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나이 때 저는 프로사범님한테 두 점 놓고도 잘 이길 수 없었는데요. 말이 안 되게 센데요." - 김성룡 9단
2000년 태어난 '밀레니엄 보이' 신진서가 거함 이창호를 침몰시켰다. 신진서는 1라운드 '영재대결'에서 동시대에 입단한 신민준과 변상일을 제압하며 1위를 차지했고, '정상대결'에서는 이창호마저 꺾어 새 강자로 이름을 각인시켰다.
11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영재정상 바둑대결 2라운드 1국에서 신진서 초단이 이창호 9단을 상대로 179수 만에 흑불계승을 거뒀다.
초반은 이창호 9단이 소년시절 유행하던 30년 전 포석진행이었다. 백은 시원하게 실리를 내주고 중앙을 두텁게 하며 흐름을 주도했다. 이때만 해도 이창호가 전성기 시절의 바둑으로 멋지게 신진서를 제압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중반 하중앙에 흑을 갈라간 수에 흑의 반격이 날카로웠다. 중앙 두터움이 지워진 백은 타협과 공격의 갈림길에서 고민했다.
이창호는 일단 선수라고 생각한 좌변으로 손을 돌렸는데 신진서는 바로 손을 빼고 중앙 대마를 가일수했다.
사실 좌변 흑은 손을 빼도 사는 수가 있었다. 시간에 쫓긴 이창호의 실수와 신진서의 빠른 수읽기가 교차하며 흑쪽으로 형세가 기운 것이다.
바둑TV에서 해설한 김성룡 9단도 "대마를 잡으러 가는 것보다 백의 두터움을 이용해 타협하는 쪽이 좋았다. 후반 좌변과 중앙에서 신진서의 수읽기가 완벽했다."라고 말했다.
이창호는 "완패당했다. 하중앙을 가른 수에 흑의 반격이 좋은 수였다. 시간도 없었고, 중앙 흑대마는 생각보다 탄력이 많아 공격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신진서에 대해서는 "한판으로 평가하긴 힘들다. 막연하게나마 전투나 감각적으로 모양을 갖추는 힘이 좋다는 느낌은 받았다. 이미 실력은 엄청나게 세지만, 다른 기사들도 강하기 때문에 방심하지 말고 꾸준하게 열심히 한다면 최정상에도 오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평했다.
신진서는 국후 총평에서 "중반까지 약간 나쁜 형세였다. 중앙 대마싸움에서 백이 시간연장책을 안 썼으면 형세가 만만치 않았다. 아직 크게 성적을 내기에는 실력이 부족한 것 같고 우선 본선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는 소감을 남겼다. '영재정상대결'은 이벤트 성격이 강하지만, 랭킹산정에 들어가는 공식기전이다.
1~2라운드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번 대회는 만 15세 이하의 신예 프로기사 중 한국 바둑의 미래를 이끌 유망주로 뽑힌 변상일(15) 2단과 신민준, 신진서 초단이 1월 4일부터 6일까지 영재 유망주 3인 풀리그를 펼치며, 11일부터 13일까지는 정상 3인과 영재 3인이 1 : 1 개인전을 벌인다.
이세돌 9단과 변상일 2단의 대국은 1월 13일 경남 합천군 대장경 테마파크에서 열리며, 나머지 대국은 모두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오후 1시부터 생중계로 진행된다.
1라운드 영재 대결은 성적에 따라 1위 300만원, 2위 200만원, 3위 100만원의 상금이 책정됐으며, 2라운드 영재와 정상 대결에서는 정상 3인에겐 각 300만원, 영재 3인에게는 매판 3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영재가 승리하면 매판 30만원의 보너스도 챙길 수 있다.
<합천군 초청> '2013 새로운 물결, 영재 정상 바둑대결' 일정
총규모 3,500만원, 제한시간 각자 1시간, 초읽기 1분 1회
1라운드 - 영재순위결정전
1국 변상일 vs 신민준 : 1월 4일 신민준 222수 백불계승
2국 변상일 vs 신진서 : 1월 5일 신진서 137수 흑불계승
3국 신진서 vs 신민준 : 1월 6일 신진서 199수 흑불계승
2라운드 - 영재정상대결
1국 이창호 vs 신진서 : 1월 11일 오후 신진서 179수 흑불계승
2국 최철한 vs 신민준 : 1월 12일 오후 1시 바둑TV스튜디오
3국 이세돌 vs 변상일 : 1월 13일 오후 1시 합천 대장경 테마파크
▲ 돌가리기에서 흑을 잡은 신진서. 이번 대회는 이벤트 성격이 강하지만, 랭킹 산정에 들어가는 공식기전이다
▲'한 수 배우겠습니다?'
▲ 신진서 초단의 첫 착점
▲ 오랜만에 얼굴을 드러낸 이창호 9단. 시종일관 편안한 표정이었다
▲ 초반 장고하던 신진서. 국후 인터뷰에서 초반에 시간을 들인 이유를 묻자 "처음에 긴장했고, 나중에야 마음이 편해졌다. 방송대국이라서..."라며 말을 흐렸다.
▲ 복기장면. 신진서는 후반 완벽한 수읽기로 불계승을 얻어냈다.
▲ 이창호도 인정! 새강자로 떠오른 신진서
▲ 2라운드 2국은 최철한과 신민준의 대결로 12일 오후 1시에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