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뇨.
-『부산일보/오늘을 여는 詩』2023.08.08. -
그리움은 늙지 않는다. 생각할수록 생생하게 느껴져 감각은 예민해지다 못해 아파 온다. 시의 표현처럼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펄럭여 잠들지 못하므로, 쓸쓸함에 고통스러울 뿐이다. 헛헛한 그리움에 한밤을 꼴딱 새워야만 하는 그 낭패감, 그 처량함.
경험해본 사람은 알리라, 그리움은 ‘아무리 찾으려 해도 없는 얼굴’을 찾아 천지사방 헤매는 형벌이라는 것을. 잃어버리지나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에 가슴 죄는 고통을 내내 견디어야 한다는 것을. 그때 ‘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뇨’라는 믿음은 구원일까, 환상일까? 그 믿음조차 없으면 어떻게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그래서 그리움은 등불이 된다. 운명으로 다가온 사랑에 미쳐 시인 유치환은 ‘그대인가, 그대인가’라고 생의 구원을 얻기 위해 노래한다. 구원받지 못한 사랑의 노래는 천지간을 맴돌고 사람들 마음에 녹아들어 정한의 눈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