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2학년 때는 토요일이면 오전수업만 하고,
집으로 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어느 토요일 부푼 맘으로 집에 갈 때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컴텀해지더니 우르르 쾅쾅 하고
난리부루스를 치면서 장대비가 쏟아진다
버스 통학을 하던 나는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것도 큰일이고
버스에서 내려서 2km남짓한 길을 또 걸어가야 하는 것도
그 날의 빗줄기 속에서는 고역이 아닐 수가 없었다
어쨌든 빗속을 뚫고 정류장까지 가서 비를 피하고 있다가
우리 집 쪽으로 가는 버스가 오기에 탔다
버스에는 어려서 친하게 지내다가
사춘기 오면서부터 괜히 말을 못하고 서먹하게 지내던
마음속의 그녀가 타고 있었는데 우산을 갖고 있었다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지만 또 한 편으로는 걱정이다
말 붙이는 것조차 어려운데 우산을 씌워달라고 한다?
아니지, 아니지! 그건 아니지
싸나이가 그깟 빗방울이 아파서(?) 여학생에게
우산을 씌워달라는 부탁을 할 수는 없는 거지
그래서 못 본 척 하고 있다가 내릴 곳에 오자
주저없이 내려서 성큼성큼 걷는데 그녀가 부른다
"00야, 같이가!"
순간 강한 전류에 감전된 듯 온 몸이 찌릿하다
행복의 고압선도 이렇게 센 전류가 흐를 줄이야!
멀뚱하게 기다리는데 그녀가 다가오더니,
"뭔 걸음이 그렇게 빠르니?"
- "비가 오니까 그렇지?"
"그럼 내 우산 같이 쓰면 되지, 이 바보야!"
- "그럴 걸 그랬나?"
"그것뿐만 아니라, 왜 너 옛날처럼 말 안 하니?"
- "그야 뭐. . . "
"뭐, 뭐, 뭐~~~~?? 난 아직 너 좋아한단 말이야"
"그래?"
"그래 이 바보야!"
나는 나더러 바보라고 하는 게
그렇게 좋은 말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그 애 집은 우리 집보다 가까운 곳에 있어서
그애 집앞에서 그 애가 우산을 내게 주기에
그걸 들고 집에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른다
그야말로 구름 위를 걷는 기분으로 집에 왔다
그때 학교에서는 주말이면
숙제를 엄청나게 많이 내줬다
학생들의 일탈을 막기 위한 처사일 텐데
그 날 나는 또 하나의 인생숙제를 받았다
연애를 어떻게 시작하면 될지에 대해
연구해 보라는 그애의 무언의 지시가
밤새도록 나를 뒤척이며 잠 못 들게 했다
첫댓글 좋은 추억 이네요! 결과가 궁금 해 지는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노코멘트..!!
노트님 덕분에 묻어
두엤던 그해 여름의
추억 한가지 소환시보면서
잘보았습니다
반갑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너무나 좋은 추억담 주셨네요
지금도 마음속의 그녀
연락 하는지요
좋은 추억으로 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 후로 다시 까마득하게 잊고 살다가
50살 즈음하여 우연히 연락아 닿아 연락하며 지내다가
다시 연락 끊긴지 오래입니다
아무래도 못 보면 잊혀지는 게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학창시절 좋은추억이네요
아름다운 추억 가슴에 가득 담으셨네요
허브장미님 안녕하세요?
반갑고 감사합니다
그 당시에도 행복했지만,
지금 돌아보니 더 행복한 순간이었네요
하지만 이제는 추억의 책갈피에 담아두고
그냥 은은하게 미소만 지어야지요
학창시절 좋은추억이네요
아름다운 추억 가슴에 가득 담으셨네요
ㅎㅎ . . . 컴퓨터가 일시적으로 작동이 안 되어서
자꾸 누르다 보니 두 번 댓글이 올려졌군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따뜻한 국산차(茶) 한 잔 올립니다
드시고 좋은 밤 맞으세요 ^^
@자유노트 감사합니다
두번씩이나
더운날건강하세요
@허브장미 ㅎㅎ . . 굿나잇~~^^
학교 다닐 때 한번쯤은 있을듯한 옛추억의 장면이 떠오르네요 ㅎ
노트님의 추억의 글을 보면서 제 추억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날입니다.
행복하소서
꽃향기짱님 안녕하세요?
누구나 그 시절 한 번쯤
가슴 떨리고 향기로운 추억은 있지요
평화로운 밤 되시고 안녕히 주무세요 ✨️
살그머니 미소를 지으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쥴리강님 안녕하세요?
님의 추억 중에도 비슷한 게 있나 봅니다 ㅎㅎ
덥지만 마음은 시원한 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