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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4-11 오후 8:14:00 | 최종수정 2015-04-11 20:14 | |
어려운 상황에서도 리듬을 잃지 않고 꾸준함을 보여주는 선수를 보고 '타짜'라고 칭한다. 서귀포고의 '날쌘돌이' 신재호(2학년)는 승부처에서 '타짜' 기질을 마음껏 선보였다. 팀을 2년만에 백호기 결승으로 올려놓으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어필했다. 서귀포고는 11일 제주종합경기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제45회 백호기 전도청소년축구대회 고등부 준결승에서 신재호와 김영웅(이상 2학년)의 연속골로 제주제일고에 2-0으로 승리했다. 2012년 이후 3년만에 정상 정복을 노리는 서귀포고는 통산 백호기 8회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섰다. 12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오현고와 우승을 놓고 다툰다. 재학생과 동문들의 열성적인 응원이 '독'으로 다가왔던 탓일까. 서귀포고는 전반 초반 상대의 두터운 수비에 막혀 빌드업 전개가 다소 투박했다. 측면으로 전환하는 볼 줄기도 매끄럽지 못했고, 잔실수로 인해 흐름이 끊기는 모습이 빈번했다. 서귀포고는 전반 중반 이후 해결사 성종호와 양호정(이상 3학년), 홍용성(2학년) 등이 위치를 수시로 바꿔가며 상대 수비를 압박했으나 번번이 상대 골키퍼 송유승(1학년)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홍용성과 양호정 등이 연거푸 유효 슈팅을 날리고도 송유승의 신들린듯한 선방쇼에 절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후반에도 양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성종호와 양호정 등이 폭넓은 활동 반경을 뽐냈음에도 문전 앞에서 세밀한 마무리가 아쉬웠다. 미드필더 싸움의 우위도 골 결정력 부재에 무용지물이 되버렸다. 서귀포고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졌다. 이 때 특급 '조커' 신재호를 투입하며 칼을 빼들었다. 후반 18분 양호정 대신 교체투입된 신재호는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발재간을 앞세워 제주제일고 수비라인의 느린 발을 적절히 파고들었다. 홍용성, 성종호 등과 패스를 쉼 없이 주고받으며 제주제일고 수비라인의 뒷공간을 자동문으로 만들었다. 신재호는 후반 30분 재치있는 움직임으로 '0'의 균형을 깼다. 역습 상황에서 성종호의 패스를 이어받은 뒤 재빨리 문전으로 침투해 골키퍼와 단독 찬스에서 감각적인 왼발 칩샷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파상공세에도 자칫 연장전으로 내몰릴 위기에서 팀을 구한 귀중한 '한 방'이었다. 선취골 이후 신재호의 플레이는 더욱 물 올랐다. 미드필더까지 내려와 넓은 활동 반경으로 홍용성과 성종호에게 좋은 찬스를 만드는데 힘썼다. 2선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로 팀 플레이의 속도감을 끌어올리는 등 짧은 출전 시간에도 최고의 효율성을 이끌어냈다. '조커'로서 역할은 100점 만점을 줘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오늘 재학생들 뿐만 아니라 많은 팬분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워주셨다. 많은 응원을 받고 경기를 한 것이 처음이었는데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팀 승리에 기여해서 기쁘다. 다같이 열심히 뛰어준 동료 선수들과 응원을 해준 재학생들에게도 공을 돌리고 싶다.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볼이 가운데로 들어가면 무조건 침투해서 볼 받고 자신감 있게 플레이를 하라고 하셨다. 그 부분을 염두해두고 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동북중(서울)을 졸업하고 변병주 감독의 부름을 받고 제주로 축구유학을 온 신재호에게 이날 경기는 매우 특별했다. 재학생들과 동문들의 열성적인 응원은 전국 어디에 가도 찾아볼 수 없다. 생소한 분위기와 환경으로 인해 평소 에너지의 두 배 이상을 쏟아내며 주변의 기대에 보답하려고 애쓴 모습이 엿보였다. 이제 백호기 우승이라는 목표가 신재호의 '제주 유학기'를 더욱 뜨겁게 달궈줄 전망이다. "제주에 온지 2년 정도 됐는데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동료 선수들이 잘 도와줘서 무사히 적응할 수 있었다. 내일 경기도 마찬가지로 안에서 코칭스태프 분들의 지시 사항이 잘 들리지 않아 무조건 죽을 힘을 다해 뛸 것이다. 오늘 경기를 했을 때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내일 결승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목표는 우승이다. 우승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