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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도방랑기 원문보기 글쓴이: 정승원
1. 아그라에서 자이뿌르 들어가기(교통편)
아그라에서 자이뿌르로 들어간다.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야간 기차로 새벽에 떨어지는 환상적인 루트는 기대할 수 없다.
빠하르간지처럼 바로 역이 앞에 있는 게 아니라 새벽 일찍(5, 6시쯤) 아그라 포트 역으로 나가서 기차를 타기에는 너무 힘들고
오후 기차는 10시 넘어 도착하니 숙소 찾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결국 버스로 움직이고 결정했다.
공영버스 타겠다고 버스 스탠드로 갔다가 도무지 용기가 안 나(아직 현지인과 섞여 타기가 두려운 때였다)
그 근처에 있는 사쿠라 호텔 앞으로 가 사설버스를 탔다(177루피).
시간 마다 한 대씩 있는 것 같았는데, 어째 승객이 별로 없다. 이렇게 해서 장사가 될까 싶었는데, 노 프라블럼!
왜냐하면 사설버스도 딱 아그라-자이뿌르만 서는 게 아니라, 그 사이에 수많은 버스 정류장에서 서며 사람을 태운다.
(절대 우리의 쾌적한 고속버스를 생각하면 안된다.
처음에는 좀 실망을 했지만, 나중에 공영버스를 타보니 그래도 사설버스는 참 쾌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어컨 버스가 아니라 정차해 있는 동안은 버스 안이 더웠지만, 달리기 시작하니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가이드북에는 한 6시간 걸리다고 했는데, 중간에 한번 20분 정도 쉬고도 5시간 만에 주파했다.
2. 도착해서 숙소 찾기
자이뿌르로 들어서니 아... 너무 정신이 없다.
델리도 정신이 없지만, 델리보다 작은 자이뿌르에서
그 수많은 버스와 오토바이, 사이클이 똑같은 매연, 소음들을 내뿜는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사람 혼을 쏙 빼놓을지 이해가 될까?
처음 버스 스탠드에 내렸을 때 ‘왜 사람들이 이 도시에 발을 딛자마자 떠나고 싶었다’고 하는지 이해할 만했다.
차창 밖에서 눈을 맞쳤던 릭샤꾼이 끈질기게 달려들었다.
어디 가냐고 끈질기게 달려드는데, 나는 말 한마디 안 하고 매표소로 들어가 벤치에 잠깐 앉았다.
도착하자마자 혼란한 틈에 움직이면 릭샤꾼에게 홀라당 당하기 쉽다.
전열을 가다듬고, 가야할 숙소를 다시 한번 체크하고, 그 위치를 대충 가늠한 뒤, 내가 불러야 할 릭샤 가격을 정해둔다.
코쿤 게스트하우스는 100배에서도 "객실 조건이 다른 어느 곳보다 월등히 좋다"고 되어 있는 데다,
인방에서도 좋은 숙소로 추천해서 주저하지 않고 이곳을 선택했다.
오토릭샤 값은 갂아서 20루피 줬는데(이것도 깎아서), 지금 생각해보면 더 깎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숙소는 상당히 깨끗하고 넓었다. 1박에 200루피. 순간온수기 있고 저녁에는 8시까지 무선 인터넷이 잡혔다. 완전 대박!
근데 정말 딱 저녁 8시까지만이다. 근처 사무실에서 쓰는 건지, 귀신 같이 그 시간 되면 딱 끊어진다.
3. 푸쉬카르 행 직행버스표 사기
오후 늦은 도착에 늦은 식사까지 하고 나니 4시가 넘었다.
내일 하루종일 여기저기 둘러보기 위해 푸쉬카르 행 버스표를 사러 가기로 했다.
대체로 푸쉬카르는 아즈메르를 거쳐 거기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자이 암베이 트래블 에이전시는 직행 버스를 운행한다고 하여, 버스 타는 곳도 미리 알아둘 겸 숙소를 나섰다.
백배에 나온 지도를 보니, 기차역 방향으로 그냥 대로를 따라 쭉~~ 걸어가면 될 것 같아, 역시나 또 걸었다(사이클 릭샤로는 15루피).
가는 길에 시티 은행도 봤다. 중앙 우체국 지나 기차역 방향으로 5분 안 되게 걸으면 사거리 왼쪽으로 눈에 딱 띈다.
자이 암베이 트래블 에이전시는 백배의 지도만으로 찾기는 쪼금 힘들다.
위치 표시가 좀 두리뭉실한 데다, 메인 도로에 있지도 않고, 큰 상점도 아니라 사람들한테 물어도 잘 모른다.
그래도 물어물어 찾아냈다. (아래 지도에 코쿤 게스트하우스부터 에이전시까지 붉은선으로 그려두었습니다. *^^*)
근처에 HDFC 은행이 있으니, 이것을 중심으로 길을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은행으 지나 좀더 가면 고가도로가 나오고, 그 밑으로 건너야 에이전시가 보인다.
버스는 그 굴다리 아래 정차해 있으므로 출발할 때 거기서 타면 된다.
버스 가격 150루피. 9시경 출발.(근데 인디안 타임이라... 출발 시간은 제멋대로다.)
(기차역과 공영버스 스탠드 가운데 쯤 있으므로,
푸쉬카르로 갈 사람은 자이뿌르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아 가기 전에 이 에이전시에서 들러 표를 사는 게 좋겠다.)
4. 자이뿌르 둘러보기
다음 날, 본격적인 자이뿌르 둘러보기가 시작됐다.
오늘의 루트는 시티팰리스-잔타르만타르-하와마할-암베르성-중앙박물관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올드시티까지는 완전 멀다!
40분은 걸었나 보다(웬만하면 걷지 마시길... 정말 씨티 팰리스까지 찾을라면 한 시간은 잡아야 할 듯).
근데 가는 길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의리의리하다"는 영화관 라즈 만디르도 있고,
인도에서 젤 맛있는 라씨숍으로 블루라씨와 경쟁하는 라씨왈라도 있다.
올드시티에 들어서면, 하아... 정말 정신 없다.
모든 종류의 상가들이 뒤덮고 있고, 그만큼 현지인들이 쇼핑하러 많이 나오는 곳,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역에서 남대문 시장, 혹은 동대문 시장 같은 곳이랄까...
하지만 우리에겐 훨씬 더 허름하고,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무질서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건물들이 분홍색이라 '핑크시티'라고 이름 붙이는 건 이해가 가나...
핑크가 주는 뭔가 아름다운 환상(?), 이런 건 빨리 버려야 자이뿌르에 대한 실망도 적어지는 법!
중간중간 상인들에게 물어 시티팰리스, 잔타르만타르로 갔다.
(인도 사람들한테 길을 물을 때 조심해야 할 것은, 자신들도 모르면서 이상한 곳을 가리킨다는 거다.
꼭 세 사람 이상에게 길을 묻고 현명하게 판단할 것!)
이 둘은 서로 마주보고 있다.
먼저 잔타르만타르 매표소로 갔는데, 허걱.... 2008년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것보다 입장료가 많이 올랐다(100루피).
2010년 세계문화유산에 잔타르만타르가 등록되었다고 A4용지에 써붙였는데, 뭔가... 참으로... 인도스럽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는 다른 세계문화유산 문화재처럼 가격이 250루피로 오르는 건 아닐까 싶다.)
‘앗... 비싸다... 해시계 몇 개 보러 꼭 가야하나...“ 고민하다 먼저 씨티팰리스를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바로 앞에 있는 매표소로 갔다.
그룹투어라고 써 있고 옆에 프라이빗이라고 되어 있어, 당연 프라이빗 줄에 가서 섰더니, 표가 2500루피란다.
내 귀를 의심했다. 250이 아니라 2500루피?
이게 뭔가 했더니, 마하라자 왕족이 실제 사용하는 실내 공간들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몇몇 곳의 사진을 걸어 놓아 살펴보았더니, 화려함의 극치란... 왕족들이 정말 저렇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사진으로 봤으니 됐지... 라는 생각에 당연히 일반 입장권을 끊고 입장했다.
일반 입장권도 비싸다. 300루피. 요 티켓이 있으면 암베르성 위에 있는 또 하나의 성, 자이가르 성이 무료다.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박물관.
옛 왕들이 입던 옷가지들을 전시해 두었는데, 실제 자이싱 2세가 결혼식 때 입었다는 붉은 옷은 정말 지금 봐도 정말 대단하다.
박물관에서 나와 라젠드라 게이트로 들어가면 핑크시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실외 접견실의 멋들어진 샹들리에와 핑크색 배경이 그 멋을 더했다.
실내 접견실(행사실)의 고급스러움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씨티팰리스를 나와 다시 잔타르만타르로 갔다. 언제 다시 인도를 올까... 이때 다 봐둬야지... 하면서.
그런데 잔타르만타르 포함 통합권을 사면 암베르성, 나히가르성, 하와마할, 중앙박물관을 2일간 300루피에 돌아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통합권이 유리하다 싶어 입장.
우와.... 의외로 대단했다.
천문학에 관심이 없다해도, 또 각각의 기구들이 시간과 계절들을 어떻게 측정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해도,
인도인의 과학(수학)적 우수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이야 말로 가이드를 동반해서(혹은 오디오 가이드라도)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각 측정 기구들이 기하학적인 아름다움도 갖추고 있다. 들이대는 곳마다 좋은 사진이 나올 만하다.
다시 나와 바람의 궁전, 하와마할 로 향했다.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왕가의 여인들이 작은 창을 통해 시가지를 내다보았다던 이곳.
정신없고 시끄러운 바자르 쪽은 촘촘한 격자무늬 창들로 각각의 작은 구멍들로만 밖을 내다볼 수 있어 답답함이 그지없었지만,
뒤편으로는 시원하게 탁 트여 있어, 잔타르 만타르, 시티팰리스, 멀리 암베르 성까지 장관을 즐길 수 있다.
하와마할 그 자체보다, 이곳에서 바라본 이 장관이 더 기억에 남는다.
하와마할 입구를 나와 왼쪽으로 돌면(길 건너지 말고) 버스 정류장이 있다.
암베르 성을 가기 위해서는 이곳(하하마할 앞)에서 5번 시티 버스를 타면 된다(7루피, 2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15인승 정도되는 작은 버스들이 호객행위를 하지만, 자리도 좁고 가격도 더 비싸다.
꼭 시티 버스를 타도록 하자.
저 멀리 호수 위로 성이 보인다. 암베르 성이다.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서, 성에 물을 공급했던 호수와 작은 마을들을 볼 수 있었다.
바람이 불어 시원함도 더했다.
암베르 성은 물론 첫눈에 보기에 아그라성이나 붉은성보다는 화려함이 덜했다.
하지만, 이것은 거울의 방을 보기 전이다. 거울 모자이크로 된 이 방은 정말... 최고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에는 촛불 하나가 반사되어 만들어내는 빛이 엄청나게 화려할 수밖에 없으리라.
(암베르 성, 거울의 방의 거울 장식들)
암베르 성 위로 자이가르 성이 있다.
도보로 20분이라지만, 완벽한 경사길을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올라간다는 건 정말... 죽을 맛이었다.
웬만하면 포기 잘 안 하는 나도 몇 분 올라가다 그만뒀다. 여길 가려면 아침 일찍 올라가는 데 상책인 거 같다.
암베르 성을 내려와 5번 버스를 다시 타고 이번에는 중앙박물관으로 갔다(7루피).
(참, 통합입장권에는 '알버트 홀'이라고 되어 있다.)
중앙박물관은 정말 멋진 건축물이다.
오히려 내부 전시물보다, 그냥 건축물 그 자체로 더 볼거리가 있다.
내부에는 인도의 유물뿐 아니라, 아시아 각 나라의 조각이나 공예품들도 전시되어 있고, 하물며 이집트 미라도 볼 수 있다.
1층의 전시품에 비해, 2층은 싱거워 보이지만, 요가 자세들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은 것은 흥미로웠다.
중앙 박물관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섰다.
참... 정류장이라고 하긴 뭣 한... 그냥, 아까 내렸던 도로변에 서 있었다.
큰 길을 따라 버스가 가니 숙소 근처인 중앙 우체국 앞에 내리면 되겠다 싶었다.
근처 교통 경찰관에거 물어보니, 5번 버스를 타라는데,
아까 올 때 탔던 그 시티버스 5번은 중앙 우체국을 안 간단다.
뒷걸음질을 치다가 아차! 저쪽에서 달려오던 자전거가 내 등짝을 스치고 지나간다.
델리에서 오토바이에 친 이후 두번 째, 정말 도로에선 차, 오토바이, 자전거 가릴 것 없이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정신 없이 그러고 서 있는데, 미니 사설버스 5번(5루피)이 오더니, 무조건 타란다.
그 쪼그만 차에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지... 정말 발 디딜 데가 없다는 건 이거다.
유일한 외국인인 내가 너무나 신기했는지, 모든 시선이 내게 꽂혔다.
옆에 있는 인도인들한테 중앙우체국 가냐고 물었더니,
웬걸... 떠듬떠듬... 노 잉글리쉬란다. 쏘리하단다.
오마나.. 아무도... 영어를 못한다... 이 차가 제대로 가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게다가 차가 메인 도로에서 벗어나 주택가 구석구석을 돈다.
마을버스였구나... 아, 정말 '미치겠다'는 한국말이 마구 튀어나왔다.
거의 자포자기하고 이쯤에서 내려야겠다 했더니,
다행히도 차장이 중앙 우체국이란다.
'어쨌든 오긴 왔구나...' 안도의 한숨이 나왔는데,
중앙 우체국 앞이 아니라, 중앙 우체국을 걸어서 갈 수 있는 어딘가에 내려줬다.
허걱... 그래도 아무데나 버려두진 않아서 어찌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참 작은 것, 그냥 내 목숨 부지하고 사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하여간 이른 아침부터 해 질 때까지 꽉찬 하루 일정을 마치며, 총평을 내려 보면 이렀다.
입장료 참으로 비싸다.
하루만 온전히 투자해도 다 볼 수 있다.
(라즈 만디르에서 영화를 보면서 좀 여유 있게 관광지를 돌고 싶으면 이틀은 잡아야 할 듯.)
자이뿌르만 두고 본다면, 볼 만하다.
그런데 다른 곳과 비교해서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라면, '진짜 좋다'라고 하긴 쫌.... 그렇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암베르 성이 좋긴 했지만, 이후 조드뿌르의 메헤랑가르 성을 본 후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고,
씨티 팰리스 역시 우다이뿌르의 것을 보고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
그래도 자이뿌르는 그 나름의 매력이 있으니,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방문하길 권하고 싶다.
교통도 좋은 편이라 버스, 기차 어디로든 다 연결된다. 긴 여행길에 이곳에서 한번쯤 쉬어 가면 건강에도 좋을 듯하다.
5. 맛있는 식사 하기
1) 코쿤 게스트하우스 루프탑 레스토랑
식당은 좀 허름한 편이다. 안락하고 쉴 만한 분위기가 안 되지만, 음식은 맛이 있었다.
주문한 음식은 스몰 탈리(80루피). (옆 바구니에 짜파티 2장이 따로 나온다.)
이곳 식당의 다른 음식도 맛있다고 추천하고 있는데, 스몰 탈리 맛을 보면 그러리라 짐작된다.
2) 에버그린 루프탑 레스토랑
오전에 먹은 브랙퍼스트 세트(짜이 포함). 75루피. 아주 만족스럽고 맛있다. 추천.
저녁에는 이곳에서 스페셜 탈리를 먹었다. 밤이라 사진을 못 찍었는데, 맛있다.
코쿤 게스트하우스 루프탑 레스토랑보다 나았다(스페셜이까 그랬는지도....) 85루피.
하루 꽉차게 관광을 하게 될 경우, 맛집을 따로 찾아다닐 시간이 없게 된다.
결국 숙소 주변에서 아침, 저녁을 해결하게 되는데,
자이뿌르에서 가장 유명하고 맛있는 채식 레스토랑 '포시즌'을 못 간 게 너무 안타깝다.
또 라즈 만디르(영화관) 반대편에 바리스타(스타벅스 같은 커피 숍)가 있는데,
이곳에는 무선 인터넷이 된다고 하여 꼭 가려 계획했으나,
숙소에서 무선 인터넷이 되는 바람에 역시 방문하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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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도방랑기 원문보기 글쓴이: 정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