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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란(朴笑蘭) 시인〉
* 詩 감상 :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마산에서 성장했습니다.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습니다. 2009년 <문학수첩>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시집으로 <심장에 가까운 말>(창비, 2015), <검은 시의 목록>(걷는사람, 2017), <검은 돌 숨비 소리>(걷는 사람, 2018), <한 사람의 닫힌 문>(창비, 2019), <있다>(현대문학, 2021) 등이 있으며, 2015년 제33회 신동엽문학상, 2016년 내일의 한국작가상, 2020년 노작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오늘 감상하는 시는 ‘평범하지만 개성적인 화법으로 사회적인 약자와 시대의 아픔을 끌어안는 시를 쓴다’는 평을 받아 오고 있는 박소란 시인의 시입니다. 그녀의 표현들은 그저 평범한 문장이고 또 일상의 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그런 말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상의 표현들을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자칫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평범한 시어들은 그 속에 역설 내지는 반전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 궁금합니다 / 이 싱거운 궁금증이 오래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나는 고작 이런 게 궁금합니다’
반복해서 시인이 이렇게 노래하면서 그게 ‘고작’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짜, 시인이 물어 보고 있는 이런 평범한 궁금증이 ‘고작’이라고, 또 '싱거운' 것이라고 치부해버려도 되는 것일까.
언젠가부터 텔레비전 뿐 아니라 유투브 동영상을 열면, 온통 ‘먹방’ 프로그램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시인이 표현한 것처럼 ‘허기란’ 어쩌면 ‘촌스러운 일’이 된 시대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배고프니까 국수 한 그릇 먹자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나 가능했던 일이라고 무시하는 자신만만한 세상이 무섭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풍족해진 시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그저 먹어 치워버리는 행위들이 우리의 지칠 줄 모르는 욕망을 대변하는 모습은 아닐까. 시인은 심야식당 한 켠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 그 구부정한 등을 등지고’ ‘형광등 거무추레한 불빛 아래 / 불어 선득해진 면발을 묵묵히 건져 올리며 / 혼자 밥 먹는’ 사람에게 주목합니다. '천박한 풍부' 속에서 그 풍족을 누릴 수 없는 ‘혼자 밥 먹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시인은 세심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따스한 마음으로 다가서서 묻고 싶어 합니다. 이 풍요로운 세상 가운데서 진짜 행복한 밥을 먹고 있는지 말입니다. 정말 국수 한 그릇 먹기 위해서, 부대끼면서 줄을 섰던 그런 다정다감한 시간을 떠올리며, 지금도 잘 살고 있느냐고 궁금해서 진심으로 묻고 싶다는 말입니다.
같은 시집에 실린 박소란 시인의 또 다른 시 하나를 감상해 보겠습니다. 마치 이 두 시는 쌍둥이처럼, 사용된 단어와 표현들이 닮아있고 또 전개 방식도 같습니다.
〈석전碩田,제임스〉 2023.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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