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화상으로 만나다
고등학교는 교육부에서 예고한 지침대로 수능 일 주 전 모두 원격수업에 들어간 십일월 넷째 목요일이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도 수능일 고사장이기에 전날 오후 학생들이 있을 때 시험실 정리를 해두었다. 교실 안팎이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는데도 청소 시간에 많은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담임들은 수능 시험실 정리이다 보니 평소보다 더 관심을 갖고 곁에서 지도를 하는 듯했다.
청소시간 내가 지도하는 쓰레기 분리 배출 장소에서는 대형 종량제 봉투에 채운 일반쓰레기가 산을 이루다시피 했다. 캔과 플라스틱을 분리수거한 대형 봉투도 몇 묶음 되었다. 환경소년단의 도움이 커 고마웠다. 말끔하게 해 놓고 학생들은 하교하고 나도 정한 시간 퇴근했다. 우리 부서 부장과 기획은 교감과 교무부장과 함께 시험실로 쓰이는 각 교실을 점검하느라 퇴근이 늦어졌다.
고사장 시험실이 정리된 이튿날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을 교정으로 들었다. 배움터지킴이는 학생들이 오지 않음을 알고도 일찍 출근 가스난로를 켜고 교문을 지켰다. 도서관 리 모델링 공사로 외부인 드나드니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나는 교정에 보이는 쓰레기를 주워 치웠다. 그 쓰레기는 어제 급식 시간 수험생을 격려한 초콜릿을 벗긴 포장지였다. 뒤뜰을 둘러 교무실로 올랐다.
노트북을 켜 메일을 열람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살핀 뉴스에서 코로나 감염 확산이 심상치 않음이 우려되었다. 경남에서는 근래 하동과 창원에서 확진자가 속출해 지난 주말 창원으로 복귀하지 않았는데 어쩌면 이번 주말도 거제에 머물러야 할 형편이지 싶다. 진주에서는 제주도 연수를 다녀온 이장들이 집단 감염이 되어 곤혹을 겪어 거리두기가 상향되는 듯하다.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도 줌으로 연결되는 원격수업은 이루어진다. 수능일이 가까워지는 때라 교과 내용은 더 나갈 진도가 없어 정기고사와 전국연합 모의고사 이후에는 자습시간을 갖다시피 했다. 수능 직전 일주일은 가정에 있는 학생들과 화상으로 만나야 했다. 내가 수업에 들어가는 주당 논술 10시간은 수능 교과가 아니라도 고전읽기 6시간은 수능 1교시 국어와 연관이 된다.
수능까지 논술과 고전읽기를 학급 당 두세 시간씩 들어가야 한다. 원격수업에서 우두커니 자습으로 때울 수 없는지라 뭘 전할까 지도계획을 세웠다. 수능 시험에 임하는 당부와 몇 가지 도움말을 메모했다. 그리고 지난봄에 시도했던 줌으로 연결시킨 화상 회의실로 들어가 봤다. 한동안 화상수업을 하지 않았는지라 나는 사용 기능이툴러 같은 실 동료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
1교시 시작종이 울리기 전 수업이 든 5층 어는 학급으로 들었다. 그 교실은 수능일 수험생 수가 적어선지, 코로나 의심 증상 수험생 시험실로 쓰는지 책걸상이 고작 네 개 비치해 두었다. 전면 벽면에서 렌 선을 끌고 와 교탁에 둔 노트북과 연결하니 불통이었다. 렌 선 장애가 있어 연결되지 않아 담당자에 얘기해 놓고 내가 머무는 문화보건부실 앞 소강의실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오전에 든 두 시간 수업을 하고 나오니 점심시간이다.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도 급식소는 운영이 되어 다행이다. 백 명 가까운 교직원들이 교내 급식소 운영이 되지 않으면 어려움이 많다. 학교 근처는 상가가 주택이 없어 식당도 없어 얼마간 떨어진 면 소재지 식당을 찾아가거나 고현 시내로 진출해 점심을 해결하고 돌아와야 한다. 학생들과 다른 차림의 식단이라 마음에 들었다.
오후에 수업을 한 시간 더 해야 한다. 학생들이 나오지 않으니 청소시간 밖으로 나가보지 않아도 되었다. 정한 퇴근 시각이면 곧장 와실로 가련다. 세탁소에 맡길 바지와 티를 챙겨 연초삼거리 세탁소에 맡겨야겠다. 전에는 돼지국밥집에서 저녁을 때우기도 했으나 들리지 않으련다. 코로나 감염이 우려되어서다. 다음 주 창원으로 가지 못할 수도 있어 마트에서 시장을 봐 놓아야겠다. 20,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