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런(Byron) 그는 영국의 대표적 낭만파 시인이면서 희대의 바람둥이였다. 사실 그는 남작위를 가진 귀족이면서 케임브리지 출신에 상원의원이며 유명한 시인이고 외모까지 뛰어난 사람인데 그가 낭만시로 단련된 달콤한 말로 접근해오면 여자들의 입장에서는 그 매력에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그런데, 이런 놈이 내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그녀의 마음을 탈취한 놈일 줄이야..
그녀는 영문과 출신이기에 바이런 시를 공부했고 그중에 바이런의 When we two parted(우리 둘 헤어질때)를 좋아했을 것이다.
1981년 매화가 화사하게 피던 어느 봄날 너무나, 너무나 내 가슴 아프게 헤어지자고 말하고 떠난 그녀가 낙엽이 하나둘 떨어질때 보내온 편지속에 이 시가 언급되었다.
우리 둘 헤어질 때 ~바이런
말없이 눈물 흘리며 우리 둘 헤어질 때 여러 해 떨어질 생각에 가슴 찢어졌었지 그대 뺨 파랗게 식고 그대 키스 차가웠어 이 같은 슬픔 그때 벌써 마련돼 있었지
내 이마에 싸늘했던 그 날 아침 이슬 바로 지금 이 느낌을 경고한 조짐이었어 그대 맹세 다 깨지고 그대 평판 가벼워져 누가 그대 이름 말하면 나도 같이 부끄럽네
남들 내게 그대 이름 말하면 그 이름 조종처럼 들리고 온몸이 한 바탕 떨리는데 왜 그리 그대 사랑스러웠을까 내 그대 알았던 것 남들은 몰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걸 오래 오래 난 그댈 슬퍼하리 말로는 못할 만큼 너무나 깊이
남몰래 만났던 우리 이제 난 말없이 슬퍼하네 잊기 잘하는 그대 마음 속이기 잘하는 그대 영혼을 오랜 세월 지난 뒤 그대 다시 만나면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까? 말없이 눈물 흘리며
그때 내가 이 시를 좀더 잘 알았더라면 다시 용기내어 그녀에게로 갔을 것을... 그러나 운명의 지침은 돌려지지 않았고 星霜은 수없이 지나...
일전에 서랍 정리 하다가 잊혀진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거기에 45년 전의 그녀의 편지가 있었다. 이게 뭔지 확인하는 순간 내 가슴은 먹먹해지고 그 아름다웠던 그녀가 나에게로 다가와 늘 같이 걸었던 수성못 '호반' 앞길을 그때처럼 손잡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미소띤 붉은 입술은 왜 이제 나를 찿아 왔냐고 '꽃이 피어도 같이 볼수 없고 꽃이 져도 같이 슬퍼할 그대 없으니 계절이 와도 상심에 찬 마음을 하늘에 수 놓을 뿐이라' 라고 말하는듯 하지만 내 가슴은 떨리어 아무 소리 들리지 아니하고 혹 놓칠까 손을 꼬옥잡고 이 시간이 가면 안된다는 생각에 다시 가지마라는 소리조차 잊어버린 순간. 세탁기 돌리라고 울리는 마누라 전화에 모든 것은 사라지고 누렇게 바랜 편지만 남아있다.
얼마뒤 모교회를 방문하여 옛친구들을 만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중에 몇년전 암으로 현대공원에 그녀가 있다고 들었다 .
찾아 가리라. 예전에 나에게 주었던 편지에 답장을 써서 여름날의 마지막 장미 한송이를 들고서.
"오랜 세월 지난 뒤 그대 다시 만나면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까? 말없이 눈물 흘리며 If I should meet thee After long years, How should I greet thee? With silence and tears." 라는 마지막 싯구를 읽으며 머리카락을 빗질 하듯이 헝크러진 잡초를 손으로 보슴어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