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개새끼. 지 마누라는 죽어라 일하고 있는데. 혼자 차 몰고 밭에 가서 웬 전원생활이람. 병신새끼, 이기적인 새끼, 음흉한 새끼, 배부른 돼지새끼. 돈 한푼 못버는 식충이같은 새끼가 마누라 등골 빼먹으면서 차 사달래서 유람 다니고. 꼴값을 떠네. 지가 언제부터 그렇게 잘 살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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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 사람을 많이 미워하는 걸 보니 언니에 대한 내 사랑이 크다는 게 느껴져. 그만큼 소중한 사람을 갖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야.
미움의 근본은 뭘까? 주위에 보면 부인이 가장 노릇을 하는 집도 꽤 있어. 그런 경우 부인이 남편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다보니 남편이 더욱 무능력해지는 경우도 있으니 꼭 그 사람 혼자서 그리 된 건 아닐 수도 있어. 게다가 언니는 워낙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야. 그 사람이 같이 놀자고 해도 언니는 할 일을 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성향도 있지.
그런 상황에서 그 사람 입장이 돼봐. 50대 중반에 며느리와 손주까지 함께 지내며 가장으로서 뿌듯함도 느끼고 가족이 함께 모여사는 기쁨도 만끽하고 있어. 밭을 가꾸고 채소를 수확하며 본인이 가족들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존재감을 느낄 수도 있어. 차를 사달라고 조르긴 했지만 가족 여럿이 유용하게 쓰고 있고. 50대 중년 남성이 배가 나온 경우는 아주 많아. 어차피 소일하고 돈은 쓰게 돼 있다면 술 마시고 헛돈 쓰느니 텃밭 가꾸러 다니느라 차 쓰니까 긍정적일 수 있잖아.
꼭 나가서 돈을 버는 남편만 있는 건 아니야. 언니 일도 돕고 있잖아. 언니도 이젠 무조건 참는 거 같지는 않던데.. 일방적으로 당할 거란 생각은 내 편견이야. 그동안 고생하며 없이 살았는데 이제 좀 누리고 편히 사는게 어때서? 언니가 그럴 자격 있다고 생각하지? 그럼 그 가족들도 그 혜택 함께 누리는 것은 당연해.
내 자신도 그 수혜자면서 뭘 그래? 언니가 조카라고 우리 애들 용돈도 주고, 뭐라도 사주고 가고 그러잖아. 오히려 그 남자가 싫어라할 수 있지. 동생보다는 남편이 더 가까운 법이잖아. 그런데 그 남자도 잘해주려고 하잖아. 그남자도 내 자신을 보는 게 껄끄럽고 기분 나쁠 수 있어. 하지만 잘 하려고 마음 써주는 게 느껴지잖아.
언니 인생은 언니 꺼야. 내 자신이 끼어들려해서는 안돼. 왜냐하면 그건 어찌보면 언니의 선택이고 언니의 방식이야. 벌써 30년 가까운 결혼 생활인데 서로에게 길들여진 상태라면 그 남자의 현재 모습은 언니가 만든 것이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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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마음의 소리를 잘 들어주고 있다.
나는 내 몸과 마음을 잘 되게 하는 공부를 하고 있다.
나는 치료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괜찮은 엄마다.
나는 꽤 좋은 아내다.
나는 시댁에서 소중한 사람이다.
나는 언니의 금쪽같은 동생이다.
나는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나는 아빠의 영원한 자랑거리다.
나는 새엄마에게 필요한 딸이다.
나는 오빠에게 귀여운 동생이다.
나는 율희에게 사랑스런 고모다.
나는 그들에게 사과받고 있다.
나는 하느님에게 쳐다보기에도 아까운 귀한 자녀다.
나는 조선생님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다.
나는 이선생님에게 사랑이 담긴 치료를 받고있다.
나는 건강하다.
나는 귀하다.
나는 있는 자체로 소중하다.
나는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