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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 Girl on Top'
모두가 이효리를 알고 대부분이 이효리를 좋아한다. 안티 없는 톱스타라, 말 많은 요즘 세상에 참 신기한 일이다. 직접 마주하니 알 것 같다. 몸매, 눈웃음, 이런 건 이효리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녀의 면면 구석구석엔, 감춰두려야 감출 수 없는 진심들이 잔뜩 서려 있다.
Photographed by Rue Hyung Won | Styled by Kim Sae Rom | Written by Park Jie Hyun
야외 테라스에 앉아 노닥거리기 딱 좋은 날씨. 지금 에디터 맞은편엔 잠시 마실 나온 동네 주민 같은 차림의 이효리가 앉아 스파게티를 먹고 있고, 서른한 번째 생일 전야인 오늘밤엔 그녀의 생일파티가 열릴 예정이라 했다. 불과 며칠 전 촬영장에서 정신줄을 놓고 바라봤던, 감히 다가서지 못하고 그저 멀찍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앉아 변태처럼 므흣한 눈길로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던 톱스타 이효리가, 지금 에디터 코앞에 앉아 있단 얘기다!
서른한 번째 생일을 맞은 이효리를 만나다
조심스럽게 오늘자 핫이슈인 '이효리 해외 진출 제의 거절설'을 물었다. "그런 기사가 떴어요? 난 금시초문인데, 하하. 아, 우리 회사로 들어와서 회사에서 거절했나보다." 자신에 대한 얘기를 자신보다 네이X 뉴스 빠꼼이들이 더 잘 꿰고 있다는 게 전혀 놀랍지도 않은 기색이다. (이게 톱스타의 삶인 것이다) "내가 항상 회사에 얘기했었거든요. 해외 활동은 안하겠다고. 한국에서만 활동해도 내 시간이 없는데, 해외 진출까지 하면 개인으로서의 삶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해야 하니까." 그녀는 가수의 해외 진출은 연기자들의 그것과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며 작게 한숨을 내쉰다. 보아하니 해외 진출에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인간 이효리로서의 삶이 더 욕심 나는 까닭인 듯하다. "배우들은 해외에서 드라마나 영화가 잘되면, 사실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가수들은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요. 더 톱이 되고 싶고, 더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지금 이 선에서 내 삶을 더 즐기고 싶어요." 그녀는 섣부른 영역의 확장보다는 안에서의 내실을 다지고 싶어한다. 5월 초부터 예선을 시작한 스타 발굴 프로젝트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을 수락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양현석 씨나 박진영 씨처럼 재능있는 후배들을 양성하는 거였어요. 두 분 다 남자이고, 그런 역할을 하는 여자 가수가 없잖아요? 내가 그 선봉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슈퍼스타K> 심사위원 제의가 들어왔어요. 그리고 이왕이면 여자 가수들을 많이 키우고 싶어요." 최근 가요계 히트곡 메이커로 통하는 이트라이브도 사실상 이효리가 발굴한 인재들에 틀림없다. "한 5년 전인가. 사장님이 자기 친구의 아들 친구인데 작곡을 하니까 한 번 만나보라고 해서 만난 사람들이 이트라이브였어요. 처음엔 짜증났죠. 사장님 때문에 어쩔수 없이 만난거니까. (웃음) 근데 정말 찌질한 두 명이 '저희 작곡가인데요' 이러는 거에요, 하하. 그땐 내가 한참 기고만장할 때라서 '그럼 곡 좀 써서 들려주세요' 그냥 그랬죠. 그랬는데 바로 다음 날 10곡, 아니 20곡 쯤은 보내준 거예요. 되게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때만 해도 곡이 2%씩 부족했어요. 근데 이 사람들이 조금만 트이면 좋은 곡을 쓸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보였어요. 그래서 그 뒤로 계속 연락하고 지내면서 곡 쓰면 나한테 보내달라 그러고, 마음에 안 들 때는 가혹하게 얘기하고. (웃음) 그러다가 딱 '유 고 걸'을 만난거죠. 그분들도 너무너무 노력했고 나도 좋았고 운 때도 딱 맞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이효리는 이미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에 대한 의리와 애정이 넘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사실 이트라이브 같은 신인 작곡가와 작업이 가능하게 된 것도 다 1집부터 함께한 프로듀서 김도현 덕이라며 추켜세운다. 자기 곡이 아니어도 괜찮은 곡이 있으면 타이틀곡으로 내세울 수 있게 하는 건 보통 한국 가요계의 프로듀서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배포와 관용이라고 말이다.
천하무적 이효리가 꿈꾸는 사랑
30대 초반 두 여자의 이런저런 수다는 깔때기 이론에 걸맞게 연애 얘기로 수렴한다. 결혼과 이효리라는 언뜻 상상하기 힘든 조합에 대해 물었다. "요즘 친구들하고 모이면 정말 다 결혼 애기밖에 안해요. 예전에는 동화 속에 나오는 완벽한 결혼을 꿈꾸고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지금은 그런 환상은 없어졌죠. 항상 누군가 나를 책임져주겠지, 누가 내 외로움을 달래주겠지, 이런 생각으로 남자를 만났었는데 그런 거에 너무 기대를 걸면 돌아오는 건 상처뿐인 것 같고…. 정작 나도 상대방의 외로움이나 안 좋은 모습까지 다 받아 줄 수 없다는 걸 아니까, 그냥 지금은 친구처럼 서로 사랑하고 격려해주는 정도가 좋은 것 같아요. 내가 네 옆에서 지켜봐줄게, 네가 나쁜 길로 가지 않게만 너를 잡아줄게, 그런 친구 같은 사람이요." 목소리 톤만큼 낮게 떨어지는 시선에서 상처의 부피가 감지된다. 사랑받고 싶고 상처받기 쉬운 존재라는 점에서만큼은 '천하무적 이효리'도 어쩔 수 없는 여자다. "사실 결혼 되게 일찍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야 깨달았어요. 내가 지금까지 11년 동안 연예인으로 살면서 계속 인기도 있었고, 주변에 매니저들이며 코디들이며 스태프들이 늘 챙겨주니까 집 청소 한 번 내 손으로 해본 적이 없는 거예요.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떠받들어져 살았겠나! 근데 그걸 몰랐어요. 나는 내가 소박하고 털털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되게 공주처럼 살았다는 거요. 늘 연예인들과 사귀다 보니까 더 몰랐었는데, 평범한 보통 남자를 만나보니까 아, 내가 되게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었구나, 남을 위해 희생하고 챙겨주는 방법조차 모르는 사람이었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그래서 일단은 내 시간을 갖고 내 자신도 좀 돌아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각오가 되었을 때, 결혼은 그때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려면 2~3년은 더 지나야 하지 않을까? 하하." 서른 살 때까지만 해도 안 그랬는데 서른한 살이 되니까 철이 들더라고 눙친다. 노력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지나고 보면 사실 전혀 노력한 게 아닌 것 같더라는 에디터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맞아요. 나는 잘한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늘 '이효리가 이 정도로 해줬는데!'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예요. 내 남자친구는 나를 그냥 여자친구로 생각하는데 내 스스로 나를 너무 '이효리'라고 생각해서 별거 아닌 것 가지고도 대단한 걸 해준 것처럼 마음 속으로 생각했던 거죠. 사실 나 나름대로는 신경을 쓰긴 한 건데, 평범한 연애를 해왔던 일반 사람들에게는 정말 별것도 아니고 부족했던 거지…."
앞으로의 연애에 '완전 올인'은 없다
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아왔던 11년은 이효리에게 혼자 있는 신간에의 적응을 허락하지 않았다. 혼자 있는 것은 싫어했어도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은 아니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외로움을 느낄 시간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요즘 이효리는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좋다. 되레 너무 익숙해질까봐 걱정이라며 예의 그 (심장이 오그라드는) 눈웃음을 짓는다.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중요한 사람은, 옆에 있는 사람이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에디터의 얘기에 마치 깨달음이라도 얻은 양 놀란 표정이다. "맞아 맞아.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자 있는 걸 너무너무 싫어했거든. 그래서 내 남자친구를 되게 괴롭혔던 것 같아요. 그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내가 혼자 있지를 못하게 했었거든. 하하, 그땐 정말 되게 외로웠어요. 나는 이렇게 늘 같이 붙어 있고 싶을 정도로 그 사람을 사랑하는데, 그 사람은 왜 자기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할까, 날 그렇게 사랑하지 않나보다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게 사랑이고 생각하면서. 최근에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이 굉장히 필요해 지니까, 이제야 이해되는 것 같아요. 사실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혼자 있는 시간까지 인정하고 사랑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어려웠던 거지." 늘, 언제나, 함께. 이효리는 분명 얼마 전까진 연애에 '완전 올인'하는 스타일이었다. "지난번 사랑이 끝나고 난 후엔 올인해서 서로 좋을 게 없겠구나 싶었어요. 물론, 올인을 하지 않아도 상처를 받기도 하겠죠. 미련이 남고,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도 같고. 그런데 마음만 올인하면 좋은데, 일상생활이나 사소한 모든 것들을 다 그 사람에게 기대려고 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헤어지면 결국 그게 고스란히 빈자리가 되고 그만큼 휘청거리게 되니까." 인터뷰 내내 모든 질문에 거침엇이 솔직하게 얘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솔직히 의외다. 팬심보다는 소심. 오픈 마인드보단 직업정신으로 무장하고 온 에디터가 되레 당황할 정도로 말이다.
인생의 멘토는 자신이라는 이 여자의 진심
인터뷰를 좋아하는 않지만, 한 번 하기로 마음먹으면 확실하게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말하는 이효리답게, 연예계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건 단지 끼나 노력이 아니라 솔직하고 진실된 모습이 관건이라고 얘기한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톱을 차지할 수 있는 건 늘 100%의 진심을 가지고 임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넥스트 스테이지에 임하는 이효리의 진심은 무엇이냐 물었따. "11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어요. 지금의 내 관심사는 나에게 더 포커스를 맞추는 것, 주변 사람들을 챙기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예요. 이전에는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어쩔 수 없이 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는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고 싶고, 연륜이 쌓이면 내 이름을 건 토크쇼나 패션 프로그램 같은 것도 해보고 싶어요. 연기도 기회가 있으면 꼭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고." 아직 연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지만, 단지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출연제의를 받아들이기엔 조심스럽다는 의사를 내비친다. "내 인기나 인지도만 보고 들어오는 작품 말고, 진짜 내가 아니면 안 돼서, 꼭 내가 필요해서 들어오는 역할이 있다면 하고 싶어요. 무조건 미니시리즈 원톱, 이런 건 바라지도 않아요. 예전에 <세잎 크로버> 찍을 때 멋도 모르고 미니시리즈 원톱 주연을 맡아서 너무 마음고생이 심했거든. 마이너적인 영화나 드라마도 좋고, 나한테 맞는 역할이고 내가 배울 부분이 있는 거라면 꼭 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팬심 그득한 이들의 궁금증을 위해 굳이 정리를 좀 하자면, 이효리의 주량은 (최근 많이 줄어) 소주 한 병 반에서 두 병정도, 좋아하는 뮤지션은 에이미 와인하우스, 가장 행복하다 느낄때는 키우는 고양이 두 마리가 침대 위로 올라와 손을 베거나 다리를 껴안고 잠들 때(전생에 나라를 구한 고양이들이었나 보다), 몸짱 이효리의 신체 콤플렉스는 넓은 어깨와 스스로 다소 동양적이라 평하는 하체이며, 의외로 소심해서 클럽에 가도 모두 자기만 쳐다보는 것 같아 잘 못 놀며, 올 연말 안에 정규 앨범 아니면 싱글로라도 무대 위에 설 계획이고, 이효리 인생의 멘토는 '내 자신'이라고 거침 없이 얘기했다. 아, 인터뷰가 이루어진 이효리의 단골 레스토랑은 학동역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그녀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이효리의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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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효리언니 해외진출안해서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