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저녁입니다. 청주MBC로부터 필기시험 응시자격을 두고 퇴짜를 맞은 후입니다. 씁쓸하게 4월 24일 토익시험을 추가접수로 다시 신청하면서 '내가 왜 이 모든 손해를 감수해야하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청주MBC 필기시험 때문에 토익 취소하면서 돌려받지 못한 부도수수료하며, 추가접수 수수료에 등기우편비용, 그깟 문서 출력이야 껌값이라고 쳐도 요샌 껌도 비싸잖아요? 개별 비용은 얼마 안 되는데도, 물질적 손해만 곰곰이 따져보니 도합 3만 원이 조금 넘는 액수더군요... 3만 원...
직장이든 아르바이트든 돈 벌어보신 분이라면 '그깟 3만 원'에도 인간적 자존감 따위는 구겨버려야 할 때가 더러 있음을 겪어보셨을 겝니다. 모진 수난에도 웃어야 하고요. 도저히 길바닥에 버리듯 그 돈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똥 밟았다고 생각하듯이요...
처음엔 돌려받을 기대도 없었습니다. 청주MBC 사장 앞으로 내용증명이라도 보낼까 했습니다. '법대로 하라'던 주문에 맞춰 명백하게 증명할 수 있는 손해 항목만 일일이 열거해 청주MBC가 저지른 잘못을 응시생 입장에서 알리고자 했습니다. 그저 상징적인 의미만으로요. 그런데 점심 나절 어설프게 만들어 보낸 팩스 한 통에 전화벨이 울리더군요. 그 정도면 본인 선에서 해결해 줄테니 만족할거냐는 물음과 함께요. 기가 막힙디다. 알았다고 대답하며 계좌번호를 알려줬습니다. 잠시 후에 또 전화벨이 울리더군요. '이제 됐지, 이제 됐지'란 반복적 물음 뒤로는 영수증을 보내달랍니다. 방금 저는 영수증을 작성해서 보내주려 노트북 전원을 켰지만, 아랑-카페에 먼저 들러 이런 글 하나 남깁니다.
특정인을 향한 마녀사냥이 이 글의 목적이 아닙니다. 여론이 그렇게 흘러가길 바라지도 않습니다. 왜 유독 언론사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러 깊은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일까요. 혼자 내린 결론은 '기자든 피디든 언론사를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하나의 직업을 갖기보다 생의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 때문에 사소한 단서에도 일희일비하나보다'로 흘렀습니다. 이번 사건(?)을 저는 소소한 금전적 손해라도 보상받는 선에서 마무리하지만, 상처 하나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의 값어치 또한 건지고 갑니다. 언젠가는 저도 파란만장했던 나의 언론사 입사기를 후배, 동료들에게 전하며 파이팅을 불어넣어 줄 날을 꿈꿔왔습니다만, 이제 그 날은 영영오지 않을 듯 싶습니다.
끝으로 한겨레 창간호에 실린 독자광고란이자 오늘까지 저를 이끌어온 한 마디를 소개하고 싶네요. '어둠을 밝히고 녹슬지 않는 펜이 되어라.' 이제 7년간 몸담았던 이곳을 떠나려 합니다. 이만한 공력이면 뒤안길에서 푸념 한 마디 내뱉고 가도 되겠다 싶어서요. 앞으로는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며 건강한 언론을 응원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건승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첫댓글 이제 됐지, 이제 됐지...이젠 돈으로 사과 따위도 살 수 있는 세상인가 싶네요. 씁쓸합니다.
이번 채용과 직접적 관계자가 아니였던 터라 올라오는 글들을 눈팅만했는데, 순간 언젠가 나의 문제가 될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참 안타깝고, 참 쓸쓸하고, 참 가슴아프네요.
조직의 문제를 개인이 나서서 수습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고 애처로워 보입니다. 이럴 수록 청주MBC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정당한 결과를 위해 정당하지 못한 과정이 있다면 그 결과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첫 단추부터 어그러진 이번 일을 지금처럼 "이미 엎지러진 물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여 처리한다면 두고두고 나쁜 선례로 남을 겁니다.
저는 청주MBC 관계자 여러분 개인이 나서서 해명을 하시는 것보다 공식적인 사과와 공채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청주MBC의 명예와 이번 공채에 선발되신 분들의 명예 모두가 상처입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