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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당신도 10대인 적이 있나요?"
20대가 되면서 우린 좀 더 편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며 현명해지기도, 때론 영악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역시 많은 조건을 내세우며 개인이 추구하는 기준에 맞춰 저울질한다.
돈
명예
외모
학벌
권력
...
사랑을 하기엔 너무나 힘든 요즘이다.
이별이 두려워, 상처가 무서워 겁쟁이가 된 우리들이 부디 20대의 사랑이 성숙한 거라 말하지 않기를...
충분히 충동적이고 충격적인... 10대, 그들의 이야기
[Style]스타일
"멋져?!"
[Special]스페셜
"누구보다도 특별하길 바라니까."
[Sex]섹스
"호기심?!"
[Show]쇼
"관심 받고 싶으니까."
[Scandal]스캔들
"사랑과 질투의 경계선?!"
[Sad]새드
"우리들의 모습"
[Slump]슬럼프
"다음이란 없어."
[Suicide]자살
"죽었으면 좋겠어."
[Secret]시크릿
"쉿!"
[Surpise]서프라이즈
"놀랄 것 없어."
우리들의 [Story]이야기니까...
그 누구도 믿지 못할 10대들의 진솔한 이야기
...S [에스]
그들의 세상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들이 살아가는
어른들조차 믿지 못할 10대들의 사랑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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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채화 같은 곳이다.
파란 하늘, 바람에 흩날리는 꽃가루, 바람에 춤추는 갈대,
한걸음 한걸음 뗄 때마다 흙먼지가 뿌옇게 일어나는 울퉁불퉁한 길...
[버스정류장] 팻말이 보이는 곳에 멈춰선 지은인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곤 금세 잠들어 버렸다.
잠결임에도 언제 올지도 모르는 시골 버스를 기다리는 건 나름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를 느낄 수 있으니까.
잠든 지은이를 멀리서 바라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곤히 잠든 지은이가 혹여 깰까 공허한 하늘만 바라보다 먼지바람 일으키며 덜컹덜컹 굉음을
내며 오는 버스에 시선을 옮겼다.
콜록콜록. 먼지바람을 들이킨 지은은 한참을 기침하다 멈춰선 버스에 올라탔다.
의자에 앉기 무섭게 또 다시 잠들고 덜컹덜컹 춤추는 버스 덕에 고개를 쉴 새 없이 떨구다
옆에 앉은 남자의 어깨에 기댔다.
지은이가 자신의 어깨에 기대자 흠칫 놀란 그는 버스 정류장 앞에서 지은을 바라보던 남자였다.
턱을 괴고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어깨에 기대어 깊이 잠에든 지은.
나란히 앉은 둘은 수채화 같은 그 길을 함께 했다.
한참을 자던 지은이 고개를 떨구다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어? 꿈이었네.'
낯설음이 채 가시지 않은 교실에 앉아 있는 지은은 주위를 살피다 인상을 구기고 있는 민규와
눈이 마주쳤다.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재빨리 고개를 돌리는 지은이었지만 '설마?'하는 생각에
슬며시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민규는 변함없이 지은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은이는 조심스레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 얼굴을 살폈다.
'스타킹에 구멍이 났나?' 옷 갖춤도 살폈지만 특별할 게 없었다.
'혹시나 아직도 쳐다볼까?'하고 뒤돌아 봤다 맥없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삐딱하게 앉아 어쩌면 조각상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만큼
민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지은이를 관찰했다.
'그래. 보든지 말든지 네 마음대로 해라.'
수업 마치는 종이 울리자마자 무섭게 여학생들은 우르르 민규에게 달려들었다.
이반 저반 할 것 없이 여학생들이 교실로 몰려들자 지은인 인상을 구기며 귀를 막았다.
"시끄러워"
신학기가 시작하자마자 지은의 반으로 민규가 전학을 왔다.
요즘 TV만 틀었다하면 민규의 얼굴을 쉽게 볼 수 있었다.
10대들의 우상, 패션 아이콘, 연예계 트러블 메이커
각종 수식어가 대한민국에서 그의 입지를 입증시키는 증거였다.
그러나 전교생을 기쁨과 환희로 만드는 그의 존재도 지은에겐 어떠한 흥미도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저 소음을 유발하는 존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수업을 모두 마치고 지은은 복도 계단을 뚜벅뚜벅 내려갔다.
"오늘도 수고 많았다."
피곤이 가득한 얼굴로 지은일 반기며 윤성인 지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휘양 찬란하게 교복을 제각기 개성에 맞춰 입은 각 학교의 아이들이 줄지어
교문 앞에 서서 윤성이가 나오길 기다렸다.
여학생들이 교문을 나서면 손을 흔들며 인사해 주기고 했다.
학교 건물을 나오자마자 멀리 교문 밖에 있는 아이들을 본 윤성이의 표정은 탐탁지 않았다.
"다들 무슨 일로 모였냐?"
"기태가 오라고 해서"
바닥에 앉아 있는 기태는 윤성이를 보며 V자를 날렸다.
"오늘 명우 선배 생일이잖아"
"그래?"
윤성인 대수롭지 않다는 듯 행동하며 약간의 고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 오락실에서 기다릴래? 나.. 지은이 데려다 주고 갈게."
"나..날?"
지은인 윤성이의 말에 심히 정색했다.
"기태야 오토바이 좀 빌려줘."
기태가 던진 오토바이 키를 공중에서 낚아챈 윤성인 헬멧을 썼다.
"조심히 써라"
"똥차가지고 생색은..."
"왜 내 애마 욕해"
"너 돈 많잖아. 갑부집 도련님 아냐?"
윤성이가 오토바이 창을 톡하고 건드렸을 뿐인데 금이 가며 모서리가 부서져 나갔다.
기태는 하얗게 질린 얼굴을 들며 뒷목을 잡고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가자. 너 집에 데려다 줘야 안심이 돼서 나도 신나게 놀지"
윤성인 지은의 머리에 헬멧을 씌어주고 잘 써졌는지 탕탕 두들겼다.
"헬멧 쓰니까 네 머리 되게 크다. 후레쉬맨 같아"
"됐어. 나 안 타"
"장난이야."
능청맞게 웃는 윤성이가 지은인 맘에 들지 않았다.
"그냥 버스타고 갈란다."
지은이가 한 걸음 떼기 무섭게 윤성이는 지은이를 번쩍 들어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혔다.
"너 꽤 무겁다. 시간 남아돌면 살이나 빼"
윤성이의 말에 할 말이 없는 지은인 화제를 돌렸다.
"너... 네 나이에 오토바이 타면 불법 아냐?"
"내가 또 준법 시민 아니냐."
윤성인 주머니에서 원동기 면허증을 꺼내 지은이 얼굴에 내밀었다.
"봤냐? 꽉 잡아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토바이는 출발했고 지은인 눈을 꼭 감고 윤성이의 허리를 잡았다.
지은이의 집 앞에 도착해서야 멈춰선 오토바이.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며 오토바이에서 내리는 지은의 얼굴을 보자마자 윤성이가 한마디 한다.
"너 콧물난다."
지은인 쓰윽 콧물을 닦았다.
"너무 늦게까지 놀지 말고 일찍 집에 들어가. 그리고..."
"알았어. 추우니까 그만 들어가"
윤성이는 지은이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빨리 들어가라 보챘다.
"너 먼저 가는 거 보고 들어갈게"
"응. 전화할게"
점점 멀어져가는 윤성이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는 지은인 윤성이가 골목길 모퉁이를
지나 자취를 완전히 감추고 나서야 집에 들어갔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교복을 벗어 던지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지은이는 고등학교 입학한 후로 쭉 이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한쪽 벽엔 가족들과 윤성이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가득 차있고
일반 집과 다를 바 없지만 유독 다른 점이라면 TV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 피곤하다."
침대에 풀썩 주저 눕자마자 고단한 몸이 사르륵 녹으며 깊게 잠에 빠졌다.
햇살에 눈이 부셔 눈뜬 지은은 몽롱한 정신으로 오른손을 더듬어 알람시계를 찾았다.
시계를 보자마자 쏜살같이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가 고양이 세수를 하면서
동시에 교복 블라우스를 입었다. 신발을 구겨 신고 집을 박차고 나오는 순간...
"지각!"
윤성인 헬멧을 쓰고선 다급히 나오는 지은이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미안. 벨을 누르던가 전화를 하지 그랬어."
"벨도 누르고 전화도 했다."
"그래? 못 들었네."
지은인 멋쩍게 웃었다.
"근데 너 왜 헬멧은 쓰고 있어?"
윤성인 한참을 뜸들이다
"약속해. 절대 화내지 않기로.."
지은의 새끼손가락을 억지로 마주 걸었다.
"새끼 걸고, 도장 찍고, 복사까지"
"유치해"
천천히 헬멧을 벗자마자 얼굴엔 퍼런 멍이 퍼져있고 입은 터져 채 딱지도 얹지 않은 상태였다.
그 뭉개진 얼굴을 보자마자 지은인 인상을 찌푸렸다.
"또 누구랑 싸웠냐?"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다.
"내가 맞을 애냐? 내가 이정도면 그 새낀 벌써 죽었지"
"나이가 몇 개인데 아직도 싸움질이야? 너 정말 언제 철들래?"
"별로 안 아파"
"그러겠지. 너 어제 선배 생일이었다며. 근데 얼굴이 왜 그 모양이야?"
윤성인 말없이 환히 웃었다.
"왜 웃어? 누가 너 많이 싸우면 국방부 장관이 훈장이라도 준데?"
"걱정 마"
"내가 미쳤다고 네 걱정을 하냐? 머리는 크는데 정신을 못 차리니까 그렇지?"
"오빠는 정의로운 사람 아니냐? 불의를 보고 참으면 그게 남자냐?"
"네가 후레쉬맨이야? 정의는 후레쉬맨 보고 지키라고 해. 왜 오버해서 난리야?"
멍이 든 윤성이의 볼을 사정없이 내려쳤다.
"아파"
"엄살은? 안 아프다며?"
"생각을 해봐라. 이렇게 시~퍼렇게 멍들었는데 안 아플 리가 있냐? 네가 걱정할까봐 그렇게 말
한 거지. 그리고 약속했잖아 절대 화 안 내기로"
"내가? 그 약속 네 맘대로 한 거잖아. 그리고 넌 만날 약속을 폼으로 하지? 저번에도 약속했잖아
다신 안 싸운다며"
"알았어. 다신 안 싸워"
"약속"
지은인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도장에 복사까지."
"유치하다고 할 땐 언제고"
못이기는 척 윤성이도 지은이의 손가락을 마주 걸었다.
지은이 멍든 얼굴을 어루만지자 윤성인 강아지처럼 그 손길에 고개를 더욱 내밀었다.
윤성이가 지은이의 손을 꼭 잡았다. 지은이 역시 싫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가자"
학교에 도착하자 이미 1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었다.
여전히 지은의 짝꿍 강주는 쉬는 시간에도 수학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말을 거는 강주지만 손은 어김없이 수학 문제를 풀어 나갔다.
"윤성이랑 같이 온 거야?"
"응"
가방을 챙기고 교실을 빠져나가는 유천이의 모습을 반장인 강주가 그걸 놓칠 리 없었다.
"야. 마유천 너 어디가?"
"집. 몸이 안 좋아."
아랑곳하지 않고 교실을 빠져 나가는 유천이의 모습에 강주는 기막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 되는지
"야! 갈 거면 그냥 가지 말고 담임한테 허락 맞고 조퇴하고 가"
걱정스러운 시선을 감출 수 없었다.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지은이는 어제와 같이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뒤를 돌았다.
지은이와 눈이 마주치자 민규는 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 네 맘대로 하세요. 관심을 갖든, 관찰을 하든"
혼잣말로 중얼 거렸다.
"인생관이란 무엇이냐!"
윤리 선생님의 한마디에 아이들은 일제히 수업에 관심이 멀어져 갔고 잠을 청했다.
보다 못해 윤리 선생님은 벗겨진 머리를 휘날리며 짧은 다리를 동동 굴리면서
노발대발 잠든 아이들의 책상을 탁탁 치며 모조리 깨웠다.
"윤리 시간에 자는 놈들은 기본 예의도 없는 놈들이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국, 영, 수가 아니에요. 윤리란 인생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굵은 아이들의 탄식 섞인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왔다.
순간 민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선생님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당황한 선생님은 말조차 잇지 못했다.
"죄송한데요. 솔직히 선생님 수업 쫌 지루하거든요. 잠이 와서요. 세수 좀 하고 오겠습니다."
얼굴 붉힌 윤리 선생님은 몇 가닥 없는 머리 사이로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 내느라
정신없어 보였고 아이들은 "멋있다"며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반에서 유일하게 지은이만이 민규의 행동을 아니꼽고 시건방지게 봤다.
윤리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고 지은인 결국 돌아오지 않은 민규의 빈자리를 바라봤다.
"모든지 다 지 멋대로야"
청소시간이 되자 남학생들은 빗자루를 들고 칼싸움 하듯 교실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여학생들은 민규의 브로마이드를 펼치며 앓는 소리를 냈다.
"얘들아, 청소구역 정해졌거든. 각자 배정 받은 구역은 알아서 깨끗이 치우자. 칠판에 붙여 놓을게."
강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우르르 학생들이 모두 칠판 앞으로 모여들었고
지은이 역시 칠판 앞에 나가 배정받은 구역을 살폈다.
"음악...실?"
배정 받은 곳을 보자마자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강주. 왜 하필 내가 음악실이야?"
"왜? 운동도 되고 좋잖아."
"좋으면 네가 가서 할래?"
지은이 강주의 멱살을 잡으며 장난식의 실랑이가 계속 되고 있을 즈음
반 여학생들이 지은이와 강주 주위를 조용히 에워쌌다.
"네가 서지은이지?"
"그런데?"
"나랑 청소구역 바꿀래?"
모여든 여러 명의 여학생들이 한꺼번에 그러는 터라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난 누구랑 바꾸든 상관없긴 한데..."
지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학생들은 지은을 붙잡고 절실히 애원했다.
쿵쿵쿵! 긴 복도에 크게 울리는 발걸음 소리가 점점 교실까지 울려 퍼졌다.
드르륵! 교실 문이 열리고 교실 한가운데 몰려 있는 아이들을 보고 담임 백두산은 호통 쳤다.
"다들 청소 안하고 몰려 있는 이유가 뭐야?"
두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학생들은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고
지은만 혼자 멀뚱히 서있었다.
"너 뭐야? 청소 안 해? 청소구역 어디야?"
"저... 음악실인데요."
"가 봐"
"네"
지은은 청소도구를 들고 투덜거리며 음악실로 향했다.
음악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간 지은인 마치 귀신을 본 듯 놀라 재빨리 음악실을 나왔다.
눈을 비비고 큰 숨을 들이 쉰 후 조심스레 다시 문을 열고 피아노를 치고 있는 작자가
강민규가 맞는지를 다시금 확인했다.
강민규임을 확인하자 긴 한숨이 내셔졌다.
지은이가 음악실에 들어서자 피아노 연주를 멈춘 민규는 지은을 힐끔 쳐다보고는
피아노 뚜껑을 쾅! 닫고 나서 지은을 유심히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자 화가 갑자기 치밀어 오는 지은은 당당히
"너 나한테 불만 있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기분 나쁘게 쳐다보지 말고 말로 하란 말이야"
외치고 싶었지만 실상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안녕"
짧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마디 할 뿐이었다.
그런 지은의 모습에 민규는 어이없어하며 피식 웃고 음악실을 나섰다.
갑자기 확 뒷골이 당기는 지은은 뒷목을 잡으며 분한 화를 삭일 줄 몰랐다.
"설마 쟤도 음악실 청소야? 근데 뭐야? 왜 아무도 없어?"
청소 확인을 위해 음악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다.
"청소 다 끝났어?"
"네. 근데 선생님 청소하는 애가 저하고... 또 한명 외엔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넓은데..."
"여기 비는 음악실이라서 둘이 치워도 충분해. 청소 끝났으면 그만 가 봐."
지은이 우려한 대로라면 학기가 마칠 때까지 민규와 같이 음악실을 청소해야만 한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지은은 머리를 쥐여 뜯고는 좌절하기에 이르렀다.
텅 빈 교실에 지은의 책상에 걸터앉아 있는 윤성인 기다림이 슬슬 지겨워 지고 있었다.
콧노래 흥얼거리다, 지은의 교과서에 낙서도 해보고 책상도 뒤져봤다.
때맞춰 교실에 들어온 지은이 때문에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뭐하고 있었냐?"
"아니.. 근데 백두산은 너 없어도 종례 그냥 하던데? 너 없는지도 몰라."
"시끄러워. 헬멧이나 써. 그 얼굴 보고 싶지 않거든"
지은인 윤성이의 상처투성이 얼굴을 밀쳤다.
"휴~"
지은이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땅 꺼지겠다. 웬 한숨?"
"나 강민규랑 청소구역이 같아."
"그게 한숨 쉴 일이야? 말은 해봤어?"
"아니. 무서워서 말도 못 붙이겠어."
"뭐가 무서워? 애들이 괴롭힐까 걱정돼서?"
"아니. 걔 눈빛이"
"걔 눈에선 레이저 나오나 봐?"
"그건 아니고 걔가 며칠 전부터 날 유심히 쳐다만 봐"
지은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윤성인 한참을 배꼽잡고 웃었다.
"너 나 지금 무시하냐?"
"아냐. 그럼 불 수 있지. 신기해서라도 볼 수 있어."
"진짜란 말이야. 강민규가 날 쳐다보는 눈빛이 장난이 아냐."
"장난이 아냐? 좋아하는 것처럼 느끼하게 쳐다 봐?"
"그럼 내가 이렇게 걱정하겠냐? 기분 나쁜 듯이 말이야 날 관찰 한다고. 걘 하필이면
전학을 와도 우리 반에 전학을 와"
지은인 아직도 화가 덜 풀린 듯 씩씩 댔다.
"넌 요즘 최고 인기 아이돌 강민규가 전혀 관심 없다는 말씀?"
"없어. 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죄다 맘에 안 들어. 아이돌이라고 염색해도 되고
지각해도 되고, 수업시간에 자도 되고, 교복인지 사복인지 분간도 안 가게 이상하게
옷 입어도 누가 뭐라고 하질 않잖아. 아이돌이라고 학교에서 받는 특혜가 너무 많다고
불공평해. 이건 엄연한 차별이라고. "
윤성인 씩씩대는 지은이의 모습에 그저 웃을 뿐이었다.
지친 지은이를 조심히 집까지 모셔다 준 후에 윤성이도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지은인 약간의 미열이 있는지 어지러웠다.
그런데 교실에 강민규를 보자고 몰려든 아이들 때문에 정신 차리기가 더욱 벅찼다.
인상 쓰고 자리에 앉아 뒤돌아 아이들을 바라보다 환호하는 아이들 사이로
민규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민규는 인상을 쓰며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지은은 민규에게 다가가 두 번째 손가락을 길게 쭉 펴고
이마를 밀쳤다.
"대체 이유 없이 날 쳐다보는 이유가 뭐야? 할 일이 그렇게 없어?"
"난 그런 적 없는데?"
큰 눈을 깜빡이며 민규는 불쌍한 모습을 지었고, 순간 아이들이 지은에게 달려드는
모습을 상상하니...
자리에 일어났던 지은도 순간 꾹 참고 고개를 저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얘들아 1교시 말이야. 체육으로 바뀌었으니까 다들 체육복으로 갈아입자"
강주가 칠판을 쾅쾅 두들기며 소리쳤다.
"나 체육복 빨려고 집에 가져갔는데? 윤성이 거라도 빌려야겠다."
지은인 윤성이 교실로 향했다.
삐뚠 책상에 삐뚤게 앉아서 만화책을 보며 뭐가 웃긴지 자지러지는 윤성이를 보며
한심하다 생각하고 교실에 들어서려는 순간
"오빠"
윤성이 앞에 멈춰선 은재를 보고 지은은 발걸음을 멈추고 은재의 명찰부터 살폈다.
'빨간색이면 2학년이네.'
은재를 보자 괜히 교실 뒤로 숨어 창밖에서 둘의 모습을 살폈다.
"재밌어?"
은재는 다소 냉소적인 표정에 무미건조한 말투였다.
윤성인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만화책에 집중했다.
"왜 또 왔냐? 여기 네 놀이터 아냐"
은재는 윤성이가 읽고 있는 만화책을 덮어버렸다.
"뭐하는 짓이야?"
"말할 땐 상대방 눈을 바라보는 게 예의 아냐?"
윤성인 예의 상 은재의 눈을 한번 맞춘 후 다시 만화책을 펼쳤다.
"어제 왜 안 나왔어? 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잖아."
"나간다고 한 적 없어"
"그럼 그 애 좋아한다는 거네?"
순간 차갑게 냉소를 띄우며 윤성인 은재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
"걔가 네 친구야?"
"확실하게 말해달라고. 나 오빠 좋아해. 그러니까...."
은재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윤성인 이어서 읽을 다음 권의 만화책을 찾았다.
"너 아직도 안 내려갔냐? 야 6권 줘 봐."
윤성의 태도에 두 주먹 불끈 쥐어 보이는 은재와 달리
지은은 교실 뒤에서 두 사람에 대화에 꽤 큰 충격을 받았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뒤돌아섰지만 한 걸음 떼기가 무거울 정도였다.
'윤성이한테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어?'
지은이의 씁쓸한 미소 때문인지 교실로 돌아가는 모습이 더욱 초라해 보였다.
*작가 말*
으흐흐;;
10대가 그리워지는 20대 작가입니다.^^
10대의 진솔된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어요.
한국 드라마 중에 혹시 [학교]를 보신 적이 있나요?
아니면 미드 [가십걸] 같은..
10대들이 공감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주인공들 소개하기 바빠 줄거리 보단 캐릭터에 몰두해서
쓰다보니 긴장감이 없어지긴 한 것 같아요..ㅎ
[지은][민규][윤성][은재][기태][강주][유천]
아직 소개가 안 된 친구들도 있지만 다들 공감 할 수 있는
캐릭터랍니다.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신다면 냠냠 받아 먹고
힘차게 2부를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