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ROTC8기총동기회
 
 
 
 

친구 카페

 
 
카페 게시글
창작글 코너 스크랩 수필 외로워라 `울어머니`
황종원(중앙대) 추천 0 조회 37 12.05.10 10:1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난 닷새째 끙끙 앓는다.
이사를 온 날 부터 집안 대소사에 온몸을 내던진 아내 역시 드디어 엊저녁 부터 탈났다.
녹쓸고 낡은 현관문 안쪽에 종이 시트를 붙히느라고 무리를 했다.
한 손 한 발이 불편하여 마치 산악 등반 하듯이 의자를 수없이 오르내리더니 드디어 앓는 소리를 낸다.
아내의 고통에 비례하여 문짝은 방금 해온 놈 처럼 싱싱하다.
밤 1시에 아들이 들어왔다.
내가 한 소리한다.
" 문 좀 봐라. 엄마가 하셨다. 몸살 났다. "
반응은
" 에이고. "
제방으로 바로 들어간다.
이 아비의 생각으로는 어머니 곁에 다가가 이마를 만지고
" 어머니, 있는대로 살아요. 애쓰지 마시고요."
내가 지난 일요일 부터 앓는 소리를 내고 거실 응접세트에서 누워 있었어도
지척이 천리였던 아들이다.
어느 부모가 무슨 위로의 말을 듣겠다고
" 나, 아프다. 이마를 만져 보고 약국 가서 약 좀 지어와라."
하는 부모는 없다.
끙끙 않는 소리를 알아듣기를 바라며 소리의 강약을 조절할 뿐.
아침에 아들이 출근한다.
주방에서 꼼지락댄다.
"뭐하냐? "
어머니가 묻는다.
" 감기가 와서요. "
" 날마다 새벽에 들어오면서 무리를 하니 감기에 걸릴만도 하지. 회사에서 끼니 잘 챙겨먹고
약만 사먹지 말고 병원에 가서 처방약을 먹거라. "

자식은 자식인가.
자식이 남이다.
지극정성을 배신하는 남이다.
한 집에서 어미 아비가 끙끙 소리를 내고 앓어도 알지 못한다.
약 사달라 병원에 입원 시켜달라 그 소리를 부모가 기력 있을 때 말 않는다.
다만,
" 어디 편찮으세요. 병원에 다녀 오셨고요. 이마가 뜨겁네요. 찬수건 올려 드릴게요."
그런 작은 정성을 바랄 뿐이다.

우리 세대에 자식 효도를 바랄 것인가.
이런 자식을 위하여 우리 부모는 평생을 산다.

우리 부모가 그러하듯이.
나 또한 제대로 자식 노릇을 했던가.

당뇨병으로 누워 계신 아버지 손 을 잡고서 병원에 가본 적이 몇 번인가.
주말마다 부모님을 뵙고서
"아버지, 좀 어떠세요. "
하였을 뿐 팔다리가 저리다하신 아버지 수족을 과연 몇 번 주물러 드렸던가.

자식은 이 지경이다.
내가 어머니를 이웃에 모시고 하루에 한 번 뵙고 수시로 전화를 드렸던 지난 나날 역시
어머니 마음 고독을 덜어 드릴만큼 충분하였던가.
밤이 두려운 어머니에게 고독이 도둑처럼 왔을 때 이 아들은 도둑을 잡은 경찰이 되었던가.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의 일기장이 남았다.
장장 마다 얼룩진 눈물과 고독한 일상이 송곳처럼 가슴을 후볐다.

이미자가 '동백아가씨'를 헤아릴 수 없이 부르듯 나는
'울어머니'를 헤아릴 수 없이 부른다.

나의 '울어머니'
우리 모두의 ' 을어머니'를 .

나는 어머니께서 남긴 어머니의 일기를 책 한 권으로 엮었던 이야기를 다시 살핀다.
만들고선 가슴이 시려워 펼치기 두렵던 이야기를 눈물 속에서 다시 본다.

 

 

때때로 그러하듯이.

문득 책꽂이를 본다.

'울어머니'

어머니 세상을 떠나시자 자식들은 어머니의 유산을 두부모를 칼로 자르듯 나누었다.

마치 남남과 땅 따기를 하듯이.

집도, 화장품도 옷도... 남기신 쌀도....

낡은 가구는 서로 챙기지 않는다.

어머니 손때 묻은 가구는 한치 미련 없이 버렸다.

이게 인생이다.

사람이 떠나는 게 이처럼 맹랑하게 허무하다.

형제들이 두고 떠난 자리에 남은 어머니의 일기장을 내가 챙긴다.

어머니께서 책을 즐겨 읽으시고, 나도 즐겨 읽었다.

어머니께서 일기를 쓰셨듯이, 나도 평생을 쓴다.

아버지께서도 평생 쓰시고 평생 쓰신 일기를 태우고 떠나셨으나 어머니께서는 태우고 떠나실 틈이 미쳐 없으셨다.

 

어머니의 일기를 펼치면 고독과 눈물이 흘렀다.

생각하니 내가 이제 언제 떠날 지 알랴.

누가 내 일기와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찍은 사진과 태어난 그날 녹음한 녹음 테프와 아이들이 자라나는 일자마다 썼던 아이들의 5년 일기와 집안 대소사를 찍은 비디오 테프와 내가 세상에 나와 몇 몇 글이 실린 책을 챙기랴.

바란들 이미 세상을 떠나고서 참으로 당치 않은 일이다.

어머니 책을 만들 때, 기록을 찾고 어머니 책을 스캔하고 모우는 일로 하루를 보낸다.

 

누가 보기를 바라는가.

아니. 아니. 어머니를 그리면 어머니가 내 가슴에 계신다.

남매끼리 한 권씩 가지고 있는 세상에 단 4권 뿐인 책 중 하나는 나는 펼친다.

생전에 어머니의 고독을 나는 안다 했으나 날이 갈수록 어머니의 고독은 얼마나 고독하셨을까.

 

어머니, 다시 어머니의 고독을 찾아 이 아들이 어머니의 일기를 펼칩니다.

 

 

 

허리가 반은 굽고, 지팡이를 집은 채로 할머니께서 큰길가를 걸어가십니다. 한 걸음을 십리 가시듯 합니다. 나는 지나치다가 문득 멈추었습니다. 할머니의 걸음을 지켜봅니다. 횡단보도의 신호가 보행신호로 바뀌었습니다. 할머니의 걸음으로는 천릿길입니다.

"자, 업히세요"
할머니의 허락이 있고 없고를 떠나 할머니를 내 잔등에 들쳐 업었습니다.

"아니. 이런. 내가 갈 수 있어요. 세상에 고맙기도 하지"
몸무게가 얼마 안 나갈 것 같이 가벼워 보였던 할머니의 몸은 마치 물먹은 솜같이 무겁습니다. 나이만큼 무게가 더 나가시는지 나 또한 육순을 바라보는 나이라서 그런지 횡단보도를 지나오니 힘이 빠집니다.

"어디를 가시는 길이세요"
"내과에 좀 가요. 아파서……."

바로 앞에 동네 의원이 있지만 4층까지 올라가야합니다. 모셔다 드릴 생각을 하면서도 업고 모실 체력은 안 되어 할머니 겨드랑에 팔을 꼭끼고 한참 만에 4층 까지 올라가서 의원 앞까지 모시고 갔습니다.

▲ 사망진단서
병원에서 발행한 어머니의 사망진단서이다. 사망의 직접사인, 중간선행사인,선행사인을 폐암으로 기록되어있다.
ⓒ 황종원

"젊은 이. 너무 고마워요. 너무 힘을 빼게 해서 미안해요."
할머니께서 들어갔던 병원은 작년 요맘때 내가 거의 한 달 동안을 어머니를 모시고 다녔던 길이었습니다. 홀로 가는 노인을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허리가 너무 아파하며 말씀 하시던 어머니는 꼼짝 못할 지경으로 괴로워 하셨고, 동네의 정형외과나 재활의학의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아픈 데를 더 흔들어 놓아서 괴로워 하셨습니다.

그래도 내과에서 진통제와 링거 주사를 맞으면 반짝하고 경과가 좋아졌습니다. 치료를 받고 나면 어머니를 모시고 약국에 갑니다. 백여 미터의 거리를 한참을 걸어갑니다. 나 혼자 걸음으로 행하니 가면 되련만 어머니께서는 당신이 사실 약이 있다며 함께 가자하십니다.

가는 동안에 어머니는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쓸어 달라 하십니다. 승용차가 다니고 버스가 다니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큰길가입니다. 나는 어머니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쓸어드립니다. 아 조금 낫다. 우리 아들 손이 약손이다. 하시다가 "사람들이 보고 뭐라 생각하겠니. 남녀가 서서 가슴을 쓸고 있으니…"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은 서른의 새댁 마음입니다.

"어머니, 우리 얼굴은 아주 붕어 빵이예요. 누가 뭐라 해요. "
마침 경찰관이 싱긋 우리를 보고 웃고 지나갑니다. 그렇게 지나던 길에 이번에는 어머니 나이의 할머니를 뵈었던 것입니다. 동네 의원에서 치료를 결국은 하지 못하고 큰 종합 병원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갔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하던 폐암이라는 것입니다. 가족들이 대경실색을 하였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3년 동안 자잘한 병을 앓고 계셨으나 노환으로 알았지 폐암의 징후인 것을 몰랐습니다. 어머니의 치료를 맡은 주치의는 장담은 못하겠으나 몇 달 동안은 생존하실 수 있다하였습니다. 어머니께서 무슨 치매증세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허리와 가슴이 아파서 병원에 왔을 따름이었습니다. 그러니 몇 달이라는 말도 놀랠 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큰 아들인 우리 집에서 차 한 잔 마실 거리에서 혼자서 살고 계셨습니다.

어머니 아래 삼남매가 하루에도 여러 번 전화를 드리고 누이는 분당에서 명일동까지 배낭에다가 먹을거리를 가득 담아 일주일에 한두 번 뵈러 오고 나는 수시로 어머니께 드나듭니다. 막내 동생은 아직 직장 생활을 하니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뵈러 옵니다. 만나 뵐 때 마다 "나는 한 2~3년만 살다 가야지" 하시면 "어머니나이 일흔 여섯이면 청춘이에요. 여든은 요새 보통이예요"했건마는 이제 사실 날이 서너 달이라니 자식들의 당혹과 놀램은 말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 CT며 MRI촬영과 X레이 촬영이 수시로 있고 기관지염 내시경 검사라 하여 조그만 희망을 가지고 하라는 일을 다 했습니다. 그 결과는 입원을 한 지 열하루 만에 어머니는 싸늘한 시신 되어버렸습니다. 검사를 할 때 마다 무슨 일 있어도 병원 측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으니 어디에 대고 항의를 할 곳도 없습니다. 어머니는 돌아가는 아침까지 의식이 멀쩡하다고 오후에 그냥 의식을 놓고 주무시듯 가버리셨습니다. 비몽사몽이었습니다. 마치 어머니의 죽음을 기다렸다는 듯하였습니다.

자식들은 이런 말로 서로 위로를 하였습니다.

"그래 폐암이시고 그렇게 고통스로워하셨으니 어머니는 행복하신 거야. 당신이 빨리 가셨으니 본인에게도 좋은 거고 우리 자식들도 불효가 되기 전에 가셨으니 복 받은 어른이시지"하면서도 어머니의 시신을 화장터에 모시고 한 줌 뼈를 아버지와 합장했으나 자식들 가슴 저마다에 어머니를 모셨습니다.

그러기가 벌써 일년이 지났습니다. 돌아가신 뒤 어머니의 짐을 정리를 하였습니다. 마치 어머니의 육신이 화장터에서 사라졌듯이 어머니의 옷가지며 집안 살림은 버려지고 남들에게 주고 다 사라졌습니다. 죽음이란 이렇게 흔적을 지워가는 일인지 모릅니다.

나는 어머니 생전에 내게 주셨던 일기책들을 어머니가 쓰시던 낡은 핸드백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기록에는 정다운 친구처럼 늘 함께 있던 병과 병원이야기가 가득하여 그 병을 대신하여 어머니에게 친구처럼 다정하게 해드리지 못한 불효에 목이 메입니다.

친구 찾아 경로당에 가셨지만 정 주면 다시 세상을 떠나는 상실의 아픔 속에 서러운 노년이 우리 자식들을 슬프게 합니다. 겉모습은 칠순이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소녀였습니다.

어머니의 글에는 이런 시가 있었습니다.

 

모란


모란 꽃잎이 뚝뚝 떨어지는 5월 따스한 오후 한 때
창문을 열고 꽃향기에 취한 듯
비가 오는 날엔 빗소리에 젖어 피고
바람이 불면 설레는 바람결에 피어나는 것
달가운데도 깃들여있고
황혼이 내리면 노을에 피고
별을 보면 별빛같이 돋아나는 것

어머니 계신 곳에 모란은 그리도 뚝뚝 떨어지나요. 우리 자식들이 아플 때 우리 보다 더 아파하시던 분, 어머니 . 당신은 아프고도 괴롭지만 너희들이 고맙다 하는 말씀이 담긴 일기책을 한 권 책으로 만들어 어머니께 바치고 자식들 하나하나 마다 가슴에 안았습니다.

어머니. 길에 가시는 다른 어머니를 뵐 때 마다 어머니를 뵙는 듯 합니다. 문득 길을 가다가도 낯익은 길에 어머니가 서계신 듯 합니다.

 

 

 

 

 

 

 

 

어머니, 어머니의 일기를 여기 모았습니다.

 

 

 

세상에서 팔지 않는 책이며 세상의 어머니 가슴에 저마다 있는 일기장입니다.

 

 

어머니가 떠나시던 날에 비가 옵니다.

지금도 빗줄기가 눈물처럼 내리는 날입니다.

 

자식이 있으나 자식은 다만 어머니의 말동무일 따름이었습니다.

 

 

 

때로는 속 썩이던 아버지가 떠나시니 비로소 아버지의 빈자리가 커졌습니다.

 

 

어머니가 떠나고서 자식들은 어머니를 그리워합니다.

세상을 떠나시고서 참으러 부질없는 노릇입니다.

 

 

어머니는 어머니 생각을 하십니다.

 

 

 

어머니의 시심은 아득한 세월 저켠, 처녀 시절로 달려 가십니다.

 

 

어머니가 어머니를 찾으십니다.

그 어머니....

 

 

 

 

 

 

 

 

 

 

 

 

어머니를 꼭 닮은 아들은 어머니가 어머니를 그리워 하시듯, 저 또한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어머니 시심은 아득하게 지나간 세월 속에 있습니다.

 

어머니의 일기 행간에 고인 마음을 아들은 헤아립니다.

 

 

 

 

이 일기를 쓰시고서 한 달도 안 돼 돌아가셨다.

병을 고치러 간 병원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길목일 줄이야.

 

 

 

딸내미가 어머니를 그리워 합니다.

 

막내 아들이 어머니를 그리워 합니다.

 

 

딸내미의 아들이 할머니 생각을 합니다.

 

제 아들의 아들이 할머니 생각을 합니다.

 

 

어머니, 제가 어머니를 그리워 합니다.

 

아버지의 산소에 성묘 오시던 어머니. 어머니 마저 여기 계십니다.

 

 

 

 

 

 

 

 

 

 

 

어머니, 그립습니다.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