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외동아들이 벌이는 밴드 놀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아버지의 눈을 피하고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동네 문방구에서 산 멜로디언과 스펀지로 뮤트(mute)시킨 통기타를 이용해 하룻밤 만에 곡을 쓴다. 불멸의 트랙으로 남을 바로 그 곡 <그대에게>를 말이다.
「신해철」In Memory of 申海澈. 강헌 지음. 돌베개 펴냄.
II. Stardom p55
작곡을 맡은 신해철이 강변가요제 경험을 기초로 정리한 전략의 핵심은 대강 이렇다.
첫째는, (어차피 밴드가 대상을 받기는 어려울 테니) 대세인 발라드보다는 록 밴드답게 쿵작거리는 비트가 강한 축제성 노래일 것.
둘째, 심사위원이 객석에 있으므로 객석의 반응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
셋째, 어차피 하룻저녁에 모든 게 끝나는 일회성 행사이므로 곡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튀어야 한다는 것.
넷째,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코드와 리듬으로 가되 기존의 국내 음악 족보엔 없는 팝 또는 록 스타일의 복잡한 편곡으로 갈 것. ... 등등.
「신해철」In Memory of 申海澈. 강헌 지음. 돌베개 펴냄.
II. Stardom p55
공식적으로 표명한 적은 없지만, 신해철 본인 또한 데뷔곡의 울타리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2002년인가, 이른바 5기 넥스트가 결성되고 나서 여는 장충체육관 공연의 연출을 내가 맡은 적이 있다. 첫 회의에서 이 밴드의 리더에게 약간 파격적인 제안을 던졌다. 당신(들) 공연의 엔딩은 언제나 <그대에게>인데 , 그게 이젠 너무 식상하다.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차원에서 이 곡을 아예 (아무렇지도 않게) 오프닝 곡으로 던져버리고 가는 게 어떻겠느냐. 신해철은 바로 반색하며 그렇게 해보자고 했다. 그러나 공연 전날, 리허설을 앞두고 그는 아무래도 <그대에게>를 엔딩으로 해야겠다고 힘없이 말했다. <그대에게>가 탄생한 지 15년이 지났는데도 그의 공연은 이 노래가 나와야 끝이 나는 것이었다. 나는 <영원히>를 좀 더 과격한 템포와 볼륨으로 탈바꿈시켜 엔딩 넘버로 마감하고 싶었는데, 그만큼 <그대에게>의 존재감은 압도적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신해철」In Memory of 申海澈. 강헌 지음. 돌베개 펴냄.
II. Stardom p59
<그대에게>는 이상의 녹음 말고도 언급할 만한 또 다른 버전이 있다. 한국 메탈 밴드의 전설 시나위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기타리스트 신대철과 2012년 함께한 '신해철/신대철'(성과 이름 마지막 글자가 같지만 혈연관계는 아니다) 버전인데 아쉽게도 음반으로 남지는 못했다. 그해 여름 삼성동 현대아트홀에서 열린 '싼타페 락 페스티벌' 무대에 등장한 <그대에게>는 신시사이저가 아닌 신대철의 신들린 듯한 일렉트릭 기타 연주로 인트로를 시작하는 새로운 시도였다. 기타 마에스트로가 연출한 <그대에게>는 1998년 퓨전 기타의 제왕 한상원이 전인권과 조인트한 <그것만이 내 세상>만큼이나 짜릿함을 선사한 또 하나의 장관이었다. 신대철과의 콜라보레이션이 그의 죽음으로 미완으로 남은 것은 더더욱 애석하다.
첫댓글 멋지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주 잘 읽었습니다
잘봤습니다. 마왕 그립네요.
신해철 + 신대철 그대에게는 새롭네요..
ㅠ울컥ㅠ
역대급 데뷔무대입니다
워우워예에 워워워워!
전주가 예술적이었죠. 곡의 도입부가 전율입니다.
참 명곡이죠..
전주 나오자마자 대상이라던데 ㅋㅋ
한국이란 나라에 스포츠란게 존재하는 한
잊혀지지 않을 노래지요
어떤 의미에선 한국의 we are the champion 같은 노래죠. 응팔 다시 꺼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