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태준 기자 입력 2021.07.27 04:23 전자 발찌 차보는 朴장관 - 박범계 법무장관이 26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를 방문해 전자 발찌를 시험 착용해보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지난 12일 보석 기간 도주한 ‘함바왕’ 유상봉(74)씨를 2주 넘게 못 잡고 있다. 더구나 유씨가 전자 발찌를 끊고 도주할 당시 평소 신호 오류가 잦았던 전자 발찌의 결함 때문에 법무부 담당자가 그 즉시 현장 출동을 하지 않는 등 제대로 된 초동 대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그런데도 이날 박범계 법무장관은 전자 발찌 착용자를 감시하는 관제 센터를 찾아 유씨가 착용했던 ‘한국형 전자 발찌’의 품질을 칭찬하고 법무부 전자 감독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화자찬해 논란이 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주거지 밖으로 이동이 제한돼 있던 유씨는 지난 12일 아내 입원을 이유로 법원의 외출 허가를 받아 서울 강남에 있는 한 병원을 찾았다. 유씨는 이날 정오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전자 발찌를 끊으려 했고, 전자 발찌 훼손 신호가 법무부로 송신됐다. 그러자 법무부 담당자는 유씨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이유를 물었으며, 유씨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하자 그냥 넘어갔다. 평소 전자 발찌 신호 오류가 잦았고, 그때마다 법무부는 현장으로 출동하는 대신 전화로 먼저 행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도 법무부는 파악 중이던 유씨의 이동 경로가 일치하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것이다. 이후 집에 도착한 유씨는 오후 3시쯤 공업용 절단기로 전자 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사전에 있었던 도주 조짐을 무시한 결과였다. '함바왕' 유상봉 한때 전국의 함바(건설 현장 간이식당)를 독점하다시피 했던 유씨는 작년 총선 당시 윤상현(무소속) 의원과 함께 윤 의원의 경쟁 후보를 허위로 진정·고소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작년 10월 구속 기소돼 지난 4월 보석으로 풀려나 있던 상태였다. 그러던 중 최근 대법원이 유씨의 다른 사기 사건에 대해 징역 1년을 확정, 재수감될 상황에 처하자 전자 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유씨는 잠적 전 주변에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씨는 법무부가 개발해 작년 10월부터 쓰기 시작한 신형 전자 발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무게가 168g으로 2018년형(180g)보다 가볍고 크기도 작아졌지만, 내구성은 강화됐다고 한다. 이날 법무부 위치 추적 중앙관제센터를 찾은 박 장관은 이 전자 발찌를 가리키며 “이게 함바왕이 차고 있던 것이냐”라고 한 뒤 ‘태국 수출을 준비 중’이란 것을 화제로 직원과 대화했다. 전자 발찌를 직접 착용해 내구성을 확인하며 “근데 함바왕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걸 끊었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박 장관이 법무부 전자 감독 시스템에 대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하자 한 직원은 “얼마 전에 일본 검사들이 다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맞장구를 쳤다. 박 장관은 기자들이 ‘함바왕 도주 사건 재발 방지 대책’을 묻자 “제가 전자발찌를 시험 삼아 차봤는데 기계를 가지고 절단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기기에 대한 훼손이나 절단 시도를 불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한 법조인은 “함바왕 도주 경위를 보면 법무장관이 전자 발찌를 자화자찬할 때가 아닌 것 같다”며 “또 도주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검찰은 하루 이틀이면 검거한다고 장담했는데 그 약속은 왜 못 지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