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상 사는 일, 언제 사연 없었던 적이 있었던가.
낯익은 벗님들 만나는 일에 왜 긴장을 하여야 하는가.
만남의 공간도 기왕이면 길지[吉地]로 골라야 했다.
‘중앙’이란 말은 어딘가 권위적이고 폼도 나지 않던가.
그래서 왕십리 인근의 중앙시장으로 선택을 하였다.
코로나 시절에 어울리게 저마다 유언장을 주머니에 품고 오라고 하였다.
얼마나 비현실적인 쪼크인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
참고 기다리기에는........벌써 춘하추동이 지나가지 않았던가.
이 선비 아버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떠올랐다.
스페인독감으로 조선에서만 무려 14만 여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그 시절 왕십리는 미나리꽝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하였다.
세상살이는 천재지변이나 전염병이나 전쟁으로 늘 힘들지 않았던가.
이 시절이 지나가면 ‘나떼는 말이야’ 할 때도 있으리라.
지금이야 많이 희석되고 말았지만, 지금부터 몇 십 년 전만 하여도
도읍지의 경계를 ‘문안사람/문밖사람’으로 분류하기도 하였다.
‘문안사람‘이라면 동대문 남대문 안쪽에 사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서울 시사[時史]를 살펴보면 초가집이 가장 많았던 곳이 왕십리였고,
마지막 초가집은 마포에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호태]와 [유해준]을 만났다.
저마다의 향리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경북 대구가 [호태]이고, [유해준]은 서울 하고도 명동이었다.
이 선비는 강원도 삼척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호칭도 유해준은 그냥 ‘털보’였고
호태에게는 스스럼없이 성씨를 붙여 ‘채영감’하고 부르기도 하였다.
이 대목에서 풍속적인 한 대목을 이야기하였다.
마포의 새우젓 장사의 얼굴은 검붉게 익어야 했고,
뚝섬 배추장사꾼의 뒷덜미는 늘 검게 변하여 있다고 하였다.
그것은 문안의 도읍지로 들어가는 과정의 위치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도읍지에서 큰 장터이기는 하지만, 시절이 뒤숭숭한 탓인지
상인들이나 행인들이나 모두들 낯선 마스크 속에 가려져 있었다.
장터의 왁자지껄한 함성은 그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고,
공손하게 어깨를 움츠린 자세로 바삐 지나갈 따름이었다.
장터에서 흔히 들리는 ‘맛보기, 덤, 우수리, 개평....’ 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세월이 많이 흘러간 역사의 한 대목에서
‘2020년 춘하추동은 마스크 속에서 보냈다.’ 하는 항목이 있으리라.
오랜만에 만난 세 친구는 밀린 이야기보따리를 꺼내 놓았다.
소주와 막걸리와 맥주로 주종[酒種]은 혼합하였다.
우리 세 사람의 우정 속에 게스트로 등장한 인물들도 있었다.
지나가는 행인과 옆 테이블에 앉은 주객들까지 합하면
대충 300명 내외의 군상[群像]들과 어울린 셈이리라.
이 숫자에 집에 있는 가족들까지 합하면 기하급수로 늘어나리라.
이 무리 중에 코로나 무증상 보균자가 있다면,
우리의 모임은 무척이나 위험하고 스릴감이 넘치는 만용이 아닌가?
이런 생각자체가 기분을 침울하게 만들고 주눅 들게 만들기도 하였다.
이 선비의 방랑이 무척이나 길었기에, 그 누구를 만나든
전부 발길이 닿았고 이마에 땀을 흘리고 살았기에 추억이 많았다.
전남 순천이 고향이라는 벗님을 만나, 그 옛 이야기를 그립게 나누기도 하였다.
순천 정원박람회가 개최되는 지역이 풍덕동인데, 그 지역이 해발이 낮아
장마철만 되면 물에 잠기는 마을이기도 하였다.
조천동에서 내려다 본 삼산이수의 풍경은 기이하고 아름다웠다.
관광버스를 타고 ‘획’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런 숨겨진 아기자기함은 모르는 것이다.
송도해수욕장도 또한 마찬가지다.
인천의 송도해수욕장과 포항의 송도해수욕장과 부산 송도해수욕장이 있다.
그 어떤 지명이나 역사유래는 발로 걸어가야 더욱 입체감이 있게 마련이다.
반가운 벗님들을 만나기는 하였으나,
밤 아홉시만 되면 암흑의 도시로 바뀌는 이상한 시절이 아니던가.
호태집으로 놀러가 수담[手談]을 즐기던 일도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졌다.
세 벗님이 함께 어울려 여기저기 쏘다니던 일들도 몽롱하였다.
이 방역시국이 도대체 언제 막[幕]을 내릴지 도대체 누가 알겠는가?
털보는 금연교실에 등록하여 드디어 금연을 성공하였다.
호태는 금연한지 오래 되었기에, 끽연가는 선비 한 사람뿐이다.
지난 번 영월에 갔을 때 [다다닥]에게 말하였다.
절대 금연하지 말라고.......주변에 금연가들만 가득하면...좀 막막하리라.
이 선비는 흡연을 즐기기는 하지만, 일주일 내외에 한 갑만 피운다.
사실상 하루에 겨우 몇 가치만 피우는 셈이다.
더군다나 국산만 피우기 때문에, 흡연으로 폐질환이 생긴다 하여도
대단히 국산스런 신토불이로 걸리지 않겠는가?
다음을 약속하기에는 도대체 하 수상하니, 흘러가는대로 흘러가다
마음이 내키면 다시 만나기로 어물쩍한 덕담만 후하게 하면서 헤어졌다.
모든 벗님들이 그저 코로나에서 벗어나는 행운이 길게 길게
이어지기를 바랄 따름이다.
선비의 오막살이로 돌아오기 위하여, 아름다운 언덕역[佳陵驛]에서 내려
느릿느릿 몇 개의 신호등을 건너고 징검다리를 건너 귀가하였다.
호태가 뜬금없이 “겨울 잠옷이야.” 하며 준 선물도 챙기었다.
이 선비는 평생 잠옷을 입은 적이 없었기에.........좀 고민이 되기도 하였다.
첫댓글 칫! 채영감이라니...
기다려라 가발 맞추러 간다! ㅎ
잘 때 입기 뭐하면 낮에 입어 ^^
쳇! 영감님 아니셔요?ㅋ
삐칠꺼 같은데.
@지이나
이 나이에 삐지기는 그렇고
기름종이에 적어 놓을거야! ㅎ
형 가발 성공 하십쇼
그럼 저도? ㅎㅎ
가발 가능역근처에
맟춤가발 잘하는데 있어요~
그곳 탤레비에도 기술좋타고 나왔어요
네분 모두하면 할인
해줄꺼얘요 ~아마도
@여름에 네분이나요?
세분은 짐작 하는데 한분은?
@지이나 곤난하게
왜 ?물어봐
글 읽어보면 알낀데
삼총사 참으로 좋은분들이세요.
코로나로 자주 볼수없는게 안탑깝네요.
잠옷을 크리스마스 선물인거 같아요.
잠옷 입고 주무시니 잠도 솔솔 꿀잠 주무셨죠?
겨울엔 잠도 따뜻하게 자야 여기저기 뻐근한곳이 덜합니다.
따듯한밤 불금도 되시어요.ㅎㅎ
엑스트라로 선정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천동이라 하시면 순천분들한테 혼나십니다
조곡동 입니다
이상 엑스트라의 한마디
였습니다
조곡동이면
순천역 근처 보해소주 공장있고
맞나요
새벽시장에 싱싱한 생선들~
@여름에 네 맞습니다
순천역 건너편에 새벽시장이 서지요
근처 농수산물이 싸고 싱싱하고
좋은 시장입니다
예전 보해공장 있을때
부근 지나가면 고구마 냄새
많이 났지요
@골드훅
보해소주 공장 하수도에서
김이무럭무럭 올라오고
무슨 냄새가 나고
그옆에삼천리 연탄공장도있고
율촌에 친척집이 많았어요
@여름에 고향은요?
@골드훅 저는진해에서 태어났구요
친정엄마 고향이 율촌이얘요
@여름에 아~~~
그래서 잘 아시는군요?
저마다 유언장 써오라고~~
웃픈이야기이네요
필력이 뛰어나게
달 뜨는밤에 뭉친 삼총사이야기
즐감하였습니다
평온한 저녁되세요 ~^^
오늘은 쉴려 했는데
유명산에서 손님이 오셔서
소염통구이로 또 마시네요
역사소설 읽는 줄....
잠옷 챙겨주는
따뜻한 친구 두심을
축하드립니다
삼총사 분들께 행운을~~_()_
요즘
객주를 읽는기분이랄까?
대단해요
난 내가 술산다고 울동내
오라해놓쿠
미안하다
오지말아라했는데요~~
내가 왕십리 토백이다시피 한데
저는 빠졌군요.
언젠가는 달골짜기님의 구수한 입담을 들어 봐야 할낀데요. ㅎㅎ
ㅋㅋ
아마 주당 모임이었나 봅니다.
호떡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나요?
누군가
호태와 호떡의
호는
어떤 연관성이 있나?
했는 거 같애서..
참 귀한
우정이십니다.
잠옷 주는 친구사이..
유별한 우정인가 보네요.
삼총사 말하기도 좋고
부르기도 좋아요.
우정 변치 마시길..^^
ㅁ막 자정이 지났읍니다.
낡은 AR3 스피커에선 Diana Krall의 농염한 목소리가 방안 가득 질펀하게 흘러 넘쳐 온몸을 감싸네요.
전 요시간이 정말 좋아요, 일찍 자야 좋다는데,
자야지요, 켈리포니아 드리밍, 한곡만 듣고 잘겁니다.
음악 들으며 자는좋은습관 을 갖고있네
나는 요즘 종교 음악을듣는 이상한습관이
@벙이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나? ㅎ
달타냥을 위시한
프랑스 삼총사가 시공을 넘어
달골짜기님을 위시한
이곳 자유방 삼총사로
알현하게 되어
기쁩니다.
담백/구성진 글 잘 보았습니다.
삼총사의 우정을 참으로 구성지게
잘 쓰셨네요
나도 친구인양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