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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여쾌오(羞與噲伍)
번쾌(樊噲)와 한 무리가 된 것을 수치스럽게 여긴다는 뜻으로, 용렬한 사람과 어울리거나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긴다는 말이다.
羞 : 부끄러울 수(羊/4)
與 : 더불 여(臼/7)
噲 : 목구멍 쾌(口/13)
伍 : 대오 오(亻/4)
출전 :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
이 성어는 한(漢)나라 개국공신 3인방 중 한 사람인 한신(韓信)이 왕(王)에서 강등된 다음 한 말이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초패왕(楚霸王) 항우(項羽)를 꺾고 천하를 차지한 데는 한신(韓信)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은 바가 컸다.
항우를 멸망시킨 후, 한고조 유방은 제왕(齊王) 한신의 군사를 빼앗고 초왕(楚王)으로 봉했다. 그런데 과거 항우의 휘하에 함께 있었으며 평소 친하게 지냈던 종리매(鍾離眛)가 한신에게 몸을 의탁하러 왔다.
평소 종리매에게 여러 차례 괴롭힘을 당해 그를 증오하고 있었던 한고조 유방은 초나라에 칙명을 보내 종리매를 잡아 압송할 것을 요구했다.
한신은 차마 친구를 사지에 보낼 수가 없어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한신이 종리매와 더불어 모반을 꾀한다고 모함하였다.
천하 명장인 한신을 무력으로 진압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 유방은 진평(陳平)의 계책에 따라 운몽(雲夢)으로 제후들을 회동시켰다.
꺼림칙하게 생각하고 있는 한신에게 누군가가 종리매의 목을 들고 유방을 알현하라고 권했다. 한신은 종리매와 이 일을 상의했다.
종리매는 “한나라가 초나라를 공격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공에게 있기 때문이오. 만일 나를 잡아 자진해서 한나라에 잘 보이려고 한다면 내가 오늘 죽으면 공도 곧 뒤따라 망할 것이오.”라고 말한 후, 한신에게 “당신은 장자(長者)가 아니오.”라고 꾸짖으며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하고 말았다.
한신은 유방에게 종리매의 목을 바쳤지만 그 자리에서 체포되었다. 낙양에 도착하자 고조는 한신의 죄를 용서하고 그의 지위를 회음후(淮陰侯)로 강등시켰다.
한신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했다. “과연 사람들의 말이 맞구나. 교활한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가 삶기고, 높이 나는 새가 사라지면 좋은 활도 감춰지며, 적국이 패망하면 지략이 뛰어난 신하도 망한다더니, 이제 천하가 평정되었으니 내가 삶기는 것도 당연하겠지.”
果若人言. 狡兎死良狗烹, 高飛盡良弓藏, 敵國破謀臣亡. 天下已定, 我固當烹.
그 후 한신은 고조가 자신의 재능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병을 핑계로 조정에 나가지도 않고, 고조의 순행에도 따라가지 않았다.
信知漢王畏惡其能, 常稱病不朝從.
한신은 고조를 원망하고 항상 앙앙불락하고 지냈으며 주발(周勃)이나 관영(灌嬰) 등과 같은 반열이 된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였다.
信由此日夜怨望, 居常鞅鞅, 羞與絳, 灌等.
어느 날, 한신은 번쾌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번쾌는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절을 하며 그를 맞았다. 잠시 머문 후 한신이 떠나려 하자, 번쾌는 자신을 신하라고 부르며 이렇게 말했다. “대왕께서 누추한 곳을 찾아 주시다니 신의 영광입니다.”
信嘗過樊將軍噲, 噲跪拜送迎, 言稱臣, 曰, 大王乃肯臨臣.
그러자 한신은 문을 나서며 웃으며 말했다. “내가 결국 번쾌 등과 같은 지위가 되고 말다니.”
信出門, 笑曰, 生乃與噲等爲伍.
한신이 번쾌 같은 무리와 같은 지위가 된 것을 부끄러워했다는 말에서 수여쾌오(羞與噲伍)가 유래했다.
번쾌는 원래 개백정 출신으로 유방을 도와 천하를 평정하는 데 공을 세워 벼슬이 좌승상에 이르렀으며, 후에 무양후(舞陽候)에 봉해졌다.
◼ 수여쾌오(羞與噲伍)
번쾌와 한 무리가 되어 부끄럽다,
하급과 같이 취급돼 수치스럽게 여기다.
성어에 나오는 목구멍 쾌(噲)라는 글자는 어려운 만큼 사용되는 곳도 드물다. 얼굴이 붓고 초췌하다는 종쾌(腫噲)란 말 외에 사람 이름으로 2명이 나오는 정도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연(燕)나라 쾌왕(噲王)은 신하에 왕위를 물려주고 나라를 쇠하게 만든 무능의 대명사인 반면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을 도왔던 번쾌(樊噲)는 미천한 신분에도 혁혁한 공으로 재상에까지 오른다.
이 번쾌와 한 무리가 된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말의 주인공은 한신(韓信)이다. 역발산(力拔山)의 기세등등한 항우(項羽)를 꺾고 유방에게 천하를 차지하는 데 큰 공을 세운 대장군이니 수치스럽게 여길 만하다.
한신은 원래 항우의 휘하에 있었다. 자신도 집안이 한미했고 과하지욕(胯下之辱)이라며 무뢰배의 가랑이 밑을 지나간 불명예가 따라 재능에 비해 중용되지 못했다. 함께 있었던 종리매(鐘離昧)란 장군은 유방과의 전투에서 가슴을 활로 쏘는 등 괴롭히면서 끝까지 항우군에 남았으나 한신은 유방의 막하로 들어갔다.
한신의 능력을 알아본 유방의 중신 소하(蕭何)의 적극 지원으로 승승장구 하여 대장군에 오르고 한(漢)의 천하통일에 크게 기여했다. 번쾌는 처음부터 유방의 측근에서 활약했고, 항우와의 홍문지연(鴻門之宴)에선 위험을 무릅쓰고 목숨까지 구했다.
유방이 황제가 된 뒤 한신은 군사를 빼앗기고 초왕(楚王)으로 있었는데, 항우 사후 자신에게 의탁하러 온 종리매의 목을 바치면서까지 충성을 바쳤지만 다시 회음후(淮陰侯)로 강등되고 말았다. 교토구팽(狡兎狗烹)을 한탄하며 칩거하고 있을 때 번쾌의 집 근처를 지날 일이 있었다.
번쾌는 누추한 곳을 찾아줘 영광이라며 깍듯이 집으로 맞았다. 잠시 머물다 ‘한신이 문을 나설 때 웃으면서 말하길, 내가 결국 번쾌 등과 같은 지위가 되고 말다니(信出門笑曰 生乃與噲等爲伍)’하고 한탄했다. '사기(史記)'의 회음후 열전에 실려 있다.
한신은 전장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유방에게 황제의 지위에 오르게 했어도 앞날을 보는 눈은 밝지 못했다. 천하를 삼분하라고 조언한 모사 괴통(蒯通)의 건의를 무시했고, 자신에 의탁하러 온 종리매를 배신하면서 결국엔 자신의 목숨까지 잃는다.
여기에 항우에 무시당하고도 백정 출신의 번쾌 등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며 부끄러워한다. 과거 잘 나갈 때의 영광에만 사로잡혀 다른 사람의 성공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함께 큰일을 도모하지 못한다. 출신과 업적을 따진다면 일을 그르치고 퇴보하게 된다.
▶️ 羞(부끄러울 수)는 회의문자로 羊(양)과 又(우)의 합자(合字)이다. 손에 음식을 들고 권함의 뜻이다. 그래서 羞(수)는 ①부끄러워하다 ②수줍어하다 ③두려워하다, 겁내다 ④미워하다, 싫어하다 ⑤(음식을)올리다 ⑥드리다 ⑦나가다 ⑧추천하다, 천거하다 ⑨부끄럼 ⑩수치(羞恥) ⑪치욕(恥辱), 모욕(侮辱) ⑫음식(飮食)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부끄러울 괴(愧), 부끄러울 치(恥), 부끄러울 참(慙)이다. 용례로는 당당하거나 떳떳하지 못하여 느끼는 부끄러움을 수치(羞恥), 부끄러움이 많고 수줍음을 수졸(羞拙), 수줍고 부끄러워 하는 기색을 수기(羞氣), 안력이 부실하여 밝은 빛을 잘 보지 못하는 증세를 수명(羞明), 부끄러운 기색을 수색(羞色), 부끄러워 하고 미워함을 수오(羞惡), 부끄러워 하는 얼굴빛을 수용(羞容), 부끄럽고 창피스러워 볼 낯이 없음을 수괴(羞愧), 수치와 모욕을 수욕(羞辱), 부끄러워하는 태도를 수태(羞態), 부끄러워 하여 뉘우침을 수회(羞悔), 몹시 부끄러움을 수참(羞慚), 부끄러워 얼굴을 붉힘을 수난(羞赧),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수줍고 부끄러움을 수삽(羞澀), 부끄러운 마음을 가짐을 포수(抱羞), 부끄러워 얼굴을 붉힘을 참수(慙羞), 수줍은 기색을 띰을 함수(含羞), 아양을 떨면서 부끄러워 함을 교수(嬌羞), 설에 차려 먹는 음식을 세수(歲羞), 안주나 반찬을 두루 이르는 말을 효수(殽羞), 변변하지 못한 음식을 박수(薄羞), 평소에 먹는 음식을 상수(常羞), 자기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 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을 수오지심(羞惡之心), 달이 숨고 꽃이 부끄러워한다는 뜻으로 절세의 미인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수화폐월(羞花閉月), 사람이 보면 물고기가 물 속으로 들어가고 꽃이 수줍어한다는 뜻으로 미인의 용모를 형용하여 이르는 말을 침어수화(沈魚羞花), 맛이 좋은 음식으로 많이 잘 차린 것을 뜻하여 성대하게 차린 진귀한 음식을 이르는 말을 진수성찬(珍羞盛饌) 등에 쓰인다.
▶️ 與(더불 여/줄 여)는 ❶형성문자로 与(여)는 통자(通字), 与(여)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절구구변(臼; 절구)部와 八(팔)을 제외한 글자 (여)와 사람이 더불어 정을 주고 받는다는 나머지 글자의 뜻이 합(合)하여 더불다, 주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與자는 ‘주다’나 ‘더불다’, ‘같이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與자는 舁(마주들 여)자와 与(어조사 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與자의 금문을 보면 코끼리 상아를 서로 붙잡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상아를 건네주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與자의 본래 의미는 ‘주다’였다. 그러나 지금의 與자는 물건을 서로 맞잡고 있다 하여 ‘더불다’나 ‘같이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與(여)는 ①더불다(둘 이상의 사람이 함께하다) ②같이하다 ③참여하다, 참여하다 ④주다, 베풀어주다 ⑤허락하다, 인정하다 ⑥간여하다, 간섭하다 ⑦돕다, 협조하다 ⑧기리다, 찬양하다 ⑨기뻐하다 ⑩기록하다, 등재하다 ⑪쫓다, 따르다 ⑫친하다 ⑬의심하다 ⑭만일, 가령 ⑮미리, 앞서 ⑯위하여 ⑰및 ⑱~보다는 ⑲어조사 ⑳무리(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동아리(같은 뜻을 가지고 모여서 한패를 이룬 무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함께 구(俱), 함께 해(偕), 참여할 참(參),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받을 수(受), 들 야(野)이다. 용례로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을 여부(與否),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여 이것에 편을 드는 정당을 여당(與黨), 여당과 야당을 여야(與野), 주어진 조건을 여건(與件), 금융기관에서 거래하는 상대방에게 신용을 주는 일 곧 돈을 빌려주는 일을 여신(與信), 주고 받음을 여수(與受), 결과가 나타나려 할 때에 힘을 주어 결과를 나타내도록 하는 것을 여과(與果), 동맹을 맺은 나라를 여국(與國), 참여하여 들음을 여문(與聞), 함께 의논함을 여의(與議), 주는 일과 빼앗는 일을 여탈(與奪), 계책을 짜는 데에 참여함을 여모(與謀), 참가하여 관계함을 참여(參與), 도움이 되는 구실을 하는 것을 기여(寄與), 관계하여 참여하는 것을 관여(關與), 지니거나 갖도록 해 줌을 부여(附與), 재산을 무상으로 타인에게 물려 주는 행위를 증여(贈與), 지니거나 갖도록 해 줌을 부여(賦與), 간섭하여 참여함을 간여(干與), 상장이나 상품 등을 줌을 수여(授與), 팔아 넘김을 매여(賣與), 세상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함을 여세추이(與世推移), 양에게 양고기를 내어 놓으라고 꾀다는 뜻으로 근본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을 이르는 말을 여양모육(與羊謨肉), 덕으로써 이웃한다는 뜻으로 덕이 있으면 모두가 친할 수 있다는 말을 여덕위린(與德爲隣), 다른 사람과 서로 약속함을 여인상약(與人相約), 다른 것과 저절로 다름을 여타자별(與他自別), 별로 다른 데가 없이 보통 사람과 같음을 여범인동(與凡人同), 온 세상의 귀착점이 같은 일을 여세동귀(與世同歸), 장물을 주는 이나 받는 이나 둘 다 죄가 같음을 여수동죄(與受同罪), 다른 사람과 더불어 함께 즐김을 여인동락(與人同樂) 등에 쓰인다.
▶️ 噲(목구멍 쾌, 까칠까칠할 괄)는
형성문자로 哙(쾌)는 통자(通字), 哙(쾌)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입 구(口; 입, 먹다,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會(회, 쾌)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噲(쾌, 괄)는 ①목구멍 ②시원하다, 상쾌(爽快)하다 ③밝다, 환하다, 그리고 ⓐ까칠까칠하다(괄) ⓑ야위다, 초췌(憔悴)하다(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여쾌등오의 준말로 평범한 인물 또는 벗으로 사귐을 부끄럽게 여김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쾌오(噲伍), 번쾌와 한 무리가 된 것을 수치스럽게 여긴다는 뜻으로 용렬한 사람과 어울리거나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긴다는 말을 수여쾌오(羞與噲伍) 등에 쓰인다.
▶️ 伍(다섯 사람 오)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다섯의 뜻을 나타내는 오(五)로 이루어졌다. 고대(古代) 중국의 군대는 다섯 사람을 최소 단위로 하였으므로 항오(行伍)를 뜻한다. 그래서 伍(오)는 (1)종대나 횡대에서 가로 벌인 일조(一組) (2)행군할 때에 다섯 사람씩 편제(編制)한 열, 또는 그 다섯 사람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다섯 사람 ②다섯 집 ③다섯 ④대오(隊伍), 대열(隊列) ⑤군대(軍隊) ⑥동반자(同伴者) ⑦섞다 ⑧섞이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대열을 짬 또는 짜인 대열을 오열(伍列), 다섯 개의 손가락을 끼게 만든 장갑을 오지(伍脂), 여럿이 줄을 지어 가는 무리에서 함께 가지 못하고 뒤로 처지는 것을 낙오(落伍), 군대의 항오 또는 군대 행렬의 줄을 대오(隊伍), 군대를 편성한 대오를 항오(行伍), 훈련 대형 중 인원이 완전히 차 있지 않은 상태를 결오(缺伍), 대오를 편성함 또는 편성한 대오를 편오(編伍), 대오를 같이 함을 등오(等伍), 대오에 끼인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 가운데 섞여 듦을 이르는 말을 치오(齒伍), 여쾌등오의 준말로 평범한 인물 또는 벗으로 사귐을 부끄럽게 여김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쾌오(噲伍), 병졸에서 장관에 오름을 항오발천(行伍發薦), 병졸에서 군관에 오름을 항오승차(行伍陞差), 병졸 출신으로 벼슬을 함을 항오출신(行伍出身), 번쾌와 한 무리가 된 것을 수치스럽게 여긴다는 뜻으로 용렬한 사람과 어울리거나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긴다는 말을 수여쾌오(羞與噲伍)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