(興行), 마음이 끌릴 만큼 좋은 멋이나 취미를 흥취(興趣), 재미있거나 신나는 느낌, 또는 그런 기분을 흥감(興感), 쇠퇴하던 것이 다시 일어나거나 일어나게 함을 흥복(興復), 감동되어 떨쳐 일어남을 흥기(興起), 침체된 상태에서 떨쳐 일으킴을 진흥(振興), 한 번 쇠퇴한 것이 다시 성하여 일어남 또는 일어나게 함을 부흥(復興), 세차게 일어남을 융흥(隆興), 새로 일어남을 신흥(新興), 멋있는 흥이나 좋은 흥취를 가흥(佳興), 흥취 있게 놂을 유흥(遊興), 술에 취하여 일어나는 흥취를 취흥(醉興), 마음에 깊이 감동되어 일어나는 흥취를 감흥(感興), 한창 흥겹게 일어나는 흥을 고흥(高興), 쇠퇴한 것이 중간에서 다시 일어남을 중흥(中興), 즐거운 일이 지나가면 슬픈 일이 닥쳐온다는 흥진비래(興盡悲來), 흥하고 망하고 성하고 쇠하는 일을 흥망성쇠(興亡盛衰), 흥미가 넘칠 만큼 많다는 흥미진진(興味津津), 있는 말 없는 말을 보태어 함부로 남을 비방함을 흥와주산(興訛做訕), 나라를 일으키고 군사를 강하게 함을 흥국강병(興國强兵), 흥미를 잃어 가는 모양을 이르는 말을 흥미삭연(興味索然) 등에 쓰인다.
▶️ 伊(저 이)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尹(윤)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伊(이)는 (1)이태리(伊太利)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저, 이, 그 ②그이, 그녀 ③너 ④또, 또한 ⑤그래서, 이리하여 ⑥물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그때라는 뜻으로 앞에서 이미 이야기한 시간상의 어떤 점이나 부분을 이시(伊時), 그날을 이르는 말을 이일(伊日), 그날 밤을 이르는 말을 이야(伊夜), 이탈리아의 한자어를 이태리(伊太利), 성을 내지 않고 타이름을 이르는 말을 비노이교(匪怒伊敎), 이윤을 다섯 번 청했다는 뜻으로 인재를 영입하는데 정성을 다한다는 말을 오청이윤(五請伊尹), 환이가 피리로 세 곡을 연주했다는 뜻으로 말이 없이 마음이 통했다는 말을 환이삼롱(桓伊三弄), 흥이야 항이야라는 뜻으로 아무 관계 없는 남의 일에 쓸 데 없이 참견하여 이래라 저래라 함을 이르는 말을 흥이항이(興伊恒伊) 등에 쓰인다.
▶️ 恒(항상 항, 반달 긍)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심방변(忄=心;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亘(긍; 언제까지나 변한지 않는다)으로 이루어졌다. 마음의 배가 양쪽 기슭을 왕복하며 변(變)하지 않음의 뜻이다. 전(轉)하여, 항구불변(恒久不變)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恒자는 ‘항상’이나 ‘늘’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恒자는 心(마음 심)자와 亘(걸칠 긍)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恒자의 갑골문을 보면 단순히 月(달 월)자 위아래로 획이 그어져 있었다. 이것은 하늘과 땅 사이에 걸쳐있는 달이 차오르다가 줄어드는 것을 반복한다는 뜻이다. 달은 주기적으로 모습을 바꾸지만 시기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갑골문에서는 달은 정기적으로 모습을 바꾼다 하여 ‘항상’이나 ‘늘’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心자가 더해지면서 ‘늘 변치 않는 마음’을 뜻하게 되었는데, 해서에서부터는 心자와 亘자가 결합한 恒자가 ‘항상’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恒(항, 긍)은 ①항상(恒常) ②64괘의 하나. 항괘(恒卦) ③변(變)하지 않고 늘 그렇게 하다 ④항구히, 그리고 ⓐ반달(긍) ⓑ두루 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긍) ⓒ뻗치다(긍) ⓓ걸치다(긍)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매양 매(每)이다. 용례로는 시간적으로 끊임없이 또는 내내 변함없이를 항상(恒常), 변하지 아니하고 오래 감을 항구(恒久), 늘 일정한 온도를 항온(恒溫), 늘 한결같은 성질 또는 누구에게나 다 있는 공통적인 성품을 항성(恒性), 특별한 일이나 사고가 없는 보통 때를 항시(恒時), 한결같이 변함없는 덕을 항덕(恒德), 영원히 변하지 않는 바른길을 항도(恒道), 변동이 없는 일정한 빠르기를 항속(恒速), 늘 하는 버릇을 항습(恒習), 늘 일정 불변한 마음 또는 사람이 늘 지니고 있는 착한 마음을 항심(恒心), 늘 일정하게 가지고 있는 직업을 항업(恒業), 살아갈 수 있는 일정한 재산이나 생업을 항산(恒産),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별을 항성(恒星), 항다반으로 있는 일 곧 예사로운 일을 이르는 말을 항다반사(恒茶飯事), 상현달이 점점 보름달이 되듯이 일이 날로 번창함을 이르는 말을 여월지항(如月之恒)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