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다
시/김사인
구장집 마누라
방뎅이 커서
다라이만 했지
다라이만 했지
구장집 마누라는
젖통도 커서
헌 런링구 앞이
묏등만 했지
묏등만 했지
그 낮잠 곁에 나도 따라
채송화처럼 눕고 싶었지
아득한 코골이 소리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지
미끈덩 인물도 좋은
구장집 셋째 아들로 환생해설랑
서울 가 부잣집 과부하고 배 맞추고 싶었겠지
*시(詩) 정끝별
구장집 마누라는 방뎅이도 크고 젖통도 크고 잠도 푸지게
잘 자니 미끈덩 아들 쑥쑥 낳겠다. 역시나 셋째가 제일 미끈
덩하겠다. 미끈덩 인물이 재산이겠다. “부뚜막에 쪼그려 수
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 라도 되는 양 바람깨나
피우겠다. 도망치듯 상경해 이 양 저 양 살피다 부잣집 과부
만나 한몫 챙기기도 하겠다. 살집 좋은 과부 곁에서 시름시름
늙어 가며 이모저모 기웃대다 ‘인생 탕진하’ 겠다. 저리 생생
(生生)한 구장집 마누라 몸을 거쳐 미끈덩 셋째 아들로 환생
하는 것, 사내들의 로망이겠다. 이 시의 묘미는 현실 속 구장
집 마누라가 아니라, 상상 속 셋째 아들의 부잣집 과부로 튀
는 로망의 오지랖 그 ‘쓰리 쿠션’ 에 있겠다.
이 시를 읽노라면 김사인 시인의 ‘심성’을 엿볼 수 있는
이시영 시인의 재미난 산문시 하나가 떠오른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술자리에 김사인이 폭우 속에 흰 고무신을 신고 와
합류했다는 것, 새벽 즈음에 이시영의 처가 천둥 치듯 “복희
년 나오라고 그래!” 소리치며 들이닥쳤다는 것, 바로 그때
“나와 송 사이에서 묵묵히 고개를 떨구고 있던 사인이가 갑
자기 일어나 문밖으로 내빼는데 흰 고무신 신은 발이 비호처
럼 빨랐다. 그리고 빗속을 번개처럼 가르며 사라졌다. 복희
씨가 졸린 눈을 뜨기도 전에, 송과 나의 처가 시퍼렇게 걱어
붙인 팔을 풀기도 전에 일어난 아주 순식간의 일이었다”(‘김
사인의 흰 고무신’)는 것.
김사인 시인은 사람 좋은 충청도 양반이다. 떠듬떠듬 어
눌하게, 천천히 길게, 그러나 뜨겁게 시를 쓰는 시인이다. 첫
시집을 내고 19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냈으며, 시 한 편을 길
게는 30년을 쓰고 썼다니 ‘곡진 하다는 말, ’지극‘ 하다는 말
은 그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그런 그가 1980년대의 혁혁
한 문화운동가이자 날카로운 논객이었고, ’노동해방문학‘ 사
건에 관여해 수배되기도 했다는 건 다 아는 전력(!)이다,“시
는 크고 요란한 것이 아니라 작고 나지막한 섬김”이라고 말
하는 그는 스스로를 낯춤으로써 시와 세상과 사물들을 높이는
드문 미덕을 가진 시인임에 틀림없다.
봄은 남쪽 끝 바다로부터 온다. 구장집 마누라 방뎅이 같
이 방방한 저 들판에, 구장집 마누라 젖통같이 봉긋한 저 능
선에, 구장집 마누라 코골이같이 달디단 봄바람으로 온다. 바
다 내음 향긋한 천지가 무릇 봄바다다. 물 맑은 봄바다에 두
둥실 떠가는 저 배를 타고 미끈덩 풋것들로 환행하고 싶다.
어쨌든 봄이고 하여튼 봄밤이고 바야흐로 봄바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