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으로 있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서는 얼마 전부터 내년에 시행되는 개정 동물보호법 유기동물 관련 조항에 대해 논의가 많았습니다. 2008년 1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동물보호법은 개나 고양이 등 유기동물의 계류/보호 기간이 30일에서 10일로 축소가 되거든요. 10일이라는 기간은 개나 고양이를 잃은 사람이 자신의 개를 찾을 충분한 시간이 되지 못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유기동물을 구조/관리하는 시스템이 엉망인 나라에서는 말이죠. 마이크로칩을 한 반려동물이면 뭐합니까? 보호소에서 마이크로칩 검사를 하지 않는데. 가족이 있는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이 일부러 버린 동물들의 경우도 좋은 가족을 찾아 입양을 가기까지는 턱없이 부족한 기간인 거죠. 이런 상황에서 계류 기간 10일 후 안락사라는 말은 잡아들이는 모든 동물들을 죽이겠다는 선언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걸 누가 ‘안락사’라고 부르라고 했습니까?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 당하는 죽음을 안락사라니요. 게다가 현재 유기동물들을 ‘30일’간 보호하고 있는 보호소들의 상황은 그야말로 지옥입니다. 이렇게 제대로 보호도, 관리도, 구조도 아무 것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간마저 10일로 줄인다니 잡아들인 아이들을 ‘일단 죽이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안일한 발상입니다. 치로리 책에서 보듯 일본은 지자체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유기동물 보호/계류 기간이 5일이어서 '5일 후 안락사'라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나라가 그나마 다행이네’ 생각했는데 드디어 우리에게도 닥치는군요. 지난 봄 미국 캘리포니아 의회는 주 내의 모든 반려동물을 중성화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4개월 미만의 모든 반려동물들은 중성화를 해야 하고 이를 어길 시에는 500달러의 벌금을 물게 하는 법안이었죠. 유기동물의 보호와 안락사에 드는 비용이 너무 많아 경제적인 손실을 줄이려 만든 것입니다. 감당할 수 있는 동물의 수보다 훨씬 많은 동물이 태어나기 때문에 생기는 손실이니 아예 출산 자체를 막자는 생각인 거죠. 그 후 반려인들의 반발이 거셌다고 하는데 재개정에 대한 기사는 못봤네요. 처음엔 이 기사 읽고 ‘너무 폭력적이네.’라고 생각했지만 충분히 합의만 가능하다면, 입안자들과 반려인들이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 합의한다면 나쁘지 않은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법안이 만들어지면 적어도 개 농장은 없어질테니까요. 평생 땅 한 번 못 밟아보고 뜬장에서 태어나 죽어가는 불쌍한 아가들은 없어질테죠.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만 하루 무려 7만 마리나 되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새로 태어나는데 그 중 인간들에게 입양되는 녀석은 겨우 1만5천 마리에 불과하다…….매년 미국에서만 도살되는 개와 고양이의 숫자는 20,000,000 마리나 된다. 나는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이제는 ‘중성화된 동물들이 더 귀엽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2천만 마리라니요. 유기, 보호, 관리, 입양의 시스템이 우리나라보다 잘 되어 있고, 식용으로 쓰기 위해 마구 번식을 해대는 개 농장이 없는 미국에서도 이 정도라니요. 말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일단 계류/보호 기간을 10일로 줄이는 동물보호법에 반대하는 서명을 할 수 있는 곳의 주소는 이곳입니다. 가셔서 꼭 서명해 주세요. 저는 며칠 전에 이미 했습니다.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34428 다른 곳에도 많이 알려주시구요. 그리고 이번 청원으로 단지 보호/계류 기간의 수정만이 아니라 유기동물들의 보호/재입양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옥 같은 동물 보호소에서 30일을 산다고 해도 아가들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닐테니까요. 그곳은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동물들의 아우슈비츠죠. 아직은 미약하지만 한국 동물보호단체들의 힘이 필요한 때이고 우리가 그 든든한 밑받침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 쓰다 보니 상당히 비장해 졌네요 ㅠ,ㅜ;;;; 너무 흥분해서…이해해 주시기를…) |
출처: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동물행성 원문보기 글쓴이: 더불어밥
첫댓글 오전에 광명시 보호소 관련 사이트를 들어가게 됐는데 '처리완료'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오른쪽에는 처리완료라도 되어 있고 말티즈, 푸들 등등의 글자를 누르니까 사진하고 현재상황 등이 올라와 있는데 안락사, 처리완료, 임시보호 등등... 입양이 될 기간도, 지금의 30일이라는 기간도 짧은 아기들한테는 짧은 입양 가능 기간인데.... 오후에 또 이런 서명운동 내용을 접하게 되다니... 서명했어요... 그리고 제 주위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친구들한테 서명 부탁도 했구요. 이런 현실 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에 작은 힘이라도 될까 싶어서 서명하고 왔습니다....
처리 완료...빌어먹을!
다른 카페에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