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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은행은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SAMP)을 전면 재구축하였다.
한국은행은 2012년에 은행 부문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 SAMP(Systemic risk Assessment model for Macroprudential Policy)를 개발하고, 2018년에 저축은행, 상호금융,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으로까지 모형을 확장하였다.[2] 이후 모형의 정확성을 한층 높일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각 금융업권의 기초자료를 축적하고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는 등 모형 업그레이드를 위한 작업을 장기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최근 개별 금융기관뿐 아니라 수천만에 이르는 개별 차주에 대한 마이크로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형을 재구축(SAMP 1.0 → SAMP 2.0)함으로써 보다 정교해지고 활용도가 크게 개선된 모형으로 탈바꿈되었다.[3]
SAMP 1.0에서 SAMP 2.0으로 : 금융기관의 특성을 충실히 반영
기존의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은 개별 기관보다는, 금융기관 전체 또는 업권에서 충격의 평균적인 결과에 초점을 두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거시건전성정책 결정을 위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다만 평균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동일한 충격에도 어떤 기관의 자본비율이 다른 기관보다 왜 더 큰 폭으로 하락하는지에 대한 설명에는 한계가 있었다. SAMP 2.0에서는 마이크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별 금융기관의 특성을 보다 충실히 반영함으로써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였다.
그림 2. 한국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 재구축 (SAMP 1.0 → SAMP 2.0)
금융기관마다 차주의 취약성이 다른 점에 주목하였다.
금융기관마다 위험회피 성향과 리스크 관리 체계가 상이한 점에 주목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관은 다른 기관에 비해 소득과 신용도가 낮은 취약차주 대출 비중이 높을 수 있는데,[4] 해당 금융기관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취약차주의 부실로 인해 더 큰 규모의 신용손실[5]이 발생할 수 있다. 재구축된 SAMP 2.0 모형은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동일한 충격 하에서도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은 금융기관은 부도율 상승과 자본비율 하락폭이 더 크게 추정된다.
차주의 업종별 구성이 다양한 점도 고려하였다.
금융기관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특정 업종에 대한 편중도가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정보 우위, 관계형 금융, 대출 기회 등에 따라 금융기관마다 대출이 집중되는 산업이 다르다. 따라서 특정 업종에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하면 해당 업종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은 금융기관은 상대적으로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떠올려보자. 여행, 숙박 등의 업종이 큰 피해를 입었는데, 만약 코로나 위기가 길어져서 해당 업종 차주들의 부도율이 계속 상승했다면 해당 업종에 집중적으로 대출한 금융기관의 손실이 더 크게 확대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잠재 리스크가 동시에 실현되는 극한의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은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 거시경제는 실물과 금융 부문 모두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나, 여러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대외적으로는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거나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겨 원가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주요 교역상대국의 경기가 악화되어 수출이 부진해질 수 있다. 대내적으로는 부동산PF 등에서 예상치 못한 신용위험이 발생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서 신용경계감이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SAMP 2.0을 이용하여, 이러한 리스크 요인들이 동시에 실현되는 충격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였다.[6]
그림 3. 충격 시나리오에 반영된 스트레스 요인
테스트 결과,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충격 시나리오에서도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지표는 금융기관의 자본비율이다. 적정 자본비율이 유지되지 못할 경우 금융기관 부실로 연결되어 예금자 등 금융기관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거나 금융중개기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충격 시나리오가 발생하는 것을 가정하여 금융 업권별 자본비율을 산출해본 결과, 그림 4에서 보듯이 모든 업권의 평균 자본비율은 감독기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은행의 평균 총자본비율은 기준시점(2023년말) 16.6%에서 2025년말 16.0%로 0.6%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저축은행의 평균 자기자본비율은 기준시점(2023년말) 14.3%에서 2025년말 10.6%로 은행에 비해 크게 하락하나, 여전히 감독기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새마을금고·신협 등과 같은 상호금융 또한 테스트 기간 중 평균 순자본비율이 감독기준을 상당폭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림 4. 충격 시나리오 적용시 자본비율 변화
스트레스 테스트를 마치고 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위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서 보듯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전체적으로 볼 때, 극단적인 충격 상황에서도 충분히 양호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금융기관 각각의 특성에 따라 충격에 더 취약한 금융기관은 분명 존재한다. 따라서 그러한 금융기관들이 극단적인 충격 상황에서도 잘 생존해 나갈 수 있도록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은 일부 금융기관의 경우 충격 상황에서 자본비율 하락폭이 크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보다 세심하게 건전성을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들이 외형성장을 위해 고위험 및 고수익 위주의 대출을 과도하게 늘릴 경우 이를 적절히 억제하면서 부실 우려를 사전에 제거해 나가야 한다.
한국은행은 다양한 경로의 리스크 분석을 통해 금융부문의 잠재위험요인을 조기에 파악하고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대응해 나가고 있다. 향후에도 재구축한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을 적극 활용하여 개별 금융기관 및 금융시스템을 수시 점검하고 다양한 금융안정 정책을 수행할 계획이다.
[1] 충격 시나리오 설정시 평소에 잘 일어나지 않는 극한의 상황을 가정하나, 충격의 강도는 스트레스 테스트의 목적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개연성은 다소 낮으나 매우 강도 높은 충격을 가정하기도 하고, 개연성을 높이는 대신 충격의 강도를 낮추기도 한다.
[2] 완성된 모형은 중앙은행의 하향식(top-down) 스트레스 테스트를 위한 것으로, 일관된 체계 하에서 금융기관들을 테스트하여 기관간 결과 비교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3] 자세한 내용은 2024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 「주요 현안 2. 마이크로데이터 기반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 재구축 및 금융기관 복원력 점검」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4] 취약차주 대출 비중이 높다고 해서 해당 기관이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뜻은 아니다. 경영전략일 수도 있고, 서민금융 역할 수행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5] 신용손실은 차주의 부도 및 거래상대방의 계약 불이행 등으로 금융기관이 대출이나 유가증권 등을 계약대로 회수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손실을 의미한다.
[6] 시나리오로 사용된 거시경제변수의 구체적인 경로는 2024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 「주요 현안 2. 마이크로데이터 기반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 재구축 및 금융기관 복원력 점검」을 참고하기 바란다. 다시 강조하지만, 충격 시나리오에 포함된 거시경제변수의 향후 경로는 예외적이고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경제 전망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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