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마을 일에는 거의 참석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 알지 못했지만
오늘이 우리 동네 이장님의 선거일이란다. 마을 일에 참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과 사이가 나쁘거나 서먹하거나 하지는
않다. 왜냐면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마을 정서에 오래된 해묵은
마음들이 엉켜있는 곳에 섣불리 말을 보탰다가 어떤 봉변을
당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나 한쪽 발을 뺀 상태에서 마을
사람들과 조금은 거리를 두고 지낸다. 만나면 아주 반갑게 인사하고
맛있는 음식도 주고받고 하지만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말들이나
일에서는 한걸음 물러서는 편이다. 그게 말싸움에 휘말리지 않는
지름길이고 또 말다툼이 벌어질 경우 절대로 누구와 시비 붙어서
이겨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또 다시 속상한 일만 생길것이기
때문에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
12월 한달 동안은 거의 매일 마을 회관 공사를 했다. 내 집이 마을
회관과 거의 붙어있다시피한 집이라 공사 소음에 시달렸다. 그게
이장 선거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란걸 오늘에야 알았다. 며칠 전
유자차를 큰것 한병을 사서 마을 할머니들에게 갖다드리러 들렸드니
냉장고, 테레비, 가스렌지등 온갖 집기들이 최신식으로 바뀌어
있어서 놀라고 시골 마을의 넉넉함에 감탄했든 생각이 난다.
도대체 마을 이장을 하면 어떤 이익이 있을까? 첫째로 약간이지만
월급도 나오고 읍사무소에서 갖고 있는 논을 무료로 경작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고 그외에도 여러가지 특전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크게 바라보는것은 다음 기초 단체장 선거에서 읍의원이라든가
기타 선거에 출발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것이라고 엄청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어떤 동네 아저씨가 일러준다.
저녁 무렵이면 결과가 나오겠지만 한동안은 선거 결과와 그안에 얽힌
이야기들로 마을이 어수선할것 같다. 지금 이장님도 잘 하시지만
워낙 이 동네에 터줏대감같은 집안이라 좀 권위적인게 있어서 마을
사람들로 부터 안좋은 평판을 받아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버스 정류장에서
오늘 하는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바뀌길 원하는것 같다. 게다가 이장님
아버지가 연세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을 좀 집적이는 편이라 안좋은
인상을 마을 사람들에게 주고 있다. 올해초 이장님 아버지가 동네
할머니를 집적거리고 그 자손들이 들고 일어서고 하는 사건이 있어서
이장님이 코가 땅에 닿도록 사죄해서 형사적인 문제는 피해갔지만 그
일로 마을 사람들의 인심이 떠난것 같다.
또 나는 이장님 어머니와 가장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하고 언제나 의지하는
편이었었는데 은근히 내 말을 하고 다녔나보다. 요즈음 몇사람에게서
말을 전해듣고 웃고 말았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내가 자기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고 맛있는것 있으면 타지에서 온 사람 친절하게 해주는게
고마워서 제일 먼저 갖다 드리고 했는데 내 말을 하고 다녔다는게 이해가
가질 않고 따지거나 그 말을 들은척도 않지만 그 말을 듣기전만큼 자주
말을 섞게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마을 할머니들의 입이 무서워서 진짜
조심하는데 오늘은 누가 날 불러내지 않고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왜 사람들은 자기 인생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면서 남의 일에 그토록
관심을 갖는지 도저히 이해 불가능이다. 에휴, 삶은 시골에도 도시에도
있게 마련이고 얽힌 실타래 같은 것인가 보다.
첫댓글 공감 공감 공감합니다. 저는 고향집 근처 로 귀촌을 했습니다.
마을하고는 좀 떨어진 곳이지요. 외딴 곳이라 이장님이 들려주시는 마이크 소리가 전혀 들리지를 않습니다.
도시보다 말이 빨리 퍼지는게 시골이구요.
말이 많은것도 시골입니다요.
ㅎㅎㅎ 저는 바빠서 회관에 가 놀 시간도 없지만
몇몇 사람은 꼭꼭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회관에 놀러도 오고 그래야지 사람도 친하게 지내고 그러지이
헤고~회관에 가봐야 둘러않아 화투나 치고 허리 다리 아프고로
시골 내려가기전 다른 마을에서는 어찌나 텃새가 심한지
못살고 나온 사람도 있다하여서
이사를 가지 마자 차타고 내려오면서 마을 노인들 가는분 오는분 만나기만 하면
태워드리
누군지도 모르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꼬박 꼬박 인사를 드렸습니다.
아이고 또 차를 얻어타네 복받을 꺼시여라
어떤분은 집에다 찹쌀을 갔다 두셨드라구요.
머 텃새를 받을까 싶어서가 아니라 노인분들이 장에 가시면 허리도 구부정 하신데
무거운거 이고 들고 오시니 또 빈손이라도
먼거리 이므로 꼭 태워다 드리니 아주 소문이 쫙~~퍼졌드라구요.
좋은 사람들이라구요.
옆집 살아도 안태워 주는데 우리만 태워준다 합니다.
이번에 우리마을에도 이장 선거를 할텐데...
꼭 추천하고픈 분이 계셨는데 어느분이 되셨는지 모름것네요.
치차향님 참 잘하고 계십니다
말을 하고 다니거나 말거나 내가 아니면 대꾸를 말으시는게 상책입니다.
@풀꽃사랑 내가 70대 중반인데 여기에서는 중간 나이입니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시골 할머니들이 젊어서 밭일을 많이 해서
그런지 허리도 많이 굽었고 다리도 시원치 않기 때문에 읍내에서 시장을 봐오다 마주치면 언제나 집에까지 배달해
드립니다. 그것 때문에 비교적 좋아들 하는것 같습니다. 완전한 노력 봉사죠.ㅎㅎㅎ
치자향님 처신을 잘 하신겁미더
촌에는 객지 사람들은 처신을 잘해야 살지 잘못하면 말썽에 휘둘립미더.
이장이 누가 되던 치자향님하고는 아무 상관없승께.ㅎㅎ
그리고 촌 할매들 할일이 없으니까 남의 말만 합미더
그기에 절데로 동조 하시지 마이소 누가 잘하고 몬햇는지 아시드라도
모르는척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시이소 ㅎㅎㅎ
지는 그카고 삽미더 ㅎㅎㅎ
이장이 누가 되든 정말로 나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 회관 옆집이라 많이 눈에 띄입니다.
오늘은 그래서 읍내 목욕탕으로 피신갔다 뒤로 돌아서 몰래 들어와 있습니다. 내 전략은 무조건 웃고
무조건 인사하는겁니다. 아이고, 사는게 뭔지 참 우습네요.
근데 내 친구네 동래에서는 이장을 맡아서 볼 사람이 없어
그 동래로 이사온지가 10년쯤된 아주머니가 한다고 합니다
먼저하던 이장들이 모르게 알게 돈을 꿀꺽한 금액이 솔찬게
많은 모양 입니다 오래된 동래분도 계신데 ~ ~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왜 그렇게 작은 뒷돈들에 욕심을 부리고 창피를 당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돈이 결코 살림에
보탬이 되지도 않는데. 모르는척 하고 살아야죠.
시골선 이장도 벼슬이라 ~~
귀촌해서 사는사람들 아주힘들어하데요
동네시어메들이 넘많아서
특히 젊은이들은 애들 통닭멪마리 시켜먹는거까지 다 잔소리한데요
장을 몇번가느니 치마가 허벅지가 보인다느니 ㅎ할매들 동네입구 그늘나무 밑에앉아
일은없고 그런뉴스만 만들어내니~~~
그냥 모르쇠로 사심이~~~ㅎ
말이 좋아 귀촌이지 절대로 환영받지 못해요. 나는 정말 운이 좋아서 별 저항없이 자리잡은것 같아요.
동네 할머니들이 나보고 서울 할머니는 얌전해서 말도 없고 싹싹하다고 하네요. 절대로 대들지 않으니까요.
이겨서 또 뭘하겠습니까. 그저 죽은듯이 사는것이 가장 잘 사는것인것 같아요.
"마을 이장을 선거한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고 있군요.
도시에서는 통장인데 거의 임명인데...........
하였튼 시골 동네에서 말조심 ,행동조심해야지 그냥 입소문이 빠를것 같네요.
시골이장은 상당히 이권이 있는 모양이던데요.
얻어지는게 없다면 지금처럼 이기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누가 동네를 위해서 희생하겠다고
발벗고 나서겠어요. 모든게 이익을 위해서죠.
도시에 살다보면 옆집에 누가사는지 하물며 동네분들 더욱모르고
사는데 편하기도 하지만 쬐끔 외롭기는 합니다
그렇치만 한편 무척 편하기 그지없습니다
한때는 귀농교육도 받고 귀농생각 무척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귀농 잘 안하길 잘 한것같습니다
왜냐하면 이꼴 저꼴 안보고사는게 무척 편합니다
치자향님 새해 건강하세요
비교적 개인주의가 기본 생활수칙처럼 된 사람에겐 굉장한 스트레스지만 인격(?)훈련에는 그만입니다.ㅎㅎㅎ
원래 참을성은 많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참을 忍자는 기본으로 하고 살아야하는게 시골 생활 같습니다.
서울살다 귀촌한 분이 본주민 분들의 텃세가 심해 소통이 불통이라 괴로워 하는 얘기를 오디서 읽었어요
텃세얘길 하니까 누구말이
아유
내가 서울살다 왔네 하고 목에 깁스하고 노인분들에게 인사도 소홀히 하고 한까
텃세하는거지 본인이 먼저 고개숙이고 상냥하게 하는데 텃세 지기겠느냐구요
라고 말해서 그런가 했어요
사람들이 앉으면 사람얘기들을 하게 되어 있어요 그게 정확하지 않고 소설을쓰니까
발 엄는 말이 천리를 간다잔아요
또 돌고 돌아 본인에게 도 들어 오지요
교양이나 품격이 낮을수록 남의말을 더 심하게 하더라고요
악습은 고쳐져야 하는데....
@리아 남의 동네 들어와 먼저 고개 숙여야하는건 기본이지만 너무 숙이면 밟으려 들고 조금만 고개를 높이 들면
건방지다고 흉보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하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요. 우스운 이야기지만 내 경험상으로는
서울 인심이 오히려 더 나은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시골 생활이 어느정도 가늠이 되시죠?ㅎㅎㅎ
@치자향 에구
무식이 용감한 법이라잔아요
시골생활이 마니 어렵겠습니다
단순 무식 막무가내라
그러니 비스한 연배나 인품의 사람끼리 한동네 살아야 좀 즐거울 탠데 말입니다
아유
짐작이 갑니다
단순.무식.막무가내...맞는표현입니다.
남대문의 문지방 높이는 서울 안 가본 놈이 더 잘 알지요. ㅎ ㅎㅎㅎ
치자향님 시골 생활이 고달픈 듯 합니다. 시골이나 도시나 어울려 산다는건 다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일에 신경쓰지마시고 건강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행정단위의 가장 소단위의 장인 '이장' 에서부터 가장큰 '국회의원' 까지 모두가
그구성원을 대표하여 봉사하는 자리인데 우리는 역사가 짧고 잘못된 인식탓에 '완장' 만 차면
'봉사' 자가 아니라 군림 하려는 후진국 정서를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수있지요.
그리고 요즘 세태중 전원 생활하는 내친구 에게 들은 "시골도 옛날 시골이 아니다" 라는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될듯도 하네요......
얼마동안 안보이시기에 궁금했어요
시골이라도 사람사는곳
말도 탈도 다 많은것을요
더욱기 좁은 곳이기에 더욱더
아주사소한것이라도 말이 될것 같데요
하기사 저도 여주읍에 살지만
왕래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별탈은 없지만요
올한해 잘 마무리 하시고 내년에는 더욱더 건강 행복하소서 ㅎㅎㅎ
도시에서는 옆집에 누가 이사를 와도 모른채 그냥 목인사로 마무리 하는정도로 서로 관심을 피하며 살아도 무방하지만
시골에서 아예 무심한듯 사시면 그또한 소드레 거리가 되는것 같습니다.
'별별 이상한 궁금함을 사실인냥 서로의 입으로 만들어내고..
치자향님.. 처신을 아주 잘하시지만 그 또한 그들이 부러워하는 거면 이야기 꺼리가 충분히 될수 있지요,
ㅎㅎ 예나졔나 치자향님을 부러워 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아닐까 합니다.
공감가는 글에 잠시 웃어 보았습니다.
건강하시며 건필 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글 읽으며 밤을 보냅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