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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연
이별(離別)
可憐門前別可憐 가련문전별가련(가련이의 문 앞에서 가련과 이별하려하니)
可憐行客尤可憐 가련행객우가련(가련한 나그네의 행색이 더욱 가련하구나.)
可憐莫惜可憐去 가련막석가련거(가련아 가련하게 떠나감을 슬퍼하지 말라.)
可憐不忘歸可憐 가련불망귀가련(가련이는 잊지 않고 가련에게 돌아가리라.)
1.街上初見 가상초견(길가에서 처음 보고)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는데 여인들이 논을 매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 미인이 시경을 줄줄 외우고 있어서 김삿갓이 앞 구절을 지어 그의 마음을 떠 보았다.
그러자 여인이 뒷 구절을 지어 남편과 다짐한 불경이부(不更二夫)의 맹세를 저버릴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金笠詩 : 街上初見 가상초견(길가에서 처음 보고)
芭經一帙誦分明 파경일질송분명(그대가 시경 한 책을 줄줄 외우니)
客駐程僭忽有情 객주정참홀유정(객 멈추어 주제넘어 갑자기 정있네.)
虛閣夜深人不識 허각야심인불식(빈 집에 밤 깊어 사람들도 모를테니)
半輪殘月已三更 반륜잔월이삼경(반 바퀴 잔인한 달 이미 삼경이라네)
女人詩
難掩長程十目明 난엄장정십목명(가리기 어려운 긴 한도 열개 눈 밝고)
有情無語似無情 유정무어사무정(정 있어도 말 못해 정이 없는 것 같네.)
踰墻穿壁非難事 유장천벽비난사(담 넘고 벽 뚫어 어려운 일은 아니나)
曾與農夫誓不更 증여농부서불경(일찌기 더불어 농부와 다시없는 다짐했네)
2. 영영(詠影) : 그림자 읊다 (儂 나 농)
進退隨儂莫汝恭 진퇴수농막여공(나아가 물러나고 나를 따라 너 공손마라)
汝儂酷似實非儂 여농혹사실비농(너는 나와 심히 비슷하나 사실 나 아니네.)
月斜岸面篤魁狀 월사안면독괴상(달 기운 언덕 얼굴은 도깨비 상에 도타웁고)
日午庭中笑矮容 일오정중소왜용(밝은 대낯 뜨락 가운데 난쟁이모습 우습네.)
枕上若尋無覓得 침상약심무멱득(침상에서 찾는다면 찾아 얻지 못하다가)
燈前回顧忽相逢 등전회고홀상봉(등불 앞에서 돌아보면 갑자기 마주하네.)
心雖可愛終無信 심수가애종무신(마음은 비록 사랑하면서도 끝내 믿음 없고)
不映光明去絶踪 불영광명거절종(비치지 않은 빛이 밝자 끈긴 자취 가버리네.)
* 아직 그의 파격적인 희롱의 시편들을 예감하기에는 이르다.
그의 마음 가운데 잉태하고 있는 시의 파괴적인 상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다만 시의 내용에서 어떤 우수나 비애도 내비치지 않은 냉철한 서술이 있는데 바로 이 서술에서 그의 장난스러운 상상력을 얼핏 내보이고 있다.
3. 조지관(嘲地官) : 지관을 놀리다.
風水先生本是虛 풍수선생본시허(풍수 선생은 본래 이것은 헛됨이고)
指南指北舌飜空 지남지북설번공(남 가리켜 북 가리켜 혀 놀림 비었네.)
靑山若有公侯地 청산약유공후지(청산에 만약 공후의 땅이 있다면)
何不當年葬爾翁 하불당년장이옹(어찌 당연한 해에 네 아비 묻지 않았나.)
4. 조지사(嘲地師) : 지사를 조롱함.
*이순풍(李淳風)은 당나라 사람으로 역산(曆算)에 밝았고 혼천의(渾天儀)를 만들었다.
*천체의 형상도 모르면서 땅의 이치를 안답시고 명당이라는 곳을 찾기 위해 수많은 산봉우리와 골짜기를 누비고 다녔으나 모두 헛수고를 한 것이니 그만 두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조롱을 했다.
可笑龍山林處士 가소용산임처사(가소롭구나 용산에 사는 임처사여)
暮年何學李淳風 모년하학이순풍(늘그막에 어찌하여 이순풍을 배웠나.)
雙眸能貫千峰脈 쌍모능관천봉맥(두 눈동자 꿰어서 맥 봉우리 천개고)
兩足徒行萬壑空 양족도행만학공(두 다리 달려 가니 빈 골짜기 만개네.)
顯顯天文猶未達 현현천문유미달(환하게 드러난 천문은 여전히 모르면서)
漠漠地理豈能通 막막지리기능통(보이지 않는 땅 속 일을 어찌 능통하랴.)
不如歸飮重陽酒 불여귀음중양주(돌아가 중양절 술이나 마시는만 못하고)
醉抱瘦妻明月中 취포수처명월중(밝은 달 가운데 취해 여윈 아내 안아주게.)
5. 박(博) : 장기
주객(酒客)과 시우(詩友)가 대청마루에서 장기를 두고 있는 모습을 읊었다.
포(包), 상(象), 차(車), 마(馬)의 활약이 잘 묘사되어 있다.
酒老詩豪意氣同 주로시호의기동(술은 늙고 시가 호걸은 뜻은 같은 기이고)
戰場方設一堂中 전장방설일당중(싸움 장소는 비로소 되어 한집 가운데네.)
飛包越處軍威壯 비포월처군위장(포가 날아 그곳 넘어 군은 위세 장군이고)
猛象준前陳勢雄 맹상준전진세웅(상이 사나워 앞서 진영은 세가 사내네)
直走輕車先犯卒 직주경차선범졸(곧장 달리는 가벼운 차는 범한 졸이 먼저고)
橫行駿馬每窺宮 횡행준마매규궁(옆으로 가는 준마 말은 궁을 매번 엿보네.)
殘兵散盡連呼將 잔병산진연호장(남은 병사 다 흩어지니 이어 장군 부르고)
二士難存一局空 이사난존일국공(두 사는 존재가 어려워 한 판국이 비었네.)
6. 기(棋) : 바둑
사호(四皓)는 진시황 때 난을 피해 상산(商山)에 숨은 네 은사(隱士).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녹里先生). *삼청(三淸)은 옥청(玉淸), 상청(上淸), 태청(太淸)으로 신선들이 산다는 궁의 이름이다.
縱橫黑白陳如圍 종횡흑백진여위(종과 횡으로 흑과 백은 에워싼 것처럼 진치니)
勝敗專由取舍機 승패전유취사기(승패는 오로지 이유는 취하고 버리는 틀이네.)
四皓閑秤忘世坐 사호한칭망세좌(네 흴가는 한가한 저울은 세상 자리를 잊었고)
三淸仙局爛柯歸 삼청선국난가귀(셋 맑은 신선 대국 도끼자루 돌아가 문드러지네.)
詭謨偶獲擡頭點 궤모우획대두점(뜻밖의 책략 우호는 머리 점을 들고)
誤着還收擧手揮 오착환수거수휘(잘못 두고 또한 거두어 손 휘둘러 드네.)
半日輪영更挑戰 반일윤영갱도전(한나절 승부를 걸고 다시금 도전하니)
丁丁然響到斜輝 정정연향도사휘(바둑알 치는 소리에 석양 빛나 이르네.)
7. 안경(眼鏡)
각 행의 끝나는 글자들이 모두 동물 이름이다.
갈매기 구(鷗), 소 우(牛), 범 호 (虎), 원숭이 후(후), 사슴 록(鹿), 비둘기 구(鳩), 눈 안(眼), 당나귀 류(류)
*접을 수 있는 안경 다리가 두루미 무릎을 닮았다고 해서 학슬(鶴膝)이라 불렀다.
*오정(烏精)은 거무스럼한 안경알을 가리킨다.
江湖白首老如鷗 강호백수노여구(강호에 흰 머리는 늙은 갈매기 같고)
鶴膝烏精價易牛 학슬오정가역우(학 무릎 검은 정은 변하여 소 값일세.)
環若張飛蹲蜀虎 환약장비준촉호(고리눈 장비는 촉나라 범이 웅크리고)
瞳成項羽沐荊後 동성항우목형후(눈동자 된 항우는 다스린 후 목욕이네.)
揷疑濯濯穿籬鹿 삽의탁탁천리록(의심꽂아 씻어서 울타리 뚫는 사슴 같고)
快讀關關在渚鳩 쾌독관관재저구(신나게 읽어 관계하여 물가 비둘기 있네)
少年多事懸風眼 소년다사현풍안(소년에게 많은 일은 바람 눈이 드러나고)
春陌堂堂倒紫流 춘맥당당도자류(봄 언덕으로 당당하게 당나귀 거꾸로 타네.)
8. 마석(磨石) : 맷돌
*돌로 만든 무생물체도 그가 노래하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 태어났다.
誰能山骨作圓圓 수능산골작원원(누가 산 속의 바윗돌을 둥글하게 만들었나.)
天以順還地自安 천이순환지자안(하늘은 순차로 돌아 땅은 스스로 편안하네.)
隱隱雷聲隨手去 은은뇌성수수거(은은하게 우뢰소리 손 따라서 가더니)
四方飛雪落殘殘 사방비설낙잔잔(사방에 날리는 눈 잔인하게 떨어지네)
9. 전(錢) : 돈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고 산 사람도 죽게 만드는 것이 돈이니 당시에도 그 위력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周遊天下皆歡迎 주유천하개환영(천하를 두루 돌아 다니며 어디서나 환영받으니)
興國興家勢不輕 흥국흥가세불경(나라 흥하고 집안 흥성하여 세력이 가볍지 않네.)
去復還來來復去 거복환래래복거(갔다가 다시 또한 오고 왔다가는 다시 떠나가니)
生能死捨死能生 생능사사사능생(살수있는 죽음이 버리고 죽을 수 있는데 살리네.)
10. 낙화음(落花吟) : 떨어진 꽃
*초목과 꽃이 풍성한 봄이 지나감을 아쉬워하여 읊은 작품이다.
曉起飜驚滿山紅 효기번경만산홍(새벽에 일어나 온 산이 붉은 걸 보고 놀랐네.)
開落都歸細雨中 개락도귀세우중(가랑비 속에 피었다 가랑비 속에 지네.)
無端作意移粘石 무단작의이점석(끝없이 살고 싶어 바위 위에도 달라붙고)
不忍辭枝倒上風 불인사지도상풍(가지를 차마 떠나지 못해 바람 타고 오르기도 하네.)
鵑月靑山啼忽罷 견월청산제홀파(두견새는 푸른 산에서 슬피 울다가 그치고)
燕泥香逕蹴全空 연니향경축전공(제비는 진흙에 붙은 꽃잎을 차다가 그저 올라가네.)
繁華一度春如夢 번화일도춘여몽(번화한 봄날이 한차례 꿈같이 지나가자)
坐嘆城南頭白翁 좌탄성남두백옹(머리 흰 성남의 늙은이가 앉아서 탄식하네.)
11. 설중한매(雪中寒梅) : 눈 속의 차가운 매화
雪中寒梅酒傷妓 설중한매주상기(눈 속에 핀 차가운 매화는 술에 취한 기생 같고)
風前槁柳誦經僧 풍전고류송경승(바람 앞에 마른 버들은 불경을 외는 중 같구나)
栗花落花尨尾短 율화낙화방미단(떨어지는 밤꽃은 삽살개의 짧은 꼬리 같고)
榴花初生鼠耳凸 유화초생서이철(갓 피어나는 석류꽃은 뾰족한 쥐의 귀 같구나.)
12. 설일 (雪日) : 눈 오는 날
*김삿갓이 어느 절에 가서 하룻밤 재워 달라고 청하자 중이 거절했다.
김삿갓이 절을 나가려 하자 혹시 김삿갓이 아닌가 생각하고 시를 짓게 했다. 혹(或), 역(亦), 벽(壁), 막(莫) 같은 어려운 운을 불러 괴롭혔지만 이 시를 짓고 잠을 자게 되었다.
雪日常多晴日或 설일상다청일혹(늘 눈이 내리더니 어쩌다 개어)
前山旣白後山亦 전산기백후산역(앞산이 희어지고 뒷산도 희구나)
推窓四面琉璃壁 추창사면유리벽(창문을 밀쳐 보니 사면이 유리벽이라)
分咐寺童故掃莫 분부사동고소막(아이에게 시켜서 쓸지 말라고 하네.)
13. 눈(雪) : 눈
*천황씨와 인황씨는 고대 중국 전설에 나오는 임금이다.
눈이 녹아 흐르는 물을 임금의 죽음을 슬퍼하여 흘리는 눈물에 비유하였다.
天皇崩乎人皇崩 천황붕호인황붕(천황씨가 죽었나 인황씨가 죽었나)
萬樹靑山皆被服 만수청산개피복(나무와 청산이 모두 상복을 입었네.)
明日若使陽來弔 명일약사양내조(밝은 날에 해가 찾아와 조문한다면)
家家첨前淚滴滴 가가첨전누적적(집집마다 처마 끝에서 눈물 뚝뚝 흘리겠네.)
14. 조(蚤) : 벼룩
*벼룩의 모양과 습성을 묘사하고 벼룩에 물린 사람의 피부를 복숭아꽃이 만발한 봄 경치에 비유하였다.
貌似棗仁勇絶倫 모사조인용절륜(비슷한 모습 어진 대추로 용기 인륜끈고)
半風爲友蝎爲隣 반풍위우갈위린(반쯤 바람은 친구되고 전갈은 이웃되네.)
朝從席隙藏身密 조종석극장신밀(아침은 자리 틈새 쫒아 몸을 몰래 숨기고)
暮向衾中犯脚親 모향금중범각친(저녁은 이불 속에 다리와 친하게 범하네.)
尖嘴嚼時心動索 첨취작시심동색(뾰족한 주둥이에 물릴 때 마음 동해 찾고)
赤身躍處夢驚頻 적신약처몽경빈(붉은 몸이 뛰는 곳에 꿈은 놀라 빈번하네.)
平明點檢肌膚上 평명점검기부상(평상시 밝아 살펴보면 피부 위가 주렸고)
剩得桃花萬片春 잉득도화만편춘(얻어 남은것은 복숭아 꽃 만발한 봄이네.)
15. 노우(老牛) : 늙은 소
*세월의 무상함은 인간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늙은 소를 보고서도 세월이 앗아간 전날의 혈기 넘쳤던 때를 생각할 수 있다.
瘦骨稜稜滿禿毛 수골릉릉만독모(파리한 뼈는 앙상하니 대머리 털 가득하고)
傍隨老馬兩分槽 방수노마양분조( 곁에 따르는 늙은 말 둘 나뉜 마굿간이네.)
役車荒野前功遠 역거황야전공원(수레 끄는 거친 들판 옛 공은 멀어지고)
牧竪靑山舊夢高 목수청산구몽고(목동 따라 푸른 들에서 놀던 그 시절 꿈 같아라.)
健耦常疎閑臥圃 건우상소한와포(굳센 쟁기 항상 거칠어 한가히 채마밭에 눞고)
苦鞭長閱倦登皐 고편장열권등고(괴로운 채찍 긴 볼 오른 언덕이 게을렀다네.)
可憐明月深深夜 가련명월심심야(가련해라 밝은 달은 깊고 깊어 가는 밤이고)
回憶平生謾積勞 회억평생만적노(기억 돌이켜 평생 쌓은 노력 부질없다네.)
16. 송병(松餠) : 송편
*새알을 만들고 조개 같은 입술을 맞추고 반달 같은 송편을 먹는 묘사에서 시인의 관찰력과 재치를 볼 수 있다.
手裡廻廻成鳥卵 수리회회성조란(손에 넣고 뱅뱅 돌리면 새알이 만들어지고)
指頭個個合蚌脣 지두개개합방순(손가락 끝으로 낱낱이 파서 조개 같은 입술을 맞추네.)
金盤削立峰千疊 금반삭립봉천첩(금쟁반에 천봉우리를 첩첩이 쌓아 올리고)
玉箸懸燈月半輪 옥저현등월반륜(등불을 매달고 옥젖가락으로 반달 같은 송편을 집어 먹네.)
17. 백구시(白鷗時) : 갈매기 시절
沙白鷗白兩白白 사백구백양백백(모래도 희고 갈매기도 희니)
不辨白沙與白鷗 불변백사여백구(모래와 갈매기를 분간할 수 없구나.)
漁歌一聲忽飛去 어가일성홀비거(어부가(漁夫歌) 한 곡조에 홀연히 날아 오르니)
然後沙沙復鷗鷗 연후사사부구구(그제야 모래는 모래, 갈매기는 갈매기로 구별되누나.)
18. 입금강(入金剛) : 금강산에 들어가다.
*봄날 금강산으로 들어가면서 주위에 펼쳐진 경치의 아름다움을 읊었다.
緣靑碧路入雲中 연청벽로입운중(녹색 청색 푸른 길 따라서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樓使能詩客住筇 누사능시객주공(누각에서 하여금 능한 글귀 나그네 지팡이 사네.)
龍造化含飛雪瀑 용조화함비설폭(용은 조화를 머금어 눈발 사납게 날리고)
劒精神削揷天峰 검정신삭삽천봉(칼은 정신을 깍아서 하늘 봉우리 꽂았네.)
仙禽白幾千年鶴 선금백기수년학(신선한 짐승 몇이나 하얗게 천 년 학이고)
澗樹靑三百丈松 간수청삼백장송(산골물 나무는 푸르러 삼백 장 소나무네.)
僧不知吾春睡腦 승부지오춘수뇌(스님은 내가 잠 즐기는 것도 알지 못하고 )
忽無心打日邊鐘 홀무심타일변종(갑자기 무심하게 햇 가에 종을 치는구나.)
19. 답승금강산시(答僧金剛山詩) : 스님에게 금강산 시를 답하다.
*한 승려의 청으로 금강산을 읊으려 하나 너무나 장엄하고 기이한 산세에 압도되어 시를 짓지 못하겠다는 내용이다.
百尺丹岩桂樹下 백척단암계수하(백 척의 붉은 바위와 계수나무 아래에)
柴門久不向人開 시문구불향인개(사립문 오랫동안 사람에 열지 않았네)
今朝忽遇詩仙過 금조홀우시선과(지금 아침 갑자기 만나 신선 지날 글귀이고)
喚鶴看庵乞句來 환학간암걸구래(학을 불러 암자를 보고 글귀 와서 구걸하네.)
矗矗尖尖怪怪奇 촉촉첨첨괴괴기(우거지고 뾰족하고 기이하여 기특한 중에)
人仙神佛共堪凝 인선신불공감응(인선과 신불은 함께 견디어서 엉키었다네.)
平生詩爲金剛惜 평생시위금강석(평생동안 글귀는 금강산 위해 아껴 왔지만)
詩到金剛不敢詩 시도금강불감시(글귀는 금강산에 이르니 감히 글귀가 없네.)
20. 묘향산시(妙香山詩)
*평소에 한번 와 보고 싶었던 묘향산의 겹겹이 둘러싸인 산세와 산봉우리의 빼어남을 노래하였다.
平生所欲者何求 평생소욕자하구(평생에서 욕심인 것은 어찌 구하겠는가.)
每擬妙香山一遊 매의묘향산일유(매번 비기는 묘향산에 한번 여행이라네.)
山疊疊千峰萬仞 산첩첩천봉만인(산은 첩첩으로 천개 봉우리 만 길이고 )
路層層十步九休 노층층십보구휴(길은 층층으로 열 걸음에 아홉번 쉬네.)
21. 구월산봉(九月山峰) : 구월산
昨年九月過九月 작년구월과구월(지난해 구월에 구월산을 지났는데)
今年九月過九月 금년구월과구월(올해 구월에도 구월산을 지나네.)
年年九月過九月 연연구월과구월(해마다 구월에 구월산을 지나니)
九月山光長九月 구월산광장구월(구월산 풍경은 늘 구월일세.)
22. 금강산(金剛山)
★*운의 반복으로 시각적, 청각적 효과를 높혔다.
松松栢栢岩岩廻 송송백백암암회(소나무와 소나무, 잣나무와 잣나무,바위와 바위를 도니 )
水水山山處處奇 수수산산처처기(물과 물, 산과 산이 곳곳마다 기묘하구나.)
23. 상경(賞景) : 경치를 즐기다.
★*그에게 있어 자연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대상이 아니었다.
방랑의 동반자요 거처 가 되었으니 발길 닿은 산천경개는 모두 그의 노래가 되었다.
화가가 아름다운 봄의 경치는 그릴 수 있겠지만 숲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울음 소리는 어떻게 그려 낼 수 있겠는가.
一步二步三步立 일보이보삼보립(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가다가 서니 )
山靑石白間間花 산청석백간간화(산 푸르고 바윗돌 흰데 틈틈히 꽃이 피었네.)
若使畵工模此景 약사화공모차경(화공으로 하여금 이 경치를 그리게 한다면)
其於林下鳥聲何 기어림하조성하(숲 속의 새소리는 어떻게 하려나.)
24. 영남술회(嶺南述懷)
★*아무리 남쪽 지방의 경치가 좋다한들 집으로 돌아가 물가에 핀 매화 보는 것만 못 하니 망향대에 올라 고향을 떠난 자신의 기구한 팔자를 읊고 있다.
超超獨倚望鄕臺 초초독의망향대(높다란 망향대에 나 홀로 기대 서서)
强壓覇愁快眼開 강압기수쾌안개(나그네 시름을 억누르고 사방을 둘러 보았네.)
與月經營觀海去 여월경영관해거(달을 따라 드나드는 바다도 둘러보고)
乘花消息入山來 승화소식입산래(꽃소식 알고 싶어 산 속으로 들어왔네.)
長遊宇宙餘雙履 장유우주여쌍극(오랫동안 세상 떠돌다 보니 나막신 한 짝만 남았는데)
盡數英雄又一杯 진수영웅우일배(영웅들을 헤아리며 술 한 잔을 다시 드네.)
南國風光非我土 남국풍광비아토(남국의 자연이 아름다워도 내 고장 아니니)
不如歸對漢濱梅 불여귀대한빈매(한강으로 돌아가 매화꽃이나 보는 게 낫겠네.)
25. 회양과차(淮陽過次) : 회양을 지나다가
★*'낭'은 足(족)부에 良, '창'은 足(족)부에 倉. *김삿갓이 물을 얻어먹기 위해 어느 집 사립문을 들어 가다가 울타리 밑에 핀 꽃을 바라보고 있는 산골 처녀를 발견했다.
처녀는 나그네가 있는 줄도 모르고 꽃을 감상하고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짧은 치마 아래 드러난 다리를 감추려는 듯 울타리 뒤에 숨었다.
山中處子大如孃 산중처자대여양(산 속 처녀가 어머니만큼 커졌는데)
緩著粉紅短布裳 완저분홍단포상(짧은 분홍 베치마를 느슨하게 입었네.)
赤脚낭창羞過客 적각낭창수과객(나그네에게 붉은 다리를 보이기 부끄러워 )
松籬深院弄花香 송리심원농화향(소나무 울타리 깊은 곳으로 달려가 꽃잎만 매만지네.)
26. 과보림사(過寶林寺) : 보림사를 지나며
*보림사는 전남 장흥 가지산에 있는절, 용천사는 전남 함평 무악산에 있는 절이다.
窮達在天豈易求 궁달재천개이구(빈궁과 영달은 하늘에 달렸으니 어찌 쉽게 구하랴.)
從吾所好任悠悠 종오소호임유유(내가 좋아하는 대로 유유히 지내리라.)
家鄕北望雲千里 가향북망운천리(북쪽 고향 바라보니 구름 천 리 아득한데)
身勢南遊海一구 신세남유해일구(남쪽에 떠도는 내 신세는 바다의 물거품일세.)
掃去愁城盃作추 소거수성배작추(술잔을 빗자루 삼아 시름을 쓸어 버리고)
釣來詩句月爲鉤 조래시구월위구(달을 낚시 삼아 시를 낚아 올리네.)
寶林看盡龍泉又 보림간진용천우(보림사를 다 보고나서 용천사에 찾아오니)
物外閑跡共比丘 물외한적공비구(속세 떠나 한가한 발길이 비구승과 한가지일세.)
27. 한식일등북루음(寒食日登北樓吟) : 한식날 북루에 올라 읊다.
*김삿갓이 원산에 이르러 명사십리(明沙十里)를 지나다가 정자에 올라 쉬고 있는데 근처에서 어린과부가 남편 무덤 앞에 술잔을 올리며 내는 곡소리가 슬픈 노래처럼 들려 왔다.
十里平沙岸上莎 십리평사안상사(십 리 모래 언덕에 사초꽃이 피었는데)
素衣靑女哭如歌 소의청녀곡여가(소복 입은 젊은 여인이 노래처럼 곡하네.)
可憐今日墳前酒 가련금일분전주(가련해라 지금 무덤 앞에 부은 술은)
釀得阿郞手種禾 양득아랑수종화(남편이 심었던 벼로 빚었을 테지.)
28. 범주취음(泛舟醉吟) : 배를 띄우고 취해서 읊다.
* 신풍(新豊)은 한대(漢代)의 현(縣) 이름으로 신풍미주(新豊美酒)라 하여 좋은 술 이 나왔다고 함.
* 항우(項羽)는 초(楚)나라를 세워 한나라 유방과 함께 진나라를 멸망시킨 영웅.
* 소진(蘇秦)은 중국 전국시대에 말 잘하던 유세객(遊設客)이다.
* 지금 김삿갓이 놀고 있는 강은 소동파가 적벽부(赤壁賦)를 읊었던 그 적벽강은 아니지만 땅은 맛있는 술이 나왔던 신풍과 닮았다.
오늘날의 세상은 돈만 있으면 항우 같은 힘을 낼 수도 있고 술에 취하면 말 잘하는 소진도 될 수 있다.
江非赤壁泛舟客 강비적벽범주객(강은 적벽강이 아니지만 배를 띄웠지.)
地近新豊沽酒人 지근신풍고주인(땅은 신풍에 가까워 술을 살 수 있네.)
今世英雄錢項羽 금세영웅전항우(지금 세상에 영웅이 따로 있으랴, )
當時辯士酒蘇秦 당시변사주소진(돈이 바로 항우이고 변사가 따로 있으랴, 술이 바로 소진이지.)
29. 원생원(元生員) : 원생원
*김삿갓이 북도 지방의 어느 집에 갔다가 그곳에 모여 있던 마을 유지들을 놀리며 지은 시이다.
구절마다 끝의 세 글자는 원생원(元生員), 서진사(徐進士), 문첨지(文僉知), 조석사(趙碩士)의 음을 빌려 쓴 것이다.
日出猿生原 일출원생원(해 뜨자 원숭이가 언덕에 나타나고)
猫過鼠盡死 묘과서진사(고양이 지나가자 쥐가 다 죽네.)
黃昏蚊簷至 황혼문첨지(황혼이 되자 모기가 처마에 이르고)
夜出蚤席射 야출조석사(밤 되자 벼룩이 자리에서 쏘아대네.)
30. 난피화(難避花) : 피하기 어려운 꽃
*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가는데 청년들이 기생들과 놀고 있었다.
김삿갓이 부러워하여 한자리에 끼어 술을 얻어 마신 뒤 이 시를 지어 주었다.
靑春抱妓千金開 청춘포기천금개(청춘에 기생을 안으니 천금이 초개 같고)
白日當樽萬事空 백일당준만사공(대낮에 술잔을 대하니 만사가 부질없네.)
鴻飛遠天易隨水 홍비원천이수수(먼 하늘 날아가는 기러기는 물 따라 날기 쉽고)
蝶過靑山難避花 접과청산난피화(청산을 지나가는 나비는 꽃을 피하기 어렵네.)
31. 기생합작(妓生合作) : 기생과 함께 짓다.
* 평양감사가 잔치를 벌이면서 능할 능(能)자 운을 부르자 김삿갓이 먼저 한 구절을 짓고 기생이 이에 화답하였다.
삿갓(金笠) 平壤妓生何所能 평양기생하소능(평양 기생은 무엇에 능한가)
기생(妓生) 能歌能舞又詩能 능가능무우시능(노래와 춤 다 능한 데다 시까지도 능하다오.)
삿갓(金笠) 能能其中別無能 능능기중별무능(능하고 능하다지만 별로 능한 것 없네.)
기생(妓生) 月夜三更呼夫能 월야삼경호부능(달 밝은 한밤중에 지아비 부르는 소리에 더 능하다오.)
32. 옥구김진사(沃溝金進士)
*김삿갓이 옥구 김 진사 집을 찾아가 하룻밤 묵기를 청하자 돈 두 푼을 주며 내쫓았다.
김삿갓이 이 시를 지어 대문에 붙이니 김 진사가 이 시를 보고 자기 집에다 재우고 친교를 맺었다.
沃溝金進士 옥구김진사(옥구 김 진사가)
與我二分錢 여아이분전(내게 돈 두 푼을 주었네.)
一死都無事 일사도무사(한번 죽어 없어지면 이런 꼴 없으련만)
平生恨有身 평생한유신(육신이 살아 있어 평생에 한이 되네.)
33. 창(窓)
★ 눈 오는 날 김삿갓이 친구의 집을 찾아가자 친구가 일부러 문을 열어주지 않고 창(窓)이라는 제목을 내며 파촉 파 (巴)와 긁을 파(爬)를 운으로 불렀다.
十字相連口字橫 십자상연구자횡(십(十)자가 서로 이어지고 구(口)자가 빗겼는데)
間間棧道峽如巴 간간잔도협여파(사이사이 험한 길이 있어 파촉(巴蜀)가는 골짜기 같네.)
隣翁順熟低首入 인옹순숙저수입(이웃집 늙은이는 순하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지만)
稚子難開擧手爬 치자난개거수파(어린 아이는 열기 어렵다고 손가락으로 긁어대네.)
34. 양반론(兩班論)
★* 김 삿갓이 어느 양반 집에 갔더니 양반입네 거드럼을 피우며 족보를 따져 물었다.
집안 내력을 밝힐 수 없는 삿갓으로서는 기분이 상할 수 밖에. 주인 양반이 대접 을 받으려면 행실이 양반다워야 하는데 먼 길 찾아온 손님을 박대하니 그 따위가 무슨 양반이냐고 놀리고 있다.
彼兩班此兩班 피양반차양반(네가 양반이면 나도 양반이다.)
班不知班何班 반부지반하반(양반이 양반을 몰라보니 양반은 무슨 놈의 양반.)
朝鮮三姓其中班 조선삼성기중반(조선에서 세 가지 성만이 그중 양반인데)
駕洛一邦在上班 가락일방재상반(김해 김씨가 한 나라에서도 으뜸 양반이지.)
來千里此月客班 내천리차월객반(천 리를 찾아왔으니 이 달 손님 양반이고)
好八字今時富班 호팔자금시부반(팔자가 좋으니 금시 부자 양반이지만)
觀其爾班厭眞班 관기이반염진반(부자 양반을 보니 진짜 양반을 싫어해)
客班可知主人班 객반가지주인반(손님 양반이 주인 양반을 알 만하구나.)
35. 암야방홍련(暗夜訪紅蓮) : 어두운 밤에 홍련을 찾아가다.
* 동정(洞庭)은 두보의 '등악양루'(登岳陽樓)의 배경이 된 중국 호남성에 있는 동정 호(洞庭湖)를 말한다.
* 홍련을 만나려고 여러 여인들이 자는 기생방을 한밤중에 찾아갔는데 어둠 속에서 얼결에 추파라는 기생을 밟고는 깜짝 놀랐다.
探香狂蝶半夜行 탐향광접반야행(향기 찾는 미친 나비가 한밤중에 나섰지만)
百花深處摠無情 백화심처총무정(온갖 꽃은 밤이 깊어 모두들 무정하네.)
欲採紅蓮南浦去 욕채홍련남포거(홍련을 찾으려고 남포로 내려가다가)
洞庭秋波小舟驚 동정추파소주경(동정호 가을 물결에 작은 배가 놀라네.)
36. 언문풍월(諺文風月)
* 서당에서 있을 유(有)자와 술 주(酒)자를 운으로 부르자 언문(한글)과 한자를 조합하여 지었다.
靑松듬성담성立 청송듬성담성립이요(푸른 소나무가 듬성듬성 섰고)
人間여기저기有 인간여기저기유라.(인간은 여기저기 있네.)
所謂엇뚝삣뚝客 소위엇뚝삣뚝객이(엇득 빗득 다니는 나그네가)
平生쓰나다나酒 평생쓰나다나주라.(평생 쓰나 다나 술만 마시네.)
37. 개춘시회작(開春詩會作) : 봄을 시작하는 시회
데각데각 登高山하니 데각데각 등고산하니(데걱데걱 높은 산에 오르니)
시근뻘뜩 息氣散이라. 시근뻘뜩 식기산이라(씨근벌떡 숨결이 흩어지네.)
醉眼朦朧 굶어觀하니 취안몽롱 굶어관하니(몽롱하게 취한 눈으로 굶주리며 보니)
욹읏붉읏 花爛漫이라. 욹읏붉읏 화난만이라.(울긋불긋 꽃이 만발했네.)
*산에서 시회가 열린 것을 보고 올라갔는데 시를 지어야 술을 준다고 하자 이 시를 지었다.
사람들이 언문풍월도 시냐고 따지니 다시 한 수를 읊었다.
諺文眞書석거作하니 : 언문진서섞어작하니(언문과 진서를 섞어 지었으니)
是耶非耶皆吾子라. : 시야비야개오자라.(이게 풍월이냐 아니냐 하는 놈들은 모두 내 자식이다.)
38. 독가소제(犢價訴題) : 송아지 값 고소장
* 가난한 과부네 송아지가 부잣집 황소의 뿔에 받혀 죽자 이 이야기를 들은 김삿갓 이 이 시를 써서 관가에 바쳐 송아지값을 받아 주었다.
四兩七錢之犢을 : 사양칠전지독을(넉 냥 일곱 푼짜리 송아지를)
放於靑山綠水하야 : 방어청산녹수하야(푸른 산 푸른 물에 놓아서)
養於靑山綠水러니 : 양어청산녹수러니(푸른 산 푸른 물로 길렀는데,)
隣家飽太之牛가 : 인가포태지우가(콩에 배부른 이웃집 소가)
用其角於此犢하니 : 용기각어차독하니(이 송아지를 뿔로 받았으니)
如之何卽可乎리요. : 여지하즉가호리요(어찌하면 좋으리까.)
39. 욕설모서당(辱說某書堂) : 서당 욕설시
* 추운 겨울날 서당에 찾아가 재워주기를 청하나 훈장은 미친개 취급하며 내쫓는다.
인정 없는 훈장을 욕하는 시 소리 나는 대로 읽어야 제맛이 난다.
書堂乃早知 서당내조지(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와보니)
房中皆尊物 방중개존물(방 안에 모두 귀한 분들일세.)
生徒諸未十 생도제미십(생도는 모두 열 명도 못 되고)
先生來不謁 선생내불알(선생은 와서 뵙지도 않네.)
40. 욕공씨가(辱孔氏家) : 공씨네 집에서
*구멍 공(孔)자를 공공(개 짖는 소리), 공가(성), 구멍이라는 세 가지 뜻으로 썼다.
臨門老尨吠孔孔 임문노방폐공공(문에 가니 늙은 삽살개가 콩콩 짖으니)
知是主人姓曰孔 지시주인성왈공(아는것은 주인의 성이 왈 공가라네.)
黃昏逐客緣何事 황혼축객연하사(황혼에 나그네를 쫓으니 무슨 까닭인가)
恐失夫人脚下孔 공실부인각하공(부인의 다리 아랫 구멍 잃을까 두려운거지)
ㅡ2부
(51) 多睡婦
西隣愚婦睡方濃 ~ 이웃집 어리석은 아낙네는 낮잠만 즐기네.
不識蠶工況也農 ~ 누에치기 모르니 하물며 農事를 알랴.
機閑尺布三朝織 ~ 베틀은 늘 閑暇해 베 한 자에 사흘 걸리고
杵倦升粮半日春 ~ 절구질도 게을러 半나절에 피 한 되 찧네.
弟衣秋盡獨稱搗 ~ 媤아우 옷은 가을이 다 가도록 말로만 다듬질하고
姑襪冬過每語縫 ~ 媤어미 버선 깁는다고 말로만 바느질하며 겨울 넘기네.
蓬髮垢面形如鬼 ~ 헝클어진 머리에 때 낀 얼굴이 꼭 鬼神 같아
偕老家中却恨逢 ~ 같이 사는 食口들이 잘못 만났다 恨嘆하네.
(52) 答僧金剛山 詩
(僧 ~ 請)
百尺丹巖桂樹下 ~ 百 尺 붉은바위 桂樹나무 아래
紫門久不向人開 ~ 庵子의 사립門은 오랫동안 열지 않았소.
今朝忽遇詩仙過 ~ 오늘 아침 詩仙께서 지나침을 보고
喚鶴看庵乞句來 ~ 鶴불러 庵子를 보여드리고 詩 한 首를 얻고자 하오.
(笠 ~ 答)
矗矗尖尖怪怪奇 ~ 우뚝우뚝 뾰족뾰족 奇奇怪怪한 가운데
人仙神佛共堪凝 ~ 人仙과 神佛이 함께 하였군요.
平生詩爲金剛惜 ~ 平生 金剛山을 爲해 詩를 아껴 왔는데
詩到金剛不敢詩 ~ 막상 金剛山에 當到하니 敢히 詩를 지을 수가 없소.
(53) 大同江上
大同江上仙舟泛 ~ 大同江물 위에 떠 있는 數많은 놀잇배들
吹笛歌聲泳遠風 ~ 피리 소리 노랫소리 먼 바람결에 들려 오네.
客子停驂聞不樂 ~ 江가에 말 멈추고 듣는 나그네 마음 서러운데
蒼梧山色暮雲中 ~ 蒼梧山 푸른 빛이구름 속에 저물어 가는구나.
(54) 大同江練光亭
截然乎吃立高門 ~ 깎아지른 絶壁 위에 練光亭 門이 서 있고
碧萬頃蒼波直飜 ~ 萬頃蒼波 大同江엔 푸른 물결 출렁인다.
一斗酒三春過客 ~ 지나가는 봄 나그네는 한 말 술에 醉했는데
千絲柳十里江村 ~ 綾羅島 마을에는 垂楊버들 푸르르다
孤丹鶩帶來霞色 ~ 외로운 붉은 따오기 노을 속에 날아오고
雙白鷗飛去雪痕 ~ 白鷗는 雙雙이 눈과 같이 날아 가도다.
波上之亭亭上我 ~ 물결 위에 亭子 있고 亭子 위에 내가 있으니
坐初更夜月黃昏 ~ 初저녁에 앉아서 달뜨는 밤도 떠나지 못하네.
(55) 犢價訴題 (송아지 값 告訴章)
四兩七錢之犢 ~ 넉 兩 일곱 分짜리 송아지를
放於靑山綠水 ~ 푸른 山 푸른 물에 놓아서
養於靑山綠水 ~ 푸른 山 푸른 물로 길렀는데
隣家飽太之牛 ~ 콩에 배부른 이웃집 소가
用其角於此犢 ~ 이 송아지를 뿔로 받았으니
如之何卽可乎 ~ 어찌하면 좋으리까.
(★ 가난한 寡婦네 송아지가 富者집 黃소의 뿔에 받혀 죽자 이 이야기를 들은 金삿갓이 이 詩를 써서 官家에 바쳐 송아지 값을 받아 주었다)
(56) 燈
用似焚香慾返魂 ~ 흰 香을 피우는 것은 魂을 부르고자 함이요
方生方死隔晨昏 ~ 燈盞불 魂도 새벽에 죽었다가 저녘에 되살아나
虞陶聖德從今覺 ~ 燈盞 속에 堯舜의 聖德을 只今도 밝혀 볼 수 있고
燧鑽神功自古存 ~ 燧人氏의 功德을 옛날 부터 잊지 않고 있도다.
滿腹出灰留客恨 ~ 뱃속 가득한 그을음을 吐해서 나그네 가슴에 恨을 남기고
終身呑炭報誰寃 ~ 終身토록 숯을 삼킴은 뉘라서 寃痛함을 갚으려는 것인가
靑樓煮酒會何日 ~ 靑樓에서 술을 데워 마시던 날이 언제이던가
天下英雄蛙可言 ~ 天下의 英雄들 燈불과 벗하여 웃으며 온 밤을 지세네.
(57) 登文星岩
削立岩千疊 ~ 바위는 깎아지른 듯 千 겹이나 싸였는데
平鋪海一杯 ~ 平平한 바다는 한 盞 술처럼 작게 보이네.
林深鳥語閙 ~ 숲이 鬱蒼하니 새 소리 시끄럽고
日暮棹歌回 ~ 날 저무니 돌아오는 漁夫의 노랫소리 들려온다.
欲覓任公釣 ~ 任公이 낚시질하던 곳 어디쯤인가
留看學士臺 ~ 學士臺에 올라가서 찾아 보았네.
酷憐山水樂 ~ 至極히 山水를 즐겨하던 그의 마음 생각나
待月久徘徊 ~ 달이 뜨기 기다려며 서성이누나.
(58) 登咸興九天閣
人等樓閣臨九天 ~ 사람이 樓閣에 오르니 九天이 바로 여길런가
馬渡長橋踏萬歲 ~ 말을 타고 긴 다리를 건너니 萬歲橋를 밟았도다.
山疑野狹遠遠立 ~ 山은 들이 좁을까 念慮해서 멀리멀리 서 있고
水畏舟行淺淺流 ~ 물은 배 다니는 것이 두려워서 얕게 얕게 흐르네.
山勢龍盤虎踞形 ~ 山勢는 龍이 서리고 범이 웅크린 形象이며
樓閣鸞飛鳳翼勢 ~ 樓閣은 鸞새가 날고 鳳이 날개를 편 形象이로다.
(59) 燈火
檠長八尺掛層軒 ~ 八 尺이나 되는 높은 처마에 걸린 燈불이여
其上玉盃磨出崑 ~ 그 속에 玉盃는 崑崙山에서 캐온 玉이고
未望月何圓夜夜 ~ 보름달도 아닌데 어디서 밤마다 둥글고
非春花亦吐村村 ~ 봄도 아닌데 마을 마다 웬 꽃들이 피었는가.
對筵還勝看白日 ~ 자리 깔고 앉았으면 白日을 보는 것보다 좋고
挑處能爲逐黃昏 ~ 심지를 돋울라 치면 能히 黃昏을 쫓아버리네.
雖謂紅燈光若是 ~ 그러나 紅燈街의 빛이 이같이 밝다고 하니
時時寧照覆傾盆 ~ 때때로 그러한 燈盞불 못 비치게 꺼 버릴 것을.
(60) 簾
最宜城市十街樓 ~ 발은 繁雜한 市街地 十字路 樓閣에 가장 잘 어울리고
遮却繁華取閬幽 ~ 繁雜한 것을 가리고 그윽한 것을 살리기 때문이로다.
三更皓月玲瓏照 ~ 三更에는 밝은 달을 玲瓏하게도 비추고
一陣紅埃隱映浮 ~ 한바탕 붉은 먼지는 隱映中에 막아 주도다.
漏出琴聲風乍動 ~ 바람이 暫깐 움직일 때 거문고 소리 새어 나오고
覘看算影霧初收 ~ 山 그림자를 엿보니 안개도 그쳤더라.
林蔥萬類眞顔色 ~ 숲 속에서 萬類가 바삐 자라남이 眞面目인데
盡人窓櫳半掛釣 ~ 몽땅 窓가로 끌려와서 이렇게 매달렸구나.
(61) 馬島
故人吟望雪連天 ~ 故人을 읊고 바라매 눈은 하늘에 이어지고
別後梅花叉一年 ~ 離別後에 梅花만이 또 한해가 되었도다.
快士暫遊仍出塞 ~ 快士가 暫깐 놀다 邊方으로 나가고
冷官多曠不求田 ~ 冷官이 많이 비니 밭을 求하지 않터라.
山川重閱龍灣路 ~ 山川을 거듭 지나니 龍솟음 치는 물굽이요
畵盡縡歸馬島船 ~ 書畵로 겨우 돌아오니 馬島船이로다.
城外未將壺酒餞 ~ 城外에 甁술를 가지고 餞送치 못하였으니
此詩難寫意茫然 ~ 이 詩를 쓰기 어려우매 뜻이 茫然하도다.
(62) 磨石 (맷돌)
誰能山骨作圓圓 ~ 누가 山 속의 바윗돌을 둥글게 만들었나
天以順還地自安 ~ 하늘만 돌고 땅은 그대로 있네.
隱隱雷聲隨手去 ~ 隱隱한 천둥소리가 손 가는 대로 나더니
四方飛雪落殘殘 ~ 四方으로 눈싸라기 날리다 殘殘히 떨어지네.
(63) 輓詞
歸何處 歸何處 ~ 어디로 갔소 어디로 갔소
三生瑟 五采衣 ~ 三生의 술과 五采의 옷을
都棄了 歸何處 ~ 다 버리고 어디로 갔소.
有誰知 有誰知 ~ 누가 알리오 누가 알리오
黑漆漆 長夜中 ~ 옻漆 같이 캄캄한 긴 밤中에
獨嗽嗽 有誰知 ~ 내 홀로 우는 것을 누가 알리오.
何時來 何時來 ~ 언제 오려나 언제 오려나
千疊山 万重水 ~ 疊疊 山길 萬 里 물길에
此一去 何時來 ~ 이番 한 番 가면 언제 오려나.
(64) 網巾
網學蜘蛛織學蛩 ~ 그물을 뜨는 法은 거미와 여치에게 배웠구나
小如針孔大如銎 ~ 작은 것은 바늘 구멍 큰 것은 針구멍 촘촘하기도 하지.
須臾捲盡千莖髮 ~ 暫깐 동안에 千 個의 터럭을 다 짜고 나서
鳥帽接罹摠附庸 ~ 새 깃털과 阿膠풀 모두 附屬品으로 쓰는구나.
(65) 覓詩
許多韻字何呼覓 ~ 許多한 韻字中에 어찌해 覓字를 부르노
彼覓有難況此覓 ~ 저 覓字도 어려운데 하물며 또 覓字인고.
一夜宿寢懸於覓 ~ 하룻밤 자고 가는것이 覓字에 달렸으니
山村訓長但知覓 ~ 山村訓長 아는것은 覓字 뿐인가 하노라.
(66) 明堂 묏자리에 앞에다 墓를 쓴 사람과 是非붙은 女人의 訴狀을 써주는데
掘去掘去彼隻之恒言 ~ 파간다 파간다 하는것은 저쪽이 늘 하는 말이고
捉來捉來本守之倒題 ~ 잡아온다 잡아온다 하는것은 郡守가 늘 하는 말일세.
今日明日乾坤不老月長在 ~ 오늘 來日하는 동안 天地야 그대로지만 歲月은 자꾸가고
此也彼也寂寞江山今百年 ~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사이 寂寞 江山만 百 年을 가리로다.
(67) 木枕
撑來偏去伴燈斜 ~ 木枕을 끌어당겨 燈盞 옆에 비스듬이 베고 누우니
做得黃梁向粟誇 ~ 世上事 아무 것도 부러울 것이 없도다.
爲體方圓經匠巧 ~ 생김새는 木手의 솜씨로 모나고 둥그나
隨心轉側作朋嘉 ~ 마음대로 골라서 벨 수 있으니 늘 좋은 親舊지.
五更冷夢同流水 ~ 새벽녘에 꾼 매정한 꿈은 물같이 흘려 보냈고
一劫前生謝落華 ~ 오랜 前生의 일들은 지는 꽃처럼 아름답더라.
兩兩鴛鴦雙畵得 ~ 한 雙의 鴛鴦새 그림을 그려 놓았으니
平生合我一鰥家 ~ 平生에 나같이 외로운 홀아비 집에 合當하도다.
(68) 猫. 1
三百郡中秀爾才 ~ 온갖 짐승들 中에 네 재주가 으뜸이라
乍來乍去不飛埃 ~ 오고 감에 먼지 하나 날리지를 않도다.
行時見虎暫藏跡 ~ 가다가 호랑이를 만나면 暫時 자취 감추고
走處逢狵每打腮 ~ 뛰다가 개를 보면 마냥 뺨을 치며 놀리네.
獵鼠主家雖得譽 ~ 主人 집의 쥐를 잡아서 稱讚을 들었으나
捉鷄隣里豈無猜 ~ 이웃집 닭을 잡으니 어찌 미움 사지 않으리.
南街北巷啼歸路 ~ 南쪽 北쪽 온 洞네를 울며 돌아 다니면서
能怯千村夜哭孩 ~ 밤에 우는 아이들 怯먹고 그치게 하도다.
(69) 猫. 2
乘夜橫行路北南 ~ 밤에는 南北 길을 제멋대로 다니며
中於狐狸傑爲三 ~ 여우와 삵괭이 사이에 끼어 三傑이 되었네.
毛分黑白渾成繡 ~ 털은 黑白이 뒤섞여 繡를 놓고
目狹靑黃半染藍 ~ 눈은 靑黃色에다 藍色까지 물들었네.
目狹靑黃半染藍 ~ 貴한 손님 밥床에선 맛있는 飮食을 훔쳐 먹고
老人懷裡傍溫衫 ~ 늙은이 품 속에서 따뜻한 옷에 덮여 자니
那邊雀鼠能驕慢 ~ 쥐가 어디에 있나 찾아나설 땐 驕慢 떨다가
出獵雄聲若大膽 ~ 야옹소리 크게 지를 땐 肝膽이 크기도 해라.
(70) 猫. 3
世稱虎儀色何玄 ~ 世上에서 고양이를 범에 비기는데 빛이 왜 검을까
射彩金精視必園 ~ 달의 精氣로 쏘아대는 視線은 반드시 뜰을 노리고
逈察兩端趨縮地 ~ 이곳저곳 살핀 뒤에 縮地法을 하듯이 세차게 달려가
高聽亂齧勢騰天 ~ 갉아댐을 높이 듣고 하늘을 오를 듯 한다
吃威能使安藩內 ~ 고양이 으르렁거리는 威嚴이 집안을 便安케 하고
俘馘堪觀弄囷前 ~ 잡은 쥐를 놀릴 때에는 갇힌 자를 다루듯 참 볼만하네.
田舍秋登應無害 ~ 農家에 秋收 때가 다가와도 全혀 쥐 被害가 없어
曾蒙禮典歲三千 ~ 일찍이 그 功德 禮典에 올라 이름이 三千歲까지 傳한다네.
(71) 妙香山 (變造詩)
平生所欲者 何求 ~ 平生所願이 무엇인고
每擬妙香山 一遊 ~ 妙香山에 한 番 오르고 싶은 것.
山疊疊 千峰萬仞 ~ 山은 疊疊에 峰마다 萬 길이요
路層層 十步九休 ~ 길은 層層이라 열 걸음에 아홉 番은 쉬네.
(72) 無題 (粥一器)
四脚松盤粥一器 ~ 네다리 松盤에 粥한 그릇
天光雲影共徘徊 ~ 하늘의 구름 그림자 그 안에 떠도네.
主人莫道無顔色 ~ 主人이여! 面目없다 말하지마오
吾愛靑山倒水來 ~ 물에 비친 靑山이 나는 좋으니.
(73) 問杜鵑花消息
問爾窓前鳥 ~ 窓앞에 새야 말좀 물어보자
何山宿早來 ~ 어느 山에서 자고 이렇게 일찍 왔는냐?
應識山中事 ~ 山中의 일을 너는 應當 알터이니
杜鵑花發耶 ~ 只今 山에는 진달래꽃이 피었더냐?
(74) 博 (장기)
酒老詩豪意氣同 ~ 將棋 술 親舊나 글 親舊들이 뜻이 맞으면
戰場方設一堂中 ~ 마루에 마주 앉아서 한바탕 싸움판을 벌이네.
飛包越處軍威壯 ~ 包가 날아오면 軍勢가 壯해지고
猛象蹲前陳勢雄 ~ 사나운 象이 웅크리고 앉으면 陳勢가 굳어지네.
直走輕車先犯卒 ~ 치달리는 車가 卒을 먼저 치자
橫行駿馬每窺宮 ~ 옆으로 달리는 날쌘 馬가 宮을 엿보네.
殘兵散盡連呼將 ~ 兵卒들이 거의 다 없어지고 잇달아 將을 부르자
二士難存一局空 ~ 두 士가 견디다 못해 將棋판을 쓸어 버리네.
(75) 白鷗
沙白鷗白兩白白 ~ 모래도 희고 갈매기도 희니
不辨白沙與白鷗 ~ 모래와 갈매기를 分揀할 수 없구나.
漁歌一聲忽飛去 ~ 漁夫歌 한 曲調에 忽然히 날아 오르니
然後沙沙復鷗鷗 ~ 그제야 모래는 모래, 갈매기는 갈매기로 區別되누나.
(76) 伐木
虎踞千年樹 ~ 호랑이가 꿇어 앉은 千 年 묵은 古木이
龍顚一夕空 ~ 龍이 너머지 듯 하룻밤 사이에 없어졌네.
杜楠前後無 ~ 杜甫 庭園에 녹나무는 한 그루 뿐인데
桓斧古今同 ~ 桓魋 (宋나라 司馬耕)가 쓰던 도끼는 옛날이나 다름 없네. (魋. 사람이름 퇴)
影斷三更月 ~ 나무가 없어지니 三更 달그림자도 없어지고
聲虛十里風 ~ 불어오는 十 里 바람에 나무 스치는 소리도 없네.
出門無所見 ~ 門을 나서도 보이는 것도 없어
搔首望蒼穹 ~ 머리를 긁적이며 빈 하늘만 바라본다.
(77) 泛舟醉吟
江非赤壁泛舟客 ~ 江은 赤壁江이(蘇東坡의 赤壁賦에 江) 아니지만 배를 띄웠고
地近新豊沽酒人 ~ 땅은 新豊에(漢代의 縣으로 新豊美酒의 고장) 가까워 술을 살 수 있네.
今世英雄錢項羽 ~ 只今 世上의 英雄이라면 돈이 項羽이고
當時辯士酒蘇秦 ~ 辯士가 따로있나 술이 바로 蘇秦(戰國時代 遊說家)이지.
(78) 逢雨宿村家
曲木爲椽簷着塵 ~ 굽은 나무로 서까래 만들고 처마에 먼지가 쌓였지만
其間如斗僅容身 ~ 그 가운데가 말(斗)만해서 겨우 몸을 들였네.
平生不欲長腰屈 ~ 平生 동안 긴 허리를 굽히려 안했지만
此夜難謀一脚伸 ~ 이 밤에는 다리 하나도 펴기가 어렵구나.
鼠穴煙通渾似漆 ~ 쥐구멍으로 煙氣가 들어와 옻칠한 듯 검어진 데다
封窓茅隔亦無晨 ~ 封窓은 또 얼마나 어두운지 날 밝는 것도 몰랐네.
雖然免得衣冠濕 ~ 그래도 하룻밤 옷 적시기는 免했으니
臨別慇懃謝主人 ~ 떠나면서 慇懃히 主人에게 고마워 했네.
(79) 訃告狀
柳柳花花 ~ 버들 버들 하다가 꼿꼿해 졌다.
( *어느 글 모르는 머슴에게 쉽게 써준다며.
* 어느 山中 글 모르는 農夫에 써준 訃告)
(80) 浮碧樓吟
三山半落靑天外 ~ 三山은 아득히 높아 하늘 밖에 걸려 있고
二水中分自鷺洲 ~ 물은 둘로 갈라져 自鷺洲를 (綾羅島)를 끼고 흐르네.
已矣謫仙先我得 ~ 李太白이 나보다 먼저 이런 絶景을 모두 읊었으니
斜陽投筆下西樓 ~ 夕陽에 붓을 던지고 浮碧樓를 내려 가노라.
(81) 浮石寺
平生未暇踏名區 ~ 平生 未踏 名所를 짬내어 찾아와
白首今登安養樓 ~ 白髮된 오늘에야 安養樓에 올랐다.
江山似畵東南列 ~ 그림같은 江山은 東南으로 펼쳐있고
天地如萍日夜浮 ~ 하늘과 땅이 浮萍草 같아 밤 낮으로 떠 있다.
風塵萬事忽忽馬 ~ 人生萬事가 忽然히 말타고 달려온 듯
宇宙一身泛泛鳧 ~ 宇宙間에 홀로 둥둥 떠가는 오리같구나.
百年幾得看勝景 ~ 한 平生에 몇 番이나 이런 景致 구경할꺼나
歲月無情老丈夫 ~ 歲月은 無情하다 나는 벌써 늙었구나.
(82) 貧村 / 貧吟
盤中無肉權歸菜 ~ 밥床엔 고기 없어 菜蔬 飯饌이 판을 치고
廚中乏薪禍及籬 ~ 부엌엔 땔나무 없어 울타리가 녹아 나누나.
婦姑食時同器食 ~ 며느리 媤어미는 한 그릇 밥을 나눠 먹고
出門父子易衣行 ~ 아버지와 아들이 出入할 땐 옷을 바꾸어 입네.
(83) 사또가 어느 進士집 잔치 招待받고
答狀이 ' 來不往 來不往' 으로 써서 보내오자 坐中이 '온다냐 아니온다냐'며 意中을 가늠 못함에
삿갓 曰,
'來不 往, 來 不往' 이라고 고쳐주며
'오지말라고 해도 갈터인데, 오라는데 왜 아니가겠소' 라고
(84) 使臣
似君奇士自東來 ~ 그대 같은 재주꾼이 東으로부터 오니
華夏諸人何可輕 ~ 中國사람인들 어찌 可히 가벼히 여기랴.
歌送希音空郢市 ~ 貴하고 아름다운 노래부르니 郢市가 야단이고
劍謄雙寶震延平 ~ 두 자루 寶劍을 치켜드니 延平津이 震動하더라.
凄凉鶴柱誰仙塚 ~ 凄凉한 높은 기둥은 어느분의 무덤인가
芬陽龍堆是帝城 ~ 넓고넓은 沙漠 이것이 帝城이로다
遮莫上書登北闕 ~ 글을 올리고 北闕에 오르지 말라
卽今天子不求卿 ~ 只今 天子가 卿을 반기지 않을것이니.
(85) 思鄕. 1
西行已過十三州 ~ 西쪽으로 이미 열세 고을을 지나왔건만
此地猶然惜去留 ~ 이곳에선 떠나기 아쉬워 머뭇거리네.
雨雲家鄕人五夜 ~ 아득한 故鄕을 한밤中에 생각하니
山河送旅世千秋 ~ 天地山河가 千秋의 나그네 길 일세.
莫將悲慨談靑史 ~ 지난 歷史이야기 하며 悲忿慷慨하지 말지니
須向英豪間白頭 ~ 英雄豪傑들도 다 白髮이 되었다네.
玉館孤燈應送歲 ~ 旅館의 외로운 燈불 아래서 또 한 해를 보내며
夢中能作故園遊 ~ 꿈속에서나 故鄕 동산에 노닐어 보네.
(86) 思鄕. 2
皇州古路杳如天 ~ 오랫동안 所願하던 벼슬길 하늘 끝같이 아득하고
日下芳名動少年 ~ 오직 出世한 이름들이 少年을 感動케 하는데
未識今宵能憶我 ~ 오늘밤에 누가 있어 出世 못 한 나를 記憶할 것인가
寒梅老屋坐簫然 ~ 찬 梅花 낡은 집에 쓸쓸히 앉아 있네.
(87) 賞景
一步二步三步立 ~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가다가 서니
山靑石白間間花 ~ 山 푸르고 바윗돌 흰데 틈틈히 꽃이 피었네.
若使畵工模此景 ~ 畵公으로 하여금 이 景致를 그리게 한다면
其於林下鳥聲何 ~ 숲 속의 새소리는 어떻게 하려나.
(88) 喪配自輓 (아내를 葬事지내고)
遇何晩也別何催 ~ 만나기는 왜 그리 늦은데다 헤어지기는 왜 그리 빠른지
未卜其欣只卜哀 ~ 기쁨을 맛보기 前에 슬픔부터 맛보았네.
祭酒惟餘醮日釀 ~ 祭祀술은 아직도 醮禮 때 빚은 것이 남았고
襲衣仍用嫁時裁 ~ 殮襲옷은 媤집 올 때 지은 옷 그대로 썼네.
窓前舊種少桃發 ~ 窓 앞에 심은 복숭아 나무엔 꽃이 피었고
簾外新巢雙燕來 ~ 珠簾 밖 새 둥지엔 제비 한 雙이 날아 왔는데.
賢否卽從妻母問 ~ 그대 心性도 알지 못해 丈母님께 물으니
其言吾女德兼才 ~ 내 딸은 才德을 兼備했다고 말씀하시네.
★ 媤집 온 지 얼마 안 되는 아내의 喪을 當한 男便을 代身하여 지은 詩이다.
(89) 仙人畵像 (神仙의 얼굴)
龍眠活手妙傳神 ~ 龍眠의 彫刻 솜씨로 神奇한 모습 傳해지니
玉斧銀刀別樣人 ~ 玉도끼로 쪼고 銀칼로 깎아서 別天地 사람일세.
萬里浮雲長憩處 ~ 萬 里 뜬구름 속은 이 神仙이 오래 쉬는 곳이요
九天明月遠懷辰 ~ 九天의 밝은 달은 이 神仙이 노는 곳이로다.
庶幾玄圃乘鸞跡 ~ 몇 番이나 玄圃에서 鸞새를 탓으며
太半靑城幻鶴身 ~ 얼마나 靑城에서 鶴을 타고 갔던가.
我慾相隨延佇立 ~ 나도 그대 따르고자 기다리고 있으나
訝君巾履淡非眞 ~ 신발 끄는 소리 들릴 뿐 그대를 만날 수 없네.
(90) 雪. 1
白屑誰飾亂洒天 ~ 흰 가루를 누가 어지럽게 온 하늘에 뿌리는지
雙眸忽爽霽樓前 ~ 몰아치던 눈 개니 亭子 앞이 忽然히 훤해 지네.
練舖萬壑光斜月 ~ 흰 緋緞 온 골짜기에 펼친 듯 달빛은 환하고
玉朔千峯影透烟 ~ 玉을 깎아 세운 듯 山봉우리엔 瑞氣가 감도네.
訪隱人應隨剡掉 ~ 隱士를 찾으려면 눈 속이라도 應當 剡掉 (隱士들이 많다는 中國 會稽縣의 傳說의)땅으로 가야 하나
懷兄吾易坐講筵 ~ 못가는 근심 품고 자리에 앉아서 講論이나 해야겠네.
文章大手如逢此 ~ 萬一 文章의 大家가 이런 雪景 만난다면
興景高吟到百篇 ~ 興에 겨워 소리 높여 읊은 詩가 百 篇은 되리라.
(91) 雪. 2
蕭蕭密密又霏霏 ~ 쓸쓸히도 펄펄 휘날리며 쌓이는 함박눈이
故鄕斜風滿襲衣 ~ 얄궂은 바람에 날리어 옷속까지 적시는구나.
潤邊獨鶴愁無語 ~ 물가에 외로운 鶴은 愁心에 잠겨 말이 없고
木末寒鴉凍不飛 ~ 나무 끝에 까마귀는 몸이 얼어 날지를 못하네.
從見江山颺白影 ~ 사람마다 江山에 날리는 흰 눈을 보련마는
誰知天地弄玄機 ~ 그 누가 天地의 깊은 造化와 理致를 알리오.
江近店婆因向酒 ~ 내 굳이 술집의 老婆에게 술을 請하여서
緬然醉臥却忘愁 ~ 흠뻑 醉해 누우니 돌아갈 생각조차 잊었노라.
(92) 雪. 3
天皇崩乎人皇崩 ~ 하늘 임금 죽으셨나 땅의 임금 죽으셨나
萬樹靑山皆被服 ~ 靑山의 나무들이 한결같이 素服으로 갈아 입었네.
明日若使陽來弔 ~ 來日 萬若에 햇님 불러 弔問토록 한다면
家家檐前淚滴滴 ~ 집집마다 처마끝에 눈물 뚝뚝 떨어지겠네.
(93) 雪景. 1
送月開簾小碧峰 ~ 지는 달을 보려고 발을 걷으니 앞 山의 적은 봉우리 보이고
滿庭疑是玉人逢 ~ 뜰에 흰눈이 가득차서 玉人이 온 줄로만 알았도다.
冥魂灑入孤江釣 ~ 나그네 어두운 마음 안고 푸른 江물에 낚시 드리우자
冷意添牽暮寺鍾 ~ 쓸쓸한 생각 더해 주는 절間의 저녁 鍾소리.
却訪梅花淸我興 ~ 梅花꽃 찾아가 바라보니 내 興趣가 살아나고
能令蓓屋素其封 ~ 눈 덮힌 마을 집엔 富者와 貧者가 差別 없구나.
個邊頗有精神竹 ~ 梅花곷 옆에 節槪가 높은 대나무가 솟아 있어서
助合詩膓動活龍 ~ 내 詩興 돋우어서 活龍되게해 주네.
(94) 雪景. 2
飛來片片三月蝶 ~ 송이송이 날리는 것이 春三月 나비 같고
踏去聲聲六月蛙 ~ 밟고 가는 소리 六月의 개구리 울음 같네.
寒將不去多言雪 ~ 추워지면 가지 않을까 눈이 온다 떠벌리고
醉或以留更進盃 ~ 醉하면 머물까 거듭 술盞을 勸하네.
(95) 雪日
雪日常多晴日或 ~ 눈 오는 날이 많고 어쩌다 개이는데
前山旣白後山亦 ~ 앞山도 희거니와 뒷山 또한 하얗구나.
推窓四面琉璃壁 ~ 窓을 열어 보니 四面이 琉璃壁이라
吩咐家棟故掃莫 ~ 아이에게 눈을 쓸지 말라 當付를 한다.
(★ 金삿갓이 咸陽땅에서 繼續하여 눈 오는 것을 보며 눈이 쌓인 光景에 마음이 푸근하여 눈을 쓸지 말고 구경하고픈 마음을 노래하였다)
(96) 雪中寒梅
雪中寒梅酒傷妓 ~ 눈 속에 핀 차가운 梅花는 술 醉한 妓生같고
風前槁柳誦經僧 ~ 바람앞에 마른버들은 佛經을 외는 중같구나.
栗花落如尨尾短 ~ 떨어지는 밤꽃은 삽살개의 짧은 꼬리같고
榴花初生鼠耳凸 ~ 갓 피어난 石榴꽃은 뾰족한 쥐의 귀같구나.
(97) 松餠 (松편)
手裡廻廻成鳥卵 ~ 손에 넣고 뱅뱅 돌리면 새알이 만들어지고
指頭個個合蚌脣 ~ 손가락 끝으로 낱낱이 저며서 조개 같이 입술을 맞추네.
金盤削立峰千疊 ~ 金 錚盤에 千봉우리를 疊疊이 쌓아 올리고
玉箸懸燈月半輪 ~ 玉 젖 가락으로 燈불 메달아 半달 같은 松편을 집어 먹네.
(98) 宿農家
終日緣溪不見人 ~ 溪谷 따라 終日을 걸었건만 사람을 못 보다가
幸尋斗屋半江濱 ~ 多幸히도 江가에서 오두막 집을 찾았네.
門塗女媧元年紙 ~ 門을 바른 종이는 女媧(中國傳說上 天地創造者) 時節 그대로 이고
房掃天皇甲子塵 ~ 房을 쓸었더니 天皇氏(中國傳說의 古代 임금)甲子年 먼지일세.
光黑器皿虞陶出 ~ 거무튀튀한 그릇들은 舜임금때 구운것이고
色紅麥飯漢倉陳 ~ 불그레한 보리밥은 漢나라 倉庫에서 묵은 것일세.
平明謝主登前途 ~ 날이 밝아 主人에게 謝禮하고 길을 나섰지만
若思經宵口味辛 ~ 지난밤 겪은 일을 생각하니 입맛이 쓰구나.
(99) 蝨
飢而燃血飽而煌 ~ 배고프면 피를 빨고 배부르면 물러가는
三百昆蟲最下擠 ~ 數도 없이 많은 昆蟲中에서도 가장 못난 놈아.
遠客懷中愁午日 ~ 낮에는 나그네의 품속에 숨어서 살며
窮人腹上聽晨雷 ~ 주린 사람 배위에선 꼬르륵 소리만 듣는구나.
形雖以麥難爲麵 ~ 생긴 꼴은 보리알 같아도 누룩은 될 수 없고
字不成風未落梅 ~ 바람 風 字되다 말아 梅花꽃도 못 떨구네.
問爾能侵仙骨否 ~ 내 네게 묻노니 너는 敢히 神仙도 괴롭힐 수 있느냐
麻姑搔首坐天台 ~ 天台山 麻姑할멈이 머리 긁는 것도 아마 네 탓이리라.
(100) 是是非非詩
是是非非非是是 ~ 옳은것 옳다하고 그른것 그르다함이 꼭 옳지않고
是非非是非非是 ~ 그른것 옳다하고 옳은것 그르다해도 옳지않은건 아닐세.
是非非是是非非 ~ 그른것 옳다하고 옳은것 그르다함이 이것이 그른것이 아니고
是是非非是是非 ~ 옳은것 옳다하고 그른것 그르다함 이것이 是非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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