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상장·대주주 사익편취 자율 공시 권고
총수 일가 이익 걸린 문제는 실효성 없을 듯
외국인 투자자 “한국 재벌들이 가장 큰 문제”
“상법 개정 등 강제성 있어야 지배구조 바뀌어”
“아무리 구체적이고 좋은 말이 가득한 가이드라인이라도 (결국) 미사여구로 그치고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2일 발표한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지원방안에 대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내린 총평이다. 포럼은 그 이유로 현재 쪼개기 상장을 밀어붙이고 있는 재벌기업 'HD현대'를 사례로 들었다. HD현대는 지분 62%를 보유한 자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을 오는 8일 상장할 예정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4.5.2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정부 밸류업 가이드라인 좋은 말 잔치일 뿐”
선박 유지보수 서비스 기업인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2016년 독립법인으로 설립됐다. 이듬해 현대중공업이 지주사 체제인 ‘HD현대’로 전환하며 자회사로 남겨두었다. 출범 첫해인 2017년 매출은 2400억 원에 그쳤으나 작년에는 1조 4300억 원으로 6배나 늘었다.
알짜 자회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을 쪼개기 상장하면 HD현대 소액주주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는 HD현대와 HD현대의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의 주가 흐름을 비교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현재 HD현대 주가는 6만 원대 중반을 오르내리고 있다. 올해 초 대비 5%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반면 HD한국조선해양의 주가는 같은 기간 15% 이상 올랐다. 똑같은 업종이고 대주주도 같은데 딱 한 가지 이유만으로 HD현대가 저평가됐다. 쪼개기 상장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왜 HD현대는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총수 일가 등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쪼개기 상장은 자본 조달 부담까지 덜 수 있어 지배주주로서는 일석이조다. 이에 비해 모기업 소액주주들은 알짜 사업이 빠져 나가는 것이라 손해를 보게 된다.
한국의 재벌기업이 소액주주의 의견과 반발을 무시하고 지배주주만을 위해 쪼개기 상장한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지난 2022년 LG화학은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쪼개기 상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직후 모기업인 LG화학 주가는 급락했다. SK와 카카오 등 다른 기업도 많은 자회사를 쪼개기 상장했다. 그럴 때마다 모기업 소액주주들은 피해를 봤다.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 연합뉴스
소액주주 피해 보는데도 재벌기업 '쪼개기 상장' 만연
재벌기업 지배주주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쪼개기 상장이 자회사뿐 아니라 모기업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이 말은 믿는 투자자는 별로 없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쪼개기 상장이 한국에 비해 많지 않은 것도 주주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3일 “(정부 가이드라인에는) 주가 상승에 대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인식이 상반되는 현실에서 기업과 이사회가 왜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주가를 올리고자 해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한 근거 제시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2년 금융위원회가 물적분할 후 재상장하는 회사에 대한 상장 심사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았으나 HD현대는 이를 비웃기나 하는 듯 HD현대마린솔루션을 상장한다. HD현대 주식 10% 이상을 보유한 국민연금이나 과반수 지분을 가진 일반주주 피해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포럼은 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상법 개정을 통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 자사주 의무 소각 등 명확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율 공시 권고만으론 지배주주 전횡 막지 못해
포럼이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말만 그럴듯하게 했을 뿐 소액주주를 무시하는 지배주주 횡포를 막을 실질적 방안이 빠졌기 때문이다. 상법 등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쪼개기 상장이나 지배주주 개인회사를 통한 사익편취(터널링) 등을 원천 차단하는 게 중요한데 자율 공시 권고만으로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예컨대 재벌 총수 일가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쪼개기 상장이나 터널링도 그중 하나다. 문제는 이런 행태가 한국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는 사실이다. 금융당국이 이를 모르는 건 아니다.
가이드라인에는 쪼개기 상장 이슈가 있을 때 모회사 주주의 권익을 보호, 증진할 수 있는 계획을 설명하거나 물적분할 후 분할 자회사를 비상장 완전자회사로 유지하는 계획 등을 밝힐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의 비상장 개인회사 보유 시 대주주 일가가 소유한 비상장사로 상장사의 이익을 내부거래를 통해 이전하는 상황이 생기면 이해 상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사실관계나 향후 계획을 설명하도록 했다. 또 상장사 감사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감사위원 분리 선출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밝힐 것을 권고한다.
문제는 이를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공시 권고만으로도 기업들이 부담을 갖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자율 공시에 적극 참여한 기업에 법인세 등 세금 감면과 지수 편입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영권 승계 같은 지배주주의 핵심 이익이 걸려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는 지배주주로서는 기업 가치 훼손이나 소액주주가 피해를 초월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요국 주가순자산비율 현황. 연합뉴스
외국인 투자자 “재벌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핵심 원인”
정부가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 직전 연합인포맥스는 외국인 투자자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의견을 모아 보도했다. 요지는 한국의 재벌기업이 증시 저평가의 핵심 원인이라는 것이다.
모비우스 캐피탈 파트너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중요한 원인은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다. 삼성과 현대차, LG처럼 부유하고도 영향력 있는 가족 소유의 재벌이 악명 높다. 재벌은 전통적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소액주주의 적극적 참여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지배력 유지를 앞세웠다”고 비판했다. 피셔 인베스트먼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대기업 구조에 내재한 오래된 문제로 순환출자 구조가 소액주주에 손해를 입히면서 재벌가에 지배권을 유지하게 해준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이 발표됐음에도 시장 반응이 미온적이었던 이유는 재벌 위주의 건강하지 못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또 “삼성전자부터 현대차까지 한국 대기업 재벌들은 비정상적 수준의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다. 재벌 구조 논란과 소액주주들을 외면하는 성향이 한국 기업의 가치가 글로벌 대비 저평가된 원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출처 : 재벌개혁이 ‘증시 밸류업’ 핵심인데…변죽만 울린 정부 < 경제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첫댓글 업 , 다운 하지만...
결과는 다 아니다.
왜냐구?
국민들이 한국 증시를 버렸다.
신용기반 사회에서 ...더 이상 믿을 수가 없다.
(개인투자자를 개미로 알고 호갱 삼았지. 니들이 개미핥기, 개미 귀신..개미들의 무덤)
그래서 더 큰장으로 떠났지.
미국 증시로~~~ 달려, 달려 !!
한국 증시는 먹을 것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