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해 보니 택배가 와 있었다.
무주에서 군대 동기가 보낸 것이었다.
박스를 열어 보았다.
온 정성을 쏟아부은 친구의 '목판 음각 작품(서각)'이 들어 있었다.
무게도 꽤 무거웠다.
이걸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과 시간을 쏟았을까?
감동이 밀려왔다.
바로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동기와 통화를 해보니 이 제작과정이 만만한 게 아님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제재소에서 큰 '느티나무'를 켜고, 목판을 희망하는 사이즈로 잘라 낸 다음 수도 없이 '사포질'을 했다고 한다.
그 다음엔 '서각칼'을 '고무망치'로 두드리면서 글자와 꽃 모양을 한 땀 한 땀 새겼단다.
이 '각'하는 작업이 핵심인데 일일이 망치로 두드려야 하니 엄청난 집중을 요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눈이 아파올 만큼.
그 다음엔 음각한 부위에 '색'을 넣고(채색) 건조한 뒤에 5번의 '니스칠'을 했다는 것이었다.
퇴근 후에만 작업을 하는 방식이라 꼬박 일주가 걸렸다고 했다.
나는 그 동기의 성격을 잘 안다.
안 했으면 안 했지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보는 스타일이었다.
무주의 동기는 일면식도 없는 '영태 형님'을 위해, 그리고 나의 전화 한 통의 부탁에 자신의 열정과 에너지를 온전하게 투입했던 거였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5월 20일 새벽에 이 목판 '서각작품'을 가슴에 품고 '설악'에 가려 한다.
그리운 형님을 위해 산상에서 '제'를 지낼 물품들을 챙겨서 공룡능선으로 떠날 예정이다.
유달리 공룡을 사랑하셨던 형님.
작년 여름에 하늘나라로 긴 여행을 떠나셨지만 형님을 그리워 하는 친구들, 후배들 그리고 형수님까지 총 14명이 1박2일 간 '메모리얼 하이킹'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 공룡에서 '형님'에게 다시 한번 진심어린 사랑과 감사를 전하고 싶다.
시간이 간다.
총알보다 더 빠르게 시간이 간다.
건강할 때 열정적으로 살아야 한다.
배려하고 헌신하며 멋지게 살아야 한다.
유한한 인생길,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생에 대한 기본 예의고 도리라고 믿는다.
무주의 해병대 동기에게 다시 한번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지난 십수 년 간 나도 매 가을마다 동기의 드넓은 농장에서 '포도수확'을 적극적으로 도왔었다.
이 세상, 혼자서는 못산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열심히 찾아서 하고 있다.
앞으로도 내가 사는 날 동안엔 조건 없이 서로 도우며 살고 싶다.
그 마음 하나 뿐이다.
앞뒤 재지 말고 단순 무식하게, 때로는 조금 손해 보는 듯하게 살면 되리라 생각한다.
오늘 근무를 마치면 다시 3일 연휴다.
뜻 깊은 5월의 연휴가 되길 빈다.
연휴 기간 동안 향기로운 추억을 엮기 바라며.
오늘도 파이팅이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