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는 7월 7일부터 30일까지 사진작가 구본창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구본창은 1980년대 중반 무렵 사진 매체를 통해 작가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소위 ‘만드는 사진’을 선보임으로써, 이전까지 현실의 기록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사진에 익숙해 있던 한국 사진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이후로도 그는 섬세한 감수성과 세련된 감각을 바탕으로 관습과 틀을 깨는 독창적인 형식의 작품들을 연달아 선보이면서 한국 현대 사진계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 구본창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수 차례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면서 국내외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삼성 미술관을 비롯하여 미국과 일본, 독일, 호주 등 해외 유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조선 백자들을 촬영한 근작들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이다. 조선시대 백자의 미학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재해석한 이 작품들은 작가 특유의 관조적 태도와 섬세한 터치로 한국미술의 중요한 요소인 ‘빈 공간’을 다루고 있다. 작가 소개 구본창은 섬유회사를 경영하는 집안에서 자라나 연세대학교 경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조직생활이 맞지 않아 고민하던 중에 유럽에서 근무할 기회를 얻으면서 과감히 직장을 그만두고 독일 함부르크 미술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하게 된다. 독일에서 유학하는 동안에 그는 사진계의 최신 경향들을 접하면서 사진이라는 매체가 지닌 다양한 표현 가능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1985년에 귀국한 구본창은 몇 년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급격히 변해 버린 서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경제적 호황기를 누리며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기대감에 부풀어 한껏 들떠 있는 사회의 모습은 유럽에서 오랫동안 지내다 온 작가에게 낯설고 혼란스럽게 다가왔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 평범한 일상들을 무차별적으로 찍은 후 외관상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장면들을 네 개씩 조합하는 새로운 형식의 사진을 만들었다. <긴 오후의 미행>(1988)이라는 제목의 이 시리즈는 시 풍경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변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작가의 심리적 불안감과 방황에 대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대상에 집착하지 않고 평범한 대상을 있는 그대로 노출시키면서도 내면의 감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진을 효과적으로 이용한다는 평가를 얻었다.
구본창은 1990년 무렵부터 유한한 삶은 지닌 생명체의 운명, 삶과 죽음의 문제를 소재로 한 작업을 주로 선보인다. 인체를 소재로 한 작업 <태초에>(1990-98)는 미싱을 받아 이은 미감광 인화지 위에 남성의 인체를 형상화한 연작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온갖 고통과 번민을 떠안게 되는 인간의 숙명에 대한 존재론적 고찰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95년에 일본에서 전시되었고 이 시기를 전후하여 <굿바이 파라다이스>와 <숨> 연작이 제작되었다. <굿바이 파라다이스>의 경우 두꺼운 한지 위에 인화된 나비와 곤충의 이미지들을 금속 핀으로 꽂아서 고정시켜 나무 상자에 넣거나 작은 동물의 이미지를 뢴트겐 사진처럼 만들어서 합성한 사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죽음에 직면한 부친의 모습을 지켜보고 만든 <숨> 연작에는 불로 태운 인화지를 설치하는 작업도 포함되는데 이는 우리나라 제의(祭儀)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이상과 같이 사진 외적인 기법을 도입하여 생명체의 이미지와 죽음의 분위기를 혼합한 이 작품들을 통해 구본창은 이른바 ‘만드는 사진’의 대표적인 작가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사진의 표현영역을 확장하는데 공헌했다.
그의 작품세계는 90년대 후반의 <시간의 그림> 이후 크게 변화했다. 이전 작업에서 비교적 대상이 부각되었던 것에 반해 <시간의 그림> 이후에는 대상을 스트레이트로 포착하면서도 구체적인 형태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콘크리트 벽이나 시멘트 바닥에 미세한 먼지와 같은 세월의 흔적들이 쌓여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이 작품 시리즈는 간결한 형태와 평면적인 구성으로 추상에 가까운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는 존재론적 주제들이 구체적인 대상과 강렬한 이미지로 형상화되었던 이전 작업들과는 큰 대조를 이루는데,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해 작가 자신은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좀더 관조적이 되고 동양화의 단순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의 백자 시리즈는 이러한 ‘미니멀리스트적인’ 태도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전 세계 박물관에 흩어져 있는 조선 백자를 찾아 다니면서 마치 인물 사진을 촬영하듯 찍었다고 하는 <백자> 연작은 한국 미술의 중요한 주제인 ‘빈 공간’에 대한 관심과 ‘과거의 기억과 상처’. ’세월의 흔적’에 대한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이 결합된 작품이다.
글 / 국제갤러리
Vessel (KRO 01), 2004, C-print, 155 x 124 cm, Edition of 7 일본 교토 고려미술관 소장품 (Koryo Museum of Art)
백자
1989년 어느 책자에서 보게 된 한 장의 작은 사진은 평소에 박물관에서 무심히 보아 넘겼던 백자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준 계기가 되었다. 사진에 찍힌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도예가인 루시 리(Lucie Rie)옆에 놓여 있는 조선시대 백자를 본 순간 그 큰 볼륨감과 완만한 선에 감동하게 되었고 시간의 상처인 긁힌 흔적들과 하얀 속살 같은 표면은 머나먼 고향을 떠나 낯선 외국인의 옆에 놓여있는 백자의 서글픔을 강하게 느끼게 하였다. 그 백자는 마치 내게 다가와서 구원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 후 1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에야 이 작업을 하게 되었다.
박물관의 수장고에서 혹은 유리장 속에서 숨을 죽이고 수줍은 듯 기다리는 백자들… 한 사람 한 사람 인물 사진을 촬영하듯이 접근하려 하였다. 단순한 도자기 이상의 혼을 가진 그릇으로서, 우리의 마음을 담을 수 있고 만든 이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容器로서 보여지기를 기대한다.
글 / 구본창
Vessel (OSK 03 BW PAN), 2005, Digitalized print, 90 x 180 cm , Edition of 7 오사카 동양 도자 미술관 소장품
-------------------------------------- 구본창 (具本昌, Koo, Bohn Chang)
1953 서울 출생 1975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영학과 졸업 1979 독일 함부르크 유학 1985 함부르크 국립 조형미술대학교 사진 디자인 전공, 디플롬 1992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국제미술 아카데미 (Pentiment) 초청 교수 1997 런던 킹스턴 대학, 스탠리피커 갤러리, International Fellowship 1999 런던 세인트 마틴 스쿨 초청교수 1999-2001 계원조형예술대학 사진전공 교수 역임 현재 국내외 활동 중
개인전 1983 서울, 파인힐 화랑 1984 독일 함부르크, 포토게네스 화랑 1985 서울, 한마당 화랑, `열두번의 한숨` 외 컬러 사진전 1987 일본 동경 와이드 갤러리 및 오사카 포토 인터폼 `일 분간의 독백` 1988 갤러리 부산, `긴 오후의 미행` 1990 서울, 서미 갤러리, `생각의 바다` 1993 서울, 서미 갤러리, `굿바이 파라다이스` 1995 서울, 서미 갤러리, ` 숨 ` 일본, 교토 Ississ 갤러리, `In the Beginning` 1999 서울, 원화랑, `흐름` 2000 덴마크 아루스, 갤러리 이미지 `Good-Bye Paradise` 뉴욕, Ricc/Maresca 갤러리 `White` 2001 동경, Base 갤러리 교토, Prinz 갤러리 서울, 로댕 갤러리 `구본창 사진전` 2002 동경,Shadai갤러리
그룹전 1988 `사진 새 시좌` 워커힐 미술관, 서울 1990 대만 타이페이의 Sunny - Gate 화랑 `Mixed Media` 금호 미술관 개관 1주년 기념 기획, 서울 미국 로체스타 대학 초청 2인전, 로체스타 1991 토탈 미술관, 서울 1992 `아! 대한민국` 자하문 미술관, 서울 `젊은 모색전` 과천 현대미술관, 서울 1993 아시아 태평양 지역 현대미술 트리에날레, 브리스베인, 호주 1994 `한국 사진의 수평전` 공평 아트센터, 서울 독일 Ursula Blickle Prize 참가 Pima 대학 전시장, Tucson, Arizona 1995 `신체 또는 성` 갤러리 눈, 서울 `사진, 오늘의 위상` 선재미술관, 경주 광주비엔날레 `한국 현대미술의 오늘` 광주현대미술관, 광주 1996 `사진-새로운 시각`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Art, At Home` 서미 갤러리, 서울 `In the Beginning Series` A.O.I. 갤러리, 산타페, 미국 `도시와 영상`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 모더니즘의 전개` 금호미술관, 서울 `SIAF`COEX, 서울 1997 `한국의 현대미술 작가 3인전` 킹스턴, 런던 1998 `Landscape and Man` Ostasiatiska 뮤지움, 스톡홀름, 스웨덴 `Alienation and Assimilation`현대 사진 박물관, 시카고, 미국 `몸과 사진` 한림 미술관, 대전 `시간` 호암미술관, 서울 1999 Phenomena, 앤젤 아담스 센터, 샌프란시스코 2000 `FotoFest 2000, 한국 현대의 사진작가들`휴스톤, 미국 Moonlight Becomes You- A Thousand and One Nights of Peace on Earth The Center for Photography at Woodstock, 뉴욕, 미국 `Standing on the Threshold of Time` Odense Foto Triennale, 덴마크 2001 `Awakening˝ Australian Centre for Photography, 시드니 `포토 페스티발` 가나아트센터, 서울 2002 ‘한국사진작가 2인전` 포토아이 갤러리, 산타페, 미국 `Now, What is Photo` 가나아트센터, 서울 `한국의 현대 사진` 현대미술관, 사이타마, Sendai mediatheque, 일본 `Photographie Contemporaine Coreenne` La Galerie Photo, 몽펠리에, 프랑스 `Floating` Art Center Silkeborg Bad, 덴마크 `Everyman: A Search for the Male Form` Camerawork, 샌프란시스코 `3인전` 금호박물관, 서울 `2002 Asia Photo Biennale-Living in a City` La Mer 갤러리, 서울
소장 과천, 국립 현대미술관 경주, 선재미술관 서울, 서미 갤러리, 모란 미술관, 한마당 갤러리,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휴스턴 예술 박물관 뉴욕, Henry Buhl Collection 호주, 브리스 베인 퀸즈랜드 아트 갤러리 독일, 함부르크 예술공예 박물관 아이슬랜드, 레이캬빅 사진 박물관
저서 및 출판 목록 밝은 방 1,2,3,4. 열화당. 1988, 1989, 1991, 1992 생각의 바다. 행림출판사. 1992 Korean 30 Artist. 가나아트. 1993 Art Vivant. 시공사. 1994 Fotofest 2000 미국 휴스턴. 2000 Art Magazine Wolgan Missool KUNSTFORUM 156 (페이지 468-470). 2002
수상 2000 이명동 사진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