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패배로 정치 위기 맞은 마크롱, 대EU 무역정책 영향력 약화 불가피
O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 정당이 1위를 거두고 집권 여당 르네상스 등 범여권이 3위로 밀려나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자국내 정치적 입지가 약화함에 따라 유럽연합(EU) 무역정책에 대한 마크롱 대통령의 영향력도 약화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음. 마크롱 대통령은 EU 역내 지도자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보호무역 옹호론자로서 지난 수년간 EU의 무역정책 의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음. 허나, 마크롱 대통령이 정치적인 위기를 맞으면서 그간 보호무역 옹호 진영에 주도권을 빼앗겼던 EU역내 자유무역 옹호 진영 정부들의 영향력이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
- 독일, 스웨덴, 핀란드 등의 자유무역 옹호 진영 국가들은 중국 및 러시아에 대한 높은 무역 의존도에서 탈피하고 EU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의 신규 무역협정 체결을 통해 통상관계 다각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EU 당국은 신규 무역협정 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음. 허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파 범여권 정당들이 오는 7일로 예정된 결선투표에서 극우 국민연합(RN)에 패배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EU 무역정책 등 중대 의제에 대한 마크롱 대통령의 영향력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이는 역내 자유무역 옹호 국가들에게 다시없는 기회가 될 것임.
- 마크롱 대통령은 남미공동시장 메르코수르(MERCOSUR) 국가들과의 무역협정 등 신규 무역협정 체결을 방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방에서 산업정책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프랑스 예외주의(French exceptionalism)’를 앞세워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해왔음. 또한 지난달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라는 결정을 낳은 EU 집행위의 반보조금 조사 개시에도 프랑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음.
- 허나, 7일 결선 투표에서 극우 국민연합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경우 마크롱 대통령은 극우파 총리와 공생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되고 결국 EU 정책 결정에 있어서도 프랑스의 영향력은 약화가 불가피함. 물론 극우의 집권을 막기 위한 좌파 및 중도 진영 간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극우파의 단독 집권 가능성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나, 현 집권 여당인 중도우파 르네상스당이 큰 격차로 3위에 그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마크롱 대통령의 측근으로 그간 중대 무역정책을 담당해온 프랑크 리스터 통상 차관이 재임명되기는 어려울 것임.
- 이처럼 프랑스 정부의 대EU 영향력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간 EU 무역정책을 두고 프랑스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독일이 프랑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프랑스 총선 수일 전부터 EU의 무역정책을 맹렬히 비판하면서, 국가 및 지역 의회의 비준을 거칠 필요가 없는 ‘EU 전용(EU only)’ 무역협정 체결 추진을 강력히 촉구했음.
-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입지가 위태롭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EU 당국의 핵심 직책에 측근을 남겨두기 위한 조치에 돌입했음. 바로 지난주 EU 정상회의에서 티에리 브레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을 프랑스의 차기 집행위원으로 내정한다고 밝힌 것임.
- 한편, 마크롱 대통령의 영향력 약화에 따라 앞으로 EU 무역정책 결정에 있어 자유무역 옹호 진영이 상대적으로 힘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는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2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메르코수르 무역협정 등이 조만간 체결될 것이라는 뜻은 아님. 일례로, 프랑스만 하더라도 이번 주 결선투표를 거쳐 앞으로 구성될 차기 의회는 신규 무역협정 체결에 대해 오히려 이전보다 더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음.
출처: 폴리티코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