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설왕설래 뒷말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문제의 본질을 가장 단순하게 생각하고 파악해야 한다. 북미정상회담은 전쟁 직전까지 가다가 성사되었다. 이 말은 정상회담이 결렬되었다는 것은 지금 우리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전쟁의 위기라는 원위치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한반도 상황을 그대로 잘 묘사한 일화가 있다. 1964년 케네디가 죽은 다음 선거에서 린든 B. 존슨 후보가 내보낸 텔레비전 광고 선전물은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손꼽힌다. 어린 소녀가 데이지 꽃잎을 하나씩 따면서 하나에서 열까지 헤아리고 난 다음, 금속성 남성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번에는 열에서 하나로 거꾸로 셈한다. 마치 미사일 발사 카운트다운을 하듯이. 영(0)하는 순간 핵폭발의 섬광이 하늘을 채우면서 존슨 후보가 등장해 “지금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다 죽습니다”라고 열변을 토한다. 존슨이 당선된 것은 다시 평화를 외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쿠바와의 핵전쟁의 위험에서 절박했던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그때 광고가 지금 우리에게 데자뷰되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차 북미장상회담은 1차에 이어 회담 성사가 하나에서 열까지 고조되다가 반대로 카운트다운 되고 말았다. 핵이 터지기 직전의 순간이라는 것이다. 지금 존슨과는 반대 상황에 트럼프는 처해 광고물을 이용하고 있다. 하나에서 열까지 세다가 그 반대로 카운트다운 하면서 북을 압박하고 있다. 존슨과는 달리 핵이 터질지 모른다고 협박하고 있다. 경기 도중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골대(goalpost)를 제멋대로 옮겨 놓고는 북한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볼턴을 시켜 골대만 옮긴 것이 아니고, 그동안 북미 실무협상을 총괄했던 인사가 자신의 말을 완전히 바꾸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단계적 접근’에 동의한다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고선 이제는 완전히 ‘전부를 다 포기하라’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해 3월 8일, 미국 유력 인터넷 매체인 ‘복스(Vox)’는 이렇게 경기 도중 골대를 제멋대로 옮겨 놓고 늘어놓는 수사(rhetoric)는 북한을 화가 나게 해 향후 협상 가능성을 위협할 것이며, 두 나라를 다시 전쟁의 길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린아이들을 보라. 한창 잘 놀 때가(하나에서 열까지) 바로 싸우기 직전인 것을 보면(카운트다운) 지금 이 순간은 위험천만의 순간이다. 클린턴은 르윈스키와의 스캔들 위기의 돌파구를 이라크 침공에서 찾았다. 코언 증언으로 트럼프가 회담을 결렬시켰다면 그의 다음 선택이 무엇이겠는가? 문재인 정부가 할 일이 있다. 회담 성사에 더 이상 관심 갖지 말라.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미국의 불장난을 막는 것이다. 일본의 아베는 지금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자유한국당은 이에 손뼉을 쳐대고 있다. 회담이란 결실을 보는 것보다는 회담을 하는 도중만이라도 전쟁 자체를 막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미국과의 회담에서 무엇을 얻어낼 것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란 것이다. 골대를 제멋대로 바꾸는 상대와 무슨 경기 같은 회담을 한단 말인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국들은 아프리카와 북미 원주민 부족들을 속일 때 구슬과 싸구려 담요를 주고 그 광대한 땅을 빼앗아 먹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인디언 추장이 사막에서 훈련하는 우주 비행사에게 원주민 언어로 한 말을 번역해 보니 달나라 정령(精靈)들에게 보내는 말로서 이들 비행사들을 만나게 되면 그들이 하는 말을 하나도 믿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달나라 정령들이 이 비행사들의 속임수에 속지 말기를 보낸 암호였다고 한다. 트럼프가 회담 전에 핵을 폐기하면 북이 강대국이 될 정도로 경제 지원을 할 것이란 말 자체가 이미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한다. 이는 해님 달님 동화에서 호랑이가 어머니에게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는 것과 하나 다르지 않다. 과연 핵무기를 다 폐기했다고 하자. 그러면 과연 미국이 약속을 지킬 것인가. 아니다. 그 다음에 또 다른 카드를 내밀 것이다. 골대를 옮겨 가면서. 싱가포르 회담에서 다 약속한 것들을 다 지키겠다고 한 것이 화근이다. 다 지키는 것 자체가 미국을 당황하게 만든 것이다. 그 다음은 약속을 폐기할 차례이고 그래서 2차 회담에서는 폐기한다고 한 것 이외의 것을 다시 더 폐기하라고 한다. 이것이 완전폐기와 단계적 폐기의 말장난이다. 트럼프는 자기가 말하게 되면 안면을 바꾸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볼턴을 내세워 말하게 함으로서 유체이탈을 쉽게 할 수 있었다. 박근혜 같이 자기가 자기를 유체이탈해 망신당하는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트럼프 식 양동작전이라고 한다. 그러나 회담은 계속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위에서 말한 대로 회담하는 도중만이라도 전쟁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거듭 말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할 일은 회담을 성사시킬 것이란 데 방점을 두지 말고, 남북이 의기투합해 저 승냥이들이 우리를 물어뜯지 못하도록 지혜를 함께 모으는 것이다. 해님과 달님의 예화가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과연 하늘에서 이 두 불쌍한 오누이를 위해 동아줄이 내려올 것인가? 앞으로 북한은 어떻게 나갈 것인가? 그 답은 북한이 부르는 혁명가요 속에 있다. 지난 2월 28일 북한과 미국의 양국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는 베트남의 메트로폴 호텔 라 베란다 면담실에서 국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 김정은 위원장은 "불신과 오해, 적대적인 눈초리들과 낡은 관행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고 하였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다 깨버리고 극복하며 다시 마주 걸어 260일 만에 하노이까지 왔으며 이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고민과 노력, 인내가 필요했던 기간이었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고 하였지만”은 북한에서 부르는 노래 가운데 한 구절이다. 앞으로 북이 선택할 방향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과 그의 사람들이 정서를 똑바로 읽자면 이 노래를 다음 구절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북이 회담에 임하는 자세와 결기를 모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와 그의 일행이 이 말을 얼마나 이해할지는 모르겠다. 그들의 선조들이 구슬 몇 개와 담요 몇 장을 주고 원주민의 땅을 빼앗은 역사를 알고 그 수법밖에는 쓸 줄 모르는 그들로서는 쇠귀에 경 읽기일 것이다. 도대체가 미국 사람들 만나 보면 다른 나라의 언어와 정서를 배우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철저히 무시하고 인종차별적으로 대하면서 자기들은 무슨 짓을 해도 수치가 아니라는 사고가 골수에 박혀 있는 자들과 무슨 회담을 하고 성과를 얻겠다는 것인가? 위 노래의 다음 구절을 보면 앞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그의 사람들이 어떤 결기를 가지고 나갈 것인가를 잠망경 같이 내다보게 한다. 설한풍이 휩쓰는 험한 산중에 결심품고 싸워 가는 우리 유격대 천신만고 모두 다 달게 여기며 피와 땀을 흘린 자가 그 얼마이드냐 지둥 치듯 몰아치는 거센 바람아 사정없이 살점을 떼어 갈 때에 산림 속에 눈 깔고 누워 잘 때면 끓는 피는 더욱 더 뜨거워진다. 지친다리 끌고서 보보 행진코 주린 배를 움켜잡고 힘을 돋군다 가시덤불 험한 길 앞을 막아도 목적하는 우리 위업 이룩하리라 끓는 피로 맹세한 동지를 잃고서 괴롭고도 모진 싸움 해내 오는 길에 가시덤불 험한 길 앞을 막아도 목적하는 우리 위업 이룩하리라!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4000여 킬로미터, 65시간을 달려 오가는 길, 미국은 이 길을 오해도 곡해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길은 항일유격 15년이 걸어 온 길이고, 모진 두 차례나 겪은 고난의 행군의 길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비굴한 압박이란 수단으로 굴복시킬 것이라 카운트다운 하려는 망상은 그 누구도 버려야 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3월 6∼7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수령은 인민과 동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민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헌신하는 인민의 영도자”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령에게 인간적으로, 동지적으로 매혹될 때 절대적인 충실성이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고 말했다. 지도자에 대한 비신비화와 함께 고난의 행군을 헤쳐 나가겠다는 결의이다. 앞에서 밝힌 다음 구절처럼. 가시덤불 험한 길 앞을 막아도 목적하는 우리 위업 이룩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