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선글라스 비슷한 안경을 쓰고 왔습니다. 이건 뭐니 하고 물으니. "아빠! 핵노잼, 이거 인싸 안경이잖아. 이거 몰라?"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도 '핵노잼', '인싸'라는 말을 쓰더라고요. 물론 여러분은 이 정도 신조어는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핵노잼은 핵꿀잼의 반대말로 '하나도 재미가 없다'라는 뜻이고 인싸는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로, 아웃사이더와 다르게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을 말한답니다. 너무 쉽다고 생각하시나요? 하지만 안심하지 마십시오. 이건 기본에 해당하는 신조어일 뿐입니다. '신조어 테스트'라고 SNS에서 유행하던 것이 있는데. 얼마나 맞힐 수 있는지 직접 테스트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래 단어 중, 아는 것이 몇 개인지 세어보세요.
1. 아바라
2. 만반잘부
3. 믿거페
4. 혼틈
5. 스라밸
6. 꾸안꾸
7. 졌잘싸
8. JMTGR
9. 보배
10. 아이엠그루트
11. 롬곡웊눞
12. 별다줄
13. 일코노미
14. 엄근진
15. 애빼시
16. 갑분싸
17. TMI
18. 이생망
몇개나 맞히셨나요? 저는 3개를 맞혔습니다. 10개 이상을 맞혔다면 여러분은 10대 학생들과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럼 뜻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아바라
아이스 바닐라 라떼
2. 만반잘부
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
3. 믿거페
믿고 거르는 페이스북이란 뜻으로 가짜, 허위 광고 등을 이르는 말
4. 혼틈
혼란한 틈을 타
5. 스라밸
Study and Life Balance '공부와 삶의 균형'이라는 뜻
6. 꾸안꾸
꾸민듯 안 꾸민듯
7. 졌잘싸
졌지만 잘 싸웠다
8.JMTGR
존맛탱구리, 정말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하는 말
9. 보배
보조배터리
10. 아이엠그루트
대답을 회피하고 싶을 때나 하고 싶은 말을 아끼거나 숨길 때 사용
영화 <어벤져스>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보셔야 이해가 됨
11. 롬곡웊눞
뒤집어서 읽으면 폭풍눈물
12. 별다줄
'별걸 다 줄인다'라는 의미
13. 일코노미
1인과 경제 즉 이코노미의 합성어
14. 엄근진
엄격+근엄+진지
15. 애빼시
애교 빼면 시체
16. 갑분싸
갑자기 분위기 싸해진다
17. TMI
Too Much Information 즉 필요 이상의 정보를 말할 때
18. 이생망
'이번 생은 망한 것 같아'의 줄임말
물론 모든 10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들이 위의 신조어만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 말고도 무수히 많은 신조어들이 지금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위의 2019 신조어 테스트를 해봤다고 이제 신조어에 대해 잘 안다고 자만했다가 10대에게 대화 신청을 하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신중하시길 바랍니다. ^^ 그렇다면 신조어는 언제부터 생겨났을까요?
신조어 탄생은 인터넷과 함께?
신조어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말이나 기존에 있던 말이라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말로, '신어(新語)'라고도 합니다. 신조어가 정확하게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의하기 어렵지만, 그 확산과 보급은 2000년 초 인터넷의 보급과 맞물린다고 할 수 있는데요. 본격적으로 신조어를 이야기하기 전에 은어와 속어, 외래어에 대해 살짝 알아보고 넘어가면 어떨까 합니다.
은어는 어떤 집단에서만 쓰는 비밀스러운 언어를 말합니다. 왕따라는 단어는 학교라는 집단에서 쓰는 말이었는데 사회적인 큰 문제로 대두되어 모두가 쓰는 단어가 되었지요? 속어는 격이 낮고 속된 말로 통속적인 말을 뜻합니다. 짭새, 짝퉁, 지름신 등의 이런 말은 속어에 해당합니다. 은어와 속어는 때로는 그 경계가 모호할 때가 있습니다. 외래어는 우리 말속에 자연스레 들어온 외국의 말을 뜻합니다. 우리말에는 없던 단어를 새롭게 표현할 때 외국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한 경우입니다. 컴퓨터, 아이스크림, 주스 등 외래어는 생활 속에서 아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신조어는 이런 은어와 속어 위주였다면 인터넷의 보급, SNS의 확장으로 신조어는 그 분야와 수가 엄청나게 증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신조어가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청년실업이 장기화되고 경제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흙수저, 금수저, 청년실신(실업자와 신용불량자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일자리가 없어 돈을 빌려놓고 갚지 못하는 20대를 이르는 말), N포세대(취업난, 물가 상승 등 사회적 압박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는 청년 세대를 이르는 말) 등은 바로 이렇게 등장한 신조어입니다.
1인 가구의 증가, 새로운 소비 패턴 및 사회적 배경으로 생긴 신조어에는 소확행,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 골드키즈(외동으로 태어나 왕자와 공주처럼 대접받는 아이들 세대), 혼밥, 혼술, 혼코노(혼자 코인노래방에 가다)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밖에도 SNS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언어로 고대짤(너무 오래되어 더 이상 재미를 주지 못하는 그림이나 사진), 발컨(게임에서 주로 쓰는 용어로 발로 컨트롤 한다는 뜻), 먹스타그램(자신의 SNS에 먹는 모습을 올리는 것), 인생짤(인생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잘 나온 사진), 밥약과 술약(밥 먹자는 약속, 술 먹자는 약속), 심멎(심장이 멎을 만큼 멋지거나 아름답다는 뜻), 읽씸(메시지를 일고 나서 답장을 하지 않는 것), 취존(취향 존중),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 등이 있습니다.
여기까지 신조어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곧 다가오는 10월 9일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겠죠? 바로 한글을 창제해서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고, 우리 글자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한글날'입니다. 신조어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빠질 수 없는! 한글에 대한 소중함을 되짚고, 한글날과 한글에 대해 더 알아보도록 합시다.
한글날 처음 이름은? 그리고 쉬는 날? 안 쉬는 날?
한글날이 처음 제정된 것은 일제강점기였던 1926년입니다. 조선어연구회(朝鮮語硏究會) 곧 오늘의 한글학회가 음력 9월 29일(양력으로 11월 4일)을 '가갸날'이라 하고, 그날 서울 식도원(食道園)에서 처음으로 기념식을 거행한 것이 시초라고 하는데, 국권이 없던 시기에 민족정신을 되살리고 북돋기 위해 한글날을 제정했습니다. 처음에는 한글을 배울 때 '가갸 거겨~'이렇게 시작을 해서 '가갸날'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후 가갸날에서 한글날로 이름을 바꾼 것은 1928년이고, 한글날을 양력 10월 9일로 확정한 것은 1945년 광복 이후인데요. 또한 1946년에는 한글날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여 거국적인 기념행사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1970년 대통령령인 '관공서의공휴일에관한규정'에서 관공서의 공식 공휴일이 되었지만, 중간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 공휴일 지정에서 빠졌다가 2005년 12월 29일에 국회에서 '국경일에관한법률'을 개정하여 2006년부터 한글날이 국경일로 정해졌습니다. 하지만 공휴일에서는 빠져있었기에 2012년 12월, 국무회의에서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이 통과되어 드디어 법정 공휴일이 되었습니다. 결국 지금의 달력에 '빨간 날'로 표시가 되어 있답니다.
한글 너무나 우수한 글자!
'한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훌륭한 글자이다!'
이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작가 펄벅이 한 말인데요. 펄벅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알고 감탄했습니다. 과연 한글의 우수성은 어디에 있을까요?
첫째,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언어 그리고 인간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을 기초로 한 언어라는 점입니다. 한글은 천지인 즉 하늘, 땅, 사람을 결합한 철학적이고도 과학적인 언어입니다. 또한, 한글의 창제 동기가 바로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에 있답니다. 훈민정음 서문에 보면 아래와 같이 쓰여 있습니다.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서로 뜻이 통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백성들이 자신의 뜻을 전하지 못하는 이가 많아
내가 이것을 안타깝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자를 만들었으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편리하게 쓰도록 하고자 하였다'
이는 백성을 위해 만든 평등한 문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이를 통해 현재 우리는 문맹률이 0%이고 이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합니다. 유네스코에서는 1990년부터 해마다 세계에서 문맹 퇴치에 공이 큰 이들에게 '세종대왕 문맹 퇴치상'을 주고 있는데 상의 이름을 세종대왕이라고 지은 것은 한글이 가장 배우기 쉽고 과학적인 글이기에 문맹을 없애는 최고의 글자임을 국제기구가 인정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음소문자라는 점입니다. 음소문자란 글자 하나하나가 하나의 소리를 낸다는 것을 말합니다. 영어를 예로 들면 영어에서는 대소문자의 구분이 있고 글자 그대로 읽히지 않거나 묵음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한글은 기본 구성만 알면 어떤 글자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한글로는 11,000개 이상의 소리 표현을 할 수 있으며 일본어에서는 약 300개, 중국어에서는 약 400개에 불과하다고 하니 우리 한글이 얼마나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성이 풍부하고 K-팝으로 전 세계를 리드하는 것은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이라는 저력이 있기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우수성을 인정했는지 훈민정음은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배우기 쉬운 알파벳'이라 한글을 이야기하는 학자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렇듯 전 세계 많은 학자들에게 인정받는 언어가 바로 우리 한글입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신 이유와 그 위대함을 생각하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신조어와 외래어가 조금 아쉽게 느껴집니다. 10월 9일, 일 년의 단 하루라도 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언어인지 자부심을 느끼며 이런 한글을 소중히 여기고 아껴야 된다는 마음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요?
첫댓글 전 5개요.
6개 정도. 하지만 줄여도 너무 줄이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