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아형’에 김 호철과 그의 친구들이 나오는 바람에 ‘슬기로운 ’감방 생활’을
건졌어요. 감방생활이 이처럼 리얼하게 나온 드라마는 처음이니 가히 역대
급이라고 할 만 합니다. 리뷰를 쓸까말까 고민하다가 뭐 자랑할 게 있다고
쓰냐고 묻는다면 과거의 일인데 또 못쓸 건 뭐있냐고 오기를 부려봅니다.
-
‘비열한 거리’에서처럼 감독이 제게 와서 시나리오 자문을 받았더라면
‘응답하라‘ 시리즈에 버금가는 명작이 되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제가 아직 5편밖에 보진 않았지만 ‘7번방의 선물‘ 기타 여느 느와르보다
현장감은 살아있었습니다. 일반인이 교도소를 소재로 드라마를 만든
-
의도가 있을 것입니다. ‘슬기로운 감방생활’은 교도소라는 미지의 공간,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블랙 코미디 에피소드 입니다.
“만약 당신이 어느 날 갑자기 교도소에 갇힌 범죄자가 되었다면?
3평 남짓한 공간에서 10명이 넘는 사람들과 살을 부대끼며 살아야하는
-
교도소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봐야 하고, 서로를
부르는 이름이 없으며, 나이와 직위, 그리고 자유가 없습니다. 이름 대신
수용번호를 부르고, 사회에서 어떤 위치였든 모두 푸른색 죄수복을 입어요.
반대로 그들이 볼일을 보고, 잠자고, 밥 먹는 것을 24시간 지켜봐야하는
-
교도관들에게도 자유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 범죄자를 가두는 줄만
알았던 차가운 창살과 높은 담장 안에 당신이 갇혔습니다.
자, 당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
여기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슈퍼스타 야구선수 김 제혁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재판받으러 가는 날은 온통 복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주인공은 집행유예를 확실시하는 인터넷 기사를 봐요. 바로 받지 않으면
-
상해버리는 전복도 경비실에 맡겨 놓습니다. 창문 열어져 있는 것도
닫을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가버려요. 복선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미국 출국 일정과 비행기 티켓, 심지어 핸드폰 배터리 15퍼 남았는데도
충전 안 해도 충분하다 말합니다. 자신이 안정적인 일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
것을 확신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시청자는 반대로 "아 쟤 징역 가겠구나!'
라고 예상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일상 세계를 벗어나 다른 세계로 넘어
가면서 모험을 시작하는데 이때 두 세계를 나누는 경계선을 넘게 됩니다.
-
비행기나 배 같은 이동 수단을 타고 강을 건너거나 대륙을 이동할 수도
있고 물에 빠지거나 사고를 당하는 죽음의 형태일 수도 있습니다.
‘슬기로운 감방생활’에서 경계선은 터널입니다. 따져보면 구치소 입구가
-
경계선이라 할 수 있지만 터널 앞에서 변호사와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나
터널을 지나면서 선고 집행 대사가 나오는 걸 고려했을 때 터널이 더
상징적 의미를 지닌 것 같지 않나요? 이동 수단은 처음엔 자동차, 그리고
구치소로 향할 땐 버스. 특히 수감자를 태운 버스 안에서나 구치소 리셉션
-
에서는 시청자들과 주인공을 위한 캐릭터가 나오는데 그게 바로 법자입니다.
햄릿에 나오는 호레이쇼가 극 초반과 후반에 배경을 설명해 주는 느낌?
교도소에 들락날락했던 인물을 통해 낯설거나 모를 수도 있는 정보를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주인공에게 설명하지만 제혁이가 리액션이 없어서
-
시청자들에게 말해주는 것 같은 느낌)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운 연출로
보이는 걸 피하기 위해 옆의 약장이 한양이가 '설명충'이라고 덧붙이는
모습이 깨알 웃음 포인트입니다. 재혁의 1심 공판이 있는 날 라디오 신청
곡으로 사라 브라이트만의 ‘Time to Say Goodbye'가 연속으로 나옵니다.
멜로디가 전체적으로 슬픈 것 같습니다.
-
(Sarah Brightman - Time To Say Goodbye)
When I am alone I dream of horizon,
And all the words are missing,
Yes, I know that in a room
where there's no sun there,
all the light is missing,
For I don't see you with me, with me.
Open up the windows,
Bring the sun to my room
Thru the door opened,
You've poured into me the light you saw
That you met in the darkness.
Time to say goodbye.
The places I never saw,
nor ever experienced with you
From now on I shall live there,
With you I will go,
On ships over the seas, That I now know
No, they don't exist anymore
It's time to say goodbye
When you were away, I dream of horizon
And all the words are missing
Then I know that you were here with me, with me
you are my moon, and you here with me,
my sun, my sun you are here with me,
with me, with me, with me.
Time to say goodbye.
The places I never saw,
nor ever experienced with you
From now on I shall live there,
With you I will go,
On ships over the seas, That I now know
No, they don't exist anymore
with you I shall experience,
With you I will go
me with you
-
혼자일 때 난 꿈꿔요, 수평선을.
할 말을 잃네요.
예, 방안에는 햇빛도 없고,
불빛이라곤 없네요.
그대가 날 함께 않으니.
창을 열어요, 해를 내방에다!
열린 문으로 그대 내 맘에 빛을 부어,
어둠에서 찾은 빛.
함께 가려오, 그곳에
보았거나 함께한 적 없는 곳에
이제부터 살려오. 함께 가려오.
바다너머 배위, 이제 아니,
그긴 더 이상 없어요.
안녕해야할 때죠.
그대 없음 난 꿈꿔요, 수평선을.
할 말을 잃네요.
그대 나랑 함께한 걸 알아요.
그댄 달빛, 예 나랑 함께.
그댄 햇빛, 예 그댄 나랑 함께, 나랑 함께.
함께 가려오, 그곳에
보았거나 함께한 적 없는 곳에
이제부터 살려오. 함께 가려오.
바다너머 배윈, 이제 아니,
그긴 더 이상 없어요.
함께 겪어내려오.
함께 가려오, 그대랑!
-
2.
재판장으로 가는 길 저 터널만 지나면 곧장 법원이 나옵니다. “아무리
길어봤자 터널은 다 끝이 있기 마련“ 인트로는 지루하면 폭 망입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끝에 한 놈이 대갈통이 박살났고 결국 김 제혁이
성폭행 범을 때려 수감자가 됐어요. 정당방위로 집행유예를 예상했으나
그건 네 생각이고 선고는 판사가 하는 것 아닙니까?
-
실재로 이런 경우는 거의 ‘정당방위’로 판결이 나지만 드라마 전개상
‘과잉방어‘로 플롯을 전개해나갑니다. 뭣이 중헌디? ’법정구속‘은 구속 전
‘피의자 심리’를 하기 때문에 대부분 피의자가 예상을 하는데 김 선수는
전혀 모른 것 같아요. 저는 반신반의 했다가 졸지에 ‘법정구속’을 당했어요.
-
이 경장이 저더러 판사한테 말대꾸를 하면 어떻게 하냐고 지랄을 했어요.
뺨을 한 대 때려버리고 싶었는데 손이 묶여 있어서 가증스런 놈의 얼굴을
빤히 쳐다볼 수밖에 다른 액션을 취할 수가 없었어요. 사실 놈이 이미
조서에 저를 구속시키라고 했을 것입니다. 법원에서 호송버스를 탔어요,
-
가긴 어디로 가겠어요. 설마하니 소풍을 갈까요? 구치소 정문을 통과 할
때까지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약간의 겁도 났을 것입니다.
서부 교도소랑 의정부교소소랑 거의 흡사한 것 같아요, 재혁 이는 서부
교도소에 수감되었고 저는 의정부(송산)교도소(2009)에 수감되었어요.
-
제가 군 시절 교도소 근무를 서봤기 때문에 입소절차를 어느 정도 예상
하고 있었지만 똥꼬 검사는 여전히 불쾌했고 심한 모멸감을 주더이다.
소지품 영치-탈의- 착복-샤워 소정의 절차를 마치고 3상7반 수번 1237까지
받았으니 입방입니다. 뺑끼통에 찌그러져 있다가 저녁을 먹었을 것입니다.
3.
2009.10.19.월
신종 플루로 인한 난리법석은 이곳 교도소도 예외가 아닌 것 같습니다.
무척이나 긴 check out을 거치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우리들은 신입
방에 입소하였습니다. 10명의 입소자들이 대부분 초짜들이라 낮선 곳에
적응하느라고 긴장하는 표정이 역역합니다. 8下1동은 임시로 들렸다
-
가는 곳이고 1237은 제 수번입니다. 123은 m b c라면서 수번 좋다고
방 사람들이 한마디씩 하는데 저는 뭔 소린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들 씻고 왔기 때문에 바로 모포만 깔고 벌러덩 나자빠져 버렸습니다.
기상나팔 소리를 시작으로 저녁 점호를 취하는 것 까지 육군 훈련소랑
별반 차이가 없는데 뭔 놈의 낯 섬인지......,
5.
감방들어 가는 날 진짜 눈이 펑펑 쏟아집니다. “이미 끝난 일을 후회하는
것보다는,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라.“ 교도소 DJ나
병영 DJ나 다들 별밤지기 출신들인가? 감성자극 이빠이 입니다.
”저기요. 김 재혁 선수“ ”저 알아요?(재혁)“ 뼁끼통 청소하는 할아버지를
-
비집고 갈매기가 오줌을 갈깁니다. 김 제혁이 똥 씹은 얼굴로 “저기요”
하는 건 인권 유린, 뭐 삼강오륜 이 딴 거 말할 참이었겠지요. “감방에서
애고 어른이고 따로 없다"는 갈매기가 제혁을 패려고 하자, 영감이 제혁
이 멱살을 잡고 화를 냅니다. “누가 너더러 내편 돼달라고 했냐고 C8!
-
영감은 돈이 없어서 몸으로 잡일을 대신하는 '법자'입니다. 법자는 '법무부
소속'이란 뜻입니다. 보통 사기로 들어오는 영감들은 돈이 많은데 예외네요.
교도소에서 간또가 친구라면 50점 이상 먹고 들어갑니다. 준호가 제혁이
친구니까 이제 제혁은 징역 풀렸습니다. 친구를 씹는 교도대들에게 준호는
-
그 친구 성격이 '잣'같다고 했습니다. 작가가 발음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갈매기(김호철, 37세)가 영감에게 초코파이를 주면서
한 번에 한 박스를 다 먹으라고 합니다. 정의의 사나이 제혁이 화가 나서
갈매기에게 선방을 날려버렸어요. 징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상황입니다.
-
빤한 클리셰를 심쿵하게 만든 건 순전히 김호철의 실감 연기 덕입니다.
이노무시키도 껌좀 씹어본 것 같습니다. 내가 이놈을 지켜볼 것입니다.
관구 실에 끌려가서 된 통을 맞았을 상황에서 성동일이 능청스런 표정을
지으며 3.000만원을 요구합니다. 준호가 나타났고 제혁이 이르지 않아요.
-
침묵하는 제혁에게 준호가 모른 체 하면서 그냥 아무도 믿지 말라고 해요.
‘슬기로운 감방생활’에서 수감자는 수감자일 뿐, 죄가 없는 사람은 없어요.
불쌍해 보이는 사람은 착할 것이라는 선입견. 영감이 착할 것이라는
그 오지랖을 버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영감은 무려 전과 20범 살인
-
자에요. 쳐다봤다는 이유로 사람을 스무 번을 찔러 죽였다고 합니다.
제혁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그 전화는 3천만 원 전화가 아닌, 같은
방 수감자인 법자 어머니의 수술비를 대신 내달라는 전화였습니다.
-
제혁이 돈을 다른 놈에게 줬으니 징벌방은 수순입니다. 독방이 좋다며
'얼씨구나 하는 놈도 속없는 놈일 것입니다. 요새는 담배로 걸려도 독방,
싸워도 독방입니다. 군대와 교도소는 여러모로 비슷한 곳입니다. 구타가
없어지면 행정처리가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군 생활 때만하더라도
-
허구한 날 구타를 했기 때문에 어지간한 일은 행정처분을 받지 않았어요.
학교도 제가 고 삐리 때는 100일 이상 결석을 했어도 졸업장을 탔는데
요새는 지각 2번 이번 정학이라고 합디다. 징역도 구타가 없어진지
오래되었어요. 물론 묵인입니다. 역발상이 중요합니다. 저는 3일 지나니까
-
상황파악이 얼추 되더이다. 3일 만에 우리 방 장 재기고 방장 먹었어요.
징벌방 갈 각오로 방을 엎었어요. 몰론 우리 방이 ‘경제 방’이라서 가능했을
것입니다. 만약 재혁 의 방(누범 방)이었다면 상호 데미지가 있었을 것입니다.
관구실과 '소지'방은 차이가 있습니다. 관구실은 교도대가 기거하는 사무실
-
이고 소지는 죄수 가운데 모범생을 선발하여 부려먹는 소사같은 직책입니다.
주로 배식과 간식을 주지만 세평 방보다 넒은 사동을 활보하고 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죄수들에게는 선망의 보직입니다. 우리시절에는 소지를
'여호와증인' 애들이 주로 했어요. 극중 소지는 진짜 소지 경험이 있는 것
-
같아보였어요. 너무 소지같았어요. 의정부3상9방에 있던 방장이 제게
깨지고 소지를 자원해서 갔을 것입니다. 소지에게 칼을 부탁하는 장면은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장면입니다. 칼 정도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출력
나가면 얼마든지 구할 수가 있습니다. 철만 있으면 시멘트에 갈아서
-
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치솔로 사람을 찌르는 것도 크게 데미지가 없어요.
옛날에는 페니스에 다마나 아령을 박는데 777치솔을 사용했을 것입니다.
그밖에도 수건으로 실밥을 일일이 빼서 만드는 마스크가 퀄리티가 있어요.
-
긴 호흡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드라마 특성상 초반에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
들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부분이 드러납니다. 첫인상이 중요한 만큼 여기서
캐릭터의 매력을 강하게 어필해야 합니다. 먼저 주인공부터 파헤쳐 봅시다.
구치소에서 신고식에 속절없이 당하는 장면, 그리고 교수한테 속아서 사과를
-
5만 원에 거래할 뻔 한 사건에다 , 스위치 못 찾는 것까지 처음에는 순진하고
맹한 느낌을 줍니다. 어리바리하고 둔한 성격이구나. 그렇게 생각 했는데
웬걸. 반전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인물, 교도관
준호의 대사를 통해 주인공이 순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은근 치밀하고
-
돌발 행동하는 캐릭터임이 드러납니다. 노인 수감자를 괴롭히는 갈매기한테
잘 때 갑자기 싸움을 건다든가, 뇌물 요구하는 성 동일한테 딸랑 15,000원만
주고 뒤통수를 친다든가 하는 행동을 봐서 주인공은 외유내강에다 약자 약
강자 강 성격입니다. 준호와의 과거 회상 신에서는 주인공 제혁이의 끈기와 열정,
-
그리고 성실함을 알 수 있습니다. 맥주 마시고 정신 못 차릴 줄 알았던 주인공
이 알고 보니 새벽에 칼같이 운동하고 돌아와 잠든 모습, 그리고 사고로 회복
가능성이 적은데도 재활 치료와 운동으로 극복해낸 것이 그 증거입니다.
또한 ‘준호'라는 인물과의 인연도 신기합니다. 일단 배신하지 않는 이상 조력
-
자 역할은 확실합니다. 주인공이 앞에서 긴장을 풀고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준호를 신뢰하고 있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때는
같은 목표로 시작한 라이벌 관계였지만 현재는 수감자와 교도관으로 절묘하게
만나 주인공-조력자 관계를 형성합니다. 주인공 박해일(39세)도 레옹머리가
-
범상치 않고 눈비빛부터 표정연기가 압권입니다. 확실히 연극한 친구들이
뭔가 다르더라고요. 성동일도 이제 프로가 다 됐어요.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한물 간 야구감독도 멋졌는데 교도주임 역도 죽여주네요.
-
처음에는 주인공을 도와주는 선한 인물인 줄 알았으나 눈앞의 이익을 좇는
얍삽하고 노련하며 염세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앞으로 에피소드를 봐야 알겠지
만 아마 적대자일 듯. 여기서 느끼는 건데 1화만 봐선 주인공의 결여와 욕망
-
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외적인 목적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항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구치소를 벗어나는 게 외적 욕망
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러나 내적인 부분은 아직 나오지 않았거나 내가 눈치
채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주인공의 외적 욕망에 있어서는 성동일은
-
적대자 라인에 서있는 거라 볼 수 있어요. 감 빵에서의 생활에 위협을 주고,
징벌방으로 데려가서 결과적으로 항소를 실패하게 만들려는 모습을 봤을
때 영락없는 적대자입니다. 다만 교도소가 아닌 구치소에서 방해하는 적대자
이기 때문에 '문지기' 역할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성공적으로 문지기를
-
타파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입니다.
구치소에서 같이 생활하는 수감자들은 뭔가 클리셰 느낌입니다. 제일 약하고
친절해 보이는 수감자가 알고 보면 살인을 저질렀다거나 무기 징역입니다.
앞에서 나대고 센 척하는 애는 주인공한테 쉽게 당하거나 단순한 성격을
-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에게 권력을 실어주는 부하 위치의 수감자와 주인공
옆에서 안내자와 조력자 역할을 하는 가볍고 유쾌한 조수 느낌의 인물까지
교도소 소재로 한 작품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4.
징역 시퀀스가 정겹운 것은 빵잽이거나 철딱서니가 없는 탓일 것입니다.
'슬감생'은 제가 2009년도에 신세를 졌던 송산 교도소 3상9방과 여러모로
닮은 데가 많습니다. 특히 영감은 우리 방에도 있었어요, 12년이 지났는데
이름도 기억합니다. 김 경수(68)이었는데 경제 사범으로 20억인가 사기를
치고 들어온 노인네입니다.
5.
2009.10.22.목
추위에는 어느 정도 이골이 난 것도 같은데 잠자는 문제는 아직도
컨트롤이 되지 않아서 오늘도 이리저리 뒤척이다 일어났습니다.
천둥이 번개를 동반하여 번쩍거리는 것이 가을비가 오는 모양입니다.
금요일 밤에 비가 오는 것은 괜찮은데 목요일 저녁에 비가 오면 가게
-
손님이 뚝 떨어지기 때문에 걱정이 됩니다. 혹4시가 넘었다면 아마도
시마이 했을 것입니다. 징역살이라는 것이 낮에는 내무 생활(미결)아나
출력(기결)을 하면서 시간을 깨고 밤에는 잠으로 하루를 죽이는 것인데
불면증이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니 벌서 13일째 생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
사기로 들어온 이가 밤늦은 조사가 힘들었는지 코를 심하게 고는데 안됐습니다.
생김새가 꼭 우리교회 이 목사님 같이 생겼습니다. 어젯밤까지 Crazies 액션을
취했던 윤氏는 조용해졌습니다. 하루에도 열 댓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더니
어느 시점부터 완전히 정상인으로 개과천선한 이유가 무엇인지 당최 모를
-
일입니다. 다행입니다. 과거는 잊고 낼 부터는 사람대우를 해 줄 생각입니다.
딸네미들이 보고 싶은 것은 천륜일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 딸내미 또래
어린 쉑 들이 두 명씩이나 같은 방에 사는데 어제는 그 중 잘 생긴 녀석
엄마가 아들한테 보낸 접견 서신을 읽으면서 함께 울었습니다.
-
다른 것은 다 떠나서 자식을 징역 보낸 부모 맘은 무조건 동정 받기에
충분합니다. 울 어머니는 오십 쳐 먹은 아들놈 때문에 잠자리를 뒤척이시며
베게 이에 눈물을 적실 테지요. 아토피를 알고 있는 예주가 많이 보고
싶습니다."아빠 왜 집에 안 오세요."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
일기 쓰는 것도 도와주고 교보에 데려가 책도 사줘야 하는데 속상합니다.
예주야 보고 싶어, 그리고 사랑해,
2021.6.25.fri.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