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같은 관세보복은 한국에 도움 안돼" 커틀러 전 USTR 부대표의 조언 / 4/11(금) / 중앙일보 일본어판
관세 협상에서 한국과 같은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에게는 유리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미국 측 주역이었던 웬디 커틀러 전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9일(현지 시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부과된 상호 관세율 25%는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라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중국을 제외한 70개국에 대해 '상호관세 90일 유예' 조치를 발표함에 따라 25%의 상호관세가 부과된 한국에 기본관세 10%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미 통상당국과 본격적인 관세 협의에 들어간다. 커틀러 씨는 한국이 FTA 체결국이자 대미 제조업 투자를 대폭 확대해 온 점에 비춰 25%의 상호 관세는 상당히 무거운 조치라며 협상에서 충분히 인하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커틀러 씨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대해 승자가 없고 결과적으로 누구나 패자가 되는 루즈-루즈 게임(Lose-Lose Game)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의 대응 전략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에 맞서 관세를 더 올릴 준비를 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만큼 중국과 같은 보복 대응은 정답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통상교섭본부장(정인교)과 미국의 USTR 대표(제미슨 구리아)가 가능한 한 자주 만나 신뢰를 쌓은 뒤 양국 무역관계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해소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길을 함께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커틀러는 "관세전쟁 시대에 상호 존중은 사치가 될 수 있다"며 "누구보다 빠르게 대처하는 민첩성, 그리고 상황에 창의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전쟁의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6~2007년 한미 FTA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한국과의 협상을 총괄했던 커틀러 씨는 현재 싱크탱크인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유예를 전격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무역적자가 무역대상국과의 불공정한 무역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관세를 인상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무역적자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이해하지만 상황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은 관세가 아니다. 파트너와 마주하고 협의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 '트럼프발 관세전쟁'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유럽연합(EU)과 중국이 보복을 선언했다.이미 우리는 중국의 보복에 미국의 재보복이 계속되고 무역전쟁이 전면화되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세계 경제 침체, 물가 상승,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누구나 손해를 보고 상처만 남는 '루즈루즈 게임'이 된다.
―― 고강도 압력 후 철회하는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 때문에 시장의 혼란이 크다.
2일의 상호 관세율 설정의 산식을 보고 놀랐다. 단순히 특정 대상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를 수입 규모로 나눈 비율에 근거한 상호 관세율은 정확한 수단이 아니다. 이틀 전 상호관세 일시정지설이 나왔을 때 백악관은 '가짜뉴스'라고 부인했지만 결국 90일 유예 결정이 나오는 등 예측 불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미 인기가 없는 관세정책의 신뢰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 협상 국면이 본격화될 텐데 한국 정부에 대한 조언이 있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즐기고, 현실적으로 협상이 최선의 해결책일지도 모른다. 중국이나 EU처럼 보복을 선택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에 재보복으로 대응하며 여기에는 비례성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누군가 때리면 더 강하게 맞선다는 '트럼프 룰'이 작용한다. 이것이 엉터리가 아님은 1기 벼랑 끝 미중 무역전쟁에서도 알 수 있다.
―― 협상이 성공하면 관세의 상당 부분이 인하될 것인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미국과 한국은 FTA에 따라 양국 간 거의 모든 교역이 무관세다. 그럼에도 25%의 상호 관세율이 부과됐을 때는 개인적으로 놀랐다. 거꾸로 보면 향후 협상에 따라 관세 조정의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도 된다. USTR 대표와 한국 통상교섭본부장의 협상 테이블에서 양국 무역의 주요 우려를 해소하고 조선 등 협력이 가능한 분야에서 공감대를 넓히면 충분히 관세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 웬디 커틀러=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관계학사, 조지타운대에서 외교학 석사를 받았다. 1988년부터 28년간 미국 무역대표부에서 통상 문제를 다룬 미국 내 통상 분야의 베테랑이다. 2006~2007년 한미 FTA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김종훈 당시 한국 측 수석대표와 협상해 합의안을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