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교수의 퇴계시 이야기에서
퇴계시(24) - 퇴계잡영2
퇴계선생이 고향 도산 토계마을에서 은퇴 생활을 하면서 낸 시들을 모아 잡영(雜詠)이라고 했다. 한어사전에서는 잡영을 ‘생각나는 일에 “따라 읊조리는 것인데, 시의 이름으로 자주 사용된다.’라고 했다. 지난번에 강의를 들을 때 이교수님이 요즘의 제목으로 ‘無題’라고 쓰는 것과 유사하다 라고 하신 말이 기억난다.
雜詩라는 말도 사용하는데, ‘이리저리 흥취가 생겨날 때, 특정한 내용이나 체제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일이나 사물을 만나면 즉흥적으로 지어내는 시를 말한다.’라고 했다.
퇴계잡영의 시에 시록된 시 제목을 해석한 것을 보면
雜興 - 이것 저것 흥이 나서
書事 - 본 일을 그대로 적는다.
寓興 - 우연히 흥이 일어
感事 - 어떤 일을 보고 느낌이 생겨
卽事 - 어떤 일을 보고 즉흥적으로 적음
~偶感 - 감회를 부침
~興 - 흥이 얼어나
詠 - 길게 읊조린다.
吟 - 노래를 부르다.
偶成 - 우연히 시를 이루어
~得 - 사상을 얻게 되다.
등으로 설명하였다.
고향으로 내려와서 시골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시로 표현하였다.
하나의 제목 아래 여려 시를 연작으로 지어서, 이런 시를 모두 즉흥시로 보기는 어렵다.
생활에 여유가 생겨서 느긋하게 지은 시라는 뜻이 더 강하다.
시어에 자주 사용한 말을 보면, 퇴계선생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幽居(그윽하게 거처하다.) 閑居(한가롭게 거처하다.) 林居(숲속에 거처하다.) 등의 말을 사용하였다. 모두 한가로이 지낸다는 뜻이다.
寒棲(조촐하게 거처하다)의 ‘서’자도 역시 마음놓고 쉬다 라는 뜻이 있다.
퇴계같은 대 철학자에게 한가하다(閑)의 뜻은 그냥 쉰다는 뜻보다 天人合一의 道와 통하는 말로 해석한다.
春日幽居好 춘일유거호
輪蹄逈絶問 윤제형절문
園花露情性 원화노정성
庭草妙乾坤 정초묘건곤
漠漠栖霞洞 막막서하동
迢迢傍水村 초초방수촌
須知詠歸樂 수지영귀락
不待欲沂存 부대욕기존
봄날 그윽히 거처하니 좋을시고
수레바퀴며, 말발굽 소리 문에서 멀리 떨어지네
동산의 꽃은 참된 성정 드러내고
뜰의 초목은 건곤의 이치 오묘하네
아득하고 아득하게 하명동에 깃들기도 하다.
까마득하고 까마득한 물 결의 마을일세
읊조리며 돌아오는 즐거움 모름지기 알 것이니
기수에서의 목욕 기다리지 않을 것이니
퇴계잡영 시는 한가롭고, 조용하게 자연을 관조하며, 사는 것을 즐거워하는
내용들이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시의 제목에
和~ -- ~의 시에 화답하다는 뜻이다.
次韻 ~ -- ~시의 각운자에 맞추다. 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