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국무원정책연구실에 있는 선배가 산서성의 농기계취급회사를 연결시켜줘서 한국의 소형굴삭기를 대량
구매하겠으니깐 한국에 직접 가서 장기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회사를 하나 선정하여 달라는 것이었다. 알아보니 굴삭기를 건설업에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심을 웅덩이를 파는데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주룽지총리시절에 수토유실을
막고 황사를 줄인다고 생산효율이 낮은 밭은 경작을 하지 않고 나무를 심으라는 정책때문에 산서성의 어떤 농가가 소형굴삭기를 가져다 웅덩이를 파니
식목효율성을 대폭 높였다는 것이었다.
일단 서울에 와서 두산에 50대를 주문 넣고 농기계시장을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해서 김해에서 출발하여 천안까지 농기계공장답사 차 50일간 배낭여행을 했다. 현지답사성과는 [새마을운동의 성과물로 상징되는 농협이 대한민국의 농업을 지구촌에서 가장 경쟁력 없는 산업으로 만들었다] 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중국에서 신농촌건설시기에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한다고 할 때 가장 극명하게 반기를 들고 나섰었다. (이 부분은 차후에 시간이 나면 천천히 조목조목
얘기하기로 하고)
북경에 돌아간 후 김해에 있는 DD엔지니어링(기계제조업에서 꽤 이름있는 대구의 DD엔지니어링이 아닌 듣보잡 농기계회사다) 이라는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중국에서 농기계사업을 해보고 싶어서 사장님이 직접 산서성을 방문해보고 싶다고~
배낭여행에서 가장 먼저 만났던 회사였는데 사장이 김해에서는
유지로 통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아주 깊숙한 산골짜기에 과일선별기를 주종으로 농기계공장을 하고 있었지만
공장정원에는 보트만 대여섯개 줄느런히 서 있었고 부산에 요트도 둬 개 있다고 했었다. 농기계는 그냥
재미로 하는 것 같았다(는게 아니라 사실은 농협과의 유착관계로 한국의 농민들만 아는 농기계에 붙여먹는
어처구니없는 마진을 뜯어먹는 구조를 그때 알아버려서 나는 지금도 대한민국의 농업은 지구상에서 가장 경쟁력이 없는 산업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미친
듯이 공격한다)
겉치레를 좋아할 듯 하여 국무원정책연구실의 선배한테 또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산서성담당관을 딸려 보내겠다고 한다.
각설하고 이 담당관 때문에 처음으로 중국의 지방들에서
어떻게 GDP를 축소하는가를 알게 되었다.
일단 한국사장님한테 산서성에서 농기계공장을 하면 원가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산속 깊이 파묻혀 있는 주물공장들을 돌아보는데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히다찌
등 굴지의 중장비회사들이 주요부품만 본국에서 수입하고 이곳에서 주물(중장비에는 그냥 무게를 잡아주는데
필요한 주물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 을 부어서 중국 어디엔가 있을 현지법인에서 조립하여 납품하는
구조였다. 그때까지 내몽골탄광은 개발초기였고 산서성은 중국에서 최고품질의 탄광으로 각광받을 때였다. 겨울철이면 수도권으로 산서성의 석탄을 발전소로 날라야 하기 때문에 겨울철 산서성~북경까지 철도운송선은 항상 과부하로 운행되곤 할뿐만 아니라 산서성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아나간 국도는 과적화물차들
때문에 도로가 여타의 도로의 수명의 1/4에 불과하다. 그리고 도로통과료도 엄청 비싸서 화물차가 화물차를 [업고]다니는 기이한 현상까지 만들어낸 곳이다. 석탄산지로 향하는 빈차 2대가 1대의
통과료를 내려고~ 또 말이 새네.
하여튼 중앙정부에서 하도 산서성의 석탄생산량을 가지고
뭐라 하니, 아예 지방정부가 석탄관련 지하경제를 발전시켰는데, 미처
실어내지 못한 석탄으로 소형화력발전소를 만들고 그 전력으로 소형철강공장, 주물공장, 코크스공장을 돌리고 있었는데 거의 전부 통계에 안 잡히는 지하경제라는 것이다.
중장비의 주물원가가 수입품의 반도 안 되는 이점을 아무리 어마어마한 회사들이라고 해도 마다하기는 유혹이 너무 컸던 것이다. 거기다 무거운 주물들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제품보다 운송비가 더 비싼 폐단?을 해결하기 딱 좋은 유혹
물론 한국사장님의 비즈니스는 실패했다. 요임금의 고향인 린펀시정부 관계자가 희토류 제련소까지 합작운영하자고 제안했지만…내가 그만 한국농협에 기생하는 농기계회사의 사장님의 사업심을 과대평가해서~
사업에 별로 소질이 없는 나는 두산의 소형굴삭기 1차물량 50대를 산서성농기계공사에 납품하고 오더를 통째로 그냥 두산에
넘겼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05년에 석탄관련 지하경제가 내몽골에도 엄청난 규모로 존재한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다음 글에서 내몽골로 가보자)
사족: 국무원정책연구실의
산서성담당관도 알고 있으면서 서로 짜맞추는 통계마사지~ 중국의 지방정부관원들이 통계부풀리기만 하는 줄
아는데, 그건 중국공산당의 생리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북경대
칭화대 연구기관들도 그러지 않았는가? 반문하겠지만… 나도
모르겠다. 왜? 그러는지??
책상머리에 앉아 통계수치나 뒤적거리는 샌님들이 석탄먼지로 코구멍이 새카맣게 되면서 석탄산지의 산골짜기들을 제대로 돌아나 봤는지?
좌우단간 글재간이 없어서 중간에 자꾸 삼천포로 빠져서 미안합니다만...
나는 중공에 진짜 두려운게...연착륙 연착륙하니깐 도시화까지 중단시키면서 성장율을 6~7%로 제어하는 저 통제력...거기다 세계경제의 경기에 따라 0.1%의 정확도까지 제어가능한 통제력...
모두들 통계를 부풀려서 그렇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통계데이터는 오히려 어마무시한 지하경제(지방정부만 알고 해 처먹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였고 중국의 경제규모는 통계수치보다 오히려 크다는 것...
첫댓글 송맨님의 중국이야기, 이거 우리카페에만 묻어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이야기가 많네요. 시리즈로 계속 쓰시다가 어느정도 모이면 정리를 해서 출판을 해 보시는건 어떤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