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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6일 알찬샘 부모들과 발도르프 책을 한권 읽으면서 발제 준비를 할 때 흥미가 생겨서 빌려놓았던 책이 총 5권...
지수가 어린이도서실에서 예약해놓은 레이튼 미스터리 탐정사무소 책을 오늘 빌려야 하는데 꽉 차 있어서 빌릴 수가 없다.
발제할 때는 분명 내가 새로 알게 된 이 흥미로운 내용을 얼른 정리해서 올려봐야지, 했는데
음.. 독서모임 끝나고 나니 흐지부지 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 예약해놓은 책을 빌려가라는 과천도서관 어린이도서실의 문자가 자극제가 되어주었다.
얼른 쓰고 반납해버려야지... 오늘 당장... 바로 지금...
<참고문헌>
프란스 칼그렌, 아르네 클링보르그, 루돌프 슈타이너의 교육학- 자유를 향한 교육-세계 발도르프학교 운동의 보고와 사진들, 사단법인 한국슈타이너교육협회 역, 섬돌, 2008.
루돌프 슈타이너, 교육학의 기초가 되는-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앎, 최혜경 옮김, 밝은누리, 2007.
루돌프 슈타이너, 인지학이란 무엇인가, 조준영 역, 섬돌, 2009.
루돌프 슈타이너, 교육의 기초로서의 일반인간학, 김성숙 역, 물병자리, 2007.
루돌프 슈타이너, 발도르프 학교와 그 정신, 최혜경 옮김, 밝은누리, 2006.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발도르프 교육을 기초로 하여 세워진 상당히 많은 수의 학교들이 있고, 이 교육학을 기초로 해서 쓴 상당히 많은 수의 육아서가 있고, 발도르프 교육을 표방하지 않는 학교체제에서도 발도르프 교육의 일부를 차용하는 것을 보면 오늘날 꽤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론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렇게 널리 쓰여지는만큼 어떤 관점에서 발도르프 교육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꽤 상반된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내가 관심을 가진 부분은 이런 것이다.
- '슈타이너의 인간에 대한 관점은 어떻게 교육학으로 이어졌는가'
- '음악에 조예가 깊은 교육가였던 슈타이너의 음악관은 어떤가'
'그의 음악에 대한 관점이 자신의 교육철학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먼저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서 긁어온 저자파일을 참고로 살펴보고, 이 문제에 대한 답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
루돌프 슈타이너 (Rudolf Steiner)
철학자, 교육가. 1861년 오스트리아 크랄예베치(Kraljevec, 현 크로아티아 영토)에서 태어난 그는 1925년 괴테아눔 작업실에서 생을 마쳤다. 빈 공과대학에서 수학, 자연과학, 철학, 문학을 공부하였고, 로스토크 대학(Universit?t Rostock)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자신의 정신과학(Geisteswissenschaft) 사상을 집약하여 인지학(人智學, anthroposophy)을 수립하였다. 인류의 지혜(anthropo+sophy)라는 의미가 담긴 인지학은 정신과 영혼을 실제적인 것으로 다룬다. 물질주의적 세계관에서 벗어난 그의 사상은 교육, 예술, 건축, 의학,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발도르프 교육, 생명 역동 농법(Biologisch-dynamische Landwirtschaft), 인지학적 의학(anthroposophische Medizin) 등의 현대적이고 보편적인 접목을 통해 누구라도 접근할 수 있게 하였다.
1882년 스물한 살에 괴테의 자연 과학 저작물의 편집과 주석을 맡았으며, 1890년부터 1896년까지 바이마르에 있는 괴테-쉴러 기록 보관소(Goethe-und Schiller-Archiv)에서 괴테 전집 편찬을 위해 공동 연구자로 작업하였다. 스위스 도르나흐에 정신과학을 위한 자유 대학(Freien Hochschule)의 장소 및 공연 예술 무대로 사용하기 위한 건물을 직접 설계하여 건축하였고, 괴테의 이름을 따 괴테아눔(Goetheanum)이라 이름 지었다.1919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처음 자유 발도르프 학교(Freie Waldorfschule)를 세웠다. 그의 발도르프 교육 철학은 전 세계로 뻗어나가 현재 1,100여 개의 학교와 1,800여 개의 발도르프 유치원(Waldorfkinderg?rten)이 설립되어 있다.
훌륭한 음악 애호가였던 그는 수많은 연주회와 오페라 공연을 관람하였고 음악의 세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심취했었다. 음악은 그 자체로 그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의 저작과 방대한 강연 기록은 약 354권의 루돌프 슈타이너 전집으로 정리되어 있다.
주요 저서로 『어떻게 고차 세계의 인식에 도달하는가?(Wie erlangt man Erkenntnisse der h?heren Welten?』 『신지학(Theosophie)』 『자유의 철학(Die Philosophie der Freiheit)』 『괴테의 세계관(Goethes Weltanschauung)』 『아카샤 기록에서(Aus der Akasha-Chronik)』 『영혼의 수수께끼(Von Seelenr?tseln)』 『내 삶의 발자취(Mein Lebensgang)』 등이 있다.
영성가에서 교육가로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한 슈타이너의 행보는 나에겐 조금 의아한 것이었다. 보통 영성가들은 누군가를 체계적으로 짜여진 교육체계 안에서 가르쳐서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여러 영성가들의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공통점은 그들 모두 우리 자신이 이미 온전한 인간이라는 인식을 가진다는 점이었다. 그러므로 일부러 괴로움이나 결핍을 만들어내는 우리 마음의 습관의 고리를 끊는 것이 수련의 핵심 중 하나였다. 이런 인식을 가진 영성가들은 어떤 명상센터를 짓거나 자신을 어떤 직책에 앉히려는 모든 요청들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루돌프 슈타이너는 이들과는 상당히 다른 행보를 보인다는 점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사람은 타락한 천사인가, 영성을 세상에 성공적으로 접목한 사람인가? 나는 원래 후자 쪽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음... 잘 모르겠다. 아직 충분히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결코 뭘 주장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내가 여기에 이런 아직 여물지 않은 상태의 생각을 올리는 것은 발도르프 교육이론에 대해서 다들 나보다 더 지식이나 경험이 많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혹여나 여론을 호도하지 않고, 내가 헛다리를 짚을 경우 '떼찌떼찌 안하고'(이점이 매우 중요) 가르쳐주실 분들이 많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슈타이너의 인간에 대한 관점은 어떻게 교육학으로 이어졌는가'
슈타이너가 어떻게 영성가에서 교육가로 가게 되었는지를 알려면 먼저 인간에 대한 그의 인식을 살펴야 한다. 아이는 온전한 존재인가, 결핍된 존재인가? 루돌프 슈타이너는 어린이를 무언가가 결핍된 존재로 보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강의 일부를 요약해서 정리해본다.
인간이 외부 세계와 지니는 모든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호흡입니다... 호흡은 물체적 세계에 들어서는 인간을 물체적인 외부 세계와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호흡이 인간의 신체적 생활을 유지하는 데 처음부터 완벽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역시 주시해야만 합니다... 조야하게 표현하자면, 어린이는 아직 내면적으로 제대로 호흡을 할 수 없으며, 교육은 제대로 호흡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이가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 또 있으며, 양 존재 지체 간에, 즉 신체와 정신영혼 간에 조화가 이루어지도록 교육이 착수되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어린이가 삶의 초반부에 아직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은 ... 잠과 깨어있음 사이의 교체를 인간 본성에 적합한 방식으로 실행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올바른 교육을 통해서 인간이 물체적 차원에서 경험한 것을 영혼정신 혹은 정신영혼이 잠이 들어서 깨어날 때까지 머무르는 그 안으로 실어 나를 수 있도록 어린이를 가르쳐야 합니다. (교육학의 기초가 되는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앎, 39-42쪽)
즉 교육이란 어린이의 이러한 결핍을 채워서 온전한 인간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행위다. 슈타이너는 어린이를 온전히 만들기 위해 어린이의 의지에 직접 영향을 주려는 교육방법은 경계해야 하고 어린이가 '무의식적으로' 결단할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어린이이 감정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답을 '반복행위'로 제시한다.
무엇이 옳은가를 어린이에게 말하는 것으로 어린이의 의지를 바른 방향으로 향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어린이에게 같은 일을 하게 함으로써 그것이 가능해집니다. 어린에에게 경고를 하거나 여러 가지 규율을 부과하는 것이 아닌, 올마름에 대한 감정을 어린이 속에 불러일으키고, 여러분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어린이의 주의를 향하게 하고, 그것을 반복해서 하게 하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바른 교육을 발견하게 됩니다. ...
무의식의 반복은 감정을 육성하고, 충분히 의식된 반복은 의지의 충동을 육성합니다. 결단력은 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일에 의해 고양되는 것입니다. 어린이의 잠재의식에 내재하고 있는 결단력에 자극을 주는 것은 의식적으로 무엇인가를 반복시킬 때입니다.
내적으로 강한 인간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린이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이것을 한단다. 그리고 너도 이것을 하는 거야. 너희들은 둘이서 같이 내일도 모레도 똑같은 일을 하는 거란다.' 그러한 방식으로, 권위에 기초한 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에 의해 어린이들은 학교에서는 교사의 말을 들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일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깊은 결속을 생기게 하지만, 나아가서 교사의 권위를 강화합니다.
왜 예술이 의지의 육성에 특별히 큰 효과가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예술의 연습이 반복행위를 통해서 성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술의 반복이 기쁨을 주기 때문입니다. 예술은 몇 번이라도 반복해서 즐길 수 있습니다. (교육의 기초로서의 일반인간학, 98-100쪽)
좋은 반복에 대해서는 금방 이해가 가는데 그렇게 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의지의 충동이라는 것, 교사의 권위를 세울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왜 강한 의지를 가져야할까? 무엇을 성취하기 위해서? 반면 교사의 권위에 대한 부분에서는 짐작되는 바가 없지는 않다.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독일의 교육방식이 상대적으로 더 권위적이라는 소문?을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한 독일문화의 일면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슈타이너의 입장은 지금 한국사회에서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 입장에서 보기에는 좀 권위적으로 보이긴 한다.
하지만 슈타이너는 당시 발도르프 학교를 시작했을 때는 오히려 교육현장이 권위적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애썼다. 나와 슈타이너는 어디까지를 권위적인 것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다른 것 같다. 초기 발도르프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저학년에서는 별다른 문제 없이 개방성과 솔직함과 같은 요소가 쉽게 드러났으나 상급학년에서는 수업분위기가 지나치게 일방적인 강의식이었고 학생들과의 대화와 직접적인 인간적 접촉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너무 적어서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상당히 고뇌했다고 한다. (루돌프 슈타이너의 교육학- 자유를 향한 교육-세계 발도르프학교 운동의 보고와 사진들, 27-30쪽)
'음악에 조예가 깊은 교육가였던 슈타이너의 음악관은 어떤가'
'그의 음악에 대한 관점이 자신의 교육철학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슈타이너의 청각적인 것에 대한 의식은 오늘날 '소리연구'라고 하는 음악학의 한 경향에서의 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것 같다. 슈타이너는 눈 속의 감정의 작용은 상당히 억제되어 있지만 청각의 경우에는 그 정도로까지는 억제되어 있지 않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귀는 많은 점에서 생명체 안에서 행해지고 있는 사항에 대해 충실한 모상(模像)이다. 다만 음악에서 감정의 요소에 대한 부분은 오늘날 인식과 크게 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슬릭의 <음악미에 대해서>(1854)에서의 음악관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한슬릭은 '진정한 음악이란 오직 음과 음에 의해 짜여진 아라베스크이고 거기에는 모든 감정의 요소가 결여되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는 당대에 널리 받아들여졌던 생각이기도 하다. 20세기 중반 이후에 이 생각은 크게 힘을 잃어 이제는 적어도 음악학 안에서는 음악을 이렇게 객관적이고 수학적인 무엇으로 보지는 않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슈타이너의 경우에는 '감정은 완전히 성숙되지 않은 인식이고, 완전히 성숙되지 않은 억제된 의지'이기 때문에 음악에서 감정의 요소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성급한 마무리
- 기껏해야 며칠 읽은 것을 가지고 슈타이너가 거의 평생동안 이룩해온 체계를 이해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었다. 슈타이너 이론을 바탕으로 쓴 책들은 저자들에 따라 조금씩 결이 다르기도 해서 꽤 복잡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슈타이너의 이론에 대해 궁금해하기만 하고 마음 속에 미뤄두고 있었던 것을 어느 정도 해결하게 되어 나름 홀가분한 기분이다.
- 슈타이너의 이론은 거의 전적으로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부분은 거의 언급이 없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공동체성을 지향점 중의 하나로 가지고 있는 대안학교들의 경우에는 발도르프 교육을 기본바탕으로 하려면 수정된 버전이 필요할 것 같다.
- 사실 처음 궁금했던 것은 에테르체와 같이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는 요소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번에 그 부분은 많이 못봤다. 언젠가 다음 기회에....
- 이번에 읽으면서 매우 흥미로웠던 부분은 전적으로 영성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생각이 19세기의 '근대성'과 어떻게 결합했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영성을 교육으로 추구하는 과정이 지극히 과학적이고 물질적인 방식이었다. 그렇게 해서 키우고자 하는 인간상이 유기체적인 구조로 된 사회 안에서 성공적으로 기능하는 하나의 유기체?라는 점도 흥미로웠고. 오늘날이라면 개인의 내적인 평화에 대해 더 관심이 있었을 것 같은데...
- 잘 받아들여진 이론은 그 시대 전반의 사고방식을 반영할 수 밖에 없고, 슈타이너의 이론도 그렇게 해서 독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 확장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맑은샘에서는 여러 교육 흐름들에 대해 절충적인 방식으로 장점들을 취하는데 이렇게 해서 한 수십년 지나면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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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어보았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