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이어지는 길
오춘자
서쪽하늘에 노을이 사라지며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저녁 길을 나선다.
높은 산 골 짜기로 서서히 어둠이 내리면서 외딴집에 하나 둘 반짝이는
별이 뜨기 시작한다.
라이트 불빛에 겁 없이 달려드는 불나비를 바보 같다고 생각하며 부딪
혀 산화한 흔적을 와이퍼로 지우면서 어둠을 뚫고 달린다.
밖의 풍경은 불빛 외에는 보이지 안 치만 위치는 어디쯤인지 가늠이 온
다.
그 옛날 산비탈로 사방공사를 나왔던 산자락도 지나고 자갈길 도로를
정비하는 부역하러 왔던 곳이기도 하고 전쟁의 잔해인 네이팜탄을 폭파하
던 개련히 골짜기도 지나간다.
미군트럭이 탄환을 싣고 와 산천을 뒤흔드는 굉음을 내며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리고 사라지면 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몰려갔다. 화약이 빠져나
간 탄피가 아이들의 허기를 채워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 직후인 데다 가뭄이 들어 기근이 심했던 시절, 아버지나 오빠들은
자루 하나 들고 개런히 골짜기로 모여들었다.
그러다 불발탄으로 남아 있는 폭탄을 잘못 건드리면 폭음과 함께 팔이
날아가고 다리가 날아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우리 옆집에 살던 신철이 아버지도 그렇게 다리를 잃고는 졸지에 장애
우가 되어 삶의 터전을 찾아 고향을 등지더니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고 타
인이 되고 말았다.- 44
수십 개의 산모롱이를 돌고 돌아 산마루에 올라서면서 도와 도를 넘나
드는 경계가 나오고 어서오시라는 충북의 마스코트인 고드미와 바르미'
의 인사를 받고 충청남도의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를 뒤로 하며 유연 하
게 넘어가면 내가 사는 충청북도이다.
오르는 산입구서부터 내리막 산자락까지는 어쩌다 지나는 외딴집 몇 채
와 두 서넛의 마을이 있을 뿐 옛날 같으면 태산준령 같은 일천고지쯤은
될 듯싶은 높은 산길이지만 10여분이면 넘을 수 있는 길이 되었다.
수없이 반짝이는 별빛을 바라보며 어둠 속에 늪처럼 누워있는 저수지
를 끼고 수십 모롱이를 돌아쳐 달리다 보면 막힘없이 잘 통하는 혈맥처
럼, 시원하게 달 릴 수 있는 잘 다듬어진 고속화도로로 올라서게 된다.
이렇게 길을 잘 만들어 놓고 규정 속도를 약하게 정해 놓다니 속도규정
을 지키기에는 너무나 답답하다. 군데군데 설치된 속도감지기를 살피면서
지긋이 가속페달을 밟아본다.
멀리 도시의 불빛이 반짝반짝 보이기 시작한다. 몇 군데의 무더기 불빛
이 반짝이는 데가 시 단위나 면 단위의 소도시이겠지. 저 중에 가장 큰
불빛의 도시가 내가 사는 도시일 것이다.
도시의 불빛을 중심으로 해서 양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저 가로등 불
빛은 어디로 이어지는 것일까 어둠 속을 밝히고 있는 저 가로등 끝쯤에
는 어떤 도시가 있는 것일까.
멀리서 바라보니 어둠 속에서 타원형으로 뻗어있는 불빛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내가 달리는 속도에 따라 도시는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첫 번째 만나
는 작은 도시를 지나면서 비로소 그 긴 가로등이 뻗어가는 방향을 알게
된다.
한쪽은 공항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반대쪽은 신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첨
단과학단지로 이어지는 불빛인 것을.
따스한 온기가 느껴질 것 같은 백열등의 불빛을 받으며 나의 차는 가로
등 불빛 속으로 흡수되어 간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도시의 불빛은 휘황찬란하다. 제법 도시다운 면모를
갗 춘 건물의 상점을 알리는 전광판이 명멸하면서 흘러간다. 사람이 살아
간다는 활기가 느껴지고 보이지 않는 기 같은 힘이 넘친다 도시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 나도 덩달아 생기가 솟는다.
나는 심장박동에서 느껴지는 환희 속에서 도시의 불빛 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2005/22집
첫댓글 따스한 온기가 느껴질 것 같은 백열등의 불빛을 받으며 나의 차는
가로등 불빛 속으로 흡수되어 간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도시의 불빛은 휘황찬란하다. 제법 도시다운 면모를
갗 춘 건물의 상점을 알리는 전광판이 명멸하면서 흘러간다. 사람이 살아
간다는 활기가 느껴지고 보이지 않는 기 같은 힘이 넘친다 도시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 나도 덩달아 생기가 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