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상황에 놓이면 흔히 “혈압이 오른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스트레스가 어떻게 혈압을 높여 고혈압까지 유발하는지, 스트레스와 혈압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고혈압을 유발한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스트레스 대응 위해 혈압 높아져…만성적 스트레스는 고혈압 위험↑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생리적 변화를 가져온다.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으면서 두통이나 목덜미가 당기는 증상이 발생한다. 또한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맥박과 호흡 증가 △심박출량 증가 △복부 동맥 수축 △동공 확대 △골격근 수축 △혈압, 혈당 상승 등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끝나면 이러한 신체 반응은 금세 사라지지만, 스트레스가 만성적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증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며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뇌하수체와 부신을 계속해서 자극해 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분비되도록 한다. 이로 인해 혈관이 수축 상태를 유지하고 심박수가 낮아지지 않으면서 혈압이 정상 범위로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최근에는 20~30대 고혈압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비만 및 부적절한 생활습관과 더불어 고혈압의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스트레스다.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고혈압 팩트시트 2023'에 따르면 20~30대 고혈압 환자는 2017년 81만 1,106명에서 2022년 99만 715명으로 5년 사이 약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 세대는 학업이나 취업, 경제활동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피로도는 높은 반면, 병원을 찾는 비율은 낮아 고혈압을 제때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음주로 스트레스 해소는 금물…운동과 숙면으로 혈압 조절하고 스트레스 풀어야
스트레스가 고혈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혈압을 높이지 않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찾는 이들도 많은데, 알코올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시상하부와 뇌하수체를 자극하면서 스트레스를 악화시킬 수 있는 데다 혈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술을 줄이는 것이 권장된다.
하이닥 소아청소년과 상담의사 김경남 전문의(수원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는 “알코올 섭취 초기에 대사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는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낮추지만, 술이 깰 때쯤 이러한 효과가 사라지면서 반동적으로 혈관 수축이 일어나면서 혈압이 급격하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혈압이 높은 상태로 고정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신 평소 격한 운동을 꾸준히 하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 초기에는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되면서 일시적으로 소화기계로 가는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높아질 수 있지만, 운동에 적응할수록 맥박과 혈압을 떨어뜨리는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이 분비되면서 혈압이 점진적으로 조절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의하면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경우 수축기 혈압을 평소보다 5mmHg 정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고혈압 환자에게는 조깅과 자전거 타기, 수영, 에어로빅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하루 30~60분 이상, 5~7일 시행할 것이 권장된다. 꾸준한 유산소 운동은 심장과 폐의 기능을 호전시키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고혈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고혈압이 있는 경우에는 운동 전, 후로 혈압 변화를 확인하고, 맥박과 혈압이 천천히 조절될 수 있도록 준비 운동과 마무리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일정한 수면 패턴을 갖고 충분히 수면을 취하는 것도 스트레스와 혈압을 관리하는 좋은 방법이다. 수면은 뇌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중추신경의 기능을 회복하는 역할을 하는데, 만성적으로 수면이 부족할 경우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 잠드는 시간이 매일 90분 이상 차이가 날 경우 고혈압이 발생할 가능성이 92% 높아지며, 수면 시간이 7시간 이하로 너무 짧거나 9시간 이상으로 긴 경우에도 고혈압 위험이 20~30%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된 연구 결과도 있다.
수면을 통해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평소 수면 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침실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좋다. 잠들기 2~3시간 전에는 과격한 운동을 피하고, 낮잠은 되도록이면 짧게 자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 만약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 등의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면 이를 개선하는 치료를 받는 것이 우선이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경남(수원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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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