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가평군 화악산(해발 1468m) 정상. 구름도 쉬어간다는 이곳에 한반도 상공을 감시(監視)하는 공군 관제대대(레이더기지) 8386부대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일 찾아간 이 기지에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위협 발언과 심상치 않은 조짐 탓에 긴장감이 흘렀다. 부대 꼭대기 반구(半球)형 건물 안에 감춰진 폭 7m·높이 7m 정사각형 모양의 20t짜리 레이더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굉음을 내며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이 레이더는 남한뿐 아니라 북한 상공을 나는 항공기의 궤적까지 파악, 내륙에 위치한 중앙방공통제소(MCRC)로 전송한다. 대대장 이무궁화(38) 소령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내에 미식별 비행체가 출현하면 즉각 MCRC와 공조, 대응 태세를 갖추는 게 임무"라고 말했다.
- ▲ 공군 30방공관제단 예하 부대인 화악산 8386부대 장병들이 휴대용 대공미사일‘미스트랄’을 조작하며 기지 방어훈련을 하 고 있다. 이위재 기자
이달 초 공군 작전사령부에서 "최근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이 여러 가지 형태로 식별됨에 따라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비태세를 강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뒤로 기지 방어 훈련이 잦아졌다. 이날도 작전 명령에 따라 장병들은 소총과 휴대용 대공 미사일(미스트랄) 등으로 무장한 채 적기(敵機)의 공중 도발에 대비했다. 긴급 상황에 대비한 지대공 유도탄도 인근에 24시간 대기 중이다.
30방공관제단 조세영 소령은 "북한 기지에서 출격한 전투기가 남한 영공으로 들어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남짓"이라며 "이 짧은 시간 안에 피아(彼我) 식별을 마쳐 비상 대기 중인 전투기가 출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주는 게 관제대대의 임무"라고 말했다.
전국 20여곳에 위치한 관제대대는 대부분 산이나 섬의 고지대에 위치한 탓에 장병들은 스스로 '도봉산(島峰山)' 주특기로 부르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8386부대는 전군(軍)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어 '하늘 아래 첫 부대'로 불린다. 육군 가운데 제일 높은 곳에 있는 향로봉 을지부대(1293m)보다 175m 더 위에 있다.
겨우 차 한대 다닐 만한 폭의 꾸불꾸불한 산길을 1시간20분쯤 달려야 나온다. 가드레일 하나 없는,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가 내려다보이는 길을 올라가야 한다. 장교와 군무원들의 출퇴근을 위해 2.5t 트럭 짐칸을 개조해 좌석을 만들고 파란색을 칠한 '탑차'가 투입된다. 바퀴에 체인을 감고 비포장 눈길을 오르는 '탑차'가 매일 달리는 거리는 24㎞.
고산(高山)지역인 까닭에 일반 군부대와는 다른 점이 많다. 일단 격한 훈련이나 운동은 금기사항이다. 공기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부대 매점(BX)에 놓인 땅콩강정과 포카칩 등 과자류는 낮은 기압으로 인해 봉지가 풍선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올라 있다. 자외선이 바로 내리쬐는 곳이라 낮에는 자외선차단제를 반드시 발라야 한다.
이곳 초병들에겐 '고글형' 선글라스가 지급된다. 5월까지 눈이 쌓여 녹지 않는데, 이 눈에 반사된 자외선은 8배까지 해롭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10월쯤 첫눈이 내리기 시작해서 이듬해 5월까지 눈발이 날린다.
저녁에는 영하 20도 밑으로 수은주가 떨어지고 초속 15m 강풍이 체감온도를 영하 30도 아래로 끌어내린다. 안면 보호대를 해도 입술이 얼어붙어 말을 제대로 하기 힘들 지경이다. 김재용(21) 상병은 "조국의 하늘을 물샐 틈 없이 지킨다는 각오로 복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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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도 무등산 꼭대기에 갈 일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