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니동산의 母子 / 조명
수태 염원 하늘에 닿아 달나라에 달무리지던 밤
은백색코끼리 한 마리 구만리 월광을 날아 내게로 왔지
세상으로 솟은 여섯 개 엄니는 희고 단단했으며
불임의 적막을 저어 회임의 새벽을 알리는 날개는 너울너울
부드러웠다
코끼리 발바닥 지모신의 품에 안착할 때
아득히 거대한 톱니바퀴들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할 때
나는 먼 훗날의 흙알갱이와 물방울과 불꽃과 바람을 보았다
지고한 엄니는 늑골을 열고 지순한 날개는 늑막을 찢어
영몽의 은백색코끼리 내 안으로 들어섰지
마음은 눈부신 통증의 오색이슬방울을 발밑에 깔아드렸다
처녀모태에 백화만발 백리향 천리향 만리향의 밀원이 발생
몸은 문을 닫았다
여자가, 첫배로 낳는 아기는 창세기 어미의 천지창조
음사월 살라나무 잎사귀마다 햇살 산란하던 아침
살라나무가 살라나뭇가지를 휘어 손을 잡아주었지
너는 늑막을 찢고 나는 늑골을 열고
우리는 먼 오늘의 흙알갱이와 물방울과 불꽃과 바람을 보았다
이슬을 털며 홀로 떼어놓던, 호오
갓난이 발자국마다 꽃발자국이요 말씀마다 꽃말씀이었어라
비의 나라 조앙신은 정다운 마음의 구슬비와 냉엄한 정신의 구슬
비로 몸을 씻어주시고
태양 나라 조앙신은 햇살요람과 해님바람금침으로 받아주셨다
해산한 살라나무 아래 옥돌멩이 하나 들어올리자
옥빛 샘물 솟아올라 내와 강과 바다의 영혼을 다 비추었지
내륙의 눈동자가 바다를 만나는 환희라니!
어머니, 왜 다른가요?
나는 피 뭍은 검불 날리는 빈 들판을 보았습니다
비루먹은 들개들 어슬렁거리는 허허벌판을 보았습니다
까마귀 떼 날고 넝마조각 흩날리는 희뿌연 공중을 보았습니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짐승처럼 울부짖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엉긴 혈흔 말라붙은 여인의 아랫도리를 차마 눈감고 보았습니다
막돌 움켜쥔 채 부릅뜬 주먹을
뼈와 뼈가 판과 판이 뒤틀리는 고통의 단애를
고름 든 구름덩이 가없는 눈동자 속을 흘러가는 백발의 여여를
나는 다 보았습니다
왜 다른가요? 나의 어머니
우리가 한통속의 꿈 속에서 한통속의 꿈을 산들
어미는 어미의 꿈결을 아들은 아들의 꿈결을 살아갈 따름,
어미가 헛개나무껍질에 좀씀바귀 뿌리를 씹을지라도
아기는 애청어 튀어오르는 유방의 뽀얀 젖을 받아먹을 따름,
허와 무의 나라 저 안쪽엔 언제나
길고 창연한 진통의 사랑국 있어
사랑에 빠진 여인들 허무국의 허무를 끝내 낳아 먹여 살릴 따름,
그대, 나의 아들, 샤키아무니여!
혹은, 나의 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