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강사에 알찬 서비스 전국서 클릭, 회원 94만명 온라인 '공교육 1번지'로
"학교 수업에 충실했고, '강남 인강'으로 보충학습을 했습니다."
충남 서산시 서령고를 졸업하고 올해 서울대 의예과에 입학한 한동관(19)군은 고등학교 3년 내내 동네 학원조차 다닌 적이 없다고 했다. 그가 이용했다는 '강남 인강'이란, 서울 강남의 학원 이름이 아니라 '강남구에서 만든 인터넷 수능 강의'를 줄여 부른 말이다.
'사교육 1번지' 강남구가 온라인에서 '공교육 1번지'로 변신 중이다. 2004년 6월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8만명이었던 구 인터넷 수능 강의 회원 수가 올해 94만3000명으로 11배 이상 늘어났다. 강좌 수도 5년 만에 96개에서 543개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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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강남구가 만든 인터넷 수능강의 촬영 현장. 이 강의는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전국 각지의 수험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강남구 제공
개강 이후 4년간 '돈 먹는 하마'로 눈총받던 처지도 최근 면하게 됐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30억원대 적자를 내다가 작년 처음 5억3700만원의 흑자를 낸 것이다. 올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11억2700만원의 수익을 내 '황금알 낳는 거위'로 화려하게 변신하기 시작했다.
전문 학원이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강의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첫째 '저(低)비용'이다. 연회비 3만원을 내면 내신과 수능에 필요한 주요 과목 수업들을 들을 수 있다. 작년 가구당 평균 교육비 239만2000원, 평균 사교육비 112만2000원(한국은행 자료)과 비교하면 '강남 인강'은 엄청나게 저렴하다.
강남구 관계자는 "낮은 수강료 탓에 2004년 개강 당시 사교육 업체들의 거센 반발과 미움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강좌와 서비스도 학생들을 끄는 데 한몫했다. 특히 현직 고교 교사와 특목고 교사, 유명 학원 강사들이 수업을 진행한다는 점 덕에 비(非)강남권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수준별 강좌, 내신강좌, 수시특강 강좌, 입시 전략 등 고교 과정만 487개를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상위권 학생을 위한 '골드레벨', 수강생 출신 대학생이 직접 공부방법을 알려주는 'S라인', '수학의 정석'과 같은 새로운 강좌를 추가하고, 중학교 3학년을 위한 과정도 따로 개설했다.
사교육 중심지인 강남구에서 만든 인터넷 강의로 재미를 본 건 사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타 지역 학생들이다.
전체 수강생 94만3000명 중 강남구 거주자는 3만1000명에 불과하고 70만3000명이 서울 외 지역 거주자다. 지난 3월 강남구가 인터넷 강의 수강생 중 선발한 성적우수 장학생 10명 중 5명이 충남 서산, 경남 거제 등 서울 외 지역 출신이다.
이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는 "변변한 학원 하나 없는 시골에 사는데 '강남 인강'을 보면서 공부해 포항공대에 합격했다" "지방에 살고 집이 부유하지 않은 편이라 서울 유명학원 강의 대신 '강남 인강' 도움을 받아 연세대에 합격했다. 비수도권 학생과 집안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추천한다"는 내용의 합격 수기들이 올라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