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실미도’의 매력을 발견하다
1. 영종도는 익숙한 섬이지만 섬에 대한 기억은 분산되고 오락적 관점으로만 인식되어 있다. S와의 방문, 친구들과 가졌던 모임도, 모두 그런 인식의 연장 속에 담겨있다. 영종도는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는 가벼운 드라이브 코스였던 것이다. 영종도를 조금 깊게 이해하기 위해 ‘운서동’ 주변에 숙소(영종호텔)을 잡고 영종도의 대표적인 명소를 방문했다.
2. 영종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국제공항 이외에는 아마도 ‘을왕리 해수욕장’일 것이다. 넓게 펼쳐진 해안가가 9월이 한참 지난 지금도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방문지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실망한 곳이 을왕리 해수욕장이다. 바다를 볼 수 있지만 무언가 규격화, 형식화된 시선이며, 더 불만스러운 것은 지나친 상업적 모습으로 가득차 있다는 점이다. 해안가에 즐비한 식당들은 오로지 조개구이와 해물칼국수 간판만 붙어 있다. 해변가 식당들이 대개 비슷하지만 특히 이곳은 개성없이 고만고만한 음식점들이 점령하고 있다. 여유롭게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다. 가장 매력없는 관광지이다.
3. 영종도의 아쉬움을 씻어준 것은 ‘실미도’였다. 가끔 지나가다 주변 안내표시만 보았는데 오늘은 제대로 답사하기로 했다. 무의대교를 건너 무의도에 있는 ‘실미유원지’ 쪽으로 이동하면 무의도에서 실미도로 건너갈 수 있는 길이 나타난다. 조수간만에 의해 썰물 때만 나타나는 길이다. 실미도 쪽으로 이동하면 양쪽 다른 모습의 해변이 나타난다. 한쪽은 모래가 많은 완만한 해변이, 다른 쪽에는 거칠은 바위돌이 가득한 해변이다. 바위해변 쪽으로 이동하자, 멋진 모습이 이어진다. 투박한 바위들 때문에 걷기는 불편하지만 기이하고 강인한 바위들이 해변 가득히 이어지고 있었다. 여근곡과 비슷하거나, 동굴 형태의 바위들도 보였다. 상당히 먼 곳까지 바다와 바위는 기묘한 공존을 이어가고 있었다. 실미도의 멋진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사람들도 없어 ‘고독’이라는 정서를 바다에서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시간 측정의 어려움 때문에 계속 갈 수 없었지만, 조금 이른 시간에 방문해서 섬전체를 탐방하는 것도 흥미로운 답사가 될 듯싶었다. 무의도와 실미도 사이의 길은 밀물이 되면 사라지기 때문에 밀물 시간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실미도 뿐 아니라 무의도에 있는 ‘실미도 해변’에서 간이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4. 지난 번 무의도 답사 때는 특별한 장소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번 방문에는 두 곳의 탐사코스를 찾을 수 있었다. 하나는 ‘실미도 해변 걷기’, 다른 하나는 ‘무의도 숲길 걷기’이다. 어느 코스든 답사를 마치고 실미도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면 특별한 경험이 될 듯싶었다.
첫댓글 - 기억과 기억을 함께하는 발자국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