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도 예외가 아닙니다.
남편은 간이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벅벅 우기지만 남편이 아프고 난 다음날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이 열에 달떠 밤새 끙끙 앓아 누웠고,
저도 머리가 지끈지끈한 것이
딱 일하기 싫을 정도로 몸이 노곤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1시간 넘게 기다렸다가 진료를 받았습니다.
의사선생님 말씀을 듣다보니
왠지 찜찜한 구석이 생겼습니다.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신종이 본인도 모르게 괴물이 됐다는 느낌!
막연한 공포심이 그 녀석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나서야
없어지더란 말입니다.
병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간이 컨테이너에 아무렇게나 담겨진 구겨진 얼굴들과
무성의하게 기계적으로 환자들을 진료하는 손과 입
털어 놓으면 한 주먹은 될 듯한 색색의 알약들이었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윗목의 찬밥 신세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며
진료를 받고 아이는 학교를 안 갔고 저도 하루를 꼬박 쉬었습니다.
그야말로 뒹굴이를 근래 들어 처음으로 해 보았네요.
좋습니다.
늘어지게 낮잠도 자 보았습니다.
아이도 약 한 주먹을 털어 먹더니만 씻은 듯이 나았는지
쌩쌩합니다.
어제 저녁은 머리가 아파서 안방에 누워있었더니
오누이가 거실에서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연신 깔깔거립니다.
마치 고향집 마당가 미류나무에서 까치들이 깍깍대는 것 같았습니다.
이틀째 거실에서 이불깔고 고치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 녀석이 은근히 걱정되기도 했지만
제 어릴 적 자매들이 널따란 이불 속에서 어머니 아버지에게 시끄럽다고 퉁박을 맞으면서도
소곤거리면서 밤을 밝히던 기억이 나 그냥 두 녀석 깔깔거리는 소리에 몸을 실어봤습니다.
아들 녀석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좀체 보기 드문 광경이었습니다.
두 놈은 밤 12시가 넘도록 소곤거리고 깔깔거리고 어리광 부리다가
딸아이가 우리 사이에 가만가만 도둑 고양이처럼 기어들어와 몰래 엄마 팔 가만히 끌어다 베고
잠들면서 끝이났습니다.
신종이란 녀석이 오랫만에 우리 아들에게는 금쪽같은 휴식을 주고 있습니다.
아이는 신종 핑계 삼아 몸을 잘 놀리고 있습니다.
보기 좋습니다.
첫댓글 죽음도 부르는 병으로 이렇게 휴가인듯 느끼는 배짱이 보기 좋습니다. 닥치지 않은 것은 항상 공포스럽듯이 작은 녀석 수능이 얼마 안남아서 그때까지만 그때까지만 하며 기도가 간절합니다.
저도 손 포개어 가슴에 얹고 아루나님 작은 아들 끝까지 아름답게 마무리 잘 하도록 힘 보태어 드립니다. 그리고 신종이란 녀석 깔봐도 될 것 같아요. 우리 '같쟎은 자슥이 온 세상을 들썩이게 만든다'고 깔봅시다. 그래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병원 가서 진료하는 관계자들 보면서 느끼고 몸으로 깨달았어요. 우리 그랍시다 마----.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깔봐도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고위험군이라 무척 조심조심해서 강박증 걸린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