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카와현
060108
이시카와현 永平寺(禪寺)
이 세상이 색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라면 저 세상에는 색이 없을 것이다.
종교는 화려함을 배제하고, 수도승은 검게 물들인 승복을 입는다.
어떤 종교든 색채에 대해서는 금욕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거대한 천정에 채색된 원형모양이 반복되는 장식공간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까?
스테인드글라스는 교회에 색을 끌어들인다.
색이 없는 세계에서 사람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도쿄의 ?水寺 경내에서 록큰롤 콘서트가 열렸다.
소리가 없는 세계에서 사람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종교에서 철학만 생각하는 것은 촌스러운 학자나 하는 짓이고,
사찰은 미술관이자 콘서트홀이기도 하다.
060208
永平寺
젊은 수도승
어두침침한 공간에 무수히 많은 금세공이 빛난다.
불빛이 번쩍이고 한계까지 볼륨을 올리는 록큰롤 스테이지가 오버랩 되었다.
세속의 상징인 록큰롤과
저 세상의 상징인 절의 차이는 무엇일까?
060208
永平寺
두꺼운 창호지를 팽팽하게 바른 미닫이
가로와 세로선을 정확하게 맞추었다.
마치 전자현미경으로 반도체를 보는 것 같다.
060208
永平寺
기둥이 밖으로 드러난 복도
신구의 목재가 조화를 이루고 서로 다른 시간이 교차한다.
같은 장소에 과거와 현재가 함께 존재하지만 모순은 없다.
백년이나 된 민가를 개축한 요시다상의 집이 떠올랐다.
060108
永平寺
종교가 자본을 집중하고
대들보와 기둥이 거대한 공간을 만들었다.
이제는 도저히 구할 수 없는 재료들이다.
이런 목재를 짜 맞추는 경사스러운 날 목수는
아카시해협대교를 지켜보는 기술자와 같은 표정을 보였을 것이다.
아이들을 상대로 애매한 일을 하고 있자니 뚜렷한 윤곽이 있는 세계가 부러워진다.
060108
永平寺 근처의 선물가게
일본이 직선의 나라냐면 그렇지도 않다.
사진 속의 선물가게는 필경 옛날 민가의 폐자재를 이용했을 것이다.
곡선을 살린 대들보가 소재의 한계까지 공간을 펼쳤다.
애써 서까래를 노출시킴으로써 재료 자체를 디자인의 소재로 이용했다.
필요에 맞게 재료를 배치한 구조가 아름답다.
이러한 합리주의에 놀이가 들어가면 코리아의 술집이 된다.
서울의 골짜기에 있는 술집에는 이조시대의 도자기와 같은 여유로움이 함께 한다.
멋진 인테리어 아래서 진지하게 사고파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며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일본을 느꼈다.
첫댓글 안동의 청평사와 해남의 달마사에서 산사의 음악회가 열린 적이 있지요. 일전에 만난 스님은 속세가 그립다기 보다는 산사가 무료한가 봅니다. 산사의 무료함과 속세의 절제가 조화되는 지점은 어디일까요. 한국의 사찰도 이미 자본화되어 있고 심지어 폭력까지 등장하고 있지요.
한국에는 한 동안 미닫이가 사라지고 말았지요. 급히 열수 있고 섬세한 수공이 덜 드는 여닫이의 시대입니다. 일본의가정집의 미닫이는 그 자체로 사랑스럽습니다. 우리도 옛날 미닫이가 많았지요. 미닫이의 한지가 주는 안온한 느낌이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지요. 누군가 열심히 복원하고 있지만.
요시다의 집을 가 볼 기회를 전날의 과음으로 놓쳤지만, 그가 야쿠바 옆에 보존한 극장에서 그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한국의 전통가옥도 부재가 밖으로 들어나지요. 참 아름다운 그림이지요. 서산 개심사의 큰 목재부재들은 선물가게의 그것과 같이 가공을 하지 않은 채 서 있고 그 모습을 한 미학자가 극찬했죠