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Says 참으로 막막한 요구가 아닐 수 없었다. “이제 쌍꺼풀한 건 티도 안 나고, 요가 좀 하더니 몸매도 괜찮고. 근데 넌 왜 안 되는지 아니?” 그래, 화려한 솔로라고 떠들어댄 지 벌써 2년 2개월째. 군대 간 남자 기다린 셈치고 기다린다 해도 이제 제대할 때가 되었다. 그동안 사돈에 팔촌까지 나선 소개팅만 12번,
결혼정보회사에 가입비 15만원까지 지불하고 3번째 남자까지 만났으니 나도 볼짱 다 본 27세 동메달이란 말인가. 그래도 곧 추워질 텐데 안 되겠다 싶어 마담뚜 기질이 다분한 대학 동창 K에게 어렵게 부탁했다. “내일은 가면무도회야. 한마디로 얼굴은 안 보인다 이거야. 몸매 하고 룩, 이게 포인트라는 거지. 아무리 옷으로 먹고사는 디자이너라지만 내일은 5년 아니, 한 10년만 후퇴해라.” 중국군이 침입한 것도 아니고 후퇴라니. 어디까지? 그래 대구까지면 되겠니?라는 나의 동문서답에, “너 남자의 맘을 그렇게도 모르니?” 하면서 시작한 K의 속사포 같은 달변.
그녀의 말인즉슨, 남자들은 여자의 가슴 사이즈만큼이나 스타일을 매우 중요시여긴다고 한다. 우선, 남자들은 핑크 컬러에 열광하는데, 기본적인 로맨틱 핑크는 최소 입술이라도 찍고 가야 성공한다. 그리고 보티첼리의 칼 정장은 남자들의 시선이 꽂히는 제1호 아이템이지만 화이트 칼 정장은 피하는 게 좋다고 한다. 마치 지우개 같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또한 리본이 달린 카디건, 주름 스커트, 미니 파우치 백, 반짝이가 뿌려진 살구색 스타킹에 그들은 광분한다고 한다. 끝으로, K양의 충고 한마디. 힙 위에 올려놓은 나비 타투는 술 마시기 전까진 절대 노출해선 안 된다는 것. 남자들은 알코올이 들어가는 전후의 여자를 보는 시선이 다른데, 특히 타투 같은 경우 알코올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해서는 안 될 날라리 문화지만, 알코올 후에 비치는 내 나비는 유혹의 큰 무기가 된다는. 어쨌든 자존심을 버리고 10년 후퇴하기로 결심했다. 전장에 나가는 남자의 마음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그만한 각오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유난히 발볼이 넓어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둥근 코의 스트랩 슈즈에 발끝이 저려오긴 했지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건네준 가면을 쓰고 강렬한 조명 속으로 흐느적 기어 들어갔다.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실크 스커트를 조금씩 팔랑거리며, 유난히 빛나는 진주 목걸이를 살짝 밖으로 꺼냈다. 오늘은 성공할 것인가. 두렵게도, 저 멀리 괜찮은 스파이더맨 가면 하나가 다가오고 있다.
He Says 참으로 막막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저 풍만한 가슴 모두 A급인데, 악어 몇 마리 잡아먹었을 법한 가방과 호랑이인지 표범인지 모를 저 호피 무늬 코트는 웬 말인가. 게다가 내 모가지도 걸릴 것 같은 그물 스타킹. 역시 부담스러운 존재다. 또렷하고 당당해 보이는 성격에 자신을 잘나가는 중견그룹의 디자이너라고 소개한 Y를 만났다. 장소를 인사동 한적한 커피숍으로 선택한 내 취향이 너무 고리타분했는지. 그녀의 옷차림에 자꾸 시선이 갔다. 평소 상냥하고 다소곳한 이미지의 직장 동료 K가 소개해준다기에 철썩같이 믿었건만. “음, 자리가 없어서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겠네요.” 힘겹게 부츠 지퍼를 내리던 Y. 부츠코는 할머니 바늘보다 뾰족했다. 이상하다. 분명 예쁜 여자인데 왜 옷을 저렇게 입고 다니는 건지. 그러고 보니 보수적인 성격 탓인 듯도 했다. 제대까지 기다려주며 가장 오랜 시간 사귄 P는 사회에 나가 보니 조리 마니아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발가락이 꿈틀대는 것이 너무 보기 싫어 몇 번이고 소리 지르며 은근슬쩍 밟은 적도 있었다. 성격 차이가 헤어진 이유지만 돌아서는 그녀의 발에 걸린 조리도 한몫 거든 것은 아무도 모르는 진실. 일본 음악 동호회에서 만난 J는 내게 너무 잘했지만 알 수 없는 화려한 프린트가 수놓인 발목까지 오는 통치마에 컬러풀한 두건, 상의를 몇 개씩 겹쳐 입고 돌멩이 같은 옥 목걸이를 매일 착용한다는 이유로 만남을 지속할 수 없었다. 그래, 난 내 식대로 옷입는 여자랑 사귀어야 한다! 결론을 내리고 남자들만 회비를 내야 한다는 가면 미팅에 참가했다. 까짓것 5만원쯤, 얼굴은 보지 말고 내 스타일의 여자를 만나자. 조명이 강하고 음악이 시끄러워 정신없었지만 입구 쪽에 정말 다소곳해 보이는 여인네가 한 명 눈에 들어왔다. 잭콕을 몇 잔 했더니 괜한 용기가 생긴 걸까. 입구에서 나눠준 스파이더맨 마스크가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그녀에게 이미 말을 건넨 뒤였다.
늑대들의 리얼 속마음 “멜빵 바지나 멜빵 스커트 입은 여자. 여성미가 전혀 안 느껴지고 그냥 애 같은 느낌이랄까.” (L·25세·가구 디자이너) “1백 일째 되는 날 사준 진주 목걸이 하고 귀고리를 하늘거리는 실크 원피스에 하니까 김정은보다 예뻤어요. 그렇지만 흑진주는 제가 보수적이라 그런지 싫더군요.” (P·30세·카페운명) “여자친구는 화장을 안 해도 피부가 참 좋아요. 립글로스만 발라도 굿. 남들은 화장했을 거라고 하지만 사실 샤워하고 나왔을 때도 봤거든요.” (K·29세·요리사) “꽃을 달고 다니는 여자들 있잖아요. 가슴에 꽂는 것도 싫은데 심지어 머리에 꽂은 여자도 봤어요.” (K·25세·모델) “전 매니시한 스타일의 여자가 좋아요. 예전에 김지호를 많이 좋아했죠. 친구들은 대부분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좋아하던데, 너무 앞서가나.” (K·31세·스타일리스트) “속옷 보이는 여자를 싫어해요. 투명한 끈도 싫어요. 가릴 건 가리는 게 미덕 아닐까요.” (K·27세·포토그래퍼) “여자는 무조건 바지보다는 치마죠. 그 살색 스타킹, 그게 최고죠.” (O·27세·광고대행사 근무) “폴로 셔츠에 짧은 주름 치마. 전 애인하고 매일 테니스를 같이 치거든요. 정말 발랄해 보이고 예쁘던데요.” (Y·27세·대학생) “타이트한 나팔바지만 안 입으면 좋겠어요. 거기에 뾰족 구두, 발이 너무 아플 것 같고 보기에 부담되더군요.” (J·21세·이종격투기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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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거보면 남자들 참 어려..
ㅎㅎ리플 너무 재밌다..ㅎ 님들 너무 웃겨요.ㅎㅎ
웃기는 것들 ,, 남자들 니 네나 잘해라 ,짜증남
리플 개웃김 ㅋㅋㅋ 니들은 제발! 조인성좀 따라하지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붕신들....즈그들이나잘입지...떽~~
정재민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