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리는 없지만 63발딩의 꼭대기 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출발하자 마자 줄이 끊어져 무섭게 추락하고 있다면 매우 빨리 떨어지고 있는 엘리베이터 바닥에서 발을 굴러 뛰어 오를 수 있을 까 궁금하다. 그래서 엘리베이터가 지면에 충돌하기 직전 시간을 잘 맞추어 살짝 뛰어 올라 사뿐이 내려앉으면 살아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볼 수도 있다.
첫째, 엘리베이터가 아무리 빨리 움직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발을 굴러 뛰어 오르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발을 살짝만 구르도록 조심하여야 한다. 뛰어 오른 뒤에는 저절로 엘리베이터 천정까지 도달하는데 발을 세게 구르는 경우 천정에 머리를 세게 부딛쳐 다칠 염려가 있다.
둘째, 비록 시간을 잘 맞추어 뛰어 올라 엘리베이터가 지면과 충돌하는 순간 내가 바닥에서 붕 떠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기를 모면할 도리는 없다. 단지 엘리베이터가 조금 먼저 지면과 닿고 내가 바로 다음에 닿는다는 것만 달라질 뿐 내가 지면과 충돌할 때 지면에 대한 나의 속도는 바닥에서 뛰어 오르거나 아니거나 별 차이가 없다.
63빌딩의 높이는 남산보다 1m 낮은 249m라고 한다. 이 높이에서 뛰어 내리면 지면에 닿기 직전의 속도가 시속 250 km가 된다. 그래서 엘리베이터가 지면과 충돌하기 직전 발을 굴러 뛰어 오르려고 시도하는 것은 마치 시속 250 km 로 질주해오는 부산행 고속전철 앞에서 뛰어 도망가려고 시도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뛰어 도망가더라도 기차가 내게 다가오는 빠르기는 시속 250 km 에서 별로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엘리베이터에서 내가 좀 뛰어 오르더라도 지면이 내게 다가오는 빠르기는 시속 250 km 에서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줄이 끊어져 떨어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발을 살짝만 구르더라도 천정까지 올라가는 것은 이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은 무중력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저울 위에 올라서면 바늘이 영을 가리킨다.
63빌딩의 맨 위층에서 지상까지 내려오는 고속 엘리베이터는 처음에 시속 32 km에 도달할 때까지 가속하여 내려오다가 다시 감속하여 정지한다고 한다. 이 엘리베이터의 바닥에 저울을 놓고 올라서 있으면 처음 가속할 때는 저울의 바늘이 원래보다 내려가고 다시 감속할 때는 원래보다 올라간다. 그래서 만일 엘리베이터 줄이 끊어졌을 때처럼 엘리베이터가 중력가속도로 가속하며 떨어진다면 저울의 바늘이 영을 가리킨다. 즉 무중력 상태인 것이다.
무중력 상태는 1865년 프랑스의 소설가 Jules Vern 이 '지구에서 달까지'라는 소설을 발표하면서 세인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였다. 그는 이 소설에서 크게 확대한 모양의 대포 탄두에 사람을 태우고 지구에서 달까지의 여행을 묘사하였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탄두에 작용하는 지구의 중력이 점점 감소하고 달의 중력이 점점 증가하여 지구와 달 사이 정확히 52:47 이 되는 한 지점에서 탄두에 탄 사람들은 무중력을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달을 탐험하는 아폴로나 셀리웃 등 우주선에서 일단 로켓이 분사를 멈추기만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무중력 상태에 있는 우주 비행사들의 모습을 텔레비젼으로 보았다. 중력만 받고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을 자유낙하라고 하는데, 자유낙하하는 물체는 언제나 무중력 상태에 있다. 그래서 우주선을 쏘아올리기 위해 분사하는 로켓이 멈추고 우주선이 중력만 받고 움직이면 우주선 내부에서는 바로 무중력 상태가 시작된다. 그리고 줄이 끊어진 엘리베이터가 중력만 받고 떨어지고 있으면 그 엘리베이터 내부의 물체는 모두 무중력 상태에 있는 것이다.
Jules Vern 소설에서 뽑은 내용
On the receipt of your favor of the 6th instant, addressed to the Observatory of Cambridge in the name of the members of the Baltimore Gun Club, our staff was immediately called together, and it was judged expedient to reply as follows:
The questions which have been proposed to it are these?
“1. Is it possible to transmit a projectile up to the moon?
“2. What is the exact distance which separates the earth from its satellite?
“3. What will be the period of transit of the projectile when endowed with sufficient initial velocity? and, consequently, at what moment ought it to be discharged in order that it may touch the moon at a particular point?
“4. At what precise moment will the moon present herself in the most favorable position to be reached by the projectile?
“5. What point in the heavens ought the cannon to be aimed at which is intended to discharge the projectile?
“6. What place will the moon occupy in the heavens at the moment of the projectile's departure?”
Regarding the first question, “Is it possible to transmit a projectile up to the moon?”
Answer.?Yes; provided it possess an initial velocity of 1,200 yards per second; calculations prove that to be sufficient. In proportion as we recede from the earth the action of gravitation diminishes in the inverse ratio of the square of the distance; that is to say, at three times a given distance the action is nine times less. Consequently, the weight of a shot will decrease, and will become reduced to zero at the instant that the attraction of the moon exactly counterpoises that of the earth; that is to say at 47/52 of its passage. At that instant the projectile will have no weight whatever; and, if it passes that point, it will fall into the moon by the sole effect of the lunar attraction. The theoretical possibility of the experiment is therefore absolutely demonstrated; its success must depend upon the power of the engine employ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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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 2000년 8월 8일 [과학퍼즐] 추락하는 승강기 안서 충돌전 뛰어 오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