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아무도 없는 스산한 안무실.
넓디 넓은 안무실이라 그런지, 안무실에 혼자 남은 가연은 땀에 젖었음에도 스며드는 추위에 치를 떨었다.
이 곳은 " 수 아카데미 ".
대중 가수, 즉 슈퍼스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노래, 춤, 연기, 모델 워킹등을 수업 받는 학원이다.
올 해, 18살인 가연은 수없이 가수가 되기 위한 오디션에 도전했지만,
최종 오디션마다 줄줄이 낙방하기 일쑤였고, 이렇게 밤 늦게 홀로 남아 종종 연습을 하곤 했다.
음악에 맞춰 미친듯이 춤을 추던 가연은 음악이 끝나자마자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곤 옆에 있던 생수병을 집어들어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는 가연.
가연의 목에서 가느다란 땀방울이 흘러내려 회색 반팔티를 촉촉히 적셨다.
그 때, 딸랑하며 안무실 문이 열리고 그 곳엔 학원 친구 지연이가 있었다.
한 손에 치킨을 들고 가연을 향해 웃어보이곤 이내 안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지연.
" 무슨 일이야? 나 보러 온거야? "
" 그럼! 너 보러왔지. 학원에 이 시간에 너 말고 또 누가 있겠냐? 하여튼 유난이야, 유난! "
지연은 장난끼 섞인 너스레를 떨며 치킨 봉지를 열었다.
먼저 가연이 치킨 조각을 잽싸게 잡는다.
" 마침 배고팠는데 잘 됐다! 으흐흐! "
" 치, 기집애! 너한테 전해 줄 기쁜 소식 하나, 나쁜 소식 하나가 있는데. 뭐부터 들을래? "
" 어...... 기쁜 소식만 전해주면 안되나? "
" 안돼! 빨리 결정해! "
어린애같이 보채는 지연.
그런 지연 때문에 물고있던 치킨을 다시 내려놓고 진지하게 말하는 가연.
" 기쁜 소식. "
" OK~ 알았어! 방금, 1시간 전에 공지가 떴는데, SN엔터테인먼트에서 그룹 멤버를 모집한대! "
" 뭐?!?!!?!??!?!!? 오예!!!!!!!! "
마치 자신이 합격이라도 한 듯 펄펄 날뛰는 가연.
하지만, 지연은 그런 가연을 보곤 안타깝다는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흥분을 가라앉힌 가연이 다시 자리에 앉곤, 지연의 눈을 맞추며 물었다.
" 나쁜 소식은? "
" 그게..... 남성 그룹이라는 거지. "
기분 좋게 자신이 먹던 치킨을 집어들려던 찰나,
청천벽력 같은 지연의 소식에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 가연.
" 뭐....? "
" 휴, 어떡하니. 니가 몇 달을 기다린 SN 오디션인데..... 미안하다. 기쁜 소식은 그냥 수포로 돌아가버린거네.. 미안해 가연아. "
지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디 찬 안무실 바닥에 툭 하고 떨어지는 투명한 액체 한 방울.
연이어 가연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된 울음은 30분이 지나서도 진정되지 않았다.
안무실을 쩌렁쩌렁 울리는 가연의 울음 소리에, 지연은 어쩌할 바를 몰라했고,
가연에겐 울음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몇 분이 더 흘렀을까.
일순간, 울음을 뚝하고 그친 가연이 지연에게 말했다.
" 나.. "
" 응, 응, 가연아. "
" 나. 그 오디션 볼래. "
" 뭐????????? "
" 그 오디션 본다구. 내가 몇 달을 기다렸는데, 오기로라도 볼거야. "
" 얘가 미쳤나봐-0-! 가연아. 남성 그룹이야. 남성 그룹! "
" 뭐 어때! 합격 안 해도 좋으니까, 내가 가수가 될 수나 있을지.. 진단이나 받아볼래. "
황당해하는 지연의 표정을 뒤로하고 코를 한번 훌쩍이곤 자리에서 일어나,
오디오 컴포넌트의 재생버튼을 누르는 가연.
이내, 흘러나오는 신나는 음악소리.
가연은 그렇게 또 춤을 췄다. 30분...1시간....2시간....
새벽 2시.
무쇠 체력 가연은 그제서야 연습을 끝마쳤고, 안무실 모퉁이에 앉아 마음을 다잡았다.
" 그래. 합격은 안 해도 좋아. 그냥 내가 기다렸으니까, 최선을 다 할거야.
이번 오디션이 아니라도, 언제든지 기회는 있으니까. 그래!
가능성만 짐작해보는거야... 천가연... 할 수 있다. 그래!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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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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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스타 원정기. - 프롤로그
체리스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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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1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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