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2년홍콩의 맥당걸 감독이 만들어 95년에 국내 개봉되었던 성애 영화의 절정 <옥보단>(玉蒲團).
국내 비디오방계의 품귀 현상을 불러 일으켰던 이 영화를 어제 베팍의 남정네들이 자꾸 언급을 하여서 한수 거듭니다.
<옥보단>은 사실 원작이 있는 영화입니다. <금병매>와 함께 중국 성애 소설의 쌍벽을 이루는 <육포단>(肉蒲團)이 그것입니다.
원작 소설의 고기 肉을 玉으로 바꿔 놓았는데 제목의 蒲團은 뭘 의미하는 걸까요? 蒲團은 '보단'이 아니라 '포단'으로 읽어야 맞습니다.
포단의 蒲(포)는 '부들'을 말하고 團(단)은 '둥근 방석'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부들로 짠 둥근 방석'이지요. 포단은 주로 스님들이 좌선을 할때나 부처님 앞에 절을 할 때 많이 사용한 것입니다.

육포단이나 옥포단이나 모두 여자의 육체를 말하고 있습니다. 고기 肉이 육체를 가르키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잔소리고, 玉은 '옥처럼 윤택한 여성의 살결'을 의미합니다. 여성의 성기를 가르킬 때 옥문(玉門)이란 표현을 쓰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면 '옥포단' 이 무슨 뜻인가 대충 짐작이 가지요. '옥포단'은 스님이 포단 위에서 도를 닦듯이 이 소설의 주인공 미앙생(未央生 : 색욕이 끝이 없는 남자란 뜻)은 여자의 육체 위에서 도를 닦는 다는 뜻이죠. 이 영화의 정확한 원제목은 <옥보단지 유정보감>(玉蒲團之 愉情寶鑑)입니다. 우리말 속어에 여성을 '방석'에 비유하는 아주 나쁜 말이 있죠.
네 '깔개'라는 말입니다. 남자의 밑에 여자가 깔린다는 의미인데 그 말을 살리면 원제의 의미는 <깔개 : 쾌락의 정전>이라는 뜻입니다.
그러고 보면 <옥포단>의 영어 제목이 Sex and Zen, 즉 '성(性)과 선(禪)'이라는 것도 이유가 있지요. 포단이 앞서 말한데로 불교에서 스님들이 참선을 할 때 사용한 방석을 의미했다고 했듯이 제목에 '참선' 을 뜻하는 Zen이라는 단어를 슬쩍 넣은 거지요. 또 다른 이유로는 영화에서 미앙생의 스승이 스님인 고봉입니다. 미앙생에게 색을 삼가라고 주의를 주는데 미앙생이 자신의 욕정을 참지 못하다가 화를 당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이지요.
좋게 말하면 <옥포단>은 불교의 업보설을 바탕으로 한 교훈극입니다. 그런데 말이 업보를 통한 교훈이지 도색물에다 구색을 맞출려고 억지로 업보설로 채색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면 왜 버들 '포'(蒲)를 '보'로 읽었을까요?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보*를 연상하게 하기 위해 수입사 측에서 일부러 제목을 고쳤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암튼 그것으로 뜻이 통했다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