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기 (1)

[하하호호]

병상일기  (1)

2007년 4월 셋째 주일

그때도 목이 많이 아파 교회를 자주 못나갔다.

어쩌다 한번 나갔는데 장애인주일이라 했다

교회에 다녀와서 그 이튿날 생각이 나

베란다에 널려있는 한약을 한 봉지 먹었다

한약이란 내가 하도 힘없다 기운 없다 하니까

엄마가 시골에서 상당한 분량의 한약을 지어 와서

냉장고가 좁으니까 베란다에 너려놓고 가면서

하루에 세 봉지씩 먹으라고 했는데

내가 먹다 안 먹다 하니까

약이 따사로운 4월 봄볕에 변질된 것 같았다

그 약을 먹고 나니까 아랫배가 축 처진 것 같기도 하고

어쩐지 약이 변질되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그냥 버리는 것이 아까워

이번에는 약을 가스렌지에 끓어서 먹어 봤다

그 한약은 안 먹었어야 되는 것이었다

그로 인하여 엄청난 화를 불러왔다

끓은 약을 먹고 나니까 배가 아프고 토하기 시작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계속 배가 아파 뒹굴면서 토하기만 했다

처음에는 아프다가 조금 덜 아프면 토해 놓은 것 치우고 했는데

나중에는 너무 아프니까 아파 뒹굴다가 까무려쳤다.

그때는 활동보조인이 화요일하고 금요일 일주일에 두 번 왔는데

무슨 일인지 몰라도 화요일 한번 빠진 것 같다

계속 토하면서 아픈 배를 움켜쥐고 활동보조인 오기만 기다렸다

금요일이 되어 활동보조인이 왔다

오자마자 병원에 가자고 했더니

언니가 왠일로 병원에를 가자고 하느냐고 난리다

나는 웬만큼 아파서는 병원에 잘 가지 않았다

배가 너무 아파서 그런다고 빨리 갔다 오자고 재촉해서

병원에 동네 의원에 가게 되었다

잠깐 그 다녀온다는 것이 8개월동안 집에 오지 못했다

가까운 동네의원에 갔다 온다는 것이 그만 서울대학병원까지 가게 되었다

동네의원에서 복만염 같다고 앰뷸런스 불러주면서 빨리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활동보조인이랑 광주병원으로 갔는데

여러 가지 검사를 하면서 복망염이 아니고 장이 늘어났다고 하고 장이 꼬였다고도

황설수설하면서 전대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활동보조인은 가고 아버지가 오셔서 우리이웃 양간사님이랑

광주병원차로 전대병원으로 갔다

거기서도 여러 가지 검사를 반복해서 해보더니

장이 꼬였다고  수술해야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발할 가능성이 40프로이고

재발 안할 가능성이 60프로다고 했다

그러니까 동생들이 와서 만류했다

재발 안할 확률이 더 높은데 무엇하게 고생스럽게 수술하느냐고 했다

해서 수술은 안한다고 하니까

전대병원에서는 수술 안하려면 응급조치만 해 줄테니까

이차 병원에 가서 회복해 가지고 퇴원하라고 했다

응급실에 들어 간지 삼일 만에 다시 광주병원으로 오게 되었다

차라리 그때 수술했으면 그 고생 안했을 것이다

광주병원으로 와서 한 이삼일 있으니까 배가 다시 불러오기 시작했다

퇴원도 하기 전에 병원에서 재발한 것이다

배가 불러오니까 병원에서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하고

영양제만 놓아주면서 운동만 하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가도 좀처럼 나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옆에서 엄마는 시골에 가야 된다고 짜증만 부리고          

아버지는 가끔 오셔서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만 한다

내가 전대병원으로 다시 가자고 하면

쫓아냈는데 무엇하려 또 가냐고 큰소리만 친다

낮에 누워 있으니까 밤이면 잠도 오지 않았다

악몽 같은 날들이 어떤 건지 정말 실감케 하는 시기였다

하루는 운동을 심하게 했더니 밤에 잠을 잘 수 있었다

그 뒤로부터는 밤에 잠자려고 운동을 열심히 했다

그러기를 한 달이 다 되어간 어느 날

서울에서 동생들이 보다 못해 서울로 오라고 했다

다음날 올케가 차로 대리고 분당서울대학병원으로 갔다

응급실에 밤늦게 도착했는데 환자들이 너무 많아 보조 침대가 없어서

밤새도록 올케하고 의자에 쪼구리고 앉았다가

새벽 3시경에야 겨우 하나 얻어 누울 수 있었다

응급실에 들어간지 이틀만에 수술실로 옮겨졌다

수술하기 직전에 올케 보고 교수님이

일단 열어보고 알아서 처리할겁니다 라고 했다고 한다.

사람의 내장은 그처럼 까다롭고 오묘한가 보다

분당서울대학병원 강성범 교수님은

대장에 관해서 이 나라 최고에 권위자라 한다.

수술을 하기는 했는데

그 알아서 처리한다는 것이 장류를 붙이는 수술이었다.

장류란 제 기능을 못하는 대장 환자들이

일정기간동안 아니 어떤 사람은 평생동안 수술해서 장을 자르고

옆구리에다 인공항문을 내어 장류를 붙이는 이른바 가스와 대변 주머니다

무엇을 먹으면 먹는대로 내가 알지 못한 사이에

수시로 가스와 대변이 장류를 통하여 나온다.

가득 차기 전에 자주 비워야 한다.

방귀 몇 번만 꿔면 풍선처럼 부풀러 올라 터지면 온 방에 똥 난리가 난다

그래도 손이 성한 사람 같으면 별로 문제가 없는데

나처럼 손이 불편한 사람이면 누군가가 같이 있어 주어야 했다

먹으면 먹는대로 끊임없이 나와야 되는데

처음에 나는 그러지 못했다

장류는 바삭 말라버리고 물 한 방울 고이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배가 징글 몸설나게도 아팠다

병원에서는 그랬다

수숳할 시기가 늦어서 장과 위가 유착되어 소화가 안 되는 것이라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야 된다고 하면서

운동 밖에는 별 방법이 없다고

거기서도 운동만 하라는 것이었다.

동생들도 모두 오직 운동만이 살 길이다 하고

그러나 벌써 한 달이 넘도록 밥 한 숟갈 안 먹고

몸은 나날이 뼈만 앙상해 가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좋은 영양제를 한꺼번에 몇 개씩 맞고 살아도 

밥을 안 먹으니까 손가락 하나 움직일 기운도 없었다.

아니 이 나라 최고에 의료진을 자랑하는 병원에서 병 하나 못 고치고

날마다 운동만 하라고 한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기 때문에

간병인하고 이층에 내려가서 난간을 붙잡고 몇 발작 걷는 고작이었다

그래저래 시간이 흘러가니까 대변과 가스가 조금씩 장류에 고이기 시작했다.

나오다 말다 하는데도

이제는 병원에서 퇴원하라고 난리다

배는 여전히 아파 죽겠는데도 퇴원만 하라고 성화해서

수속을 밟아 퇴원하기로 했는데

퇴원하는 날 배가 더 아팠다

하도 배가 아프다고 하니까 랙스에이 한번 찍어 보자고 해서 찍어 봤는데

상태가 더 나빠졌다고 하면서도

퇴원을 못할 만큼 나빠진 것은 아니라면서 퇴원을 강요했다

하는 수 없이 퇴원해서 올케 차 타고 시골로 오는데

장류도 나오지 않고 배가 어쩌나 아프던지

시골에 오기는 왔는데

그날 밤 잠 한숨 못자고 배 아프다고 몸부림치니까

이튿날 아버지가 바로 광주병원으로 대리고 갔다.

거기서 검사를 해보더니 어디가 막힌 것 같다고 하면서

이제 자기들은 손 못된다고 수술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아버지 차로 가다가 도중에 작은 동생 차로 갈아타고

퇴원한지 3일 만에

다시 분당서울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병실을 잡아 입원했는데

장이 부었다 하면서 또 금식시켰다

이제 몸은 완전히 해골로 변해가고 살아갈 희망이 없었다

그러기를 한 열흘 쯤 지났을까

장류에 가스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그때도 나오다 말다 하니까

담당 교수님이 이제 물을 마셔보라고 했다.

병원에서는 그때까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게 했다.

한 이틀 지나니까

또 죽을 조금 먹어 보라고 해서

죽을 한 그릇에서 3분의 1 정도 먹어 보았더니

장류에 대변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됬다 하면서

병원에서는 그동안 줄줄이 달았던 영양제를 다 때어버리고

또 퇴원하라고 난리다

밥도 아닌 죽 반 그릇도 못되는 것 세끼 정도 먹었는데

영양제를 다 때어버리니까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도 없었다.

3개월이 다 되도록 아무것도 못 먹고 영양제만 맞고 살았는데

영양제 하나만 달아 달라고 사정사정해도 막무간이다.

하는 수 없이 퇴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장류가 나오니까 배는 덜 아팠다

퇴원해서 시골로 내려왔다

시골에 내려와도

정말 3 4개월 후에 복원수술하기까지 일주일이 멀다 하고 병원에 다녔다

장류에 대변과 가스가 안 나오면 배가 아프다

배가 아파 병원에 가면

장이 부었다  하면서 입원하라고 해서

영양제 꼽고 금식시킨다.

그러기를 몇 번인가

지금도 소화가 잘 안된다 밥을 먹고 나면 한두 시간 정도는 부제낀다.

밥을 몇 끼니를 굶어도 배고픈 줄을 모른다

항상 배가 더부룩하고 무감각하다

그러면서 배탈이 자주 난다 한번 배탈이 나면 잘 낫지도 않는다.

요즘은 배도 배지만 목이 더 아프다

작년에 장 수술 두 번하고 올해 목 수술 두 번했다

그냥 집에서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면 안 아픈데

어디 가서 한 시간만 앉아 있으면 목이 끊어진 것처럼 아프다

작년에 했던 장 수술은 그래도 내장에 관한 것이라 그래도 가벼웠지만

올해 한 목 수술은 신경에 관한 것이라 훨씬 더 어려웠다

수술하기 직전에는 전신마비가 와서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었다

이만큼이라도 회복해 주시니 감사할 일이다

[하하호호]

상당히 오랜만인 것 같네요 읽다가 지루하면 그만하세요 내가 생각해도 너무 긴

[김랑]

그 과정을 속속들이 보고 있는것 같아 이해가 빠르네요. 엄청 어려운 일들이 있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했네요. 올해 안에 한번 갈께요.

[김영하]

으이쿠....한약을 끊여서 먹다니 ^^: 앞으로도 약은 먹어야할시기를 넘기면 바로 버리세요. 한약이든 양약이든...약이아니라 음식도 마찬가지구요...아무리 비싼약이라고하더라도 먹을때를 놓쳤는데도 먹는건 독약을 먹는거란거......아셨죠? 하여간, 전신마비까지 왔었다는데 이렇게 컴퓨터자판을 칠수있게끔 회복된걸 보니 참 다행이네요..앞으로는 병원에 갈일이 없길 바랍니다.

[맥가이버7]

한약을 끓여서 먹었다고 그 이후에 그처럼 엄청난 고난이 닥칠줄이야 누가 알겠습니까??? 내가 생각해 봐도 한약 한번 잘못 먹기로서니 그처럼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는게 참 황당 합니다. 유효기간이 지난약은 약이 아니라 독약 이네요....쩝쩝쩝...

[내사랑 싸가지^^]

한약은 그 기간을 넘기면 바로 버리는 것이 좋아요.아깝다고 먹지 말고요...^^

[열린문영화]

하하호호님, 오랫만이네요... 힘내세요~^^

[승리민경]

어머 ㅠㅠ 몸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