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레킹개요
ㅇ 언 제 : 2023. 5. 10(수) / 706차
ㅇ 누 가 : '계룡'수요산악회원 32명 / 45,000원
ㅇ 어 디 : 옥정호 '붕어'섬(전북 임실군 운암면 소재)
ㅇ 날 씨 : 맑음
ㅇ 코 스 : (오봉산) – (국사봉) - ’국사봉‘전망대 – ’붕어‘섬(출렁다리) - ’요산‘공원 – ’작약‘밭
트레킹여정(앨범)
5월
계절의 여왕 5월이 봄의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거리의 이팝나무들도 이른 아침부터 환하게 웃고 있네요.
푸르름이 날개 짓하는 봄은 죽지 않았던 모든 것이 부활하는 계절입니다.
지난주 태안반도로 꽃구경 가려다가 폭풍우의 훼방에 포기했는데, 이번엔 호수 찾아 임실로 갑니다.
전북 완주군 구이면과 임실군 운암면에 걸쳐있는 ’옥정‘호는 일제강점기인 1925년 관개용 댐으로 시작했으나 1965년 한국최초 다목적댐(섬진강)으로 변신하면서 구역이 커졌습니다.
붕어섬도 그때 생겼다는데요, 산정에서 보면 섬 모습이 붕어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옥정호가 유명해지자 덩달아 오봉산(五峰山, 513m)과 국사봉(國師峰, 475m)도 떴는데요, 최근 출렁다리가 생기자 꾼들이 더욱 몰려들기 시작했다죠.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곳 하나를 또 지웁니다.
지척이라 금방 도착하여 꾼들을 산행들머리에 내려놓습니다.
산악회인지라 출렁다리만 구경할 수 없어 덤(?)으로 보탠 오봉산행인지도 모릅니다. ㅎ
육산과 골산이 어울린 다섯 봉우리에 오르면 옥정호수가 훤히 내려다보인다고 하네요.
그러거나 말거나 ‘언저리’팀은 버스에서 꼼짝 않고 있다가 출렁다리로 이동합니다.
산행에 동참했지만, 느긋하게 ‘붕어’섬을 즐길 속셈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오늘은 어떤 꽃들이 우릴 반길까요?
국사봉전망대
국사봉주차장에서 가마가 멈췄습니다.
‘국상봉전망대’에 오르기 위해섭니다.
예전부터 꾼들이 옥정호반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찾던 곳인데요, 봄가을엔 물안개가 자주 피어올라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죠.
급경사 계단에 코를 박으며 오르니, 소문대로 과연 옥정호수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전북 임실군 운암면과 강진면, 그리고 정읍시 산내면을 휘도는 풍경입니다.
툭하면 여의도 크기(9배)와 비교하지만, 촌사람인지라 선뜻 실감나진 않습니다.
섬진강 다목적댐 건설로 수몰되면서 지금의 모습이 생겼다는데요, 고향을 등져야 했던 임실군민들의 애환이 담겼습니다.
그동안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였으나 2015년 일부가 해제되면서 개발 물꼬가 트였다죠.
‘옥정(玉井)’이란 명칭은 섬진강댐 상류인 강진면 ‘옥정’마을 지명에서 따왔다고 하네요.
요부(妖婦) ‘장희빈’의 본명이 ‘옥정’이었던 것 같은데... ㅋ
생뚱맞게도 얼마 전 기장군 지명을 딴 부산횟집 ‘일광(日光)’이 좌파매체에 의해 욱일기(旭日旗)로 둔갑된 일이 생각납니다.
기가 막힐 일이죠.
최근 가뭄으로 인해 수위가 낮아져 붕어가 홍합으로 변했다고 투덜댔다는데, 지난주 내린 비로 속살이 많이 감추어졌네요.
아름답습니다.
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었던 섬에 길이 420m, 폭 1.5m 규모의 출렁다리가 놓였습니다.
이젠 멋진 다리의 주 탑(80m)으로 내려가 짜릿한 스릴을 느낄 차례입니다.
주변에 각종 화초까지 식재하여 관광객들이 사계절 내내 꽃들의 향연을 만끽 할 수 있다니 기대가 큽니다.
태극물돌이길
3코스 '태극물돌이'길을 걷습니다.
수변 따라 걸어보려 했더니 Deck 공사가 한창이네요.
숲이 울창한 언덕을 오르니 출렁다리가 힐긋힐긋 얼굴을 내밉니다.
아~ 길가에 찔레꽃이 피었습니다.
반가워 오물오물~ 흥얼거립니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하나씩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아프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꾸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너머로 내려오시네.
가을 밤 외로운 밤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 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고려시대 ‘몽골’로 끌려갔던 처자가, 두고 온 고향과 부모를 그리며 불렀던 노래랍니다.
이런 척박하고 외딴 곳에도 민초들은 살았습니다.
5월이라서인지 찔레꽃 가사 속에 나오는 어머니 생각에 발길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꽃잎 하나 따서 입에 넣으려니 괜히 눈물이 나오려합니다.
갑자기 엄마생각에 보고 싶은 마음이 애절합니다.
그냥~!
출렁다리
출렁다리에 도착했습니다.
임실특산물인 치즈를 활용한 다양한 주전부리들이 입구부터 눈길을 끕니다.
가마에서 몰래(^^) 꼬불친 막걸리 한 병 놓고 목을 축입니다. ㅎ
아~ 봄날풍경 참 좋네요.
매표소(성인 3,000원)가 있지만, 파란카드(^^)의 위력으로 그냥 통과합니다.
예전엔 배를 타야했지만, 지난 3월 다리가 개통하면서 이젠 걸어갈 수 있습니다.
출렁다리가 임실군 운암면 요산공원일대와 ‘붕어’섬을 연결해줬기 때문입니다.
도보로 10분 이상이 소요될 정도로 제법 큽니다.
현수교 주 탑(83.5m)은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붕어모습을 형상화했답니다.
출렁다리의 매력은 병풍처럼 펼쳐진 국사봉의 절경과 ‘붕어’섬을 두르고 있는 주상절리, 그리고 옥빛으로 흐르는 호수의 잔잔함을 가까이에서 만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흔들다리 위에서 느껴지는 청량한 스릴감은 덤입니다.
다리바닥은 수면이 보이도록 투명하게 만들어졌네요.
탑전망대에도 오릅니다.
산과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호반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안타깝게도 가뭄 때문에 풍경이 엉망이었다지만, 애써 바다에 떠있는 느낌을 불러냅니다.
물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정치성향에 치우쳐 4대강사업을 홀대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스럽습니다.
그나저나 풍광 쥑입니다. ㅎ
‘붕어’섬
사계절 내내 색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붕어’섬에 발을 디딥니다.
공들여 조성된 생태공원이 반깁니다.
꽃과 잔디, 그리고 다양한 Photo spot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죠.
사철 사진작가와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섬에 대한 임실군의 열정도 대단한데요, 수국과 왕벚나무 등 5만여 그루를 심어 주제별로 3.3km의 산책코스(참나무길, 단풍길, 억새길, 수변산책길)까지 만들었습니다.
출렁다리 완공에 맞춰 방문자안내소, 카페, 쉼터, 숲속도서관 등 관광객 편의시설도 확충했습니다.
당연히 관광객이 몰릴 수밖에요.
시범운영기간(2개월)에만 50만이 넘었다죠.
환경부가 공모한 ‘2023년 국가생태탐방로사업’에 옥정호가 선정되면서 20km 정도의 탐방로도 조성할 계획이랍니다.
기존에 있는 ‘물안개길(13km)’, ‘물 문화둘레길(7.3km)’, ‘마실길(7km)’과 이어져 옥정호반을 일주할 수 있는 생태탐방로가 생기는 것입니다.
생태정원
‘붕어’섬은 하나의 생태정원입니다.
옛 이름 '외앗날'은 '자두‘의 옛말인 '오얏'이 전라도 방언 '외앗’으로 발음된 것이라네요.
'날'은 산등성이를 의미한답니다.
주민들은 ‘산 바깥능선의 날'이란 뜻으로 ’외앗날‘이라 불렀지만, 꾼들이 금붕어를 닮았다며 ’붕어‘섬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300여 화전민이 살던 땅이 섬진강댐으로 호수가 되자, 배타고 오가며 농사를 지었습니다.
2018년 임실군이 섬진강 주변과 옥정호수를 친환경 관광지로 조성하여 관광객 유치는 물론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며 530억 투입계획을 밝힙니다.
사업핵심은 출렁다리였는데요, 2020년부터 시작한 공사가 코로나를 겪으면서 지난달 1일에서야 정식으로 개통됩니다.
새벽녘 신비로운 물안개로 이름난 전북 임실군 옥정호수 ‘붕어’섬이 생태공원으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섬진강 한가운데 있어 멀리서만 봐야했던 미지의 땅을 이젠 형형색색의 화초류가 차지했습니다.
수몰민의 애환서린 섬이 수목과 화초가 울창한 생태공원으로 바뀐 것입니다.
1년 내내 아름다운 경관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섬 위의 정원이 되었습니다.
장관입니다.
트레킹로드
‘붕어섬’길(숲속 놀이터, 섬까끔전망대), ‘붕어수변산책’길(외앗날전망대, 물안개쉼터), ’메타세쿼이아‘길(휴 광장), ’배롱‘길(잔디광장), ’억새‘길(수국원), ’단풍‘길(작약원), ’참나무‘길(숲속 미끄럼틀, 독재바위) 등 다양한 길들이 꾼들을 유혹합니다.
넉넉하게 취합니다.
[꽃 피우지 않는 봄은 없다.
지난겨울의 잔혹한 추위를 잊고 땅속에 숨어있던 씨앗들이
봄의 따스함에 꿈틀거리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선물로 꽃을 피운다.
따스한 하늘의 햇살아래 꽃 피우지 않는 봄
그런 봄은 없다.
떨어지지 않는 꽃은 없다.
싱그러운 봄바람에 아롱아롱 떨어지는 꽃잎은 끝이 아닌 그저 다음을 위한 작은 흔들림 뿐이다.
파릇한 봄의 생명력 속에 떨어지지 않는 꽃
그런 꽃은 없다] ('박진완'/봄 그리고 꽃)
길은 통로인 동시에 사유(思惟)입니다.
자신과 자연, 나아가 세계와 소통하는 것이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이렇게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오솔길들이 많아져야 이 소란하고 얕은 세상에서 우리의 삶이 더 깊고 고요해질 것이란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요산공원
다시 출렁다리를 건너 ‘요산(樂山)’공원에서 멈춥니다.
이곳도 꽃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추진된 ‘붕어’섬 생태공원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죠.
임진왜란 공신이었던 ‘최응숙’선생이 낙향하여 지은 양요정(兩樂亭, 전북문화재자료 137호)과 섬진강댐 수몰민들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세운 ‘망향의 탑’을 둘러봅니다.
가뭄 때 호수사진을 보니 특별한 문양으로 갈라져 있던데, 다행히 물속으로 감췄네요.
아름다움에 취해 걷노라니, 역설지게도 두려운 마음이 꿈틀댑니다.
인생길은 혼자 가는 길입니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데요,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도 해결해줄 수 없습니다.
자유의지에 의해 걸어내야 하는 길이기에, 무겁고 힘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동반자가 필요합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의지하며 함께할 영혼이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입니다.
맡기면 인생의 무거운 걸음이 가벼워집니다.
신앙(信仰)을 가져야할 이유입니다.
잔디광장에 있는 붕어모양 꽃들과의 수다도 즐겁습니다.
휴게소에 들려 붕어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물고 일행들을 기다립니다.
꽃밭에 묻혔더니 한결 젊어진 듯합니다. ㅋ
사는 곳이 늘 이렇게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운정마을 작약
운암면 ‘운정’마을에 ‘작약(芍藥)’ 꽃밭이 있다하여 덤으로 찾았습니다.
관광지가 아니고 길가에 있는 개인 밭이라는데요, 와~ 잘도 피었습니다.
5월 중순이후에 피기 때문에 조금은 이른데도 이곳은 만개했네요.
함박꽃과 혼동되기도 하지만, 모양과 생태가 다르다죠.
사랑하던 왕자가 전쟁터에 나아가 죽자 그 자리에 모란꽃이 피었는데, 슬픔에 잠긴 공주가 왕자와 함께 해달라고 기도하자 가엽게 여긴 신(神)이 작약으로 만들어줬다는군요.
꽃말은 '부끄러움'이라는데요, 눈에 확 띄는 크고 아름다운 꽃이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림소재로 많이 쓰입니다.
드넓은 작약 꽃밭이 옥정호수를 배경으로 펼쳐져 가히 장관입니다.
작약특성상 활짝 폈을 때보다 살짝 봉우리 졌을 때가 더 예쁘기에 적기에 방문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좋은 곳 구경했습니다.
뒤풀이
즐거운 뒤풀이를 위해 찾은 ‘운암’매운탕 집구석입니다.
메기보다 급수가 높은 ‘빠가’매운탕입니다.
맛좋은 ‘빠가사리’에 취해 잠시 옛 추억을 소환해봅니다.
예전엔 산악회에서 손수 뒤풀이를 준비했는데, 늘 설거지가 고역이었습니다.
얼마 전 산행과 설거지는 닮았다는 칼럼을 읽고 깊이 공감한 적이 있었습니다.
산에 오를 때 힘들어 후회해도 막상 정상을 밟으면 모든 고통이 사라지는데요, 설거지도 그렇기 때문입니다.
쌓인 그릇들을 보며, 저걸 언제 다 닦나 싶은데도 일단 시작하면 끝이 납니다.
자주 할수록 노하우가 생기는 것도 언저리 산행을 즐기는 등산과 닮았습니다. ㅎ
조심스레 다뤄야할 그릇까지도 로봇 팔처럼 움직여 닦아내니 말입니다.
경지에 오르면 설거지하며 TV까지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설거지를 깨끗하게 마쳤을 때의 청량함은 청소나 빨래했을 때와는 또 다릅니다.
그래서 밥한 사람이 설거지도 하겠지 하고 슬그머니 숨으려다가 붙잡혀도, 구시렁대지 않고 소매를 걷어붙이는 이유입니다.
시작이 힘든 설거지지만, 하다보면 명상이 되기도 합니다.
등산도 그러합니다.
산행을 잘하는 사람이 설거지도 잘합니다.
이상은 ‘살림하는 남자’ 이야기였습니다. ㅋ
에필로그
여생지락(餘生之樂)이란 말이 있듯 남은 인생 즐겁게 살아야합니다.
’공자‘는 즐기는 자가 최고라 했고, ’키케로‘는 젊은이 같은 노인을 만나면 즐겁다고 했다죠.
재물이 아무리 많아도 인생을 즐기지 못하면, Well being이라 할 수 없습니다.
순간마다 인생과 풍광을 즐겨야합니다.
바쁘다고 서둘러 지나치지 말아야합니다.
한사람의 10년 후 행복을 예측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건강이나 가족관계, 돈과 지위가 아니라 ’현재의 행복지수‘라고 합니다.
지금 얼마나 행복하냐가 미래의 행복을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행복은 허락한 만큼 존재하는데, 미루면 행복의 감각 역시 녹슨다고 하네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행복의 ’세기‘가 아니라 ’빈도‘입니다.
기쁨과 쾌락이 다릅니다.
해로운 행복은 손쉽게 얻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행복은 일종의 ’자기 선언‘입니다.
미래의 어느 순간이 아니라 지금 당장 행복해지겠다는 결심 말입니다.
손에 쥔 커피 한잔에서 느끼는 따스함과 향기로 인해 행복해지기도 합니다.
아직 피지 않았어도 곧 꽃이 필 것을 기대합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내 마음에 달려있습니다.
목욜(5. 11) 아침에 갯바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