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어떤 의사가 쓴 슬픈 사연의 글이다.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어떤 의사가 쓴 슬픈 사연의 글이다. 요양병원에 갔을 때의 일들을 생각해 보니
어쩌면 이 의사의 말이 그렇게 딱 들어맞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그래서 전문가라고 하는 것 같다.
◆ 요양병원에 면회 와서 서 있는 가족 위치를 보면 촌수가 딱 나온다.
◆ 침대 옆에 바싹 붙어 눈물 콧물 흘리면서 이것저것 챙기는 여자는 딸이다. ◆ 그 옆에 뻘쭘하게
서있는 남자는 사위다. ◆ 문간 쯤에 서서 먼 산 보고 있는 사내는 아들이다. ◆ 복도에서 휴대폰 만
지작거리고 있는 여자는 며느리다. ◆ 요양병원에 장기입원하고 있는 부모를 그래도 이따금씩
찾아가서 살뜰히 보살피며 준비해 온 밥이며 반찬이며 죽이라도 떠 먹이는 자식은 딸이다. 대개 아들
놈들은 침대 모서리에 잠시 걸터앉아 딸이 사다 놓은 음료수 하나 까먹고 이내 사라진다. 아들이 무슨
신주 단지라도 되듯이 아들 아들 원하며 금지옥엽 키워 놓은 벌(罰)을 늙어서 받는 것이다.
◆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는 세상인 것을 그때는 몰랐다. 오늘도 우리의 미래가 될 수많은
그들이 창살 없는 감옥에서 의미 없는 삶을 연명하며 희망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들
도 자신의 말로가 그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 자신과는 절대 상관이 없는 이야기라고
믿고 싶겠지만 그것은 희망 사항일 뿐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고 서서히 정신이
빠져 나가면 어린애처럼 속이 없어지고 결국 원하건 원치 않건, 자식이 있건 없건, 마누라나 남편이
있건 없건, 돈이 있건 없건, 잘 살았건 잘못 살았건, 세상 감투를 썼건 못썼건, 잘났건 못났건 대부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게 된다. 고려시대에 60세가 넘어 경제력을 상실한 노인
들은 밥만 축낸다고 모두들 자식들의 지게에 실려 산속으로 고려장을 떠났다고 들 하는데 (실제로
고려장은 일제가 만든 거짓 역사였다) 오늘날에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노인들의 고려장 터가 되고
있다. 한 번 자식들에게 떠밀려 그곳에 유배 되면 살아서 다시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니 그곳이
고려장 터가 아니고 무엇 이랴. 그곳은 자기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도, 가기 싫다고 해서
안 가는 곳도 아니다. 늙고 병들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자식들과의 대화가 단절되기 시작하면 갈 곳은
그곳 밖에 없다. 산 사람들은 살아야 하니까. 두고 보면 안다. ◆ 그래도 어쩌랴 ! 내 정신 가지
고 사는 동안에라도 맛있는 것 먹고, 가고 싶은 곳 가보고, 보고 싶은 것 보고, 하고 싶은 것 하
면서 즐겁고 재미있게 살아야지! ◆ 기적 같은 세상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위 글을 올려놓고 한번 읽어보니 한숨만 나오며 한심하기 짝이 없더이다.! 마지막 인사 몇 년 전 일이
다. 나와 같은 병실에 80세가 넘으신 할아버지가 있었다. 할아버지의 병은 깊었다. 할머니는 성경을 읽
으며 지극정성으로 할아버지 곁을 지켰다. 조석으로 할아버지 가족들이 병실을 다녀갔다. "니 아버지
이번엔 못 일어나신다. 이젠 화장실 걸음도 못하신다. 조금 전에도 의사가 호스로 오줌 빼 주고 갔다."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날 저녁, 할아버지 막내딸이
병실로 찾아 왔다. 지방에서 올라 온 막내딸은 할아버지 손을 잡고 한참을 울었다. 할아버지는 말이 없
었다. 막내딸은 3일 동안 할머니와 함께 병실에서 잠을 잤다. "아빠, 나 이제 가봐야 하거든 아빠하고
같이 있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요 김서방 출근도 시켜야 하고, 아이들 학교도 보내야 해." 그 녀는
울먹이며 늙으신 아버지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빠, 옛날 일 기억나? 아빠하고 나하고, 매일 들길을
걸어서 학교 갔었잖아, 여름 장마 때면 아이들은 잔뜩 불은 개울 물 앞에서 늘 아빠를 기다렸
어. 강아지처럼 작은 아이들을 한 명씩 한 명씩 가슴에 안아 개울 물을 건네주었지.. 아빠는 사
랑이 많은 선생님 이었으니까, 아빠가 학교에서 숙직하던 날 기억나지 ?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내가 눈 밭을 걸어서 아빠에게 갔던 날, 내 발바닥 꽁꽁 얼었다고 아빠가 따뜻한 배 안으로 내 발
을 집어넣었잖아, 얼마나 차가 왔을까." 막내딸은 울음을 삼키며 할아버지 가슴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딸의 울음소리에도 할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아빠. 나 이제 가야 돼. 꼭 다시 일어나셔야 돼. 아빠.. 꼭.."
옆자리에 서 있던 할머니가 막내딸의 손을 끌었다. "어여 가거라, 어여. 네 아버지 다 알아들으셨을 게
다." 할머니는 막내딸을 데리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할머니는 눈물을 닦으며 병실 안으로 들
어 왔다. "조금 전에 나간 아이가 우리 막내 딸 이라우. 아버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지요. 응석받이로
자라 지금도 아빠 아빠 하잖아요. 이제, 지 아버지 눈이나 감으면 와야지 뭐... 아버지를 끔찍이 좋아했
는데,.. 아버지 얼굴을 마지막 본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슬펐을까..." 바로 그때,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려
왔다. "임자.. 임자.. " 할아버지는 가뿐 숨을 몰아쉬며 일으켜 달라고 했다. 할머니와 나의 부축을 받으
며 할아버지는 한 걸음 한 걸음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할아버지는 힘겨운 숨을 고르며 창 밖을
살폈다. 창 문밖, 멀지 않는 곳에 정문 쪽으로 걸어가는 막내딸의 뒷모습이 보였다. 할아버지는
오른팔을 들었다. 딸의 뒷모습을 어루만지듯 할아버지는 유리창을 쓰다듬었다. 딸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하는 할아버지의 눈가로 눈물이 가만 가만.. 흘러 내렸다. (인륜(人倫)이 아닌 천륜(天倫)
으로 맺어진 부모와 자식 사이인데. . . . . . )
ㅡ 김 시 곤 님 께서 주신 사진과 안내 글 자료 ㅡ
넷 향기(向基) 이사장 : 최종찬 장로 올림 ( HP 010 - 6361 - 2625. ☎ 02) 391 - 2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