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눈물
송 윤 호 (宋允 鎬)
온기 담은 바람이 풋콩 같은 풀 냄새 실어 동구 밖 실개천을 건너고 개울가
언덕배기 따사로운 햇살에 돋아난 어린 싹 살찌우며 색 짙은 옷으로 갈아
입을 때쯤이면 나는 고향의 아지랑이 이는 언덕에 매달린 눈망울이 생각난다.
눈물이 가득 고여 있는 채로
내 고향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50여 가구가 좁은 골짜기에 옹기종기 초가
지붕 맞대고 해가 서산에 걸리고 산 그림자 동네를 덮을 때면 보리쌀 삶는
저녁연기가 어우러지는 한가로운 곳 이였다.
아버지가 독신이신 나는 사촌이 없고 오촌 당숙 두 분이 우리와 이웃하며
살고 큰 당숙 슬하에는 자식이 없고 작은 당숙은 사남매를 두셨다.
모두 나보다 나이어린 동생들이고 그중 큰 동생 영호가 세살 아래로 매일
붙어살았고 어디를 가든 얻어맞으면서도 졸졸 따라다니던 착하기만 한
아이였다.
행복은 준비되지만 불행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온다고 하였던가?
꿈에도 생각지 못한 불행은 착한 영호를 비껴가지 못하고 초등학교 6학년 여
름에 닥쳐왔다.
작은 당숙께서 벼에 농약을 치시다 농약중독으로 쓰러지신 후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회생치 못하시고 연세 많으신 어머니 앞서 어린자식 4남매를
남겨두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 어떤 슬픔보다도 큰 슬픔 이였지만
먹고살아야 한다는 각박한 현실은 그 큰 슬픔도 오래 붙들고 있을 수 없는
다급한 시절 이였다.
공부 잘하고 착하기만 하던 영호는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그 어린나이에
책가방 대신 무겁고 큰 지게와 함께 할머니를 비롯한 여섯 식구의 생계를 책
임져야할 가장이란 짐도 짊어져야만 했다.
또래들은 중학교에 진학한다고 좋아들 하는데 한가하게 이것저것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해 농사를 동네 어른들의 도움으로 마무리한 그 이듬해 봄
온기담은 바람에 연한 풀냄새가 실리고 언덕에 돋아난 어린 싹 따사로운
햇살에 살찌우고 있을 때 나는 보았다.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언덕에 거름을 내던 지게를 내려놓고 그 아래 쪼그리고
앉아 교복을 입고 조잘대며 집으로 돌아가는 또래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영호의 두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을
지금은 내 고향이 수몰 되여 그때 그 언덕은 물속에 잠기고 내 마음속 에만
그렇게 지우지 못하고 아픔의 잔영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2005/22집
첫댓글 온기담은 바람에 연한 풀냄새가 실리고 언덕에 돋아난 어린 싹 따사로운
햇살에 살찌우고 있을 때 나는 보았다.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언덕에 거름을 내던 지게를 내려놓고 그 아래 쪼그리고
앉아 교복을 입고 조잘대며 집으로 돌아가는 또래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영호의 두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을
온기담은 바람에 연한 풀냄새가 실리고 언덕에 돋아난 어린 싹 따사로운
햇살에 살찌우고 있을 때 나는 보았다.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언덕에 거름을 내던 지게를 내려놓고 그 아래 쪼그리고 앉아 교복을 입고 조잘대며 집으로 돌아가는 또래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영호의 두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